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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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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1

자신을 프랑켄이라 소개한 남자는 실크햇에 검은 정장 차림을 한 청년이었다.

하양이는 한눈에 보자마자 그의 정체를 깨달았다.

   냄새로 구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켄에게선 옆에 잠들어있는 소년과 똑같은 냄새가 났다.

“···그럴 리가.”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된다. 시간의 초월자인 소녀이기에 더더욱 단언할 수 있다.

   미래를 거슬러 과거로 돌아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한 기적은 자신조차 불가능하며 시간의 여신이라 할지라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사내는 단순히 과거를 거슬러 온 것이 아니다.

   과거 이 시간대의 소년과 별개로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즉 과거와 미래의 자신이 한 공간에서 맞닥뜨렸다.

타임 패러독스. 세상을 구성하던 근본적인 질서가 통째로 무너질 만한 모순이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뒤로 되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멀쩡하게 아무 일 없이 끝날 리가 없다.

“어떻게 한 거죠···?”

그런 건 시간의 여신조차 할 수 없다. 그야 당연히 시도하는 순간 세상이 멸망할 테니 할 엄두도 못 내는 게 당연하겠지만.

프랑켄은 모자를 살짝 눌러쓰면서 여유로운 어투로 대답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으니까.”

불확정성에 대한 설명은 소녀도 이터나에게 들었었다.

   그 힘은 확실히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능인 것은 아니었다.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

   0%가 아닐 뿐인 거지 불가능한 일은 여전히 불가능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희박한 소수점 이하의 확률만이 존재할 뿐이다.

무엇보다 가능성이 실현되기 위해선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아무것도 없이 단지 바란다고 해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프랑켄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선 시간을 조작하는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아···.”

소녀는 뒤늦게 깨달았다. 이 남자가 자신에게 제안할 거래가 무엇일지.

“시간 조작의 능력이 필요하신 거군요.”

   “예리하네.”

엄밀히 따지면 이조차도 타임 패러독스였다.

이미 시간 조작의 능력으로 과거에 거슬러 온 그가 지금에서야 시간 조작 능력을 얻어낸다는 건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능력이 있었다.

   그러니 중요한 건 시간 조작 능력을 얻었다는 사실 그 자체. 그 조그마한 근거만으로 불확정성을 극한으로 키워 운명을 비틀어버린다.

물론 소녀가 이해한 것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리라.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괴상한 능력이다. 어쩌면 불확정성의 주인인 프랑켄조차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능력을 건네주기 위해선 제 신성을 당신에게 나눠주어야 해요. 그렇게 되면 저는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겠죠.”

아무것도 모른 채 숲속에서 소년과 함께하던 나날. 돌이켜보면 그때도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끔 사무치게 그리울 만큼 행복하고 평화로운 추억이었다.

눈앞의 사내는 변하지 않은 냄새를 제외하면 너무나도 낯설 만큼 달라져 있었다.

   그의 모습에서 순박하던 시골 소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보였다.

이렇게 해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나쁘진 않겠지만···.

   결국 자신은 여우로 되돌아가 두 번 다시 여신님을 만나지 못하리라 생각하니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나는 네 힘을 이용해 시간선을 넘나들 수 있는 열차를 만들 생각이야. 미래의 내가 아무 의심 없이 탈 수 있도록 적당히 위장해야겠지.”

갑작스럽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 프랑켄의 눈동자엔 소녀를 향한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 열차가 나를 너한테 데려다줄 거야. 확실히 신성을 잃은 넌 지금과 달리 훨씬 순수한 어린아이가 되어있겠지만 나를 만나고 난다면 천천히 신성을 되찾으면서 잊었던 기억도 떠올릴 거야.”

소녀는 지그시 눈을 감고 그가 말해주는 대로의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그 언젠가 다시 이터나 님도 바토리 님도 그리고 당신도. 함께 만날 수 있는 건가요···?”

프랑켄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반드시. 약속할게.”

그렇게 말하는 사내의 눈동자를 보고서야 마침내 하양이는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모습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소년이란 사실을.

하양이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소녀는 모든 것을 믿고 맡기기로 했다.

   새하얀 빛무리가 시계탑 안을 환히 비추더니 이내 소녀는 어느샌가 조그마한 여우로 되돌아가 새근새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고요한 시계탑 안에 홀로 남은 사내는 잠시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다 시선을 돌려 잠든 여우와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곧···. 인가.”

 

   ***

 

   기관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사내는 열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켰다.

열차가 멈춰선 종착역은 오로라가 비추는 어느 설원.

   그곳에 홀로 우뚝 세워진 건물은 아름다우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안내용 골렘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해왔다.

‘언제 봐도 참 신기하단 말이지.’

초월자인 자신조차 놀랄 만큼 정교한 설계.

   저것이 생명체가 아니라 태엽으로 움직이는 인형일 뿐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뭐 저것도 결국은 어느 두 쌍둥이 인형을 만들기 위한 프로토타입에 불과하다는 것 같지만.

마도공학이란 기술은 열차를 관리하는 기관장조차 원리를 전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신묘하고 위대한 능력이었다.

과학과 마법의 조화라고는 하지만 그건 오히려 신의 영역에 다다른 기적에 훨씬 더 가까워 보일 정도였다.

뭐 그런 의미에서는 마도공학의 개발자이자 학회장인 프랑켄 박사야말로 가장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겠지. 초월자인 자신과 오퍼레이터마저 그의 정체를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수상쩍은 인물의 밑에서 굴러도 좋을 만큼 마도공학이란 기술이 지닌 잠재력은 무궁무진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실현 가능케 하는 힘이라고 해야 할까.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어느새 학회장실에 도착했단 사실을 깨달은 기관장은 똑똑 문을 두드리며 노크했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리에 앉아 서류들을 검토하는 박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 봤을 땐 그냥 말끔하게 잘생긴 청년처럼 보였다. 하얀 가운과 날카로운 안경은 박사로서의 이미지에 상당히 잘 어울렸다.

그러나 저 속내에는 초월자인 자신조차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온 능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체 뭘 꾸미고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 걸까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였다.

“무슨 일이야?”

   “부학회장의 전언이라네. 쌍둥이가 거의 다 완성되었다더군.”

그 말을 들은 박사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 잠시 조용히 숨을 골랐다.

   언뜻 평온해 보이는 표정 속에 어째선지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게 느껴지는 듯했다.

“그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구나.”

   “어떻게 할 건가?”

   “계획대로야. 동생은 내가 직접 돌볼 테니 언니는 지정해둔 보육원으로 보내.”

   “···아직도 난 자네가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가벼운 어투 속에 담긴 날카로운 가시에 박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답을 얼버무렸다.

“나중에 때가 되면 전부 설명해줄게.”

   “언제나처럼 뒤로 미룰 뿐이면서. 됐다네.”

   “지금 바로 열차를 타고 가봐야겠어. 어차피 여기 앉아있어봤자 좀이 쑤실 뿐이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는 프랑켄의 모습을 바라보던 기관장은 직감적으로 이게 마지막 만남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 그가 넌지시 알려준 얘기를 떠올리면 앞으로 그는 열쇠의 성장을 지켜보며 살아갈 것이다. 마도공학회로 다시 돌아올 이유는 사실상 없겠지.

“부디 건강히 지내게.”

기관장의 인사에 박사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때 내 목숨을 구해줘서 고마웠어.”

   “···목숨?”

영문 모를 감사 인사에 고개가 기울어졌다.

   자신이 대체 언제 그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건지 기관장은 먼 미래가 되어서야 뒤늦게 그 말을 깨닫게 될 것이었다.

프랑켄은 마도공학 열차에 탑승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주 오랜 시간이었다. 그날로부터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걸어왔나 믿기 힘들 만큼 머나먼 길을 돌아왔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아마도 10년 남짓. 원작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잠들어있는 자신이 깨어나기까진 그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고 전부 마무리겠다.

   그런 각오를 되새기며 프랑켄은 창가로 비추어진 자기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지켜보고 있니? 그 창밖에서.”

부디 그렇다면 현재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 네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깨달을 수 있겠지.

지금 떠올려도 차원의 틈 속에서 보았던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소설처럼 느껴졌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마저 하나로 뒤엉킨 신비스러운 공간.

사실 따지고 보자면 그곳은 존재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 모순적인 장소였다.

   시간의 여신조차 완벽히 알 수 없는 ‘불확정성이 개입된 미래’마저 완벽히 관측 가능한 창밖.

샤론의 관측 능력과 줄리엣의 왜곡을 합쳐야지만 열 수 있는 차원의 틈.

   처음에는 그곳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선 완벽히 깨닫고 말았다.

그 공간이야말로 모든 시간선의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목표라는 것을.

지금 나는 괴도로서 운명을 도둑질하러 향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들 즐거운 한가위 되는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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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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