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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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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평화롭네.

최근 며칠 동안 아무 사건도 없이 잔잔한 일상이 반복됐다.

   열심히 아카데미 수업에 집중하고 마친 뒤에 스터디 모임까지 하고 나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있는 것이다.

보석의 힘을 흡수하는 동안 가지는 잠깐의 휴식이었지만 사실 이런 삶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무심코 들 정도였다.

[괴도를 그만두고 싶은 것이냐?]

“아니요. 그건 아니죠.”

당연히 괴도 활동에도 만족하고 있다.

   지금 같은 소소한 행복도 물론 좋지만 짜릿한 자극이 없으면 금방 시시해질 것 같으니까.

“흡수도 오늘 밤에 끝난다고 하셨죠?”

[음. 벌써 거의 다 채워졌구나.]

처음에는 언제 되나 막막했는데 막상 금방 된 기분이네.

   아까 평화로웠다고 말한 것처럼 그사이에 특별한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평화로워서 조금 불안할 정도랄까.

   샤론도 장학금 신청 이후로는 특별한 반응은 없고 언론 역시 완전히 잠잠하다. 이쯤 되니 일부러 괴도에 관한 언급을 피한다는 느낌까지 든다.

설마 앞으로 계속 이렇게 흘러가는 건가?

내 행적 자체를 그냥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조용하게 처리하려는 걸까.

   사실 궁전을 털고 공주를 인질로 삼았는데도 이렇게 조용하다는 건 비정상적이다.

“흠···.”

그건 좋지 않은데.

물론 반드시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래서야 낭만이 모자라지 않는가?

무릇 괴도라면 모든 사람의 앞에서 당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법이니까.

[오늘도 쉴 생각이냐?]

“너무 활동을 오래 쉬긴 했죠. 오랜만에 한 번 나가 볼까요?”

[물론 나야 대환영이다.]

사실 특별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아직 흡수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고.

   그래서 그냥 산책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나가볼 생각이다.

“아 그러고 보니까 요즘 재단 관리에 신경을 못 썼네요.”

아무리 연막용 유령 재단이라지만 아예 손 놓은 채 방치하고 싶진 않다.

   처음 재단을 설립한 이유도 합법적인 방법으로 기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막상 열심히 공들여 만들어놓고선 고아원 후원 이후로는 따로 활동도 하지 않고 있으니. 친구를 도와주기 위한 수단으로만 쓰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우선적인 목적지를 재단 사무실로 정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책상 앞에 털썩 앉았다.

“흠. 새로운 후원 단체를 찾아볼까요?”

돈이야 충분하게 있다.

내가 훔친 보석들의 값은 상상 이상의 수준이니까.

   애초에 그렇지 않았다면 국가가 그렇게까지 기를 쓰며 나를 잡으려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너무 무분별하게 늘려나가는 것보단 한 곳이라도 확실하게 돕는 편이 어떠냐?]

“음···. 확실히 그것도 괜찮긴 하겠네요.”

레이첼을 제외하면 현재 내가 후원 중인 대상은 고아원밖에 없다.

   여신님의 말대로 하나에 집중하는 편도 괜찮긴 하겠지만 그러다가 과유불급이 될 수도 있다.

“거긴 이미 많이 줬는데 굳이 더 줄 필요가 있을까요?”

그 고아원은 국세청에 한번 돈을 뺏긴 전력이 있으므로 일부러 더 두둑이 챙겨 주었었다. 농담이 아니라 내가 건네준 돈을 다 쓰려면 반년은 지나야 할 수준인데.

지나치게 돈을 많이 준다고 만사가 해결되진 않는다. 잘못하면 돈을 필요한 곳에 쓰지 않고 개인의 욕심에 휘둘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뭐든지 적당한 밸런스가 제일 중요한 법이니까.

[꼭 돈을 쥐여줄 필요가 있느냐?]

“네? 그러면 어떻게 해요? 연탄이라도 날라요?”

[그냥 돈 가방만 주고 끝내지 말고 고아들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주면 되잖느냐.]

“비전···?”

흠. 듣고 보니 꽤 그럴듯한데?

대충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 본래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도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편이 더 좋을 때가 있다는 거겠지.

단순히 돈을 주는 것만으로 고아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에게 절실한 건 돈보다 기회일지도 모른다.

다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준다는 건 내가 길을 직접 만들어줘야 한다는 뜻이니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도와주려면 우선 학교와 연결이 되어야 한다.

   번듯한 직장에 취업할 수 있게 해주려고 해도 일자리를 연계해줄 커넥션이 있어야 한다.

“재밌겠네요.”

육성 게임을 하는 느낌이네.

   확실히 시스템만 잘 구현한다면 그냥 돈을 쥐여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겠지.

너무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나가야겠다.

상당히 두근거리는 가운데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걸 하나만 꼽으라면.

   이것 때문에 뤼팽으로 변장할 이유가 훨씬 늘어났다는 것뿐이었다.

 

   ***

 

   ‘뭔가 이상해.’

소녀가 위화감을 눈치챈 건 며칠 전부터였다.

   정확히는 굉장히 수상쩍은 사내가 고아원을 들른 뒤부터일까.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음식들이었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딱딱하게 굳어버린 빵 쪼가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더기가 드문드문 보이는 식은 죽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고소한 풍미가 가득한 부드러운 식감의 빵들과 육즙이 흘러넘치는 고기 수프 심지어 달콤한 디저트까지 빼먹지 않고 등장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음식 다음으로 달라진 것은 아이들의 옷차림이었다. 어느 날 늙은 원장님은 힘겹게 상자를 짊어지고 고아원으로 돌아왔다.

그 상자 안에 담긴 것은 생전 처음 보는 깔끔하고 예쁜 옷들.

   심지어 소녀가 눈을 떼지 못할 만큼 화사한 원피스도 있었다.

그날 이후 언제나 꼬질꼬질했던 아이들이 몰라보게 깔끔해졌다. 왜 옷을 날개라고 부르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마지막 변화는 고아원 자체였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싶던 잡동사니부터 새것으로 바뀌더니 나중에는 점점 덩치가 커다란 가구들도 하나씩 교체되기 시작했다.

그날 밤 소녀는 새로 들어온 2층 침대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고.

소녀의 삶을 이루던 의식주 전체가 달라졌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 변화의 시작점은 역시 그 키만 큰 사내로부터였다.

‘원장님한테 돈을 준 건가? 왜?’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소녀는 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대충 알고 있다.

   따라서 그걸 아무 조건 없이 남에게 준다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도 안다.

‘그러고 보니까 이전에도 누가 들락거렸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 원장님은 그들을 ‘높으신 사람들’이라고 불렀다.

   언제나 그들이 고아원에 찾아올 때면 원장님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굽신굽신 허리를 숙이며 비위를 맞추려 애쓰는 모습도 생생하게 지켜봤었다.

그 둘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소녀가 뭔가를 추리해 답을 내리기엔 가진 정보가 너무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그 사내에 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아는 거라곤 그의 앞을 가로막고 들었던 이름뿐.

“아르센 뤼팽.”

사내의 이름을 나지막이 중얼거린 소녀는 결심을 내렸다.

   만약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반드시 정체를 파헤쳐주겠노라고.

하지만 소녀의 결심이 무색하게도 그 이후로 사내는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며칠 안에 다시 오지 않을까 싶었으나 감감무소식.

결국 소녀는 한참을 주저하다 원장에게 쪼르르 달려가 물어보기까지 했다.

   돌아온 대답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그 사람 말이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구나.”

   “···그래도 다시 오긴 하는 거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렴.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한번 가지는 것보다 쭉 유지하는 게 더 어려우니까.”

아직 어린 소녀가 그 말뜻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나 자신이 원했던 대답이 아니라는 것만은 똑똑히 알아들었다.

소녀는 실망했다.

   하룻밤 이틀 밤이 지나고 결국 기다리다 지친 소녀는 포기하고 말았다.

불쑥 나타나 자신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버린 그와 다시 만나는 것을.

그리고 다음 날.

   여느 때와 똑같은 일상 속에서.

소녀는 같은 출신의 또래 소년과 평소처럼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또 파트라슈 괴롭히고 있지!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흥. 네가 무슨 상관이야? 신경 끄고 네 할 일이나 해.”

   “너는 얘가 불쌍하지도 않아?”

고아원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두 아이.

   다른 이들이야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인지라 그냥 흘깃 보고 관심을 끄기 일쑤였지만 막상 당사자인 소녀는 진심으로 화가 나서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왜 이 녀석은 귀여운 강아지를 못 괴롭혀서 안달인 걸까.

   심지어 강아지뿐 아니라 자신을 비롯한 여자애들도 괴롭히는 아주 못된 놈이었다.

“하나도 안 불쌍하거든. 애초에 괴롭힌 적도 없으니까.”

   “웃기시네! 파트라슈한테 억지로 흙 먹이려 했던 거 다 봤거든!”

   “그럼 네가 대신 먹던가.”

   “뭐? 너 말 다 했어!?”

흥분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달려드는 소녀.

   결국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고서 몸싸움까지 번지려던 찰나.

갑자기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두 사람을 막아 세웠다.

“그쯤하고 둘 다 진정하거라.”

여유로움이 물씬 느껴지는 중저음의 목소리.

즉시 뒤돌아 고개를 올려다본 소녀는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 눈을 깜빡였다.

드디어.

   다시 만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파트라슈는 우유를 좋아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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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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