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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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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9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

   게다가 방문한 목적까지 이미 간파하고 있다.

그 말은 즉 마녀에게 이미 나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는 거겠지.

그래. 오히려 좋다. 굳이 내가 누구인지 시간을 들여 설명할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되니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제 별명을 알고 계신다는 건 예언을 듣고 싶다는 거겠군요?”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내가 원하는 건 미래의 정보를 알려주는 예언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과거를 알고 싶습니다.”

   “음. 그런 시시한 부탁이라면 흥신소를 찾아가는 게 훨씬 빠르지 않았을까요.”

그녀는 차를 홀짝 마시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당신의 능력을 사용하면 과거도 볼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긴 하죠. 결국 과거와 미래는 전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런 말을 누구한테 들으셨는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대화만 봤을 땐 부탁을 거절할 확률 100%처럼 보였다.

   나에게 정말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는 듯한 태도. 얼마나 심하냐면 여태껏 제대로 눈길을 주고받은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였다.

“값이라면 치르겠습니다.”

   “흐음.”

콧소리를 내면서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마녀.

   찰랑거리는 드릴 머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런 머리가 실제로도 가능한 거구나.

“듣자 하니 옆 나라에서 꽤 유명인사라고 하시던데. 괴도 레이븐이었나요?”

내 이름이 파리까지 닿은 걸까?

   아니면 마녀가 알려줘서 알게 된 걸지도.

“정말로 뭐든지 훔치실 수 있나요?”

   “저는 아무 물건이나 훔치지 않습니다.”

   “오. 그러면요?”

   “제 눈에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진짜 보석들만 훔치죠.”

내 대답이 우습게 들렸던 건지 배를 부여잡고 꺄르르 웃는 마녀. 괜히 기분이 나빠지려던 찰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그녀가 말했다.

“당신 생각보다 재밌네요! 흥미가 생겼어요.”

대체 무슨 감성을 건드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반응이 좋은 것 같으니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하나.

“그러면 이렇게 해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제게 가져다주면 부탁을 들어드릴게요. 어떠세요?”

   “흠. 너무 쉬운 조건이네요. 알겠습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따라 즉시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여기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훔쳐 왔습니다.”

   “윽. 속이 메슥거려요···. 지금 그거 설마 진심은 아니죠?”

어라. 우리 런던 마녀 씨는 이런 거 되게 좋아하던데. 왠지 캐릭터가 비슷해 보여서 이쪽도 당연히 좋아하지 않을까 했는데 마녀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이다.

[너무 침울해하지 말거라. 나는 좋았단다. 방금은 정말로 정통 괴도 같았으니.]

정통 괴도는 또 뭐야.

   여신님의 위로 아닌 위로를 무시하면서 마녀와 거리를 벌렸다.

손을 우아하게 탁탁 털면서 덤덤히 경고하는 마녀.

“앞으로는 이런 참사가 없었으면 좋겠네요.”

   “네. 명심할게요.”

   “그리고 그 귀엽지 못한 가면도 벗어줬으면 좋겠는데요.”

아까 카우보이도 그렇고 변장을 알아채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네.

아무튼 지금 갑은 그녀였으니 원하는 대로 변장을 벗고 괴도 레이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마녀.

“음. 훨씬 보기 좋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얼른 보석을 가지고 돌아와 주세요.”

그녀는 조건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이거 참 난감하네. 생면부지인 이웃 나라에서 하룻밤 만에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훔쳐 오라니.

번뜩 떠오른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시도했지만 단호한 철벽에 완전히 틀어막히고 말았다.

‘훔칠 보석이 있긴 한가요?’

[물론 여기도 찾으면 많기야 하다만···.]

찾는다고 능사가 아니란 게 문제였다. 그녀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려면 원래 하던 방식은 포기해야만 하니까.

예고장을 보내고 훔친 뒤에 보석의 힘을 흡수하는 것.

   가장 중요한 일인데 이걸 포기해야만 한다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마도공학 기차까지 타고 힘들게 도착한 파리행인데 아무 성과도 없이 돌아갈 수야 없는 노릇이니.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동이 틀 때까지예요. 그보다 오래 걸리면 기회는 날아가 버린답니다?”

깐깐한 마녀 같으니라고. 저렇게 웃는 낯으로 말하니 더 얄밉게 느껴졌다.

   역시 고향이 최고라더니 우리 런던에 있는 마녀 씨가 그리워지는 밤이었다.

우선 걸음을 옮기면서 여신님께 물어보았다.

“그나저나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어떻게 찾죠?”

[우리에겐 결국 힘이 제일 많이 담긴 보석이 가장 아름다운 보석 아니겠느냐?]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본래 아름다움이란 가치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겉으로 봐선 낡고 오래된 반지가 누군가에겐 사랑하는 연인이 선물했던 유산일 수도 있다. 당사자에게 그보다 아름다운 보석이 또 어디 있겠어.

그런 의미에서 대충 길가에 널브러진 돌을 주워다 어떻게 포장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

내게는 이 하찮은 돌멩이야말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란 식으로.

‘가능할 리가 없겠지.’

저 깐깐한 마녀가 그런 얕은 수작에 당해줄 리 만무하다. 분명 객관적으로 따지고 품평해서 자신의 기준치에 통과해야만 인정해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를 가야 할까?

워낙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이다 보니 떠오르는 장소야 넘쳐났다.

에펠탑을 제외해도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개선문 노트르담 성당 등등.

시간만 넘쳐났어도 이 기회에 여유롭게 관광이나 하는 건데.

일단 여신님이 말한 대로 힘이 제일 많이 깃든 보석이나 찾아볼까?

   이건 굳이 수고를 들일 필요도 없이 여신 탐지 레이더로 포착할 수 있었다.

[음? 힘이 상당히 많이 담긴 보석이 있구나.]

“그래요? 어느 정도인데요?”

[카지노에서 훔친 진주보다 최소 몇 배다.]

그 정도 보석이 파리에 있다고? 그러면 차라리 그건 우리가 따로 챙겨서 흡수하는 편이···.

아니 그래도 그건 아니지.

   일단 마녀를 통해 레이첼 문제부터 확실하게 처리하는 편이 좋아 보였다.

   그냥 무시하고 넘기자니 뒤통수가 싸하단 말이야.

“그럼 일단 거기로 가보죠.”

괴도 레이븐의 첫 원정인가. 런던에서 바로 파리라니.

   이러다 진짜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돼버리는 거 아니야?

 

   그렇게 잠시 후.

   나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평소와는 너무나 다른 상황에 혼란스러울 정도.

“···정말 여기에요?”

[그래. 분명하다.]

당연히 루브르 박물관 같은 장소일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도착한 곳은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폐가였다.

누가 봐도 한참 동안 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 당연히 앞을 지키는 경비는커녕 안에 사는 사람조차 아무도 없어 보였다.

이건 예고장을 보내봤자 어차피 읽지도 않았겠네.

뭔가 이상하다 싶었지만 그래도 여신님을 믿고 천천히 폐가 안으로 진입했다.

갑자기 담력 훈련하는 느낌이네.

내부도 딱 생각했던 그대로의 풍경이었다. 나무판자는 썩어 문드러졌고 곳곳엔 거미줄이 잔뜩 벌레가 기어 다니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내가 겁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공포 느낌을 즐기지도 않았다.

   괜히 뒷목이 서늘한 게 얼른 찾고 나가야겠다.

집이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었기에 금방 보석을 찾아낼 수 있었다.

뭔가 신비로우면서도 불길한 보라색 빛을 내뿜는 수정구슬.

“······.”

한참을 멍하니 그 구슬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역시 틀림없다.

   이건 분명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 보석이라면 예언의 마녀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요.”

당연히 그래야지. 마녀의 반응이 어떨지 벌써 기대돼서 잔뜩 설렐 지경이었다.

 

   ***

 

   에펠탑 앞의 마르스 광장.

   그곳에 뜬금없이 놓인 테이블에 홀로 앉아 여유롭게 티타임을 즐기는 한 여인.

그녀는 아까의 짧은 만남을 떠올리며 작게 미소 지었다.

‘과연 어떤 보석을 들고 올까요?’

괴도라는 특이한 직업에 느낀 작은 흥미.

   과연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살짝 기대해 보았다.

‘그 아이가 그렇게까지 말했던 걸 생각하면···.’

런던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붉은 마녀를 잠시 떠올리던 와중.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든 그녀.

‘벌써 온다고요?’

아직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빨라도 너무 빠른 복귀에 설마 포기하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건가 의구심부터 들었다. 정말 그런 거라면 꽤 실망해버릴 듯했다.

그렇게 바로 앞까지 멈추지 않고 걸어온 괴도의 표정은 아리송했다.

   실패해서 슬퍼하는 것 같기도 아니면 성공의 기쁨을 애써 감추는 것 같기도 한 얼굴.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들고 오셨나요?”

   “글쎄요. 그건 마녀님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겠어요?”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뭔가를 들고 오긴 한 모양인데.

   자신에게 판단을 온전히 맡기겠다고?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눈가를 좁힌 마녀는 괜히 심술이 나 그냥 뭘 들고 왔건 인정하지 말까 고민했다.

물론 그런 짓궂은 생각도 잠깐뿐 과연 무슨 보석을 가져왔을지 흥미가 더 컸기에 괴도를 재촉하였다.

“알겠으니까 얼른 보여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레이븐이 꺼낸 보석은 신묘한 보랏빛을 띠는 수정구슬이었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마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깜빡였다.

그녀가 멍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에? 그거 내 구슬. ···어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 구슬이 왜 거기 있는 거죵? (진짜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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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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