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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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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3

예언의 마녀는 한동안 나를 보살펴주었다.

그럼에도 내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온몸을 붕대로 싸맨 채 침상에 누워있어야만 했다.

“치료를 계속해봤자 결국 시간을 끄는 정도에 불과해요. 솔직히 말해 회복하는 건 불가능한 수준의 몸 상태라고요.”

그녀는 투덜대면서도 착실히 내 붕대를 갈아주었다.

“차라리 당신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면 이런 헛수고 따위 당장 때려치울 텐데.”

딱히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빈말이란 건 안다.

   애초에 마녀의 예언 능력은 내가 선물해준 것이니 불확정성으로 가득한 내 미래를 그녀가 읽을 수 있을 리 없다.

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도 지금 당장은 굳게 닫힌 입을 떼는 것조차 버거웠다.

   아무리 목소리를 내려고 목에 힘을 주어도 희미한 신음만이 간신히 흘러나올 뿐이었다.

이대로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안다. 그동안 버텨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지도 전부 지켜보았다.

하지만 단지 이야기를 관찰한 것과 직접 겪는 것은 전혀 달랐다.

   나름대로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내 예상보다도 훨씬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련이었다.

그럼에도 버텨내야만 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나 혼자서 만들어나간 것이 아니니까.

   모두가 나를 믿어주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함께 쌓아나간 이야기다. 고작 이 정도도 견디지 못해 엄살을 피우기엔 나중에 그들을 볼 면목이 없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통증에 몇 번이나 정신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그러나 여기서 의식이 끊겨버리면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억지로 눈을 부릅뜬 채 천장의 불빛을 노려보았다.

“···당신의 의지력은 보고도 믿기질 않네요. 대체 뭘 위해 그렇게까지 살려고 발버둥 치는 거죠?”

예언의 마녀는 내 모습을 내려다보며 감탄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저런 반응도 당연하다.

   그녀는 내게 예언의 구슬을 받으며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세상이 정해진 운명대로 굴러갈 뿐인 시시한 세상이란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래.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 아무리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인다고 믿어도 결국 그마저 수레바퀴에 얽혀있는 무수한 갈래 중의 하나일 뿐. 전혀 개척되지 않은 새로운 길을 직접 만들어나간다는 건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가능하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나만은 가능했다.

   비록 그 길을 개척하는 것이 너무나 힘겹고 어렵다고는 해도 절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 발버둥 치는 것이다.

   정해진 운명 따위에 굴복하지 않겠다. 내 발걸음을 막는 벽이 있다면 부수어버리겠다.

거창한 대의나 거룩한 저항 따위가 아니다.

   단지 너무나도 소박하고 시시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

내가 바라는 건 단지 그것뿐이다.

천천히 움직이지 않던 몸에 억지로 힘을 주며 아주 조금씩 팔을 들어 올린다.

   부들부들 떨리는 붕대로 휘감긴 팔을 하늘로 뻗는다.

환한 천장의 불빛을 붙잡듯이 손을 쥐었다.

“···훔쳐 주겠어.”

운명이 내게 행복한 일상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빼앗아 거머쥐겠다.

   싸워서 쟁취한다. 괴도가 되어 훔쳐 주겠다!

이 모든 이야기는 한 괴도가 운명을 거슬러 멋지게 미래를 훔쳐내는 낭만 넘치는 이야기로 기록될 것이다.

그 결말은 반드시 해피 엔딩이라고 처음부터 정해놓았다.

   절대로 절대로 비참한 결말 따위 인정할 수 없다.

 

   ***

 

   결과적으로 나는 일단 목숨을 부지하는 데 성공했다.

애매하게 표현한 이유는 병상에서 벗어난 지금도 후유증이 매우 심각했기 때문이다.

내 몸은 여전히 붕대로 둘둘 감겨 있었다. 언뜻 보기엔 괴담에나 나올 법한 미라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몸 곳곳에 상처가 낫지 않고 계속 진물이 새어 나왔기에 붕대를 두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하루에 2번 정도 발작이 찾아왔다. 그때는 움직일 수조차 없어 나도 모르게 바닥에 픽 쓰러져 허우적댈 정도였다.

그 외에도 24시간 내내 온몸이 쑤시고 두통으로 지끈거렸지만 그래도 걸어 다니면서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하였다.

나는 사람들한테 의심받지 않기 위해 코트와 모자 선글라스로 단단히 싸매고 조심스레 집 밖으로 나섰다.

예언의 마녀는 몇 달 전에 내 상태가 호전됐음을 확인하고 곁을 떠났다.

   그때 드디어 해방이라며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고 상쾌하게 얘기하는 모습은 상당히 후련해 보였었지. 몇 년이나 내 수발을 들어주었으니 그런 반응에도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 뒤로는 런던에서 조용히 혼자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매주 외출하여 꼭 들르는 곳이 있었다.

바로 마녀의 가게였다.

   예언의 마녀가 소개해준 덕분에 인연을 맺게 되어 지금은 약초를 구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다.

“어머. 딱 맞춰서 오셨네요. 후후.”

일부러 꾸며낸 교태로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마녀에게 적당히 모자를 눌러주며 인사를 대신했다.

“약초는?”

   “차가우셔라. 제 안부는 궁금하지도 않으셨나요?”

   “딱히.”

쌀쌀맞다고 느낄 만큼 시큰둥한 내 단답에도 그녀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더 재밌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왔다.

이런 반응을 보면 새삼 참 신기하다고 느꼈다. 지금 내 모습은 어딜 봐도 경계심만 끌어올릴 뿐인 수상쩍은 외형일 텐데. 오히려 그런 특이한 행색에 호기심을 품는 걸까?

하긴 이러니까 원작에서도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로 등장한 거겠지.

나는 모든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드러나는 사건에 한정되어 있다.

   즉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인물들 개개인의 속마음까지는 알아낼 수 없다.

그래서 지금처럼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며 머릿속 지식과 비교해보는 것은 내게 있어 유일한 여흥과도 같았다.

“오늘도 똑같은 상품을 찾으러 오신 거겠죠?”

나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내 몸 상태는 빈말로라도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겨우 일어서서 움직일 수 있을 뿐 사실상 예언의 마녀가 말했던 대로 나는 여전히 산송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내가 버틸 수 있는 건 한 진귀한 약초의 효능 덕분이다.

그것이 바로 달맞이꽃.

   보름달이 떠오를 때만 피어난다는 이 꽃은 뛰어난 치유력을 가지고 있어 불치병도 단번에 낫게 해준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과장된 속설일 뿐 실제로는 몸의 재생력을 촉진하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

하지만 내게 만큼은 그 달맞이꽃이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달맞이꽃은 달빛의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어 밤의 여신의 사도인 내게 있어선 어지간한 전설의 비약보다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비록 여신님은 현재 힘을 봉인 당한 채 잠들어있지만 그녀와의 연결고리는 아직도 끊기지 않은 채 분명히 유지되고 있었다.

“자 여기 예약하신 달맞이꽃이랍니다.”

   “항상 고맙군.”

카운터에 올려진 꽃을 챙긴 후 품속에서 돈을 꺼내 대금을 치렀다.

   그러자 마녀가 한숨을 내쉬면서 자연스럽게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무리 제값을 받는다곤 해도 매주 한 송이라니. 달맞이꽃이 그리 흔한 약초도 아니고 점점 구하기가 힘들어진다고요?”

   “원한다면 값을 좀 더 올려주지.”

   “흐응. 얼마 전부터 시작한 장사가 생각보다 잘 되는 모양이네요?”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달맞이꽃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선 마녀와의 거래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에 따른 돈이 필요했으니 자연스럽게 나 역시 병상에서 일어나 경제 활동을 시작해야만 했다.

다행히 내겐 적당히 돈을 벌어 먹고살 만한 재주가 있었다.

   이 역시도 전부 이야기로 읽은 내용이었으니 오래전부터 준비해뒀다고 해야 할까.

마녀는 내 덤덤한 대답에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스럽게 얘기했다.

“뭐 저도 나름대로 빚진 게 있으니까 당장 값을 올리지는 않을게요. 대신 이대로 가면 몇 년 안 있어서 달맞이꽃 매물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지도 몰라요? 그땐 액수와 관계없이 거래가 끊길 수도 있으니까 미리 조심해주세요.”

이것 또한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다.

   달맞이꽃은 매우 섬세한 녀석이라 양식이 불가능하다. 즉 원한다고 해서 언제든 구할 수 있을 만큼 흔한 약초가 아니었다.

실제로 앞으로 몇 년 후 원작이 시작될 때쯤엔 브리튼 전역에서 달맞이꽃이 매우 희귀해진다.

   그때가 되면 제아무리 마녀의 가게라 할지라도 매주 안정적으로 공급받긴 힘들 것이다.

그래서 작중에 등장한 내가 주인공에게 의뢰비를 달맞이꽃으로 부탁한 거겠지.

거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약초를 달여 차로 만들어 마셨다.

   그러자 몸이 한결 편안해지며 정신도 맑아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때만큼은 푹 잘 수 있다.

   마음 놓고 단잠을 청할 기회는 지금밖에 없었기에 나는 서둘러 침대에 누웠다.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조금만 더 참고 버티자.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시끄러운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나는 다시 무거워진 몸을 느끼며 천천히 현관으로 걸어 나갔다.

문을 열어 보니 너무나 그리운 모습의 소녀가 앞에 서 있었다.

“여기가 모방꾼의 지하인가요?”

줄리엣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벌써 10월인 거에용!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는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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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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