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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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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3

“날 되돌려줘!!”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마음속에서 흘러넘치던 한마디가 입을 타고 밖으로 터져 나왔다.

더는 1분도 이곳에 있을 수 없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오래 지냈다간 정말로 나 자신이 무엇을 선택할지 모르겠다.

“···저 저기.”

그녀는 잠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더니 두 손을 들어 올려 진정하라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진정될 리가 없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태연히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꼴을 목격해버리니 열불이 치밀어오르는 느낌이었다.

“날 이런 세상에 던져 놓고 혼자서 유유자적 돌아다니고 있었던 거야!?”

   “일단 진정하세요···!”

빅토리아의 어깨를 붙들고 거칠게 흔들자 그녀는 겁먹은 것처럼 눈을 질끈 감고 움츠러들었다.

그 반응을 보고서야 뒤늦게 위화감을 깨닫고 손을 떼어냈다.

현대식의 복장과 헤어스타일.

   외모는 똑같지만 그녀에게선 특유의 여유 넘치는 눈빛이 깃들어있지 않았다.

살짝씩 떨리고 있는 몸과 힐끗거리며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평범하고 가녀린 일반 여성처럼 보일 뿐이었다.

설마···. 그녀도 이 세상에서 태어나 자라온 주민이라는 건가?

아니 하지만 그럴 리 없다.

협회 안에서 듣기론 운명의 여신은 오래전부터 땅에 내려와 인간으로 위장한 채 삶을 살아왔다고 직접 밝혔었다.

즉 빅토리아 공주는 신의 사도가 아니라 신 그 자체.

   그녀와 동일한 인격이 존재할 리가···.

그렇게 생각하기엔 마찬가지의 케이스인 엘디나와 이터나가 평범한 학생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있는 걸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즉 눈앞의 상대는 겉모습만 똑같을 뿐인 이 세상의 빅토리아.

   나를 이곳으로 보낸 운명의 여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란 건가···?

납득하긴 힘들었지만 지금으로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게 아니라면 운명의 여신이 굳이 내 앞에 모습을 나타내 이런 연기를 할 이유가 딱히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는 사람인 줄 알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힘없이 발걸음을 돌리고 터덜터덜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그녀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러세웠다.

“저기···. 잠깐만요!”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혹시 내가 어깨를 붙잡은 걸 가지고 성희롱 신고라도 하려는 걸까?

   그래봤자 딱히 상관은 없다. 어차피 내일 자정이 되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될 테니까.

뭐가 됐든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모처럼 되돌아온 현대 시대의 세상이니만큼 하루쯤 문명의 이기를 잔뜩 즐기다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물론 거기에 너무 심취해버리면 미련이 남을지도 모르니 적당히 즐겨야겠지만.

그런 시답잖은 생각에 빠져있으려니 빅토리아가 머뭇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뭔가 고민이 있어 보이는데 괜찮으시다면 제게 얘기해주시지 않겠어요?”

순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멍하니 멈춰 서선 그녀의 말을 속으로 곱씹었다.

뒤늦게 의미를 깨달았을 땐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현대나 근대 어느 시대의 상식을 비추어 생각해봐도 이런 반응은 일반적이라 부르기 힘들다.

오히려 방금 내가 생각한 것처럼 치한으로 여기면서 신고하면 모를까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고민이 있어 보인다며 흔쾌히 상담역을 자처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아 실은 저 심리학과를 전공하는 카운슬러 지망생이거든요.”

그리 말하면서 그녀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 속에서 두꺼운 전공 서적 하나를 슬쩍 꺼내 보였다.

이세계에선 세계 최강국의 공주였던 그녀가 여기서는 심리학과 대학생이라니.

   차라리 초대기업 후계자인 재벌 3세라는 설정이 훨씬 더 그럴듯했을 텐데.

“방금 들은 얘기에 흥미가 생겨서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들어드릴 테니 말씀해주시지 않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듣자마자 다른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될 만큼 부자연스럽고 궁핍한 변명이었다.

카운슬러 지망생이라고 해서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한테 이렇게 선뜻 대화를 제안한다고?

심지어 내가 두서없이 막 내뱉은 말들은 빈말로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황당무계한 내용으로 가득했었다.

보통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며 자리를 도망쳐야 당연한 상황이었다.

···뭐 그렇게 따지자면 빅토리아 공주는 원래 세상에서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긴 했다.

공주로 위장하던 시절에도 나한테 계속 묘한 관심을 나타냈으며 여신임을 밝힌 이후에도 이런 이상한 시험을 내게 던져준 것만 봐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것 같진 않았다.

다른 세상이라곤 해도 결국 같은 인격을 지닌 존재.

   시대나 배경 등이 바뀌었다고 해도 성격이나 가치관 등은 어느 정도 비슷하게 유지된다는 것쯤은 다른 사람들을 통해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 세계의 빅토리아가 별난 사람이라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게 전부일까?

   혹시 정체를 숨긴 채 내 본심을 떠보려는 운명의 여신인 건 아닐까?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둘 중 뭐가 정답이든 간에 나로선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이 세상은 내일이면 작별이다. 그러니 어떤 헛소리를 늘어놓아도 전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다.

그녀가 심리학과 학생이든 정체를 숨긴 여신이든 상관없다.

   차라리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좋아요. 얘기해드릴게요.”

   “잘 선택하셨어요. 그럼 근처 카페로 갈까요? 커피는 제가 사드릴게요!”

싱긋 웃으면서 좋아하는 티를 숨기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살짝 울화가 치밀어올랐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빅토리아를 따라 카페로 이동했다.

다른 사람들이 엿듣지 못할 만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 우리는 본격적인 상담을 시작했다.

사실 상담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넋두리에 불과했다.

   누가 엿들었다면 판타지 소설 내용에 관해 설명해주는 거라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하고자 했던 얘기는 장황하면서도 내용 자체는 별거 없었다.

어떤 이유로인가 원래 살던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넘어왔다.

   다시 돌아갈 기회가 있지만 막상 이 세상은 내가 원하던 가장 완벽하며 이상적인 상태였다.

돌아간다면 이 세상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여기에 머무르자니 원래 세상에 남겨져 있을 소중한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다.

“꽤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확실히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고민할 거 같아요.”

빅토리아는 내 설명을 진지하게 경청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상을 말했다.

“일단 확인차 묻는 건데 건너왔다는 이 세상은 꿈이나 환상이 아니라 실제 세상인 거죠?”

   “여신의 말대로라면요. ···사실 저도 여기가 꿈이라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아요.”

내 대답을 들은 그녀가 쿡쿡 웃으면서 농담을 던지듯 가볍게 말했다.

“그럼 다행이네요. 저도 제가 다른 누군가의 꿈속 등장인물에 불과하다는 결말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꿈속 등장인물이라···.

나는 모두를 그렇게 바라보려 했다.

   이 세상이 현실임을 깨달은 이후에도 억지로 그러려고 했다.

당연하게도 남들이 이런 내 속마음을 알아차린다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겠지.

   그녀들은 매우 슬퍼할 것이다. 나 같아도 그녀들 중 누군가가 나를 단지 꿈속 등장인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면 당연히 슬퍼할 테니까.

“이런 말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분명히 살아 숨 쉬고 생각하는 인간이에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도 온전히 남아있죠. 즉 이 세상은 꿈이나 환상 따위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적어도 저는 그렇게 확신해요.”

나는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딱히 중요하지 않겠죠. 정말로 중요한 건 본인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는지이니까요.”

그 말 자체는 딱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 혼자만 생각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사고방식이지 않나?

“내가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반대편 세상은···.”

   “제 말은 그걸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당신에게 있어 세상은 단 하나뿐이니까요. 양쪽 세계를 오가면서 동시에 살아갈 게 아니라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해요. 그다음부턴 두 번 다시 반대편 세상으로 건너갈 수 없죠.”

빅토리아는 너무나 간단한 문제라는 듯이 커피를 홀짝이며 얘기를 이어갔다.

“즉 당신이 선택한 순간 당신이 살아가는 삶에서 반대편 세상은 없어지는 거예요. 없어져서 찾을 수도 없는 것에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남아있는 걸 소중히 여기는 것만으로 벅찰 테니까요.”

“···그렇게 속 편히 생각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생각해야 해요. 당신은 양쪽 세상이 모두 현실이라고 확신하고 있겠지만 사실 당신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순간 반대편은 한순간의 꿈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리죠. 이미 깨버린 꿈에 미련을 가지고 집착하느라 앞으로 살아가야 할 현실마저 내팽개치는 건 멍청한 짓이에요.”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만약 내가 이 세상을 선택한다면 어떻게 되는 건데?”

“그거야 신을 제외하곤 아무도 모르죠. 그리고 당신은 신이 아니에요. 한쪽 세상을 고른 순간 반대편 세상에 대해선 고민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운명의 여신은 다시 한번 고했다.

“정답은 없어요. 오직 선택만이 있을 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욤욤잉님 100코인 후원 넘무 감사드립니당~~!!!

그렇지만 무리해서 후원해주실 필요는 없어용..!!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용~!!

그리고 내일 수능이신 독짜님들이 있다면 모두 힘내세용!

수험생이 수능 전날에 웹소설을 보고 있지는 않겠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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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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