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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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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4

“다음에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카페 앞에서 헤어지며 빅토리아가 건넨 작별 인사는 어쩐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우리가 다음번에 또 만난다면 그건 내가 이 세계에 남기로 ‘선택’했다는 뜻일 테니까.

나는 혼자서 멍하니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주소는 지갑 안에 들어있는 주민등록증을 통해 확인했지만 신기하게도 딱히 헤매지도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마치 내 몸이 이 세계에서 살아왔던 18년의 세월을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반대편 세상에서 살아왔던 기억이야말로 내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며 사실 나는 이 세계선에서 쭉 존재했던 건 아닐까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 같기도 했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정답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야 평범한 인간은 동시에 존재하는 두 세계를 오갈 방법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사람은 하나의 세계선에서 평생을 살다 죽는다.

   동시에 존재하는 평행 세계 따위 머릿속으론 한 번쯤 그려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제로 다른 세계에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이 세상으로 넘어와 이런 고민에 잠겨있는 것도 결국 운명의 여신이 제안한 시험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불과하다.

따라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조차 할 필요가 없다.

심리학을 전공한 빅토리아가 말했듯 반대편 세상이란 건 어차피 존재하지 않는 거나 다름없다.

   죽을 때까지 절대 관측할 수도 없는 존재를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으니까.

다음 날 자정 내가 한쪽 세상을 고름과 동시에 반대편 세계선은 증발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련을 가질 이유도 없게 된다.

   양쪽 세계를 동시에 살아갈 게 아니라면 결국 어느 한쪽은 포기해야만 한다.

“······.”

집으로 돌아왔다. 기억에 없어야 분명한 낯선 집안이 어째선지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선택의 순간인 내일 자정까지 기다리려면 아직도 시간이 한참 남았다.

   24시간하고도 10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아직 이 세상에 떨어진 지 겨우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구나.

고작 6시간 만에 나는 정신이 너덜너덜해져 이 이상 1분이라도 더 고민하는 것조차 끔찍하게 다가올 정도로 내몰리고 말았다.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

무슨 우회로가 있지 않을까?

양쪽 세상의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해질 최고의 방법은 없을까?

그런 생각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걸 지금에 이르러선 절실히 이해하고 있다.

두 세상이 동시에 행복해진다고 해봤자 내게는 딱히 의미가 없다.

   어차피 한쪽 세상밖에 관측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선택을 내리는 순간 반대편 세상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거다.

이 시점에서 내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단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느 세계선이 ‘나’에게 더 행복할 것인가?

어차피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면 나 자신에 한정해서 생각해야 한다.

언뜻 떠올리기엔 고민할 가치조차 없는 주제처럼 느껴졌다.

당연히 이 세상이다. 이곳은 반대편 세상보다 객관적으로 모두가 훨씬 행복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신이나 마법 같은 판타지적 요소도 존재하지 않기에 누군가 목숨을 잃을 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훨씬 희박하다.

거슬리는 요소라곤 단 한 가지뿐.

   이곳에서 살아온 기억이 없어서 낯설게 다가온다는 사실 뿐이다.

그 점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곳은 단점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완벽한 이상향이나 다름없었다.

그와 비교했을 때 원래 세상의 장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요소는 역시나 여태껏 내가 살아왔던 친숙한 세계라는 것.

   설령 이곳보다 더 절망적인 환경이며 위험이 가득하다곤 해도 그곳을 쉽게 버린다는 건 상상하기도 힘들 만큼 소중한 것들이 잔뜩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 함께 아카데미에 다니며 행복하게 지내는 엘디나 이터나 하양이도 물론 좋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원래 세계에서 추억을 공유하고 함께 지내 온 원래의 그녀들 역시 무엇과 바꿀 수 없을 만큼 좋아하고 있다.

나는 저울추에 두 세계를 놓고 비교해야만 한다.

   더 무거운 쪽으로 내 마음이 기우는 세계를 선택해야 한다.

과연 내일 자정이 됐을 때 난 어느 쪽을 고르게 될까.

 

   ***

 

   다음 날은 아카데미로 등교했다.

더는 이 세계를 외면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젯밤 고민한 결과 어느 쪽이든 가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건 변함없다.

하지만 그 선택의 기준은 어느 세계가 더 소중 하느냐로 갈려야 한다.

   어느 세계를 가짜 취급하며 억지로 외면하는 건 저울추에 두 세계를 똑바로 걸지 않는 부정행위나 다름없다.

이제야 운명의 여신이 한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쪽을 골라도 그 선택은 절대 오답이 아니다.

그러니까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의 선택을 내려야만 한다.

운명에 굴복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지 않는 것과 같다.

   정해진 운명을 거스른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직접 선택하는 것이다.

왜 운명의 여신이 내게 이런 시험을 내렸는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내가 그 선택을 나중에 후회한다면 그건 운명에 굴복한 것과 다름없다.

최선을 다해 선택을 내렸다면 그 선택을 후회할 리 없으니까.

   자신이 직접 선택한 삶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테니까.

그러니 나는 이 세계를 외면하지 않아.

   가짜로 취급하지 않겠어.

“전날 몸이 안 좋아서 조퇴했다길래 걱정했는데 다행히 괜찮아진 모양이구나.”

아침에 내 자리로 다가온 엘디나가 피식 웃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보여?”

   “물론. 훨씬 좋은 표정이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모두 다 내 자리를 지나치면서 은근슬쩍 말을 걸어왔다.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라고. 많이 걱정했었다며.

그렇게 조회 시간이 지나고서 본격적인 아카데미 수업 시간이 이어졌다.

놀랍게도 어느 세계든 간에 수업이 지루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동 수업으로 미술실에 이동했다가 노곤한 수업 내용을 자장가 삼아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누군가가 내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이며 깨워주었을 때 나는 간신히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며 주위를 살폈다.

“···어라? 수업 끝난 거야?”

미술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를 깨워준 율리아만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옆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다들 교실로 돌아갔어. 나는 깨워주려고 남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곤히 자고 있길래 무심코 구경해버렸달까?”

   “엑. 자는 모습을 옆에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면 좀 부끄러운데.”

율리아는 쿡쿡 웃으면서 옆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 벽에 전시되어있던 그림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학교 미술실에 걸려있는 그림이라곤 믿기 힘들 만큼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아니 그건 어째선지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림이었다.

“···폭풍우 치는 밤의 등대.”

   “후후. 기억하고 있었네? 전에 미술관에서 같이 봤던 그림이잖아.”

나는 순식간에 졸음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끼며 머뭇머뭇 질문을 입에 담았다.

“우리가 같이 미술관에 간 적이 있었나···?”

   “응? ···어라? 그러게. 생각해 보니까 동네 근처에 미술관은 없는데. 내가 착각했나 봐. 왜 갑자기 크로랑 같이 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고 생각한 걸까?”

멋쩍게 웃으면서 사과하는 율리아를 바라보며 넋을 놓고 말았다.

지금에 이르러선 너무나 오래되어 흐릿하게 남아있을 빛바랜 추억의 한 페이지.

괴도로서 막 활동을 시작했던 시절 미술관의 보석을 훔치기 위해 사전 조사를 하던 와중 우연히 미술관에 있던 율리아와 마주쳐 이 그림을 둘이서 함께 구경했었다.

하지만 그건 이 세계에서는 있을 리 없는 ‘반대편 세상’에서의 추억.

   하물며 반대편 세상에서도 그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미래의 사건이다.

그걸 이 세상의 율리아가 지금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했던 두 세계는 서로 이어져 있다.

   각각 별개로 존재한다 여겼던 그녀들도 사실 똑같은 기억을 깊숙한 무의식에서나마 간직하고 있는 동일한 인격이었다.

즉 이 세계는 모두가 바랐던 소망이 이루어진 이상적인 가능성의 세계.

   원래 세상의 기억을 간직하면서도 사건과 배경만이 재구성된 이상향.

율리아와 함께 반으로 돌아가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방금 미술실에서 겪었던 사건 덕분에 나는 마침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 후회가 없을 만한 최고의 선택을.

내가 보낸 오늘이란 하루는 여태까지의 삶에서 가장 최선을 다한 하루였다고 감히 자부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매일 오늘과 같은 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래. 결정했느냐?”

자정이 된 시각. 운명의 여신은 내 앞에 나타나 미소 지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내가 선택한 세계는 바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독짜님들은 어떤 세상을 선택하셨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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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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