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12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312

“···샤론?”

예상치 못한 인물이 나를 가로막자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아이들이랑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내려간 게 아니었나?

   그보다 할 얘기가 있다는 게 무슨 뜻일까?

순간적으로 고민했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쳐버리는 건 어떨까 하고.

어차피 내일 자정이 되면 떠날 세계. 괜히 이 세상의 샤론에게 정을 줘봤자 아무 의미도 없을 텐데.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건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머릿속으론 이게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눈앞의 샤론을 매정하게 외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야? 얼른 점심 먹으러 가고 싶은데.”

최대한 시치미를 떼면서 이 불편한 상황을 피해 보려 했다.

그런 내 노력이 무색하게도 샤론은 절대 길을 터주지 않겠다는 듯 복도를 가로막고서는 날카로운 눈동자로 나를 빤히 응시했다.

“솔직하게 말해줘.”

   “···뭐를?”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거 알아.”

다짜고짜 훅 치고 들어오는 묵직한 한 방.

진정해. 저건 그냥 떠보는 말에 불과해. 그야 샤론한테 뭔가를 들킬 만한 특이한 언행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그녀와 단둘이서 제대로 얘기를 나누는 건 지금이 처음이다.

알아차렸을 리가 없다. 그녀는 평소에도 눈치가 예리한 편이었으니까 내 모습에서 미약한 위화감을 느끼고 그냥 슬쩍 한번 떠보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숨기고 있다니. 그런 거 없거든?”

동요를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대답해봤지만.

“그럼 어제 얘기했던 그 말은 무슨 뜻인데?”

이어진 샤론의 한마디에 간신히 유지하던 내 평정심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어제라니···. 네 입에서 어제라는 단어가 왜 나오는 건데?

이 세상에 ‘어제의 나’는 없다.

   그야 내게 있어 어제는 아일랜드로 가서 엘디나를 일으킨 기억밖에 없으니까.

그 사건은 반대편 세계에서 겪은 일이다. 내가 여기로 넘어온 건 운명의 여신이 내건 시험을 받아들인 불과 몇 시간 전부터였다.

그럼 당연히 이 세상도 몇 시간 전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즉 이 이상적인 꿈의 세계에선 ‘어제’란 존재하지 않았어야 한다.

···정말로 그럴까?

샤론의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여신이 말하길 양쪽 세상은 모두 다 실존하는 진실한 세계이다.

그렇다는 건 이 세상은 운명의 여신이 나를 시험하기 위해 직접 만든 무대가 아니라 원래부터 독자적인 역사를 쌓아가고 있던 별개의 현실이란 뜻이다.

즉 억지스러울 만큼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은 지금의 아카데미 또한 누군가가 개입해서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이루어진 완벽한 세계선.

그리고 이 세상에는 ‘나’도 있었다.

불과 어제까지 모두와 함께 아카데미를 다니며 행복한 일상을 보냈던 반대편 세상에서 태어나 자란 또 다른 내가 존재했던 거다.

그럼 지금은?

“······.”

사라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반대편 세상에서 살던 내 기억과 인격으로 덮어씌워져 버렸다.

그 사실을 깨닫자 갑작스레 현기증이 몰려왔다.

무서운 상상이 들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 원래대로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 거지?

모든 게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건가? 만약 그게 아니라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가능성.

   내가 여기를 떠나버리는 순간 남겨진 세상은 어떻게 되는가.

덮어씌워 버린 이 육신의 원래 주인은 멀쩡히 되살아나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가.

   아니면 그대로 빈껍데기만 남아 사실상 죽음과 다름없는 상태를 맞이해버리는가.

남겨진 그녀들은 내가 없어진 세상에서도 그대로 하루하루가 이어져 삶을 이어나가게 되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이후의 세상을 과연 꿈처럼 완벽한 세계라고 부를 수 있는가.

나는 여태껏 반대편 세상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 생각했었다.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곳에 남겨진 소중한 사람들은 내가 없는 미래를 살아가야만 하니까.

하지만 이 세상 또한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자각했다.

완벽해 보이는 세계였지만 여기서 내가 돌연 죽어버린다고 해도 남겨진 그녀들이 과연 행복하게 살아갈까?

아니. 그럴 리 없다.

   결국 기적처럼 이루어진 이 세상에서의 행복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겠지.

“봐. 역시 이상하잖아. 아까부터 말없이 표정만 찌푸리고.”

너무나 잔혹한 현실을 깨닫고 괴로워하고 있을 때 샤론이 내 앞으로 가까이 다가와서는 뺨을 붙잡고서 시선을 맞춰왔다.

“나는···.”

뒷말이 이어 나오질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기에 입만 계속 벙긋거렸다.

내일 자정이 되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아니면 이 세상 자체가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고?

어느 쪽이든 끔찍한 결말이다.

   차라리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면 이렇게 괴로워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내 결론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역시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랬다간 이 세상이 무너질지도 몰라.

   내가 원래 있던 현실과 달리 이곳은 처음부터 모든 게 다 완벽했다. 그 완벽했던 세상을 내 손으로 직접 부숴야만 한다.

외면해. 무시해.

   어차피 알지 못했다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거나 마찬가지잖아.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잖아. 당연히 내게 있어 진짜 현실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이곳은 그냥 잠깐 스쳐 지나가는 꿈에 불과해.

   꿈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하든 결국 꿈이란 언젠가 깨어나고 마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잠에서 일어나면 꿈은 사라진다. 현실을 자각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꿈의 내용마저 흐릿해져 나중엔 완전히 잊어버리고 만다.

마찬가지이다. 이 세계가 ‘객관적인 현실’이라 해도 내게 있어선 찰나의 꿈일 뿐이다.

결국 사라질 거다.

   결국 잊혀질 거다.

“크로. 혼자서 힘들어하지 마. 우리를 의지해줘.”

샤론이 살짝 뒤꿈치를 들고 내 이마에 부드럽게 이마를 맞대었다.

그 따스한 온기를 가짜라고 외면할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울컥 터져 나올 뻔한 감정에 이를 악물고 뒷걸음질 쳤다.

이곳이 실제임을 증명하는 온기. 꿈이나 환상 따위가 아니라고 말하듯 샤론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내 마음을 읽고 상냥하게 보듬어주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뒤돌아 전력으로 도망쳐야 한다. 아카데미를 빠져나와 집에 틀어박혀 자정이 지날 때까지 시간을 버텨야 한다.

이 세계에 더 이상 물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잠깐 혼자 있게 해줘···.”

무너지려던 다리에 간신히 힘을 주고 버티면서 나는 샤론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모두 걱정하고 있어. 그 사실만큼은 잊지 말아줘.”

지금의 내겐 그 무엇보다 가장 무자비한 송곳 같은 한마디였다.

   그 말에 담겨있는 따스함이 내 가슴을 불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샤론은 천천히 복도를 떠나 사라졌다.

혼자 남게 되고서도 몇 분이 지나서야 겨우 거친 숨을 토해내며 힘겹게 자리를 이동해 반으로 되돌아갔다.

모두 급식실로 내려가 아무도 없는 텅텅 빈 교실.

   그마저도 잠시 뒤엔 점심을 다 먹고 그녀들이 돌아오겠지.

이 상태로 마주치는 건 위험하다.

샤론 한 명만으로도 이 정도였는데 다른 사람들과도 얘기를 나누고 더 가까워지게 된다면···.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꾀병을 부려서라도 아카데미를 조퇴하기로 결심하고 교무실로 향했다.

꼴사납게 도망치고 있음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가장 완벽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이 갈림길에서 나는 반드시 무언가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은 곧 다른 하나를 포기한다는 뜻.

   이 세계를 긍정하는 순간 나는 여기를 포기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게 너무나도 무서워서 그냥 눈을 감고 외면해버리는 편이 최선이란 한심한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다행히 선생님은 별다른 의심 없이 내 꾀병을 믿어주었다.

다들 즐겁게 떠드는 점심시간 가운데 나 혼자 쓸쓸하게 가방을 챙기고 교문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녀들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 최대한 빠르게 이동했다.

   만약 도중에 한 명이라도 맞닥뜨렸다면 내 위태로운 결단은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그런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고 무사히 교문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비로소 조금이나마 여유를 되찾고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땡땡이치기에 가장 이상적인 화창한 날씨였다.

아직도 마음 한편에선 고민이 이어지고 있었다.

내가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통째로 사라져버릴까? 아니면 내가 없는 채로 세상이 이어질까?

둘 중 어느 쪽이든 해피엔딩이라고 부르긴 힘들겠지.

이런 잔혹한 선택지를 내준 운명의 여신을 원망하고 싶었다.

대체 이게 운명을 거스르는 힘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건데.

   어느 쪽이든 비참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잖아.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코앞에서 스쳐 지나가는 한 여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눈을 부릅떴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붙잡으며 소리쳤다.

“운명의 여신!!”

그러자 빅토리아 공주가 움찔 놀라더니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날씨가 추우니까 붕어빵이 먹고 싶은 거에용..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