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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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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하수도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약간의 퀴퀴한 냄새와 음침한 분위기만 빼면 말이다.

“다행히 아무도 없네요.”

[보통 이런 곳에 사람이 살진 않잖느냐.]

하긴 하수도를 관리하는 사람도 정해진 때에만 들러서 잠깐 확인하는 정도겠지. 그래도 걸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 최대한 신속하게 끝마쳐야 했다.

의외로 하수도는 넓었다. 그래도 길이 복잡하진 않아서 원하는 위치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자리에 멈춰 지도를 펼쳤다. 이건 평범한 지도가 아니라 마법을 걸어두었는데 ‘천사가 머문 바다’가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좌표로 표시해둔 지도였다.

내 계획은 전시대의 바닥을 뚫어 목걸이를 슬쩍 훔치는 것. 그러니 가장 중요한 건 목걸이의 확실한 위치였다.

“설마 이 마법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아카데미에서 배운 일반 초급 마법. 정확한 좌표를 기록한다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실생활에서 큰 쓸모가 있다고 보기도 애매했다. 사실 웬만한 수준은 그냥 눈대중으로 보며 대충해도 큰 문제 없으니까.

그렇게 좌표를 따라 계속 이동하던 와중.

“막혀버렸네요.”

하수도의 끝에 도달하였다. 이 이상은 박물관에서 오히려 멀어질 뿐이었다. 애초에 하수도가 박물관 밑을 지나지 않기 때문에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정말로 할 생각이냐?]

다소 떨떠름한 여신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거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걸요.”

적어도 사흘 안에 이보다 더 괜찮은 방법을 떠올릴 자신이 없었다.

오늘을 위해 가방 속에 담아 가져온 도구를 꺼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곡괭이였다.

앞에 길이 없다면 뚫어서 만들면 그만이지.

   이것이 바로 낭만.

그래도 평범한 도구가 아니라 마녀 씨에게 대여한 마법 곡괭이였다. 성능의 강화와 더불어 소음 억제까지 걸려 있으니 아예 허무맹랑한 작전까지는 아니었다.

물론 마도구는 굉장히 비싸다. 그래서 구매가 아니라 대여 형식으로 가져온 거기도 하고. 그러니까 잘 챙겨서 돌아가지 않으면 큰일이다.

“흡!”

팅! 팅! 팅!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곧바로 곡괭이를 들고서 지하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후우···. 힘든데?”

이제야 광부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곡괭이질이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구나.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폭포처럼 흐르는 땀. 아예 모자와 망토까지 전부 벗어서 옆에 내려놓고 제대로 곡괭이질을 다시 이어갔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개고생을 했을까. 마침내 목표했던 전시대 바로 아래까지 길을 뚫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위쪽으로 전시대까지 파는 것뿐.

물론 이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위쪽이 바로 박물관 내부다 보니 까딱 잘못했다간 예고장을 날리기도 전에 들킬 위험까지 있었다.

최대한 조심히 은밀함을 유지하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됐다···!”

내가 바라던 대로 완벽히 밑 작업을 끝냈다. 이제 예고장을 보내고 시간에 맞춰 지하에서 스리슬쩍 목걸이를 빼내면 끝. 그야말로 완벽한 작전이었다.

[수고했다. 예고장은 바로 보낼 거냐?]

“그래야죠. 괜히 늦장 부렸다간 이렇게 파놓은 걸 들킬지도 모르니까요.”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하수도에서 탈출하는구나. 몇 시간 동안 계속 악취를 맡으니 코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렇게 하수도를 떠나려는 순간.

“···음?”

[왜 그러느냐?]

잠시 멈춰서 뒤를 바라보았다. 깜깜한 어둠 속으로 쭉 이어진 내가 걸어왔던 길. 그리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잠잠한 물길.

착각이었나? 분명 방금 뭔가···.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특별한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에요. 제가 잘못 봤었나 봐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다시 뒤돌아 하수구를 빠져나갔다.

   이런 하수구에 뭐가 있겠어?

그것보다 이제 예고장을 보낼 시간이었다.

   약 일주일 만에 돌아온 괴도 레이븐의 복귀였다.

 

   ***

 

   내일 밤 천사가 머문 바다를 가져가겠다.

   -괴도 레이븐

<일주일 만에 나타난 괴도 레이븐!>

   <이번 목표는 박물관?>

   <천사가 머문 바다 – 괴도가 고른 사파이어 목걸이>

신문을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다.

어젯밤에 예고장을 놔뒀는데 바로 다음 날 아침 바로 신문이 나올 줄이야. 이 정도면 관심이 식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을 거 같은데.

확실히 그만큼 박물관 도둑질이 쉽지 않으리란 거겠지. 일개 부자 개인에게 예고장을 보냈을 때와는 아예 다른 반응이었다.

신문으로 보니 박물관은 경찰에게도 지원을 요청해 전력을 다해 괴도를 체포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설마 시작하기도 전에 들키진 않겠죠?”

[그것도 나름대로 재밌겠구나.]

“전혀 재미없거든요.”

만약 지하 하수도를 파서 박물관 전시대와 연결해놨다는 것을 눈치챈다면 이번 미션은 제대로 망해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이미 예고장까지 보내놔서 되돌릴 수도 없었다.

어쩌겠어? 걱정한다고 어차피 달라질 것도 없는데.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꼼꼼하게 숨겨두었으니 적어도 범행 시작 전까지는 들키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니 지금은 일단 아카데미부터 갔다 오자.

   어차피 괴도 레이븐이 활동하는 시간은 달이 뜨는 밤이니까. 그전까지는 아카데미의 평범한 엑스트라로 살아가야 한다.

교복을 챙겨입고 집에서 나와 약 10분쯤 걸어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반에 들어가니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기들끼리 열심히 잡담을 떠들고 있었다.

‘어라?’

오늘은 웬일인지 레이첼이 먼저 와서 자리에 앉아 있다. 물론 평소처럼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긴 하지만.

쟤는 왜 항상 자기만 하는 걸까?

   밤에 괴도로 활동하는 나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아니면 혹시 레이첼도 밤마다 남몰래 활동하는 건가?

시답잖은 생각을 지우고 자리로 향해 조용히 착석했다. 아직 수업 시작도 안 했으니까 굳이 깨우지 말자. 그랬다간 또 귀찮은 일이 생길 거 같으니까.

‘심심해···.’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딱히 할 게 없었다.

   턱을 괴고서 멍하니 있던 와중 저번처럼 또 들려오는 이야기들.

   

   다만 오늘은 옆자리가 아닌 앞자리의 목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원작의 히로인 중 한 명인 율리아가 짝과 나누는 대화였다.

“율리아! 오늘 신문 봤어?”

   “신문 말이야?”

   “응! 괴도 레이븐이 또 예고장을 보냈대!”

이번에도 내 얘기구나. 딱히 관심을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연스레 귀를 쫑긋하게 된다. 솔직히 남이 내 뒷담 하면 궁금할 수밖에 없잖아.

사실 율리아가 어떻게 반응할지야 뻔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도둑질은 나쁜 거라는 원론적인 얘기만을 꺼내겠지. 그게 그녀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하는 대답이기도 했고.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가! 그런 녀석들 때문에 사람들이 마법사를 싸잡아서 욕하는 거잖아! 안 그래?”

아무래도 율리아의 짝은 내가 제법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괴도라는 직업의 특성상 나도 떳떳하게 반박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비난을 들으니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진 말거라. 아직 너에 대해 잘 모르니 그러는 것뿐이다.]

‘괜찮아요. 아예 틀린 말도 아니고.’

내가 듣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학교 친구와 나누는 잡담에 열 받으면 나만 피곤해질 뿐이다.

짝이 마구 성토하자 율리아는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전부 받아주었다.

   역시 원작과 똑같이 상냥하네. 괜히 성녀란 별명이 붙은 게 아니란 건가.

“아 너무 내 말만 했네. 그래서 율리아 생각은 어때?”

   “나는 음···.”

약간 뜸 들이며 대답을 망설이는 율리아.

“어쩌면 좋은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응?”

‘어라?’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다른 아이들과 얘기할 때 똑같은 질문에 율리아는 어떤 이유에서건 도둑질은 나쁘다고 말했었다.

[며칠 만에 너한테 홀딱 반했구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레이첼과는 정반대인 모범 소녀. 별명이 성녀일 정도로 도덕적이고 단정한 율리아가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꾼 걸까?

“진짜 그렇게 생각해? 레이븐이 좋은 사람이라고?”

   “직접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고아원에 돈을 기부하는 건 나쁜 사람이 하는 짓은 아니잖아.”

그것 때문에 생각이 달라진 건가?

   별로 설득력 있지는 않았다. 며칠 전 대화에서도 이 부분은 언급됐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도둑질은 나쁘다고 말했으니까.

“그게 연막인 거지! 율리아처럼 순수한 사람을 속이려고 일부러 그런 거라니까!”

   “헤헤. 그런가? 잘 모르겠네.”

   “정말!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텐데. 아무 계기 없이 생각을 바꿨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

‘친한 사이도 아닌데 그걸 다짜고짜 어떻게 물어요.’

뭔가 그럴듯한 명분이 생긴다면 몰라도.

   그런 기회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도 없으니 그냥 포기하는 수밖에.

그리고 몇 분 후.

“자 오늘 당번은···. 율리아랑 크로구나.”

   명분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당번은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오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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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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