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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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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파릇파릇한 청춘의 남녀가 단둘이 있으면 어떨까?

“······.”

정답은 어색하다는 거다.

딱히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핑크빛 분위기 같은 걸 기대하지 말아라. 그런 건 만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지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으니까.

‘잠깐. 여기는 만화 속이잖아?’

아무튼 지금 나는 율리아와 함께 학교 뒤편 분리수거장에 와 있었다.

   별다른 얘기가 오가지 않은 채로 묵묵히 분리수거에만 집중하는 율리아.

[얼른 물어보지 않고 뭐 하는 것이냐?]

‘알았으니까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이것도 각을 보면서 해야 하는 거라고. 여신님의 재촉을 무시하며 신중하게 기회를 살폈다.

어쩌다 보니 얘기를 나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수업 전에 들었던 대화의 전말을 확인할 찬스였다.

게다가 오늘을 계기로 율리아와 친해질 수만 있다면 원작 사건들에 개입하기도 훨씬 쉬워질 테고. 여러모로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냥 친구를 사귀고 싶을 뿐인 거 아니냐?]

‘···조용히 하세요.’

분리수거가 끝나고 수돗가에서 손을 씻던 와중 율리아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수고 많았어.”

   “응. 너도 수고했어.”

   “크로는 수업 끝나면 뭐 할 거야?”

박물관에 목걸이를 훔치러 갈 예정이다.

“그냥 집에서 쉬려고.”

   “그렇구나. 동아리 같은 건 따로 안 해?”

   “응. 딱히 흥미 가는 게 없어서.”

그래도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이 기회를 살려서 어색하지 않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밤에 괴도 레이븐이 박물관을 훔친다던데. 들었어?”

   “요즘은 다들 그 얘기구나.”

   “아무래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잖아.”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물어봐야 하나.

   고민에 잠겨있던 찰나 율리아가 먼저 주제를 이어나갔다.

“크로는 어떻게 생각해?”

   “응? 뭐를?”

   “괴도 레이븐 말이야. 역시 그냥 나쁜 도둑에 불과할 뿐이려나?”

설마 그녀가 먼저 이렇게 언급할 줄이야. 게다가 말의 뉘앙스로 보면 괴도에 대한 마음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듯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음. 사실 잘 모르겠어. 처음에는 당연히 도둑이니까 나쁘겠구나. 그렇게만 생각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조금 헷갈려.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생각보다 쉽게 그녀는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다. 어쩌면 속에만 담아 두고 있자니 답답해서 누구에게 말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어?”

   “음···.”

이번에는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약간 망설이는 듯하던 율리아는 이내 멋쩍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들으면 기분 나쁠지도 몰라.”

   “응? 어째서?”

   “되게 이기적인 이유거든.”

전혀 생각지 못한 답변에 잠시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기적이라는 표현은 율리아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단어 중 하나였다.

누구보다 남을 생각해주는 그녀가 괴도를 향한 생각을 바꾼 이유가 이기심 때문이라고? 쉽사리 믿기 힘든 얘기였다.

“괜찮아. 실망 안 할 테니까.”

   “아니. 그래도 역시···.”

   “정말이야. 게다가 내가 누구한테 말하기라도 하겠어? 소문내줄 친구도 없는걸.”

어쩌다 보니까 나 스스로 디스해버렸다. 그래도 사실인 걸 어쩌겠어.

“음···.”

그런데 율리아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막상 그렇게 반응하니까 좀 상처인데.

사실 얘기할 친구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른다고? 레이첼한테 확 다 말해버릴지도 모른다니까?

‘아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지.’

다른 애면 몰라도 레이첼은 좀 그렇다.

“되게 친하고 좋아하는 언니가 있어. 나한테는 가족 같은 사람이야.”

어? 잠깐만. 설마 이건···.

“그 언니가 레이븐한테 도움을 받았어. 꽤 힘든 상황이었는데 덕분에 문제가 해결될 정도로 큰 도움을.”

   “······.”

   “이기적이지? 결국 그건 누군가의 물건을 훔쳐서 번 돈이잖아. 떳떳한 방법이 아닌데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득을 봐서 좋아하는 거니까.”

이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건지 대충 이해가 갔다.

며칠 전 태양의 미소를 처분하고 생긴 돈을 교회에 전부 기부했었다. 그 교회의 수녀님은 원작의 주요 등장인물로 주인공 일행에게 큰 도움을 주기도 하고.

사실 주인공이 수녀님과 알게 된 계기는 전부 율리아로부터였다. 애초에 율리아가 주인공에게 호감을 품게 되는 것 역시 수녀님과 관련된 사건 때문이었고.

[호오. 다시 말해 전부 노리고 한 일이었다는 거구나.]

‘아니거든요.’

율리아와 수녀님이 각별한 사이라는 건 후반부에 들어 잘 강조되지 않기에 순간 깜빡했을 뿐이다. 설마 이게 이런 식으로 돌아올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율리아가 생각을 바꾼 이유가 나 때문이라니. 심지어 그걸로 인해서 죄책감마저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쁜 게 아니야.”

   “···응?”

   “소중한 사람이라며. 그러면 당연히 기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정말로? 다른 사람이 그 일로 상처 입었는데도?”

확실히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의 말대로 이기적인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이기적인 게 당연하다.

“반대로 소중한 가족보다 생판 모르는 남을 더 우선시한다면 그거야말로 더 나쁜 게 아닐까?”

   “그건···.”

   “아직 마음을 결정짓지 못하겠다면 더 지켜보면 된다고 생각해.”

내 대답이 의외였는지 눈을 크게 뜬 채로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율리아.

“괴도 레이븐이 정말 나쁜 녀석인지 아니면 사실 착한 녀석일지 지켜보면 되잖아? 마침 오늘도 활동한다고 했으니까.”

깊은 고민에 잠겨 내 말을 곱씹던 율리아는 이내 훨씬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크로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그렇다면 다행이네.”

   “고마워. 너한테 털어놓기를 잘한 거 같아!”

그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는 율리아를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역시 만화보다 실제가 훨씬 예쁘구나.

만약 지금이 게임이었다면 분명 친밀도가 상승했다는 알림이 등장했을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같은 반 동급생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잡담을 주고받을 친구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아주 훌륭하구나. 괴도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니.]

‘아무리 그래봤자 저는 순애파거든요?’

[후후. 다들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면서 시작하는 거지.]

아니 원래 보통 여신들은 다 이러나?

   무슨 음흉한 배불뚝이 변태 아저씨도 아니고. 대체 왜 그런 쪽에 집착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처음보다 훨씬 사이가 가까워져 시답잖은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반으로 복귀했다.

그 뒤로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오늘 밤. 예고한 대로 박물관을 털 것이다.

 

   ***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놨느냐?]

“네.”

사실 특별하게 준비할 건 없었다. 작전은 말로 설명하면 매우 단순한 편이었으니. 그저 들키지 않게 조심히 지하 하수도로 들어가 미리 파놓은 루트를 이용해 목걸이를 빼내오면 된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목걸이를 훔치는 순간 전시대가 열리는 것을 누군가 목격하면 말짱 꽝이라는 거겠지.

그래서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어그로가 필요하다.

“저번처럼 풍선 인형을 이용할 생각이에요.”

[그건 쉽게 들킬 텐데.]

“어차피 잠깐만 이목을 돌리는 용도면 충분하니까요.”

굳이 정밀하고 완벽할 필요 없다. 박물관 내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1초라도 끌어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풍선 인형의 좋은 점은 내가 원하는 때에 부풀려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그전까지는 조그마한 풍선으로 있다가 내가 마법을 연결하면 확 부푸는 방식이었다.

풍선은 천장에 두기로 했다. 박물관 천장이 투명하다 보니 안에 있는 사람들도 전부 풍선에 시선이 끌릴 것이다. 경비가 삼엄하여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었지만 그냥 근처까지 가서 천장에 풍선을 던지면 그만이었다.

“좋아. 잘 착지했네요.”

[이제 하수도로 가면 되겠구나.]

여신님의 말대로 이제는 지하로 내려가서 훔치면 끝. 박물관이라고 조금 긴장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쉽게 풀리는군. 물론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되겠지만.

다행히 하수도 입구에는 별다른 조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스리슬쩍 안으로 들어가 어제 곡괭이로 손수 팠었던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었다.

“킁킁. 킁킁.”

[왜 그러느냐?]

“왠지 냄새가 더 심해진 것 같지 않아요?”

[이 몸에게 묻는 것이냐? 지금 내가 냄새를 맡을 수 있어 보이느냐?]

“아 그렇네요.”

지팡이는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걸 순간 깜빡하고 말았다.

   아무튼 오늘따라 하수도 물이 상태가 별로인지 악취가 더 심한 느낌이다.

최대한 서둘러 목걸이만 빼내고 나가야겠다.

“도착했네요.”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의 바로 위에 ‘천사가 머문 바다’가 있다. 아마 박물관에선 지금쯤 온갖 흉악하고 엄청난 방비가 나를 잡기 위해 준비되어 있겠지.

미안하지만 나는 지하에 있다는 말씀.

목걸이를 빼내기 위해 전시대를 여는 동시에 천장에 준비해뒀던 풍선 인형 마법을 발동했다.

위쪽의 소란스러움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최대한 서둘러서 나는 전시대를 열고 목걸이를 집어 밑으로 빼냈다.

“들켰나?”

시끄러운 외침이 어렴풋이 들려온다. 목걸이가 사라졌단 사실은 깨달았지만 내가 지하에서 훔쳤다는 건 모르는 듯했다.

좋아. 완벽한 성공이다. 이제 하수도를 탈출해 집으로 돌아가면 끝.

[생각보다 너무 손쉽게 성공했구나.]

“그러게요. 그래도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죠.”

괜히 뭉그적거리다 덜미를 잡히지 않게 서둘러 하수도를 빠져나가려 했다.

크르르-.

“···응? 여신님. 방금 무슨 소리 냈어요?”

[무슨 소리 말이냐?]

“약간 개가 으르렁거리는 느낌이랄까.”

[내가 왜 그런 소리를 내겠느냐!]

이상하다. 분명 들었는데.

   문득 어제도 하수도에서 기척을 느꼈던 것을 떠올렸다.

설마 착각이 아니라 진짜 뭔가 있던 건가?

   하지만 이런 하수도에 뭐가 있다고?

그때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거품과 어두운 물속에서 움직이는 검은 그림자. 하수도의 물속에 무언가 있다.

“도망치죠.”

예감이 좋지 않다. 서둘러 뒤돌아 입구까지 달리려던 순간.

   그보다 한발 먼저 물속에 있던 무엇인가 거칠게 일어나며 정체를 드러냈다.

“···악어?”

그것은 거대한 악어였다.

   두 발로 서 있는 악어.

“어쩐지 일이 쉽게 풀리나 했더니···.”

아무래도 단단히 큰일 난 것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악어는 어흥! 하고 운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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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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