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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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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4

런던의 경찰서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가젯은 자신의 손에 들린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서 헛웃음을 흘렸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상황이다.

   하다 하다 이젠 웬 도둑놈이 브리타니아의 왕실을 털겠다고 당당히 선언했으니까.

문제는 이 경고를 단순히 질 나쁜 농담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겠지.

   이미 예고장의 주인은 몇 차례나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범죄를 예고했으며 그때마다 경찰들은 그를 막아내는 데 실패했으니.

말하자면 이 뻔뻔한 예고장엔 그녀의 책임 또한 섞여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분명 처음 수사를 맡았을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은 꿈에도 몰랐는데.

아니 지금 와서 자책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미 지난 과거를 후회할 시간에 앞으로의 대비책을 세워 녀석을 체포하면 된다.

하지만 그녀의 결심은 곧바로 장애물을 맞닥뜨리고 말았다.

   그것도 가장 상상하기 싫었던 최악의 모습으로.

“범행 예고를 언론에 알리지 않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가젯. 이번에 괴도가 지목한 장소가 어딘지 아나?”

그녀는 딱딱한 무표정을 유지하는 상관에게 거침없이 대답했다.

“버킹엄 궁전이죠.”

   “그래. 궁전이지. 놈은 왕실을 상대로 도둑질을 하겠다고 선언한 거야.”

   “그러니 더더욱 사람들에게 녀석의 몰상식함을 알려야죠.”

   “알리면? 모든 사람의 이목이 여기 쏠릴 텐데 감당할 수 있겠나?”

그 말뜻을 곧바로 이해한 가젯은 표정이 일그러지며 불쾌한 티를 숨기지 못했다.

“그 말은 제가 이번에도 실패할 거란 뜻입니까?”

   “쭉 그래왔잖나. 이번엔 다르리란 보장은 있나?”

   “···무조건 잡겠습니다. 한번만 믿어주십시오.”

그녀도 자신의 말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상관의 말에 딱히 틀린 부분이 없다는 것도 전부 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경찰이 괴도의 공범도 아니고 왜 범죄 예고를 대중들에게 숨겨야 한단 말인가?

실패했을 때의 퍼부어질 비난과 질타가 무서워서?

   도둑 하나 제대로 못 잡는 무능력한 집단으로 비치고 싶지 않아서?

이유가 뭐건 간에 절대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제가 책임지고 반드시 체포하겠습니다.”

   “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예상했었지.”

늙은 중년의 이마에 주름살이 깊어졌다.

   깊은 한숨을 내쉰 그는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미안하다. 가젯.”

   “···그게 무슨 뜻입니까?”

   “그간 고생했다는 거 안다. 그 망할 놈을 잡으려고 가장 마음고생도 심했겠지.”

강한 불길함. 사실 이미 머릿속으론 뒤에 무슨 얘기가 나올지 짐작하고 있었으나 그녀는 애써 부정하며 필사적으로 말했다.

“서장님.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번엔 정말로···.”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미 관할이 넘어갔어. 앞으로는 집행자가 수사를 맡을 거다.”

결국 그녀의 불길한 직감은 현실이 되었다. 그것도 가장 껄끄러운 집행자 녀석들이 자신의 임무를 꿰찬다는 최악의 결과로.

“그러니까 말했잖냐. 애초에 저번 카지노 때도 집행자가 맡았어야 하는 걸 억지로 버텼으면 실패하질 말았어야지. 그게 우리의 마지막 기회였던 거라고.”

   “······.”

평소엔 감정을 잘 내비치지 않는 가젯이 명백하게 동요하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여 표정은 애써 가릴 수 있었으나 꽉 쥔 주먹의 흔들림은 어떻게 숨길 방법이 없었다.

“한동안 휴가라고 생각하고 쉬어라. 굳이 이번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녀는 꾸벅 경례한 뒤 성큼성큼 방을 나섰다.

 

   ***

 

   한참을 고민한 끝에 가젯은 결론을 내렸다.

역시 인정할 수 없다.

수사에서 손을 뗀다는 소식은 그녀의 팀 전체에도 알려졌다. 팀장인 가젯이 워낙 우중충해 있으니 눈치를 보긴 해도 밑에 있던 팀원들은 대부분 아쉬움보단 후련해하는 기색에 가까웠다.

당연히 그녀도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 그런 분위기를 쉽게 읽어냈다.

   자연스레 머릿속에 드는 생각.

정말로 이대로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가?

   그에 대한 결론이 바로 역시 인정할 수 없다는 것.

적어도 이렇게 찝찝하게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당장 마지막 카지노 수사 때는 아예 놈의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했었다. 설령 수사권을 집행자에게 넘긴다 한들 최소한 미련이 남지 않게 매듭짓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미 자신은 저번에 한 차례 억지를 부렸었다.

   서장의 말대로 사실 저번 카지노 때부터 수사권은 집행자에게 넘어갔어야 했다. 단지 예고장의 암호를 풀어낸 공로를 인정해달라며 떼를 써서 겨우 지켜낸 것일 뿐.

이제 같은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명분도 아예 없고.

경찰서 안에 콕 박혀 휴가나 지내라며 경고까지 들은 상태. 이런 상황에선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절대 서장이 허락해주지 않을 게 당연했다.

가젯은 아쉬움에 괜히 예고장을 다시 읽어내렸다.

궁전의 검을 훔쳐 가겠다는 당당한 괴도의 예고.

   아마 집행자뿐 아니라 왕실 소속 로얄 가드도 움직일 것이다.

과연 레이븐이 그런 철통 경비를 뚫고서 도둑질에 성공할 수 있을까?

녀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마술과도 같은 트릭은 단순히 강하다고 간파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적어도 녀석을 상대할 땐 차라리 내가 낫지.’

가젯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븐과 가장 자주 맞닥트렸던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자신이 아닌가? 단 한 소녀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래.’

여태껏 놈을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뛰어다녔던 건 자신과 소녀 둘이었다.

   집행자나 로얄 가드가 아니라 바로 그녀들이었단 말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가젯. 그 돌발 행동에 팀원들이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다 조심스레 물었다.

“팀장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잠깐 밖에 나갔다 온다.”

   “···네? 설마 괴도 잡으러 가는 건 아니시죠?”

   “어. 아니니까 서장님한테는 대충 잘 둘러대.”

누가 봐도 맞다는 긍정 신호에 팀원들은 완전 죽상이 되어 그녀를 뜯어말렸다.

“팀장님! 그러다 진짜 제복 벗으면 어쩌려고요···!”

   “그럼 나도 탐정 사무소나 차리지 뭐. 경찰로 쫓으나 탐정으로 쫓으나 비슷하지 않나?”

결국 아무도 가젯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것이 아집일지 아니면 신념일지는 아직 알 수 없는 법이었다.

경찰서 바깥으로 나온 가젯은 기지개를 켜며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폐부로 들이마셨다.

“도둑 잡기 딱 좋은 날씨네.”

녀석은 바로 오늘 밤에 범행을 저지를 것이다.

가만히 손가락이나 빨면서 구경만 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그녀가 경찰로서 무언가를 할 수는 없는 상황.

따라서 가젯은 오늘만큼은 일반인의 신분으로서 움직이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믿을 만한 든든한 조력자를 알고 있다는 것.

꽤 오래전부터.

   어쩌면 처음 봤을 때부터 그 얄미운 괴도가 체포된다면 그건 한 탐정 소녀의 손에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셜록이라면···.’

그녀와 함께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가젯은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서 소녀가 있을 홈스 사무소로 걸음을 옮겼다.

 

   ***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설마 아침에는 문을 닫았을 줄이야.

생각해보면 당연히 염두에 둬야 할 변수였는데.

   탐정 소녀의 열성적인 모습만이 기억에 남아있던 탓에 당연히 지금 같은 이른 시각에도 열려 있으리라 짐작했던 게 패인이었다.

언제쯤 문을 열까? 애초에 문을 두드려봐도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아예 외출 중인 모양인데.

가젯은 문 앞의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자조하였다.

“아침부터 이게 뭐하는 짓인지···.”

언제쯤 돌아올지도 모르니 하염없이 계속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차라리 궁전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경찰의 직권을 사용할 수도 없는 지금으로선 가봤자 문전박대당할 게 뻔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시간을 낭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난감한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가젯.

차라리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소녀를 찾아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

   물론 런던의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아무 정보도 없이 특정 인물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너무 멀리 벗어나진 말고 사무소의 주변 정도만 돌아다녀 보자. 그러면서 주기적으로 사무소도 확인하면 되겠지.

몸을 일으켜 계단을 내려온 그녀는 어디부터 가볼지 잠시 고민에 잠겼다.

좋아. 일단 이쪽 베이커 가로 가볼까.

그렇게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갈림길에서 나타난 한 소년과 살짝 몸을 부딪치고 말았다.

“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차분한 흑발에 자꾸만 눈길이 가게 하는 푸른 눈동자.

가젯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년을 가만히 응시했다.

‘왜 이렇게 낯익게 느껴지지?’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괴도와 경찰 조합이 근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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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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