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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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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09

“···시험하겠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상대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 당연히 자신들을 적대하리라 예상했건만 막상 운명의 여신은 기묘한 얘기를 꺼냈다.

레이븐이 과연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열어나갈 자격이 있는지 운명의 여신으로서 시험해보겠다.

방금 그녀가 한 말을 속으로 다시 한번 곱씹어보았지만 여전히 그 진의를 깨닫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엘디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공주는 친절하게 또 한 번 답해주었다. 이번에는 훨씬 더 자세하게.

“이 싸움에서 다른 신들은 관여할 수 없다. 강하냐 약하냐의 문제가 아니지. 자격의 문제니까. 아무리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결국 신들조차 수레바퀴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 존재. 운명을 부수는 불확정성의 변수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해.”

레이븐을 신벌로 죽인다고 해서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결국 불확정성의 변수는 다른 인간에게 이어져 언젠가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신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그 인간이 누구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사태로 불확정성이 운명을 부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신들은 어떻게서든 변수 자체를 없애고 싶어 한다.

   그러나 레이븐을 죽여봤자 달라지는 건 전혀 없기에 신들은 싸움에 관여하기를 사실상 포기하고 말았다.

물론 지금 당장 무리해서라도 그를 죽인다면 다소의 시간 유예가 생기긴 하겠지만 어차피 영원을 살아가는 신들에게 그런 찰나의 미룸 따위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운명의 여신이 직접 움직였다. 유일하게 운명에 간섭할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즉 불확정성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는 단일한 존재.

하지만 그녀는 아까 직접 말했듯 불확정성을 무조건 없애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야말로 고여있는 운명이란 호수를 맑고 깨끗하게 정화해줄 변화의 흐름이라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그냥 우리를 방해하지 말고 놔두면 되잖아.”

   “그럴 수야 없지. 운명의 여신인 이 몸이 그냥 동조해버리면 정해진 운명대로 흘러갔다는 뜻이 되어버리니까. 진정으로 운명을 부수고 싶다면 내 의지를 거슬러 직접 나아가야만 해.”

참 쓸데없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운명이란 거대한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엘디나조차 불가능했다. 지금 상황에선 마음에 들진 않지만 상대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는 듯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

   “간단해. 난 운명을 정하고 그쪽에서 운명을 깨부순다. 깨부순다면 그쪽의 승리 아니라면 나의 승리.”

마치 간단한 소꿉놀이라도 하자는 듯 너무나도 가벼운 상대의 태도가 몹시나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엘디나는 작게 인상을 찡그리며 살짝 뒤돌아 레이븐의 상태를 살폈다.

가면의 사내와 싸우면서 누적된 데미지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깨어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도 미지수.

   본래의 계획대로라면 여기까지 오기만 하면 신성력을 되찾아 자신이 전부 해결할 수 있으니 레이븐은 푹 쉬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의 싸움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건 엘디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운명의 여신이 제안한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존재는 불확정성의 힘을 가진 레이븐밖에 없으니까.

샤론 일행이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버텨야 하나?

   아니 애초에 샤론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게 확실한 건가?

어쩌면 자신들보다 한참 앞서 도착해 여기서 기다리던 도중 눈앞의 상대에게 ‘제거’당한 건 아닐까?

하지만 샤론 일행엔 오퍼레이터와 기관장 무려 두 명의 초월자가 함께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신이라 해도 땅에 내려와 있는 이상 신성력을 사용하는 데엔 제한이 있을 텐데.

신을 상대로 이기는 건 불가능해도 시간을 버티는 것쯤이야 가능하리라. 하다못해 주변에는 그 어떤 전투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단시간만에 압도적으로 초월자 둘을 쓰러트렸다니 믿을 수 없다.

운명의 여신은 세상의 법칙마저 무시할 수 있는 건가?

   레이븐과 마찬가지로 불확정성의 능력을 지닌 건가?

“···이곳의 원래 주인은 어떻게 한 거지?”

게다가 협회 내부를 돌아다니던 골렘들도 어느 하나 보이지 않는다.

   뒤늦게 주변이 얼마나 고요한 적막으로 가득한지 깨달은 엘디나가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그들은 잠시 비켜줬을 뿐이야. 이 시험의 무대를 위해서.”

   “······.”

참 짜증 나는 말투였다. 신들 대부분이 저런 식으로 얘기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듣는 입장에선 열이 뻗칠 수밖에 없는 말투다. 자신도 예전엔 저랬을 거라 깨달으니 자괴감이 몰려들 정도였다.

뭐가 됐든 단순히 시간을 버틴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상대는 전투를 바라지 않는다.

   ‘시험’이라는 뭔지 모를 수상쩍은 방법으로 결판을 내고 싶어 한다.

과연 시험이 어떤 건진 알 수 없으나 현재 레이븐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전투보다 훨씬 나은 선택지임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엘디나는 망설임 끝에 대답했다.

“레이븐이 받아들인다면···. 나도 반대하지 않겠어.”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닌가? 애초에 이 시험은 오로지 나와 그만의 무대. 그대는 조용히 관람석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

   “······.”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나 저 여자가 자신의 뒤에 있는 레이븐을 흥미 가득한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쳐다보는 게 몹시나 불쾌했다.

생각해보면 공주로서 그녀와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계속 미묘한 꺼림칙함을 느꼈었지.

   그 이유를 오늘에서야 완벽히 깨닫게 되었지만 의문이 풀렸다는 상쾌함은커녕 언짢음만 더 강해질 뿐이었다.

“대신 레이븐이 깨어날 때까지는 그냥 기다려줘.”

   “아아. 그건 상관없다. 어차피 이제 깨어날 테니까.”

마치 그 말이 알람이라도 되듯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이븐이 작게 신음을 흘리며 잠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과연 미래를 예지하는 운명의 여신.

   머리로는 냉정하게 이해하면서도 마치 상대가 자신보다 연인에 대해 더 잘 아는 듯한 구도에 엘디나는 남몰래 이를 갈았다.

“여긴···?”

레이븐은 자신의 마지막 기억과 비교해 장소가 갑자기 바뀌자 살짝 당황한 것 같았다.

그에게 엘디나가 지금까지의 과정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운명을 건 시험이라···.”

모든 얘기를 듣고 나지막이 중얼거린 괴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상대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롭게 싱긋 웃어 보이는 빅토리아 공주.

과연 그녀의 아름다움은 인간을 초월한 여신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위대한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 그렇다 해도 레이븐에겐 이미 비슷한 수준의 여신들 덕분에 충분히 익숙해진 상태였지만.

“그때 이 몸이 준 검은 잘 챙겼는가?”

   “아 그 검 말인가요.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어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까마득한 과거를 회상하며 레이븐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브리타니아 왕실의 가장 위대한 보물 엑스칼리버.

   지금은 아마 호수의 정령인 비비안이 잘 챙겨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으리라.

자신이 괴도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런 중요한 보검을 선뜻 건네준 공주의 태도에 의아함을 품었었지. 설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저한테 접근하신 것도 처음부터 의도하신 거였군요.”

   “딱히 부정하지는 않겠다. 운명의 여신으로서 불확정성의 능력을 지닌 그대에게 관심이 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공주는 여태껏 단 한 번도 그를 적대하지 않았었다.

   아니 오히려 이상할 만큼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협력해주었다.

   심지어 자신이 왕가의 보물을 훔치고 그녀를 인질로 삼으려 했던 괴도임을 알면서도.

만약 공주가 먼저 말해주지 않았다면 레이븐은 ‘신의 사도’라는 개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훨씬 헤맸을지도 모른다. 엑스칼리버를 순순히 넘겨주지 않았다면 비비안의 협력도 받지 못했었겠지.

지금에 이르러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왜 저를 도와주신 거죠?”

운명과 불확정성은 절대 양립할 수 없는 대립적 개념.

   그렇기에 운명의 여신인 그녀가 어째서 자신을 없앨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빅토리아의 대답은 몹시나 간단했다.

“궁금했으니까.”

   “궁금했다고요···?”

   “그래. 이 몸이 보았던 운명이 과연 그대의 손에 깨질 수 있을지 없을지. 신조차도 그 무게에 짓눌릴 수밖에 없는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깨부술 수 있을지.”

그것은 영원을 살아가며 또한 앞으로의 영원조차 전부 알고 있는 절대자로서 품게 되는 하나의 작은 소망. 무한한 굴레에 얽매어 지쳐버린 한 인격의 순수한 바람.

“당신이 본 미래는 무엇이죠?”

   “얘기했던 대로야. 그대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끔찍한 최후를 맞으며 이 이야기는 끝나게 돼.”

그건 신으로서는 기뻐해야 마땅한 일.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변수를 안전하게 제거하고 세상은 안정을 되찾아간다.

하지만 그건 동시에 너무나도 따분하고 시시한 엔딩.

   내심 마음 한구석에선 누구도 예견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 벌어지길 바라는 그녀로선 괴도의 행적을 주의 깊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어? 거대한 운명의 힘에 부딪혀 보겠니?”

그녀의 물음에 레이븐은 별다른 고민도 없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처음부터 항상 부딪혀 왔어.”

   “멋진 자세야. 반해버릴 정도로.”

쿡쿡 웃음을 터뜨린 운명의 여신은 마침내 자신의 힘을 발현해 괴도를 최후의 시험 무대로 초대했다.

“···여긴.”

그곳은 익숙한 공간.

   자신이 아카데미 학생일 적 매일 등교하던 반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한 거에용..!!

어제 오려고 했는데 롤드컵을 보다가 글을 쓸 시간을 놓쳐버린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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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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