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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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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9

소녀는 가끔 어쩌다 모든 것이 망가져 버리고 말았는가 괴로워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처음엔 분명 아무 문제 없는 오히려 어떤 다른 집안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이었다.

모든 불행의 시작은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금술이 끔찍하게도 좋았던 부부 사이였기에 엄마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현실을 쉽사리 이겨내지 못하고 슬픔에 잠겨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갔다.

그런 그녀가 억지로라도 삶을 이어나갈 수 있던 이유는 남겨져 있던 자식들 덕분이었으리라.

특히 소극적이고 말수가 적던 소녀와는 달리 그녀의 오빠는 어린 나이에도 활달하고 배려심이 넘치며 성숙함으로 남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엄마는 아들의 위로에 힘을 얻고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던 것이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세상은 야속하게도 그레인저 일가에 다시 한번 시련을 내렸다.

아버지에 이어 이번에는 아들마저 사고로 갑작스레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엄마는 완전히 꺾여버리고 말았다.

   깊고 깊은 절망에 잠겨 식음마저 전폐한 채 하루종일 통곡하는 소리만이 집안에 울려 퍼졌다.

소녀는 오빠가 그러했듯 자신이 엄마를 위로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법까지는 몰랐다.

괜히 자신이 섣불리 다가갔다가 오히려 엄마를 더 괴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이상한 실언을 내뱉어서 엄마마저 이 세상을 떠나버리는 건 아닐까.

   엄마조차 사라져버린다면 그때 소녀는 완벽히 혼자 고립되어버리고 만다.

사실 소녀에게도 이런 상황은 이겨내기 힘든 것이 당연했다.

   위로받아도 모자랄 입장이면서 누군가를 위로해준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소녀는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굳게 닫혀있던 방문을 열고 엄마에게 최대한 열심히 고민하며 준비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

아들의 방에 틀어박혀 내내 오열하던 엄마는 고개를 뒤돌아 소녀를 멍하니 바라보고는 중얼거렸다.

“···진? 진이니?”

소녀의 어깨가 흠칫 떨리며 눈동자가 당혹감으로 물들어간다.

   당연했다. 소녀의 이름은 ‘진’이 아니라 ‘지나’였으니까.

진은 오빠의 이름이었다.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를 숨이 막힐 만큼 꽉 끌어안았다.

   그 조그마한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적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되뇌었다.

“진 진···! 놓치지 않을 거야. 두 번 다시 놓치지 않을 거야···!!”

지나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입을 벙긋거렸다.

말해야 한다. 자신은 오빠가 아니라 지나라고 알려주어야 한다.

   오빠는 죽어서 이제 만날 수 없다고 하지만 자신은 엄마의 곁에 항상 있을 거라고 얘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그렇게 말했다간 엄마가 자신이 흘린 눈물에 빠져 죽어버릴까 봐.

   아무도 없게 된 쓸쓸한 집에 홀로 남겨진 채 소녀 또한 쓸쓸히 죽어갈 것 같아서.

설령 자신을 향한 포옹이 아니더라도 오랜만에 느끼는 온몸을 뒤덮는 이 포근함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기에.

그래. 말 한마디 제대로 못 꺼내는 나보단 엄마를 위로해줄 수 있는 멋진 오빠가 더 나아.

   바보 같은 지나보다 멋있고 완벽한 진이 되어야 해.

그날 이후 소녀는 소년이 되었고 지나가 아닌 진이라는 이름으로 살게 되었다.

“······.”

지금 돌이켜 봐도 그때엔 그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한다.

   설령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아마 똑같은 선택을 내리겠지.

하지만 그날 지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함께 쌓아왔던 추억을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인생 전부를 부정당한 것과 같다.

그 사실이 소녀에게는 언제 떠올려도 결코 아물 수 없는 상처로 남아버렸다.

그래도 엄마는 그 뒤로 서서히 기력을 되찾고 천천히나마 밝은 모습을 되찾아나갔다.

자신이 아카데미에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순간이나마 과거 아무 불행도 일어나지 않았던 행복한 시절 그대로의 엄마가 돌아왔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그러니 잘못되지 않았다.

   전부 옳았던 거야. 지나는 없어져도 괜찮아.

그렇게 애써 자기 자신을 속여가며 거짓된 삶을 긍정했다.

하지만 어느 날 불행이 아무 예고도 없이 닥쳐왔던 것처럼 행운 역시 슬그머니 두 모녀의 집을 방문했다.

“···엄마? 무슨 일이야?”

외출을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가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어째선지 표정이 좋지 않았고 잘 보니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기에 소녀는 당황하며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엄마가 이마를 짚고서는 대답했다.

“악몽을 꿨어. 그런데 너무 생생해서···. 마치 꿈이 아니라 정말 있었던 현실 같았어.”

그 말을 듣자 소녀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자기 자신을 없애버리면서까지 간신히 되찾은 일상인데 이렇게 또 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거야?

그러나 무언가가 달랐다.

   엄마의 표정은 확실히 좋지 않았지만 그건 절망이라기보단 후회의 감정에 가까워 보였으니까.

“그 꿈에서 엄마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 터무니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어. 그 결과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만 거야.”

   “···엄마.”

   “그런데 나는 그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깨닫지조차 못하고 살아왔어. 지금의 행복이 그 사람의 슬픔 위에 만들어진 가짜라는 걸 외면했어.”

엄마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그것이 단순한 꿈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건 자신의 죄를 뒤늦게 깨달은 자가 내뱉는 고해성사 지난날의 뉘우침.

“꿈에 나타난 여신님이 말씀하셨어. 거짓의 원죄는 모두 자신이 짊어질 테니 그대는 지금이라도 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하라고.”

그 말이 끝났을 때쯤 두 모녀는 어느샌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소녀에게 다가가 양팔을 벌려 끌어안았다.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하나뿐인 딸을 직시하며.

“사랑해. 내 딸. 지나···.”

   “흑. 엄마···. 나도 나도 사랑해···.”

 

   ***

 

   줄리엣은 마법의 책을 덮고서 빈정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이야. 감동적인 모녀 상봉. 정말 잘됐네요. 해피 엔딩 짝짝짝! 그래서 이걸 저한테 보여주시는 이유가 뭔가요? 그것도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아버지 여자친구들 이야기만 잔뜩.”

그 신랄한 비꼼에 맞은편에 앉아있던 사내는 멋쩍게 웃음을 흘렸다.

“행복한 세계가 완성됐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그럼 충분하고말고요. 그러니 저도 이 마법 책에 이야기를 남길 수 있는 거죠? 제 이야기도 행복하게 완결시켜주는 거죠?”

   “물론. 당연히 그럴 거야.”

사내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줄리엣이 기가 찬다는 듯 코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제 과거부터 바꿔주셨어야죠. 저를 고아원에 홀로 내팽개치고 십수 년간 방치한 것부터 없던 일로 만들어주는 게 먼저 아니에요? 아버지?”

   “그걸로 네가 정말 행복해진다면 다시 한번 시간을 되돌려서 모든 일을 되풀이해서라도 네 과거를 바꿔줄게.”

그 말뜻이 무엇인지 그녀가 이해하지 못할 리 없었다.

   순식간에 웃음기를 없애고 정색한 줄리엣이 싸늘한 어투로 물었다.

“과거를 바꾼다고 제가 행복해질 리 없다는 말인가요?”

   “그건 내가 대답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네 마음에 스스로 질문해야만 하는 거지. 그리고 이미 알다시피 미래의 너는 답을 골랐어.”

아아. 잘 안다. 미래의 자신은 아버지에게 과거를 그대로 유지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대로 해달라고 먼저 부탁까지 했다.

그 사실을 현재의 줄리엣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납득하려 해봐도 웃기지도 않는 질 나쁜 농담처럼 들릴 뿐이었다.

“확실히 과거를 바꾼다면 불행한 사건은 막을 수 있어. 그건 누구에게나 통용될 이야기야. 방금 봤던 지나의 문제도 마찬가지지. 애초에 과거로 돌아가 아빠와 오빠의 죽음을 막는 게 더 좋은 해답이지 않을까?”

레이첼도 굳이 장학금을 지원해줄 필요 없이 과거로 돌아가 부모님을 되살리면 훨씬 유복한 가정환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옳은 선택일까.

“과거를 바꾼다는 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전부 부정하겠다는 뜻이야. 또한 지금까지 쌓아온 추억을 없애버리는 거야.”

레이첼의 과거를 바꾸어 부모님이 있는 세상을 만든다면 그녀가 언니와 단둘이 의지하며 걸어왔던 지금까지의 길은 전부 없었던 일이 되어버린다.

비록 그 길을 걷는 과정이 힘들고 험난했다 하더라도 중간중간 행복했던 추억도 함께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것마저 전부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지나의 경우는 어떨까? 그녀의 상황은 훨씬 심각했기에 설령 그동안의 추억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아빠와 오빠를 되살리는 편이 옳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지나는 분명 어머니를 위해 자신을 부정하고 남자의 삶을 선택하며 오랜 시간 혼자서 아픔을 견뎌왔다.

하지만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어머니는 슬픔을 이겨내고 미소를 되찾았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지나도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물론 두 모녀가 걸어온 길의 방향성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끝에서 마침내 도달한 목적지에서 그녀들은 행복을 부여잡았다.

   엘디나가 꿈에 나타난 것은 어머니의 등을 조금만 밀어준 정도에 불과할 뿐 분명 언젠가는 반드시 도달할 목적지였다.

화원에서 자란 곱디고운 꽃과 야생의 들판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힘겹게 피어난 들꽃.

둘 중 무엇이 아름답냐는 문제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중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을 선택하면 될 일이다.

확실한 건 들꽃이라 해서 반드시 화원의 꽃보다 못날 거라고 깎아내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부정하는 건 위험해. 지금의 너를 구성하는 건 지난날의 행복뿐만이 아니야. 지난날의 슬픔과 괴로움 또한 분명히 너를 ‘줄리엣’으로서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니까.”

괴도는 지금까지의 여정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줄리엣 역시도 부디 그 사실을 깨닫길 바랐다.

“···확실히 지난 10년을 없었던 일로 만든다면 전 이렇게까지 아버지를 애타게 찾아다니지 않았겠죠. 그리고 재회의 기쁨을 느낄 수도 이렇게 계속 함께 있고 싶다는 감정도 느끼지 못했을지 몰라요.”

줄리엣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지막이 꺼내는 얘기에 괴도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감히 아버지를 노리는 괘씸한 도둑고양이들을 쫓아내고 혼자서 독차지하고 싶다는 이런 마음도 깨닫지 못했겠죠?”

   “···음. 다 좋은데 마무리가 좀 이상하지 않아?”

그의 물음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하며 줄리엣은 요망하게 웃었다.

“지난 10년은 확실히 외롭고 쓸쓸했지만 그래도 지금의 행복한 순간이 제겐 더 중요해요. 그러니 이 세계를 제가 걸어온 길을 없었던 일로 하지는 않겠어요.”

마침내 미래의 줄리엣은 현재에 나타나 어쩌면 모든 것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는 말을 내뱉었다.

“부디 저를 그대로 방치해주세요. 그리고 언젠가 꼭 저를 만나러 와주세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상외로 분량이 길어져서 완결은 다음화로 찾아뵐게용!

…혹시 이러다가 계속 완결이 늦춰지는 건 아니겠죵..?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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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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