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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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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7

당혹감을 감추며 일단 침착하게 물었다.

“나를 알아?”

   “명찰에 쓰여있는 대로 읽은 건데.”

   “아.”

그런 거였어? 상당히 허무한 진실에 맥이 빠져버렸다.

[멍청하구나.]

여신님의 놀림에 뭐라 반박할 새도 없이 뒤이어 녀석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왠지 익숙한 이름이란 말이지.”

이번에는 또 뭔데. 자꾸 사람을 들었다 놓으려 하네.

녀석은 잠시 턱을 문지르며 고민에 잠겨 있더니 곧 불길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기억났다. 네가 그 괴도 추종자 맞지?”

   “···괴도 추종자?”

상상도 못 했던 표현이 갑자기 등장하자 순간 당황했다.

“발표 시간에 대놓고 괴도를 옹호한 또라이. 이름만 듣고 얼굴을 몰라서 궁금했는데. 그게 너였냐?”

이어진 뒷말을 듣고서 대충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게 그런 식으로 소문이 와전된 건가.

   나름대로 잘 해결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좋지 않게 받아들인 애들이 몇 명 있었던 모양이다.

당연하게도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괴도 추종자가 아니라 괴도 본인이니까.

오해를 바로잡아주기 위해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게 아니라 나는···.”

   “됐어. 그딴 건 딱히 관심도 없거든.”

하하. 요 녀석 봐라.

   사람이 말하는데 가볍게 씹으면서 관심이 없다고 무시하네.

역시 괜히 원작 최고의 싸가지가 아니구나.

이 싸가지와 같은 반이 아니라는 사실에 진심으로 안도하게 되었다.

   원작에서 얘가 주인공이랑 엮이는 것도 처음엔 대부분 동아리에서였지.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인공과 같은 동아리는 들어가면 안 되겠다.

괜히 더 피곤해지기 전에 얼른 나가자.

   역시 수업을 땡땡이치는 건 좋지 않은 짓이구나.

화장실을 빠져나가던 중에 뒤에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에 또 보자고.”

무슨 그런 소름 끼치는 말을.

   농담으로라도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말아줄래.

물론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걸지도 모른다.

   싸가지가 없는 것과 별개로 원작에서 녀석은 주인공의 편에서 조력하는 선역 포지션이니까.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나.

   가까워지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게 분명한데. 당장 레이첼만 해도 그렇게 나를 귀찮게 만드는데 저 녀석은 그것조차 애교로 보이게 만들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놈만큼은 절대 안 되지.

그래도 덕분에 잠은 확 깰 수 있었다.

   아직도 팔에 소름이 우수수 돋아 있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마주쳤기 때문인가.

다시 반으로 돌아가니 여전히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옆자리의 레이첼도 아까 전과 똑같이 책상에 엎드려 대놓고 자는 중이었고.

얘도 참 대단하네.

   어쩜 이리도 한결같을까.

잠이 완전히 확 달아난 덕분에 그다음부터는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지금 내 품속에 고이 잠들어 있는 예고장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이걸 카지노에 그냥 놔둬도 큰 상관은 없겠지만 그렇게 하자니 약간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다.

일부러 밤을 새워가면서 최대한 열심히 만든 수수께끼. 당연히 어느 카지노를 뜻하는 건지도 암호처럼 꼭꼭 숨겨놓았다.

그런데 이걸 그냥 카지노에 줘버리면 사실상 대놓고 여기가 정답이라고 알려주는 셈이지 않은가.

[그러면 일부러 다른 카지노에 놓는 건 어떠냐?]

‘음···.’

그것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다른 카지노에 예고장을 놔두면 그걸 확인한 사람은 당연히 그 카지노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수께끼를 풀 가능성이 컸다.

예고장은 쓰는 것뿐만 아니라 보내기도 어렵구나.

   앞으론 그냥 속 편하게 암호 같은 거 없이 해버릴까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수업 내용도 한 귀로 흘리며 고민에 잠겨 있길 잠시.

   눈이 확 떠질 만한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방법은 바로···.

 

   ***

 

   “그래서 이게 우편함에 꽂혀 있었다고?”

   “네···.”

가젯은 미간을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들어 부쩍 확 늙는 느낌이다.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걸까.

이 모든 일의 원흉은 결국 지금 그녀가 들고 있는 카드의 주인 때문이었다.

괴도 레이븐.

   녀석이 보낸 것이 확실했다.

항상 그랬듯 예고 내용 밑에 적혀있는 ‘괴도 레이븐’이라는 사인은 물론 카드 자체가 녀석이 사용하던 것과 완전히 일치했다.

사칭범일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확률은 매우 희박해 보였다.

필적이나 카드의 재질 등을 떠나서 이렇게 브리타니아 경찰청 우편함에 대놓고 예고장을 넣고 갈 만큼 간이 큰 녀석은 괴도 레이븐밖에 없으니까.

녀석에겐 이 모든 게 하나의 재밌는 게임일 뿐이겠지.

‘꼭 잡아주마···.’

이를 바득 갈며 다시 한번 각오를 되새긴 가젯은 손에 쥔 예고장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일단 필자가 레이븐인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예고장에 적힌 내용이 이전과 달리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너무나 난해했다. 마치 수수께끼처럼.

어떻게 보면 마치 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글.

   그런데 막상 내용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이 내용이 과연 무엇을 훔치겠다고 예고하는 건지 해석할 수가 없을 뿐.

가젯은 카드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시인인가?”

머릿속에 진지하게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곱씹을수록 깔끔한 완성도가 돋보이는 명필이었다.

어쩌면 괴도 레이븐은 한 예술가의 되먹지 못한 취미일지도 모른다.

   다소 황당한 정보를 머릿속에 저장하며 여형사는 계속해서 추리를 이어갔다.

그러나 추리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다. 과장 보태서 갖다 붙이는 대로 전부 말이 될 정도였다.

가젯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럴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만.

이 내용만으로 추리하기 힘들다면 보편적인 사실을 끌어 활용하면 어떨까.

일반적으로 괴도의 예고장에는 항상 4가지의 보편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첫째 날짜.

   둘째 공간.

   셋째 물건.

   넷째 이름.

예고 내용이 아무리 짧아도 항상 이 네 가지 요소는 빠진 적이 없었다.

그중에서 마지막 요소인 이름은 별다른 수수께끼 없이 밑에 적혀있으니 빼자.

   이제 남은 것은 세 가지인 날짜 공간 물건만이 남았다.

사실 이 중에서 물건 역시 당장은 제외해도 된다.

   날짜와 공간만 알 수 있다면 그곳 전체를 수사망에 넣고 막아내면 되니까.

날짜 또한 최우선 순위는 아니다.

   막말로 1년 뒤의 범죄를 예고한 게 아닌 이상 몇 날 며칠이고 예고 장소에 죽치고 기다리면 어떻게서든 막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결국 그렇게 제외하다 보면 남는 건 공간이다.

   즉 공간만 어떻게 알아낸다면 녀석의 범죄를 막을 희망이 있다.

“······.”

가젯의 추리는 여기서 막히고 말았다.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녀 혼자서는 불가능할 듯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

   처음으로 떠오르는 얼굴은 괴도 사건에 가장 깊게 얽혀있는 한 탐정 소녀였다.

확실히 그 소녀라면 무언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젯은 금방 고개를 내저으며 선택지를 지워버렸다.

셜록의 실력은 뛰어나나 믿을 수 없다.

   단순히 소녀가 꺼림칙한 마법사란 존재라서 그런 게 아니다.

정체 출신 동기 목적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지금껏 수사에 협력시켜줬던 게 신기할 정도로 수수께끼인 인물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번에도 똑같이 생각하며 뒷조사를 맡겼었지.

   워낙 바쁘게 일에 치여 지내다 보니 까먹고 있었다.

그녀가 한창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집무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젯 형사님.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들어오세요.”

안에 들어온 남성은 일반 경찰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정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린 가젯.

   무표정에 가까웠으나 들어온 손님을 환영하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얘기는 대충 들었습니다. 녀석이 또 예고장을 보냈다죠.”

   “···쯧.”

가젯은 작게 혀를 찼다.

   최대한 나중에 알려지도록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는데 어디에서 새어간 건지는 몰라도 완전히 헛수고가 되어버렸으니.

“앞으로 형사님은 굳이 사건에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이제부터 괴도 체포 작전은 저희 집행자가 담당할 테니까요.”

   “···물론 알고 있습니다.”

남자는 당당한 태도로 손을 내밀며 얘기했다.

“예고장.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 가져가세요.”

그래. 차라리 나은 걸지도 모르지.

   저 남자가 이 수수께끼를 해독할 수 있다면 말이다.

예고장을 받아든 남자가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도 시선은 예고장에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그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반대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가젯은 자신도 모르게 괜히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이게 뭡니까?”

   “예고장이요. 설마 이것도 못 읽으시나요?”

   “······.”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집행자를 보며 콧방귀를 뀌는 가젯.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린 건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남자가 무뚝뚝한 어투로 대답했다.

“당장 암호 해독자를 불러오죠.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그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방을 박차고 떠나버린 남자.

암호 해독자?

어떤 전문가를 불러도 이 예고장을 해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딱히 논리적인 근거는 없지만 그녀는 직감에 따라 강하게 확신했다.

역시 레이븐을 잡을 존재는 셜록밖에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가젯은 부하 형사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마 지금쯤이면 저번에 부탁했던 조사도 끝내놨겠지.

이제 셜록의 정체를 파헤쳐볼 시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고장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용?

먼저 가젯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한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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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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