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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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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처음부터 이미 결정은 내렸었다.

집행자로 키워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당황하긴 했지만 괴도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으니까. 만약 괴도와 집행자를 동시에 병행할 수 있다면 진지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내 대답을 들은 공주님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진심이었다면 실망했을 거다.”

   “어 집행자가 되면 좋은 거 아닌가요?”

나야 그렇다 쳐도 보통 일반적으로는 안도하는 게 아니라 실망해야 정상 아닌가?

“내게 공연을 즐겨달라 해놓고 배우가 사라지면 무슨 소용이냐.”

음.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뭔가 이상한 것 같긴 해도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서 그 자에게 거짓말로 속인 다음은 어쩔 작정이냐?”

   “계획이야 이미 전부 짜뒀죠.”

마법을 이용한 환상이야 상대와의 실력 격차가 워낙 극심해 바로 탄로 나고 말았지만 혹시 몰라 예비용으로 준비해뒀던 가짜 신분증에는 완벽히 속아 넘어간 상태.

어차피 전투로 흘러가지만 않으면 빠져나갈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었다.

내 자신만만한 선언에 잠시 침음성을 흘리던 공주는 이윽고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혹시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

   “네?”

   “나를 인질로 잡거라.”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잠시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그 황당한 제안이 짓궂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게 과격한 방법은 저랑 안 맞는데요.”

내가 웬만하면 공주의 비위를 맞춰주는 편인데 이건 그래도 순순히 받아들이기 힘든 부탁이었다.

“공연에서 같이 춤춰도 된다고 허락하지 않았나.”

   “그걸 거절하신 건 공주님 본인이셨죠.”

   “마음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글쎄.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런 인질극으로 얻을 이득은 거의 없어 보이는데.

“예를 들면요?”

   “무시무시한 악명을 얻는다거나.”

   “지금으로도 충분한데요. 패스.”

   “복도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세 사람을 더 약 올릴 수도 있겠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네요.”

얘기를 들을수록 더더욱 안 좋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인가.

“흠. 좋아. 인정하지. 지금 인질극을 벌인다고 해서 딱히 그대가 얻는 이득은 없어 보이는구나.”

   “이해해주셔서 고맙네요.”

   “그러면 내기를 하는 건 어떤가?”

내기라. 이건 또 흥미를 자극하는 주제로군.

   본래 괴도는 내기를 즐기는 법이다. 더 정확히는 내기에서 승리하고 상대를 놀리는 걸 즐기는 거지만.

“어떤 내용인지 들어나 볼게요.”

   “간단하다. 관객들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기에 얼마나 몰입했는지를 예상하면 된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기.

   즉 인질극을 지켜본 세 사람이 거기서 이상함을 눈치채느냐.

   다시 말해 사실상 공주의 연기력이 얼마나 뛰어날지 내기하자는 뜻이었다.

“좋아요. 그럼 저는 몰입하지 못한다에 걸죠.”

   “너무하군. 그렇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하다니. 내가 그리도 연기를 못할 거 같으냐?”

서운한 척 투덜대는 공주님을 보며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만약 반대로 배팅하면 공주님이 일부러 발연기를 선보일 수도 있잖아요?”

   “이 몸을 뭐로 보고. 내기는 반드시 공정하게 진행할 거다.”

   “그리고 관객 중에 아주 똑똑한 탐정이 한 명 있거든요.”

아마도 그녀라면 어렵지 않게 눈치채지 않을까 짐작해보았다.

“그거 재밌겠군. 그러면 가장 중요한 내기의 보상을 걸어야겠지.”

뭐든지 상관없다. 어차피 이길 거란 확신이 있으니까.

“이 검은 어때요? 만약 제가 지면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반납해놓죠.”

   “호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냐? 좋다. 그러면 이제 연극을 시작해볼까?”

 

   ***

 

   한차례 소동이 끝난 뒤 집행자 에반은 뒤늦게 괴도를 추격하기 위해 별궁을 나섰다.

다만 크게 기대할 수는 없으리라.

   다른 건 몰라도 도주 능력 하나만큼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녀석이니.

그렇게 별궁에는 다시 세 여인만이 남게 되었다.

셜록은 제자리를 맴돌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번에도 괴도를 놓치고 만 가젯은 분해하면서도 막상 괴도의 회개가 거짓이었단 사실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인질로 잡혀 목숨을 위협받았던 빅토리아 공주는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자리에 앉아 진정을 꾀하고 있었다.

그때 셜록이 터벅터벅 발소리를 내며 공주의 앞으로 다가왔다.

“공주님.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무슨 일이냐···?”

   “레이븐과 단둘이 있을 때 어떤 얘기를 나눴었나요?”

공주는 창백한 낯빛을 가리지 못한 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말해 뭐하겠느냐. 그냥 집행자의 말이 사실인지 정말로 마음을 고쳐먹은 건지 등을 물었다.”

   “그런 것치곤 첫 비명이 나오기까지 딜레이가 꽤 있던 거 같아서요.”

자칫 기분이 상할 수도 있는 직접적인 화법에 가젯은 슬그머니 다가와서 셜록을 말렸다.

“셜록 씨. 지금은 공주님이 안정을 취할 수 있게 기다려주죠. 어차피 얘기야 나중에 얼마든 들으면 되니까.”

   “보니까 검이 꽂혀있던 장소와 창문까지는 거리가 꽤 되더군요.”

뜬금없는 얘기에 두 사람의 시선이 셜록에게 집중됐다.

“그런데 저희가 처음 비명을 듣고 바로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는데 두 사람은 창문 바로 앞에 있었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얘기만 들어도 어색하지 않나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비명을 내질렀다는 건 무언가 상황이 발생했다는 뜻이고 보통의 경우 괴도가 검을 뽑았을 때여야 정상이겠죠.”

가젯은 셜록을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그 말을 들으며 실시간으로 설득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괴도가 태도를 돌변해 검을 뽑아 들었을 때 비명을 지른 게 맞나요?”

   “······.”

   “그럴 리가 없겠죠. 저희는 비명을 듣자마자 방으로 들어왔으니까. 그 짧은 사이에 창가까지 인질을 붙잡고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공주는 뭐라 반박하지 않고 얌전히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그렇다는 건 레이븐이 검을 뽑고 두 사람이 함께 창가까지 이동한 다음에야 비명을 지르셨다는 뜻인데 그것 또한 그림이 상당히 이상한 거 같네요.”

가운데서 얘기를 듣던 가젯도 공주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공주님. 이 말이 사실입니까? 어떤 상황이었는지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결국 빅토리아는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짝짝 손뼉을 치며 낮게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후후. 정말로 대단하구나. 그가 확신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군.”

   “···설마 괴도와 손을 잡으신 겁니까?”

   “그렇게 말하니 내가 꼭 왕실을 배신한 것처럼 들리잖나. 손을 잡은 건 절대 아니다.”

공주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적당한 표현을 찾아 대답했다.

“말하자면 협조 요청을 받은 셈이지. 확실히 연출된 상황처럼 목숨이 위태로운 인질극은 거짓이었다.”

   “···즉 어느 정도 강제성은 있었다는 뜻입니까?”

   “글쎄. 공주가 괴도의 마음을 어찌 알겠나. 다만 그는 요구했고 나는 받아들였을 뿐이니.”

모호한 표현에 가젯은 벌써 골치가 아파왔다.

어쨌든 상황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으니 경위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번 인질극 소동이 둘이서 짜고 친 연출이라면 매우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사실을 숨기고 괴도를 악인으로 만들자니 그건 위조였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전부 밝히자니 자칫 공주의 평판이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했다.

그런 형사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빅토리아는 태평하게 셜록과 얘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추리력이구나. 처음부터 눈치챘던 것이냐?”

   “아니요. 처음에는 단지 위화감을 느낀 정도였어요. 수상하다고 생각한 건 레이븐이 한 말 때문이었고요.”

   “괴도가 한 말?”

셜록은 기억을 되짚으며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되뇌었다.

“너무 실망하진 말아줘. 이것도 결국 전부 쇼에 불과하니까.”

설마 이런 방법을 쓸 줄은 몰랐다고 얘기한 탐정에게 돌아온 괴도의 대답이었다.

그 말을 들은 공주는 팔짱을 끼며 작게 중얼거렸다.

“흠. 이건 규칙 위반 수준인데···.”

   “애초에 처음부터 녀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어요.”

   “그것도 그렇지. 그대는 줄곧 괴도의 회개를 믿지 않았으니까. 혹시 그것도 이유가 있나?”

아까처럼 논리적인 추리를 기대한 빅토리아는 눈을 반짝이며 소녀를 바라보았다.

“만약 녀석이 진짜 회개한 거라면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음? 그게 무슨 뜻이냐?”

   “저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거예요. 굳이 저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별궁에 찾아오리라고 예상했던 거겠죠. 집행자와 단둘만 있으면 탈출이 어려우니 변수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에요.”

과연. 꽤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특히 이전 밤에 공주를 직접 무대에 초대했었으니 그녀가 오리란 사실을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겠지.

“그리고 확신을 가졌던 건 집행자가 괴도의 본명을 말해줬을 때였어요.”

   “이름 말이냐?”

   “네.”

도일 르블랑.

   그 이름을 듣자마자 셜록은 레이븐이 진심이 아니란 것을 확신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녀가 추측한 이름과 달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죄송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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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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