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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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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8

얘가 원래 이렇게 귀여웠었나?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는 스스로 화들짝 놀라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미쳤군. 설마 그 레이첼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날이 오다니.

아무튼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야 없었기에 곧바로 얘기했다.

“좋아. 그래서 뭐가 고민인데?”

   “···됐어. 역시 말 안 할래.”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지.

   싫다고 했다 좋다더니 또 갑자기 싫다고 그렇게 와리가리를 쳐대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

잠깐 고민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슬쩍 반응을 떠보았다.

“그래. 그러면 말하지 말든가.”

그렇게 시큰둥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명백하게 당황해하는 레이첼.

“어 어디가?”

   “율리아한테.”

   “···거기 가서 뭐 하려고.”

생각보다 반응이 있네. 설마 했는데 진짜 율리아를 의식하는 건가?

   대체 무슨 심보로 그러는 건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이걸 이용하는 수밖에.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이제 수업 시작할 때 됐는데 그냥 앉아. 괜히 신경 거슬리게 돌아다니지 말고.”

   “선생님 들어오시면 그때 앉으면 되지. 그리고 신경 거슬리면 내가 저쪽에 가 있는 편이 더 낫잖아. 여기 앉아있어봤자 할 것도 없고.”

아마 반박할 내용이 없을 것이다. 그야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레이첼이 억지로 떼를 쓰는 상황이었으니까.

다만 일부러 매몰차게 떠나지는 않고 느긋하게 움직이며 그녀에게 여지를 주었다.

결국 잠시 망설이던 레이첼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없어.”

   “응? 뭐라고?”

입질이 왔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자리에 앉아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말하기 부끄러운지 얼굴에 홍조를 띤 채로 다시 얘기하는 레이첼.

“생활비가 없다고···.”

   “아 생활비···.”

   “네가 고민 말하라며. 이제 됐지?”

사정이 팍팍하단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단순히 일에서 잘린 것을 넘어 생활비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었다니.

레이첼은 완전히 내려놓았는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원래 언니도 최근에 괜찮은 직장을 구하고 나도 저녁에 할 만한 알바를 구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둘 다 어제 그만두게 돼서···. 일자리 사장이 아예 다른 지역으로 가버린다니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레이첼뿐만 아니라 그녀의 언니 또한 메이드 일에서 잘린 모양이다.

   단순히 계획을 중단한 것뿐만 아니라 거주하던 대저택 등도 전부 정리한 건가? 드라칸 녀석들 생각보다도 최종장 준비에 훨씬 진심이잖아.

하긴 그런 상황이라면 당장 먹고살 생활비가 걱정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특히 지금 시대에는 현대와 달리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도 않았으니 퇴직금 같은 것도 제대로 나올 리가 없겠지.

그녀는 자기 입으로 말하고 나서 뒤늦게 아차 싶었는지 뒷수습하듯 덧붙였다.

“그냥 그렇다는 거니까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라고···! 절대 도와달라던가 그런 얘기는 아니니까!”

아무래도 어저께 저녁을 사줬던 걸 계속 의식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돈이 많다는 걸 깨닫고 빌붙는 느낌으로 인식되기 싫어서 괜히 더 격렬하게 부정하는 듯했다.

물론 나도 그렇게 억지로 그녀의 손에 돈을 쥐여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원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친한 사이에선 절대 돈을 주고받지 말라는 격언이 존재한다.

설령 피가 이어진 가족이라 할지라도 돈 문제로 관계가 파탄 나는 경우도 더러 있으니까. 나도 괜히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돈을 쥐여줘서 부담을 갖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마침 잘됐네.”

나는 자연스럽게 품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뭐야. 이건?”

   “읽어 봐.”

   “뤼팽 재단···?”

이게 내가 준비한 방법이다.

   레이첼의 친구인 크로가 아닌 재단의 이사인 뤼팽으로서의 후원.

당연히 후원의 이유도 최대한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아무 이유 없이 무작정 돈을 준다고 하면 의심할 게 뻔하잖아.

“아카데미 학생을 위한 장학 제도를 준비 중이래.”

   “난 또 뭐라고. 성적이 개판인데 내가 장학금을 뭔 수로 받아.”

   “여기는 성적보다 경제 사정이 힘든 학생을 돕는 게 주목적이니까 괜찮을걸.”

내 말에도 기뻐하기보단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시원찮은 반응만 보이는 레이첼.

   하긴 꽤 자존심이 센 타입이니 남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아마 받아들일 것이다.

   베로니카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인 것처럼 이번에도 거부하기 힘든 제안일 테니까.

결국 예상한 대로 그녀는 명함을 챙겨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넌 그런데 이런 곳을 어떻게 알고 있냐?”

   “음···. 어쩌다 보니까 우연히?”

내가 대충 대답을 얼버무리자 레이첼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물었다.

“설마 나 때문에 일부러 찾아준 건 아니지?”

   “에이. 내가 네 사정을 어떻게 알고 이런 걸 미리 준비하겠어.”

   “···하긴. 그것도 그렇네.”

이제 남은 건 레이첼이 명함을 보고 재단에 직접 찾아오길 기다리는 것뿐인가.

막상 이렇게 받아놓고 안 오면 어쩌나 고민하던 와중.

레이첼이 잠시 머뭇거리며 망설이더니 들리지도 않을 만큼 조그만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 뭐냐. 고마워.”

   “뭐 이런 걸로. 친구끼리.”

처음 봤을 때와 비교하면 참 장족의 발전이네.

   설마 얘한테 고맙다는 소리를 듣는 날이 올 줄이야.

얘기해놓고 본인도 부끄러운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그 뒤로는 어째선지 약간의 어색한 흐름이 이어졌다.

   선생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되며 간신히 분위기는 원래대로 돌아왔으나 한참이 지나고도 레이첼의 달아오른 얼굴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

 

   “흐어엉. 전부 나 때문이야···!”

   “그만 좀 울라니까. 어휴.”

레이첼은 한숨을 쉬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정말 누가 언니고 동생인지 모르겠네.

   어젯밤부터 하루종일 계속 저러니 설마 학교를 갔다 와서도 이럴 줄이야.

“내가 아가씨한테 미움을 받은 게 분명해···. 훌쩍.”

   “얘기 전부 들었잖아. 아예 다른 지역으로 가신다는데 어쩔 수 있냐고.”

레이첼 자매는 하루아침 동시에 실직자가 되어버렸다.

   고용주인 베로니카가 런던을 떠나 먼 지역으로 이사를 한다며 살던 집까지 처분하고서 모든 사업을 정리한 탓이었다.

덕분에 겨우 가난에서 벗어나나 싶던 가계 사정은 저 밑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당장 이번 달 먹고살 생활비 한 푼조차 버거운 상황.

마음 약한 언니가 저렇게 한탄하는 것도 이해가 될 정도였다.

   당장 자신만 해도 오늘 아침까지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함만 가득했으니까.

그런데 전혀 뜻밖의 활로가 생겨났다.

   레이첼은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카드를 조심스레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사실상 이것이 자신들에게 존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언니. 나 잘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을 거 같아.”

   “···응? 장 장학금?”

울먹임을 뚝 그치고 동생을 가만히 바라보는 레아.

   그러다 곧 입가에 배시시 미소를 띤 채로 진심으로 기뻐하기에 이른다.

“우리 동생이 장학금을···. 이제 언니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니까 진정해.”

크로의 말에 따르면 장학금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심사도 꼼꼼하게 진행한다고 하니 아직 기뻐하기에는 너무나 일렀다.

잠깐 망설이던 레이첼은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역시 바로 가봐야겠어.”

   “응? 이 늦은 시간에 어딜 간다는 거야?”

   “조금이라도 빨리 받아야 하니까.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무작정 거리로 나와 카드에 적힌 주소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소녀.

‘여기 근처인가···?’

그런데 어째선지 풍경이 꽤 낯익게 느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이 크로의 집 근처라는 사실을 깨달은 레이첼.

단순한 우연인가? 아니면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까 재단의 존재를 알게 된 걸지도.

   그럴듯한 추측에 스스로 납득하며 주변에 있을 사무실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아 찾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장학 재단이라길래 거창한 무언가를 상상했건만 막상 사무실은 자그마한 건물에서도 구석 끝에 세를 들인 단칸방 수준에 불과했다.

갑자기 불안감이 확 커진다.

돈을 제대로 주긴 할까? 설마 사기인 건 아니겠지?

   각종 부정적인 가능성이 머릿속을 어지럽혔지만 자신을 위해 제안해준 소년의 얼굴을 떠올리곤 겨우 마음을 다잡은 레이첼.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사기당해봤자 잃을 돈도 없는데.’

이 이상 잃을 것도 딱히 없는 소녀는 눈을 딱 감고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쾅쾅!

“계세요!?”

   “열려 있습니다.”

여유로우면서도 중후한 중년의 음성.

   너무 목소리가 좋으니 오히려 더 의심이 갔다. 이거 진짜 사기꾼 아니야?

문을 열고 들어가자 펼쳐진 사무실의 첫인상은 일단 휑하다는 것.

   테이블과 의자 정도를 제외하곤 딱히 있는 게 없다시피 했다.

“여기 장사해요?”

   “저희는 비영리를 추구하는 재단입니다.”

   “네?”

   “돈을 버는 장사가 아니란 뜻이란 거죠.”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지 뭘 그렇게 어렵게 빙빙 돌려 표현한대?

   첫인상부터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지금으로선 여기밖에 기댈 곳이 없었다.

레이첼은 사무실에 앉아있는 중년의 신사를 바라보았다.

   개인적인 취향 탓에 콧수염이 상당히 거슬렸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누가 보더라도 매우 잘생기고 멋진 중년의 신사.

“여기가 혹시 루팡 재단이었나···. 아무튼 맞죠?”

   “뤼팽 재단입니다. 자선 구호 및 장학 의료 등등을 추구하는 비영리 재단이죠.”

거창한 소개와 함께 모자를 벗으며 정중한 인사를 올리는 남자.

“그리고 제가 뤼팽 재단의 이사인 아르센 뤼팽입니다. 편하게 뤼팽이라 불러주시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팡이 아니라 뤼팽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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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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