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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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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0

마녀는 제 눈을 의심했다.

대체 왜 저기 있단 말인가?

‘분명 결계 안에 있었을 텐데···!’

지금 괴도에 손에 들린 수정구슬은 평범한 보석이 아니다.

   그녀가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매개체. 즉 저게 있어야만 예언을 사용할 수 있단 뜻이다.

그렇기에 일부러 누구도 찾을 수 없도록 결계 안에 꼭꼭 숨겨뒀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마녀가 직접 설치한 결계이니 어지간한 실력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위화감조차 느낄 수 없어야 정상이다.

즉 원래라면 음산한 폐가의 존재를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지나쳤어야만 했다.

그녀가 딱 하나 예상하지 못한 게 있다면 무려 여신이 직접 괴도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것뿐. 제아무리 힘을 잃은 상태라 할지라도 신의 존재 앞에선 마녀도 피조물에 불과했다.

괴도는 악취미적인 미소를 지으며 수정구슬을 들이밀었다.

“어떤가요? 제가 가져온 보석은 파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 같나요?”

   “······.”

완전히 외통수인 상황이다.

애당초 마녀가 제안한 거래 자체가 보석을 받는 대신 부탁을 들어주는 것.

   즉 자신의 보석을 돌려받으려면 꼼짝없이 괴도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셈이었다.

물론 무력을 사용해 억지로 빼앗는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그럴 거라면 처음부터 거래를 제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녀가 망설이는 건 자신이 낮잡아 보았던 상대에게 완전히 농락당한 그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존심 하나 때문에 수정구슬을 포기할 수도 없고 실제로 농락당한 것도 사실이었으니.

마녀는 한숨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인정할게요. 당신의 실력은 제 생각 이상이네요.”

   “하하. 그렇게 칭찬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부탁을 들어드리죠. 제 수정구슬 돌려주시겠어요?”

 

   ***

 

   마녀에게 수정구슬을 돌려주며 입맛을 다셨다.

저기에 담긴 힘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강해질까?

어쩔 수 없지. 지금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힘이 많이 담긴 만큼 흡수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당장 해가 뜨기 전에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야 하니 당장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만약 여기 돌아오지 않고 수정구슬을 가진 채 그대로 런던으로 튀었다면?

그러면 미래야 뻔하지. 범인이 나라는 사실은 금방 밝혀질 테고 곧장 마녀에게 쫓기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아무리 보석의 힘을 흡수하고 강해진다 해도 아직 마녀를 이기려면 한참 멀었다.

애초에 마녀와 사이가 나빠져서 좋을 것도 하나 없고.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순순히 수정구슬을 마녀에게 넘겨주었다.

   마치 주인을 반기듯 그녀의 손에 들리자마자 허공으로 떠오르며 환한 빛을 내뿜는 수정구슬.

넘실대는 보랏빛을 감탄하며 보던 와중 마녀가 내게 말했다.

“수정구슬에 손을 올려다 대세요. 그러면 괴도님이 원하는 과거를 구슬이 보여줄 거예요.”

그렇게 편리한 방법이었다니. 원작에선 대충 과거를 봤다는 식으로 대충 넘겼던 거 같은데.

그녀의 말대로 수정구슬에 손을 올렸다.

딱히 뭐가 바뀌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혹시 TV처럼 구슬에 과거가 재생되는 건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닌 거 같고.

“이제 눈을 감고서 보고 싶은 과거를 속으로 떠올려보세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내가 보고자 하는 과거는 그날 밤 왜 레이첼이 지크프리트와 만났던 건지 왜 드라칸과 엮이게 된 건지 알고 싶었다.

새까맣던 시야에 천천히 보라색 빛줄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공간. 처음엔 추상적인 그림 같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선과 면이 추가되며 정교해지더니 끝에 이르러선 현실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구체적인 공간이 되었다.

“여긴···.”

어딘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장소.

   깜빡이는 가로등을 바라보다 이곳이 어디인지 눈치채고 말았다.

그날 밤의 가로수길이었다.

   카지노에서 진주를 훔친 뒤에 집으로 돌아가던 길. 레이첼을 발견하고 뒤를 미행하다 지크프리트에게 죽을 뻔했던 날 밤.

그렇다면 저 앞에는···.

있다.

그날과 똑같은 옷차림에 똑같은 자세.

   벽에 등을 기대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레이첼의 모습.

지금 나는 과거를 보고 있는 건가? 아니면 과거로 돌아온 건가?

너무나 현실과 똑같은 실체감에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뒤이어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남자.

   용의 자수가 새겨진 검붉은 코트. 드라칸의 상징과도 같은 복장이었다.

그때는 뒷모습만 봐서 곧바로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정면에서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 모든 것에 무관심한 듯한 얼음과도 같은 눈초리.

   최강의 빙결 마법사라 불리는 지크프리트였다.

다가오는 발걸음에 인기척을 느낀 레이첼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먼저 와 있었군.”

상대방의 무뚝뚝한 인사.

일단 이전부터 아는 사이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대체 무슨 접점이 있는 거지? 원작에선 단 한 번도 엮이지 않았던 두 사람이 어째서 이런 야심한 시각에 단둘이 만나게 된 걸까.

“······.”

   “흠. 인사도 하지 않는 거냐. 하긴 그럴 사이도 아니긴 하지만.”

   “바로 가죠.”

   “각오는 됐나?”

   “···네.”

각오라니. 둘의 대화를 들을수록 의문은 오히려 커져만 갔다.

아무리 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평소엔 그렇게 사납던 레이첼이 완전히 딴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 짧은 말을 끝으로 어딘가로 함께 이동하는 두 사람.

   나란히 걷고 있는 것 같지만 미묘하게 지크프리트의 발걸음이 더 앞서 있었다. 즉 그가 길을 안내하는 중인 듯했다.

둘 사이에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얼어붙을 만큼 무거운 침묵만이 끝없이 이어질 뿐.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춰선 지크프리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버러지가 꼬였군.”

   “네?”

그다음으로는 내가 익히 아는 장면이 펼쳐졌다.

   겨우 죽을 뻔한 위기에서 가까스로 도망치는 나.

“잠깐···!”

그런 나를 불러세우는 레이첼의 다급한 외침.

하지만 그 목소리를 무시한 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 내가 보지 못했던 과거가 계속해서 펼쳐졌다.

겨우 시력을 회복한 지크프리트가 핏발이 선 눈동자로 살기를 내뿜었다.

“그 망할 버러지가···!”

만약 저 때 붙잡혔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려온다.

그 분노를 옆에서 지켜보며 겁먹는 레이첼.

   아무리 기가 세고 다혈질이라 해도 결국 성인도 되지 못한 학생. 반면 옆에 있는 남자는 끔찍한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최악의 빌런 중 하나였다.

“어이.”

   “···네.”

   “아까 저 녀석. 네가 아는 놈이냐? 방금 불러세우려 했던 거 같은데.”

이미 일어난 과거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내가 긴장될 정도의 분위기.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아니요. 모르는 사이에요.”

   “그래? 만약 거짓말이면 죽는다. 진짜 모르는 사이냐?”

   “네. 왜 저희를 뒤쫓았는지 궁금해서 불러세우려 했던 것뿐이에요.”

미간을 긁으며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지크프리트.

“그러면 됐다. 쫓아가서 죽일까 했는데 딱히 그럴 필요도 없는 버러지였으니. 다시 가자고.”

   “···네. 알겠습니다.”

뒤이어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두 사람.

그들이 멈춰 선 곳은 도시 외곽 숲의 깊은 골짜기였다.

‘여기는···.’

낯익게 느껴지는 장소.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원작에서 상당히 자주 등장했기에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이곳은 드라칸의 아지트이자 일종의 실험실이었다.

   설마 레이첼을 데리고서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기에 의문은 더 깊어졌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거라고 해봤자 사실상 하나뿐인데···.

두 사람이 들어가는 장소를 보며 내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 어두운 동굴이 바로 실험실이었다.

드라칸이란 조직이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끔찍한 실험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바로 용을 만드는 것.

“의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기억하고 있겠지?”

   “네. 전부 외웠어요.”

   “좋아.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 너는 여기로 와서 의식을 진행한다.”

지크프리트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이 의식이 끝났을 때 너는 용이 되어 있을 거다.”

드라칸은 용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저지른다.

   설령 그것이 인류 전체를 말살하는 행동일지라도.

그리고 레이첼은 그 의식을 위한 제물로 선택받은 듯했다.

   용이 되는 과정에서 어떤 고통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야 너무나 뻔했다.

“···대체 어째서야.”

이 모든 광경을 보고서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대체 왜 레이첼이 이런 선택을 내렸냐는 거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장면에선 그녀에게 강제적인 압박은 보이지 않았다.

   관계의 저울이 기울어 있는 것과 별개로 분명 레이첼은 스스로 움직이고 대답했다.

더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 레이첼이 드라칸과 엮이게 된 시작점으로.

대체 무슨 이유길래 저들의 말도 안 되는 계획에 동참한 것인지.

세상이 다시 보라색 빛으로 물들었다.

   예언의 마녀가 보여주는 과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욱 이전으로 돌아가는 수정구슬.

아까와 똑같이 추상적인 선에서부터 시작하는 공간.

   이내 점차 정교해져 가는 세상이 현실과 구분할 수 없어질 때쯤.

너무나 익숙한 공간과 배경이.

어째서.

 

내일 밤 태양의 미소를 가져가겠다.

   -괴도 레이븐

“하 괴도는 얼어 죽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벌써 50화가 됐네용!

게다가 50화 기념 팬아트까지..!

아직 받지는 못했지만 누군가 그려주실 거라 믿고 미리 감사하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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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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