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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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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7

인간 혹은 반신이 큰 위업을 세워 신으로 거듭나는 사례는 드물긴 해도 아예 없진 않다고 한다.

특히 머나먼 고대 신화의 시대에는 그런 경우가 제법 있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영웅신이라 불리는 헤라클레스이다.

그리고 지금의 내게도 그와 똑같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물론 내가 신화의 영웅처럼 세상을 구해내는 업적을 이룩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내 불확정성은 견고한 운명을 깨부수면서 세상의 질서를 무너뜨렸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부서지는 순간 세상의 미래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막말로 내일 아침 갑자기 우주 전체가 소멸해버린다는 허무한 결말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신들에게 있어서 그보다 두려운 상황은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불멸성과 초월성을 지녔다고 할지라도 결국 신 역시 운명의 섭리에 따라 흘러가는 체스판 위의 말과도 같은 존재.

체스판 자체가 엎어져 버린다면 신들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것이 이 세상을 이루는 규칙 중 한 가지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원흉인 나를 제거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일단 나라는 존재가 평범한 인간이 아닌 불확정성의 능력을 지녔다는 점이 문제였다.

불확정성의 변수는 운명이란 물이 고이지 않고 계속 깨끗하게 흐를 수 있도록 준비된 순환 장치와도 같다.

따라서 함부로 없앨 수 없다. 다른 문제였으면 몰라도 운명에 관해 내 처우를 좌우할 수 있는 건 수레바퀴의 관리자인 운명의 여신만의 권한이다.

그런 그녀가 시련이란 정당한 절차를 걸쳐 내 행동을 용인해 주었다.

그 순간부터 다른 신들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따라야만 하는 것이다.

신들끼리 각자 관장하는 영역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앞선 내용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체스판의 규칙.

결과적으로 내 존재를 없앨 수도 그렇다고 나처럼 운명을 직접 부술 수도 없는 신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차선책을 떠올려냈다.

“···그게 내가 신이 되는 방법이라는 거야?”

우리는 자리를 옮겨 다시 협회로 돌아가 셋이서 상의를 나누었다.

“내가 신이 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긴 해?”

내 물음에 엘디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확실히 세상이 더 안정되긴 할 거야. 똑같은 행동과 결과라도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인과율의 변화는 천차만별이니까.”

쉽게 말해 지금의 결과가 인간 한 명 때문이라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 차라리 막 태어난 신이 저지른 짓으로 만드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거다.

“애초에 이렇게 그냥 간단히 신이 될 수 있는 거야?”

이번에는 이터나가 대신 설명해주었다.

“그리 간단히 결정된 건 아닐 거야. 신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간들에게 칭송받아 마땅할 위업을 쌓아야 해.”

   “···나는 그런 위업 같은 걸 쌓은 기억이 없는데.”

   “악명도 명성이야. 나쁜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네가 지금껏 쌓아온 악명은 사람들이 벌벌 떨면서 숭배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란 거지.”

이터나는 딱히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겠지만 아무렇지 않게 그런 얘기를 꺼내니 오히려 더 기분이 묘했다.

내가 신으로 숭배받을 만큼 악명을 쌓았었단 말이야?

아니 그야 물론 괴도 추종자들이 매일 지하에서 광신적으로 날 섬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사이비 종교의 신이 되어버린 느낌을 받긴 했었지만.

사실 괴도로서 쌓은 악명도 그렇지만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닥터 프랑켄으로서 그리고 위조자로서 쌓은 악명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짐작이 들었다.

“무엇보다 신조차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직접 깨트렸다는 것보다 위대한 업적이 어디 있겠어? 이미 그것만으로 신으로 승격할 자격은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치지.”

두 자매는 이미 내가 태양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원래 내가 세웠던 계획에서도 이게 최고의 결말이라 생각했었으니까.

“신은 모두 다 본인만의 고유한 관장 영역이 존재해. 내가 시간을 다스리고 언니가 밤과 거짓을 다스리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레이븐도 신이 되면 관장 영역이 생기겠지.”

그녀들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가 어떤 영역을 다스리면 좋을지 관련해 이야기꽃을 피워 나갔다.

“역시 괴도의 신이 좋지 않을까?”

   “너무 일반적이지 않잖아. 대중적인 요소를 관장해야 사람들도 많이 숭배해주니까. 행운의 신이 제일 좋을 텐데.”

   “그런 좋은 영역은 이미 다들 한 자리씩 꿰차고 있잖아. 언니가 그런 적폐 세력의 제일 중심에 있으면서.”

   “누가 들으면 너는 아닌 줄 알겠네. 오히려 시간이야말로 제일 사기적인 영역 아니야?”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옆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주제로 싸우는 평범한 언니·동생으로만 보이겠지. 누가 저 모습을 보고 그녀들을 위대한 자매 여신이라고 생각할까.

“음. 역시 하렘의 신이 제일 괜찮겠어.”

   “···언니. 저질이야.”

   “레이븐. 네 생각은 어때?”

발언권이 내게로 넘겨지자 나는 생각을 그만두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꼭 신이 되어야 하는 걸까?”

이런 반응은 전혀 상상도 못 했는지 두 사람 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뒤늦게 엘디나가 진지한 얼굴로 되물었다.

“신이 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곧이어 이어받듯 이터나가 얘기했다.

“물론 인간의 삶을 그만둔다는 데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거 이해해.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신으로 거듭날 수 없을지도 몰라. 운명의 여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냥 인간의 모습으로 땅에서 살아도 되니까 일단 신이 된다고 손해 볼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아무래도 그녀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꼭 신으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다. 아무리 운명을 부쉈다지만 내가 인간인 이상 결국 언젠가는 삶에 끝이 찾아올 테고 언젠가는 작별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내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신이 된다면 그런 슬픔을 겪지 않아도 된다.

똑같은 신으로서 죽지 않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싫은 건 아니야.”

   “그러면?”

   “그냥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있달까.”

내 대답을 이해하기 힘든 건지 이터나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반면 엘디나는 조금이나마 내 마음을 알겠다는 것처럼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차분한 미소를 띠어 올렸다.

“어느 삶을 선택하든 항상 곁에 있을게.”

   “나 나도 당연히 그럴 거야···! 언니만 혼자 독차지하게 두지 않을 거니까!”

다소 뜬금없는 얘기긴 한데 오랜만에 재회한 이터나는 전보다 훨씬 유치해지고 어리광이 많아진 느낌이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혼자 지냈으니 그만큼 정에 굶주린 거겠지.

   어쩌면 예전에는 내숭을 떨고 있었던 것이며 지금의 모습이야말로 이터나의 본심에 훨씬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면서 생각했다.

꼭 신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 별거 아닌 순간에서마저도 이렇게 행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난 힘든 시련 끝에 마침내 붙잡은 행복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언제 갑자기 끝날지 모르며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

무작정 기다린다고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손을 뻗어야만 간신히 붙잡을 수 있기에 그만큼 행복에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결한 가치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붙잡은 행복을 인간으로서 누리다가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물론 노력한 끝에 신이 되어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해피 엔딩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어느 쪽을 골라도 이 이야기는 분명 행복한 결말로 매듭지어지겠지.

내가 해야 할 것은 두 세계를 저울에 걸고서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확인하는 것뿐.

그건 내 마음이 이끌리는 무게. 어느 세계가 옳은지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선택한다면 반드시 후회하지 않으리라.

“······.”

그녀들은 내가 입을 열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주었다.

   그렇게 한참이 흘러서야 마침내 내 마음속에서 결론이 세워졌다.

“두 사람은 여기서 기다려줘. 난 태양신을 만나고 올게.”

엘디나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조심히 다녀와.”

그리고 이터나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우리 잊으면 안 돼···.”

   “무슨 소리야. 누가 들으면 영원히 이별하는 줄 알겠네. 갔다가 바로 올 거야.”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이터나는 한동안 계속 훌쩍거렸다.

   결국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달래주느라 잠시 딜레이가 생기고 말았다.

아무튼 두 자매를 협회에 남겨둔 뒤 혼자서 다시 문을 건너 순백의 신전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태양신이 아까와 똑같은 모습으로 느긋하게 서 있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허허. 아닐세. 우리에게 이 정도야 눈 깜빡이는 수준보다 못하니까. 그래서 답은 내렸나?”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전부터 궁금했던 걸 물어보았다.

“그전에 하나 묻고 싶어요. 왜 땅을 신화의 시대로 되돌리려 하셨던 거죠?”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열렬한 광신자였다. 인간의 시대를 무너뜨리고 고대의 신화를 되살리기 위해 쿠데타나 테러도 서슴지 않는 미치광이였다.

그런데 막상 태양신은 실제로 만나니 그냥 평범하게 인자한 노인처럼 보였다.

   딱히 인간을 향한 적대감이나 혐오감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게 있다면 인간인 나를 자신과 똑같은 신으로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겠지.

“그건 내 의지가 아니라 백작의 의지였다네.”

   “네? 하지만 그에게 힘을 준 건 당신이잖아요.”

   “신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야. 땅을 만들고 지배하는 고차원적 존재일 뿐이지. 결국 세상을 이루는 근본적인 법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걸세. 신은 자신을 숭배하는 신자에게 보답해야 할 의무가 있어.”

결국 신조차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비로소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질문은 그걸로 끝인가?”

   “네. 이제 됐어요.”

   “그렇다면 다시 한번 묻겠네. 운명을 깨부순 인간이여. 신의 이름을 받아들이겠는가?”

나는 그에 즉답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뮹뮹은 뮹뮹이 될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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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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