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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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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

조별 과제 발표가 끝난 다음 날.

뭔가 반 아이들의 시선이 조금 달라진 느낌이다.

딱 잘라 설명하긴 힘든데 확실한 게 있다면 존재감이 한층 올라가 버렸다는 것.

이걸 좋아해야 할지 참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크로! 좋은 아침이야!”

율리아의 태도가 확연히 변했다는 거다.

   거리감이 훨씬 가까워졌다고 할까. 누구에게나 보여주던 상냥한 모습을 한층 뛰어넘어 유독 내게만 살갑게 대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너무 김칫국을 마시는 건가?

거의 딱 달라붙는 수준으로 접근한 물리적 거리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애써 멋쩍게 웃으며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먼저 와 있었네.”

   “응. 혼자 기다린다고 얼마나 심심했는데.”

누구를 기다렸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거참 힘들었겠구나.

아직 레이첼은 오지 않았기에 우리는 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시시콜콜한 잡담을 떠들었다.

그때 누군가 그림자를 드리우며 내 앞에 섰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하니 다름 아닌 레이어드였다.

이 녀석은 아침부터 또 무슨 일이래?

   내가 가만히 주인공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으니 상대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안녕.”

설마 고작 인사 한번 하려고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던 거냐.

아니지. 나쁘게 생각하지 말자.

   황당한 마음을 감춘 채 미소로 화답했다.

“그래. 반가워.”

   “···어제는 고마웠어.”

그렇게 수줍은 감사 인사만을 남기고서 레이어드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녀석이 사라진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설마 진짜!?’

어제 여신님이 경고했을 때는 그냥 별생각 없이 넘겼는데.

   정말로 레이어드가 나를···.

‘우욱. 속이 메슥거려···.’

[진정하고 심호흡하거라.]

‘여신님. 진짜 그런 건 아니겠죠?’

[글쎄다. 설령 그런 참사가 벌어지더라도 전부 업보가 아니겠느냐.]

‘이게 왜 제 업보가 되는 건데요!?’

나는 억울하다. 그냥 눈앞에 문제가 생겼는데 해결법이 쉽게 떠올라서 그대로 행동했을 뿐인걸.

사실 객관적으로 따졌을 때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뭐라고 해야 하나. 너무 급변해버리니 좀 당황스럽달까.

차라리 한결같이 똑같은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야 찐따! 매점 가서 빵이나 하나 사줘.”

방금 말은 취소다. 역시 사람은 변하면서 발전하는 법이지.

   어떻게 얘는 오자마자 빵셔틀을 시킬 생각부터 하는 걸까.

“돈 없어.”

   “뭐야. 거지냐?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이 누님이 사줄 테니까 따라와.”

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헤드락을 걸고선 강제로 끌고 가버린다.

잠깐만. 힘이 뭐 이렇게 센 거야?

“나도 갈래!”

율리아가 자진해서 뒤따라오며 파티의 인원이 늘어났다. 거기에다 본인 자리에 조용히 앉아있던 샤론까지 스카웃해버리는 레이첼.

“너도 따라와.”

이 무슨 엄청난 카리스마.

그렇게 넷이서 함께 매점으로 가서 각자 먹을 것을 골랐다.

   조별 과제는 끝났음에도 환상의 4인조는 계속 유지될 것 같다.

레이첼이 빵을 우물거리며 먼저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요즘은 잠잠하네.”

   “응? 뭐가?”

   “괴도 새끼 말이야.”

자연스럽게 주제가 괴도 레이븐의 얘기로 흘러갔다.

“글쎄. 혹시 엄청난 걸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엄청나봤자 어차피 도둑질일 텐데.”

   “샤론은 어떻게 생각해?”

커피를 홀짝이던 샤론이 무심한 듯 대답했다.

“모르겠어.”

   “와. 네 입에서 모른다는 말이 나올 줄이야. 항상 하던 것처럼 탐정 추리 좀 해봐. 응?”

왜 레이첼의 말에 내가 뜨끔 하는 걸까.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비아냥댄 거겠지만 샤론을 셜록으로 의심하던 나로선 등골이 쭈뼛 서는 얘기였다.

그렇지만 샤론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오히려 율리아를 바라보았다.

“율리아.”

   “응?”

   “교회는 괜찮아?”

   “교회? 교회는 갑자기 왜?”

다소 뜬금없는 주제 변환에 의아해하는 율리아.

   옆에서 듣는 나도 이해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제 발표에서 교회 기부가 알려졌으니까.”

   “그냥 같은 반 애들한테 발표한 것뿐이잖아. 그걸로 무슨 일이 생길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 특히 정부는 레이븐을 잡는 데 혈안이 되어 있으니 더더욱.”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지나친 것 같아도 분명 샤론의 경고는 현실적이었다. 특히 바로 며칠 전에 고아원이 받은 기부금을 국세청에서 강제로 압수한 사건이 있었으니 말이다.

율리아도 그냥 넘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언니한테 말해둘게.”

   “어쩌면 레이븐이 직접 움직일지도.”

나는 그 얘기를 가만히 듣다가 질문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라도 있어?”

   “이유는 딱히 없어. 그냥 감이야.”

그냥 감이라. 대단하네.

샤론의 추측은 정확했다.

   괴도 레이븐은 오늘 밤 움직일 것이다.

 

   ***

 

   “여기 있다네.”

모방꾼이 내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

   안의 내용물을 슬쩍 보니 각종 신원 증명서가 동봉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신분증을 꺼내 꼼꼼히 확인했다.

‘아르센 뤼팽’

내가 선택한 가짜 신분의 이름이자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괴도의 이름.

이름뿐 아니라 다른 정보들 역시 내가 모방꾼에게 얘기했던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역시 완벽하네요.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됐네. 이건 내 일방적인 호의가 아니라 철저한 거래이니까. 이제 대가를 들을 준비는 됐나?”

   “네. 말씀하시죠.”

그는 지난번에 달바라기를 구하는 것 이상의 부탁을 할 거라 예고했었다.

“그대는 괴도이니 쉽게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네.”

   “과연. 무언가를 훔치는 거로군요.”

   “눈치가 빠르군.”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고 서류 한 장을 건네주는 모방꾼.

   그것을 꼼꼼히 읽던 와중 여신님이 낮게 속삭였다.

[이건 ‘보석’이구나.]

‘최고의 시나리오네요.’

모방꾼에게 지불할 대가가 보석이라니. 그렇다면 건네주기 전에 보석의 힘만 흡수하면 된다. 어차피 여신의 힘을 흡수한다고 보석의 가치가 떨어질 리는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가져오도록 하죠.”

   “든든하군. 자네만 믿고 있겠네.”

모두 만족스러웠던 최고의 거래였다.

   봉투를 챙긴 채 지하실을 빠져나가던 도중 모방꾼이 나를 불러세웠다.

“그 신분으로는 뭘 할 생각인가?”

나는 어떻게 대답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선 사업가요.”

 

   ***

 

   다음 날 아카데미를 마치자마자 나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지금 하려는 일은 아쉽게도 해가 저문 밤에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거리를 걷다 상점의 유리창에 비치는 내 모습을 잠시 점검했다.

반듯하게 올린 올백 헤어. 이마와 눈가에 살짝 접힌 주름.

   그리고 신사다운 멋을 빛내주는 깔끔한 콧수염까지.

‘분장은 또 오랜만이네요.’

[다시 봐도 신기하구나. 정말 감쪽같다.]

누가 보더라도 아카데미에 다니는 소년 ‘크로 모리스’를 떠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분장은 손이 많이 가는 데다 도중에 굉장히 불편해서 많이 시도하지는 않지만 사실 괴도로서 활동할 때 어떤 것보다 쓸모 있는 트릭 중 하나였다.

지난번 라파노의 저택을 털 때 한 번 분장을 했었지.

참고로 분장은 마술이나 마법을 통한 변장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라파노의 저택을 털 때 마력 탐지기에 곧바로 걸렸을 것이다.

이건 말 그대로 순수한 분장이었다.

   이 만화에 빙의하기 전 현생의 직업 특성을 살렸달까.

나는 중후한 신사 아르센 뤼팽으로 당당히 대낮의 런던을 활보했다.

이윽고 내 발걸음이 멈춰 선 곳은 시청 앞이었다.

만약 정체를 들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래도 나는 내 분장술과 모방꾼의 일 처리 능력을 믿고 거침없이 시청 안으로 들어갔다.

브리타니아 수도인 런던 시청답게 애매한 시간대에도 사람이 꽤 많았다.

잠시 의자에 앉아 대기하자 곧 내 차례가 되었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방문하셨나요?”

앞에 앉은 공무원을 보며 태연하게 용건을 설명했다.

“개인 재단을 하나 설립하고 싶소만.”

   “우선 신분증을 보여주시겠어요?”

어제 모방꾼에게 받은 가짜 신분증을 내밀었다.

   앞뒷면을 꼼꼼히 확인한 공무원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르센 뤼팽 님. 재단을 만들고 싶으시다고 하셨죠?”

   “예.”

   “재단 설립 목적이 무엇인가요?”

   “자선 사업입니다.”

딱히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정말로 기부하고 싶어서 재단을 설립하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일단 신청서를 작성해주시겠어요?”

잘 흘러가고 있지만 아직 긴장을 늦추기엔 이르다.

공무원이 건네준 신청서에 빼곡하게 정보들을 써 내려갔다.

   참고로 단 하나도 사실인 게 없는 거짓말투성이의 엉터리 정보들이었다.

이렇게 세세한 내용까지 전부 신경 써야 했으니 가짜 신분을 만드는 게 힘들 수밖에.

내가 작성한 신청서를 받아든 공무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얘기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원래 재단을 설립할 때는 심사가 필요하거든요.”

   “알겠습니다.”

전부 미리 알아두고 각오도 했었지만 역시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흐른 뒤에 사라졌던 공무원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환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네. 뤼팽 님. 재단 설립 승인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감사를 표현한 뒤 서류들을 챙겨 시청을 빠져나왔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자선사업가 뤼팽이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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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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