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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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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침착하자.

상대가 누구이며 의도가 뭔지 몰라도 우선 상대방은 나를 적대하는 기색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내가 검을 훔치려 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

이런 상황에선 여유를 잃어선 안 된다.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서 최대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검을 훔치지 않는 거냐고 했던가.

“아 잠시 고민 중이었거든요.”

   “고민이라. 오밤중에 여기까지 몰래 들어왔다는 건 이미 훔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 뜻 아니더냐?”

하긴 일반적으로 보자면 그게 맞긴 하지.

   그렇지만 나는 일반적인 도둑이 아니라서 말이야.

“오늘은 본격적인 쇼에 앞선 사전 탐색이라고 할까요.”

   “쇼? 그게 무슨 뜻이지?”

상대는 어째선지 내게 상당히 흥미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내 발목을 붙잡아둘 목적으로 일부러 시간을 끄는 걸지도.

“예고장을 보낸 다음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무대에서 훔치는 거죠.”

   “아 그렇군. 네가 바로 요즘 난리인 괴도로구나.”

   “저를 알아주시다니 이거 영광이군요.”

방심은 하지 않는다.

   시치미를 떼고 있을 뿐 처음부터 내 정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기묘한 상황도 어쩌면 내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함정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섣불리 도망치지 않고 대화에 어울려주는 이유는 오직 하나.

   상대방의 실력을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분명 이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이 별궁 내에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처음부터 내 감각을 피해 숨어있었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안에 들어와 뒤를 잡았다는 뜻. 둘 중 뭐가 정답이건 간에 만만히 볼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더 중요한 건 여신님 또한 경고해주지 않았다는 것.

   설마 여신님의 눈마저 피했다는 거라면 그건 내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란 뜻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음. 좋은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오···! 역시 믿고 있었어요!’

[저 여자를 꼬시는 거다.]

‘······.’

방금 얘기는 취소다.

   아무래도 여신님은 진작 눈치챘으면서 일부러 말을 아낀 게 분명하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그러면 오늘은 검을 훔치지 않는 것이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계속 똑같은 질문만 반복하는데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설마 내가 검을 훔치기를 바라는 건가?

   아니면 반대로 지금 훔치겠다고 말하면 바로 공격하려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

   저 금발의 여인은 나를 눈에 담은 채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장고 끝에 내가 내린 대답은.

“네. 훔치지 않습니다.”

   “그렇군.”

   “실망하셨나요?”

   “아니. 도둑이 내 물건을 훔쳐 가지 않겠다는데 실망할 필요가 있겠느냐.”

마치 오늘 점심은 먹었냐며 안부를 묻는 듯한 평온한 어조.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첨언을 덧붙였다.

“아 정확히 말하면 아직은 내 것이 아니지만 말이지.”

그 말로서 눈앞에 있는 여인의 정체가 확정 지어졌다.

빅토리아 3세.

   가장 위대한 나라인 브리타니아의 하나뿐인 왕위 후계자.

그녀가 다른 누구도 아닌 공주였다는 사실에 나는 딱딱하게 얼어붙고 말았다.

이건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전개인데.

   설마 여기서 공주를 만날 거라곤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에 공주의 존재 자체를 아예 상정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원작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이름만 간간이 언급될 뿐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적조차 한번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얼굴과 차림새만 보고 진작 눈치챘었겠지.

“재밌는 표정이로군.”

너무 의외의 상황에 계속 신경 썼던 표정 관리조차 무너지고 말았다.

   아마 지금 거울을 본다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멍청한 모습일 것이다.

왠지 말투나 겉모습부터 단순히 기사라기엔 고귀함이 뚝뚝 묻어나오더니.

   기껏해야 기사단장이나 고위 귀족이지 않을까 했는데 공주가 직접 갑옷까지 챙겨입고 이런 야심한 시각에 별궁까지 나왔다는 말인가?

그것도 호위도 하나 없이?

   본인의 실력에 상당히 자신 있는 게 아니라면 쉽지 않을 선택일 텐데.

물론 여기는 궁전 내부이니 공주가 혼자 돌아다닌다고 해서 딱히 이상할 건 없지만 지금까지 대화와 분위기로 짐작했을 때 그녀는 내가 여기 침입했다는 사실을 알고서 직접 찾아왔을 확률이 높다.

“공주님은 저를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나도 설마 도둑이 검을 훔치지 않겠다고 당당히 선언할 줄은 몰라서 말이다.”

만약 공주가 나를 체포하려 한다면 과연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사실 도망친다고 해도 문제인 게 이미 내 계획이 전부 탄로 나버린 이상 훔치는 것도 매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어째 묘하다.

   자꾸만 공주님이 아쉬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마치 내가 꼭 검을 훔쳐 달아나길 바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지금 내 손에 들린 검은 브리튼의 왕이 의식을 거행할 때 직접 사용하는 검. 즉 국보나 다름없는 가치를 지닌 매우 귀중한 보물이다.

그런 검이 도둑맞기를 원한다니 그것도 왕위 계승이 확정된 공주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절로 고개가 저어질 수밖에 없는 궤변이었다.

차라리 내 예측이 전부 틀렸다고 자책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아무 근거도 없이 그냥 감으로 때려 맞춘 거니 당연히 잘못 짚었을 수도 있는 거니까.

사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따로 있었다. 굳이 혼자서 끙끙대지 말고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

“만약 제가 검을 훔치겠다고 했다면요?”

   “음. 그랬다면···.”

잠시 말끝을 흐리며 이쪽을 응시하던 그녀가 천천히 얘기했다.

“그냥 보내줬겠지.”

   “······.”

대답을 들었음에도 의문이 풀리긴커녕 혼란이 더 커질 뿐이었다.

지금 이 공주님이 나랑 두뇌 싸움을 하자는 건가?

   사람이 당황해하는 걸 보고 즐기는 악취미가 있는 건가?

만약 저게 그냥 진심을 밝힌 거라면.

   왜 그녀는 내가 왕실의 검을 훔쳐 가길 바라는 거지?

한참을 고민하다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듯 저는 예고장을 보내고 무대 위에서 춤추길 좋아하죠.”

   “그거 말만 들어도 재밌어 보이는 취미로구나.”

   “공주님께선 제 무대를 관람하실 건가요? 아니면 망치실 건가요?”

공주는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마치 지금의 대화가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같이 춤을 춘다는 선택지는 없는 것이냐?”

   “···공주님이 원하신다면. 그것도 물론 가능하죠.”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이후에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아예 감도 잡히지 않았다.

공주와 괴도.

   나란히 놓으니 이만큼 괴상한 조합이 또 있을까.

[어허. 이보다 근본인 조합이 또 어디 있다고.]

‘여신님은 제발 조용히 좀 계세요.’

다행히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본인의 말을 정정했다.

“아쉽게도 정말로 그랬다가 혹여 폐하께서 눈치채시면 큰일이니 무대에 오르는 건 상상만으로 끝내야겠구나.”

당연하다. 일국의 공주가 왕실의 보물을 훔치는 괴도에게 협조한다? 들키는 순간 절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특히 시대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아예 왕정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니 귀빈석에서 관람하는 걸로 만족하도록 하마.”

여전히 그녀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오히려 대화가 이어질수록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하지만 일단 공주가 정말로 내 활동을 방해할 마음이 없는 건 사실인 듯했다. 만약 이게 전부 거짓 연기라면 순순히 당해주는 게 예의일 정도.

애당초 그녀의 실력이 정말로 나보다 뛰어나다면 굳이 귀찮게 돌아갈 필요 없이 지금 당장 제압하면 그만이지 않나. 따라서 지금은 공주님의 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나는 카드 한 장을 뽑아 들었다.

그런 내 행동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공주님.

   카드를 든 채로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불이 붙으며 카드가 사라졌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건 새빨간 장미 한 송이.

“오호. 마술의 귀재로군.”

   “하하. 공주님께 칭찬을 받다니 이거 영광이네요.”

장미를 공주님에게 건네주자 그녀는 곧바로 손을 회수하지 않고 내게 손등을 내밀었다.

[후후. 아주 적극적인 아이로군. 마음에 드는구나.]

참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났네.

   아무래도 여신님은 빅토리아 공주가 마음에 쏙 든 모양이다.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지만 이걸 거절하는 것도 실례겠지?

   괜히 공주의 심기를 거슬렀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살기 위해서 손등에 키스했다.

“훌륭한 공연이었다.”

   “감사합니다. 이번 마술쇼는 맛보기에 불과하니 다음 본공연에 꼭 참여해주시길.”

   “흠. 공연 티켓은 어디서 받나?”

나는 씩 웃으며 얘기했다.

“공주님의 손에 들려있습니다.”

   “이 장미 말인가?”

그녀가 장미를 이리저리 살피던 도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오며 장미가 또다시 카드로 변했다. 평범한 트럼프 카드가 아닌 괴도가 그려져 있는 예고장이었다.

“그럼 안녕히.”

나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 채 별궁을 떠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괴도와 공주

괴도와 탐정

둘 중 어느 조합이 근본일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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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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