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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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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7

가면의 사내는 갑자기 몸을 짓누르는 막대한 살기에 눈을 부릅떴다.

방금까지 다 죽어가고 있던 상대방이 다시 일어나 있었다.

   그 모습은 여전히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위태롭고 불안해 보였지만.

어째선지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만큼은 여태 만나온 그 어떤 상대보다 강렬한 빛을 띠고 있었다.

“아직도 마지막 수가 남아있었나. 하긴 그렇겠지.”

마술 같은 단순한 장난질만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을 리가.

   오히려 이런 반전 없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면 더 실망했을 것이다.

“좋다. 어디 한번 덤벼봐라. 네 전력을 다해서!”

넘실거리는 마력을 느끼며 가면의 사내는 투기가 끓어오름을 느꼈다.

   평소엔 오로지 임무를 수행하는 데만 집중하는 그로선 상상할 수 없는 두근거림이었다.

레이븐은 왼팔을 아예 움직일 수 없는 건지 축 늘어진 채 오른팔만으로 카드 한 장을 집어 든 채였다.

“엘디나. 뒤로 물러나.”

   “···레이븐. 괜찮은 거야?”

여인의 물음에 그는 얼굴에 흐릿한 미소를 띠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의 사내는 엘디나가 뒷걸음질 치며 뒤로 물러서는 걸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어차피 임무의 목표를 생각하면 그녀가 전투에 휩쓸려 다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니까.

사실 그보다도 지금부터 있을 싸움에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더 컸다.

과연 저 엉망진창 상태의 괴도가 어떻게 자신을 즐겁게 해줄지 가면의 사내는 진심으로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차전이 펼쳐진다.

레이븐의 등 뒤로 반투명하게 생겨난 어릿광대의 형상.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조소하던 광대가 손에서 여러 카드의 패를 만들어냈다.

그중 한 장이 뒤집히며 앞면을 드러내자 세상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XVII. <The Star>

허공에 눈부신 별이 떠오르더니 상대의 상처투성이 몸이 서서히 회복되어갔다.

가만히 놔둬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재빨리 눈치챈 그는 곧바로 짐승의 팔을 불러내 별을 부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또 다른 카드 한 장이 발동되는 것이 빨랐다.

XII. <The Hanged Man>

그러자 마치 물구나무를 서듯 천장에 발을 붙이고 서 있는 피에로가 등장했다.

   그 기묘한 광경에 눈을 찌푸렸지만 막상 피에로는 아무 공격도 하지 않고 기분 나쁜 미소만 실실 흘리고 있었기에 무시한 다음 별을 파괴하는 데 집중하려 했다.

그러나 짐승의 팔은 주인의 명령을 무시하고 목표를 바꿔 피에로를 노리려 했다.

   실체가 없는 환상인 건지 주먹을 쥐어 으스러뜨리려 해도 피에로의 몸은 통과될 뿐 전혀 붙잡히지 않았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상대는 계속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무시하는 짐승의 돌발 행동에 그는 소환을 그만두고 다른 공격을 시도해보았다.

어둠의 창 그림자 가시 암흑 사슬 등등.

   어떤 마법을 시도해도 공격은 별을 향해 날아가다 궤적을 바꿔 피에로를 노릴 뿐이었다.

원거리 공격을 유도하는 허수아비 같은 존재인가?

그렇다면 직접 부수는 수밖에.

가면의 사내는 오른팔에 어둠의 기운을 잔뜩 두른 채 허공으로 도약해 별에 정권을 꽂아 넣었다.

자체 내구도는 그리 튼튼하지 않은지 곧바로 산산이 조각나 바닥으로 추락하는 별.

하지만 상대는 이미 충분히 체력을 회복한 듯했다.

무엇보다 저 피에로의 존재가 너무나 까다로웠다.

   녀석이 천장에 매달려 실실 웃고 있는 이상 원거리 공격은 전부 봉인된 셈이나 다름없다는 뜻인가.

심지어 실체가 없는 환상 같은 존재인 듯하니 방금 별처럼 직접 때려 부수는 것도 불가능하리라.

상대의 마법은 대단히 까다롭다.

   단순하게 전투력이 강한 게 아니라 예상하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유틸성으로 자신을 농락하고 있다는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공략법은 결국 아까와 똑같다. 토끼에 신경 쓰지 말고 상대를 직접 노렸던 것처럼 카드의 발동 효과에 시선을 뺏기지 않고 괴도만 노리면 된다.

레이븐은 아까부터 굉장히 침착했다. 체력이 다 회복된 이후로도 섣불리 몸을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카드만을 발동시켜 상대를 압박해나가고 있었다.

그는 지금의 생사를 건 싸움을 테이블 위에서 펼치는 카드 게임처럼 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승기는 여전히 자신이 거머쥐고 있다.

아무리 체력을 회복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동료들과 싸우면서 누적된 정신적 데미지는 고스란히 쌓여있을 것이다. 괴도는 지금 매우 지쳐있는 상태겠지.

거기에다 조커가 든 손의 패도 이제 겨우 2장밖에 남지 않았다.

   까다롭긴 해도 파훼하지 못할 만큼 무적의 능력인 건 아니다. 저 2장만 무사히 넘긴다면 상대는 더 이상의 반항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아 그대로 쓰러질 거란 확신이 들었다.

굳이 2장까지 갈 것도 없이 이번 한 번으로 단번에 끝내주지.

가면의 사내는 남아있던 마력을 끌어모아 발산하기 시작했다.

   몸 주변으로 피어오르는 칠흑처럼 어두운 마력이 넘실대며 열차 내부를 가득 채워나갔다.

그리고 그의 신체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변화해나갔다.

우득 우드득-!

뼈와 관절이 뒤틀리고 근육과 살점이 덧씌워지며 인간이 아닌 괴물의 형상으로 변하였다.

이 모습으로 변한 순간부터 원거리 공격이 막혔다는 사실은 그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순수 완력과 기동력만으로 이미 디트리히를 뛰어넘는 최강의 생명체.

   이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지옥의 화신 짧은 순간이나마 현재 자신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초월자급에 다다른 상태였다.

“크르르···.”

머릿속이 새빨개지며 정신이 광란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눈앞의 모든 걸 찢어 죽이라는 야수의 본능에 몸을 내맡기자 그는 한 차례 포효를 내지르고선 네 발로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그 속도는 눈으로 볼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나게 빨랐다.

하지만 괴도의 카드는 이미 발동되어 있었다.

   그것도 최강의 카드가.

XXI. <The World>

그와 동시에 세상의 빛이 꺼져가더니 곧 회색빛으로 물들어버렸다.

‘이건 뭐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그는 속으로 경악을 삼켰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처음엔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속박인가 싶었지만 곧 이 마법의 진의를 깨닫게 되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 전체가 멈춰있었다.

   뒤에서 걱정스러운 눈길로 전투를 지켜보던 여인도 천장에 매달려 세상을 조소하던 피에로도 심지어 바다 철로를 달리던 열차조차도.

눈앞의 상대 괴도 역시 정자세로 굳어 멈춰있는 상태였다.

시간의 정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만 그는 어째서인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것 같다는 감상을 느꼈다.

모든 색채가 사라지고 오로지 회색빛만이 남은 세상은 죽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그래. 이 순간 세상은 생명을 잃어버렸다.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땐 그럴 리 없다는 걸 잘 안다. 고작 한 명의 마법으로 세상이 멸망한다니.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다.

애초에 자신은 어떻게 지금 계속 이렇게 속으로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거지?

대체 이 마법은 뭐란 말인가···.

그때 자신을 직시하는 오싹한 시선에 그는 마음속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멈춰있는 세상 속에서 단 하나. 괴도의 뒤에 나타나 있던 조커만큼은 색채를 잃지 않은 채 멀쩡히 살아 움직였다.

녀석은 자신을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손에 들린 카드 한 장을 일부러 흔들어댔다.

그 순간 직감했다. 이번 전투는 이미 승부가 결정 났다는 걸.

마지막 카드 한 장이 뒤집히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0. <The Fool>

멍청이. 그건 마치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듯했다.

회색빛의 세상에서 천천히 누군가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괴도는 조커가 건네준 광대 카드를 집어 들고서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가면의 사내는 끝을 직감하고선 눈을 감았다.

 

   ***

 

   “레이븐!!”

엘디나는 전투가 끝났음을 깨닫자마자 곧바로 그에게 달려갔다.

위태롭게 서 있다가 결국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지던 레이븐을 부드럽게 감싸 안은 엘디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 단지 전투의 여파로 인해서인지 체내 마력이 완전히 고갈 나버린 상태였다.

···마지막 순간에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는 그녀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레이븐이 조커를 소환해낸 시점부터 신묘한 마법을 이용해 적을 압박했다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최후에 상대가 괴물로 변해 달려든 순간 그 뒤부터는 신인 엘디나조차 완벽히 볼 수 없었던 기묘한 상황으로 흘러간 것 같다는 그런 애매한 짐작만이 전부였다.

그녀는 레이븐을 열차 좌석을 붙여 눕혀주고는 상대방의 모습을 확인했다.

숨은 붙어있는 것 같지만 한동안 일어날 느낌은 절대 아니었다.

   만약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아마 앞으로는 마력을 쓸 수 없지 않을까 싶을 만큼 처참한 상태였다.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목숨을 끊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기에 엘디나는 그 이상 적에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도 레이븐이 협회에 도착할 때까지 깨어날 수 있을까?

   만약 깨어나더라도 지금의 몸 상태로 보아선 더 이상의 싸움은 절대 무리였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을 떠올리면 아직 드라칸에는 한 명의 인원이 남아있었다.

   그것도 가장 강하고 위험한 존재라던 리더가 말이다.

대체 왜 드라칸이 자신들을 노리는 건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몇 번을 물어봐도 리더의 명령이란 대답밖에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결국 이유는 마지막까지 알아내지 못했지만 지금으로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어찌 됐든 무사히 협회에 도착하기만 하면 전부 끝날 일이다.

그리고 마침내.

   열차의 창밖으로 찬란한 오로라와 함께 협회의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끝이 머지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더 워르드인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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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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