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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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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조앤이 소개해준 남자의 이름을 듣자마자 확신했다.

   이 남자야말로 내가 찾던 상류층 연줄의 열쇠라는 것을.

길버트 그레이스.

그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가 속한 가문에 대해선 알고 있다.

그레이스 공작가.

   오랜 세월 동안 계승되어온 정통 있는 귀족 가문임과 동시에 브리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 가운데 하나.

또한 율리아의 집안이기도 했다.

내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걸 보면 율리아와 직계 가족일 확률은 낮겠지만 그레이스라는 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그가 상류층임은 확신할 수 있었다.

판단과 동시에 나는 싱긋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그레이스 경.”

   “자네의 얘기를 방금 들었네. 얼마나 대단한 실력인지 궁금하군.”

   “그럼 직접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내 권유가 마음에 든 것인지 길버트는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흔쾌히 테이블에 앉았다.

“부디 내 기대를 채워주었으면 하네.”

   “물론.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얼어 붙어버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그레이스란 이름이 지니는 무게감은 상당하였으니까.

   내가 꾸준히 율리아의 태도에 의문을 표했던 이유도 그런 점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있던 거다.

출신과 다르게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

그 덕분인지 나는 그레이스라는 이름 앞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사실 이 세계에서 지내 온 시간도 짧다 보니 딱히 체감하기도 힘들었고.

그렇게 또 시작된 경기.

   결과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 몇 판은 덤덤하게 지켜보던 상대도 판수가 쌓일수록 내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 길버트는 진심으로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대단하군. 정말로 대단해.”

   “하하 그렇게 인정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군요.”

   “어떻게 가능한 거지?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야.”

너무 지나치지 않게 너스레를 떨었다.

“행운의 여신께서 도와주신 덕분이죠.”

   “정말로 그렇게 보인다네. 이 정도 실력이면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일단 첫 번째 단계는 무사히 통과한 느낌이다.

   상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더 가까워지도록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다.

적당히 예의를 갖추는 것과 별개로 절대 내가 안달복달해선 안 된다.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신비로운 느낌을 유지해야 한다.

옆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조앤이 주절주절 TMI를 늘어놓았다.

“지금도 사실 실력을 감추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이 정도인데도 말인가?”

   “네. 저번에는 상대가 풀 하우스를 뽑았는데 오히려 미소를 짓는 거예요. 그래서 정신이 나간 건가 했더니 덤덤하게 포카드를 내더라니까요.”

   “호오.”

아니 정신이 나간 줄 알았다니.

   당사자 앞에서 대놓고 너무하는 거 아니야?

아무튼 그녀의 얘기가 길버트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띤 채로 나를 유심히 살펴보는 상대방.

“자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르센 뤼팽이라고 합니다.”

   “뤼팽···. 들어본 적 없는 가문이로군.”

그야 당연히 없겠지. 애초에 내가 지어낸 가짜 신분이니까.

   심지어 모티브가 된 캐릭터도 현실에 없는 창작물이고.

나는 당황하지 않고 원래 짜두었던 설정을 자연스럽게 읊었다.

“프랑크 왕국 출신의 약소한 귀족가였거든요. 제 태생은 이곳 브리튼이지만요.”

   “음. 그건 의외인데. 굳이 대륙에서 건너온 이유가 있는가?”

   “새로운 출발이란 느낌이죠. 한창 가세가 기울 때 아버지께선 브리타니아가 우뚝 서리라고 판단하셨거든요.”

   “안목이 뛰어나신 분이로군.”

브리타니아가 범접할 수 없는 최강대국으로 떠오른 건 최근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는 프랑크 왕국과 함께 치열한 수위를 다투며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으니까.

치고 올라온 계기는 단연 런던에서 일어난 산업 혁명.

   지금은 세대가 급변하는 태동기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겠지.

전부 거짓말이긴 해도 아예 근거가 없는 헛말은 아니다.

   실제로 아르센 뤼팽은 프랑스 출신이 맞다. 프랑스 작가가 쓴 소설이거든.

“얘기를 좀 더 나누고 싶은데 괜찮겠나?”

   “물론이죠. 안 그래도 너무 이기기만 해서 슬슬 게임이 지루해지던 참이었으니까요.”

   “하하. 바로 옆에서 듣는 딜러 입장도 생각해주라고.”

막상 딜러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게 평온했다.

사실 내가 얼마나 많이 따든 간에 어차피 카지노 입장에선 딱히 나쁠 이유도 없다.

이런 테이블 게임은 어차피 수수료를 받아서 카지노가 무조건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설령 내가 테이블이 아니라 룰렛만 돌아다니며 돈을 쓸어간다고 해도 카지노가 잃는 손해보다 갬블러의 등장을 통한 입소문과 화제가 더 높은 가지를 가졌으니.

오히려 저들로선 내가 테이블을 일어나는 게 더 아쉬울지도 모른다.

우리는 카지노에 마련된 VIP 휴게실로 들어갔다.

조앤은 좌우를 번갈아 보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제가 이 카지노엔 껌딱지처럼 눌어붙었지만 여기 VIP 공간은 처음 와보는 거 같네요.”

   “이런. 내가 주치의에게 신경을 못 썼군.”

   “괜찮아요. 저도 이런 데는 부담스러워서 오늘 한 번으로 만족하려고요.”

확실히 그렇게 말할 만큼 화려하긴 했다.

   여기도 이 정도라면 초호화 카지노는 대체 어느 정도인 걸까.

“아 그러고 보니까 길버트 씨 말고도 VIP 입장권을 가진 사람과 친해졌었거든요?”

   “오.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어. 이름이 어떻게 되나?”

   “풀네임은 모르겠고. 샬럿이란 이름만 들었어요.”

그녀의 말에 바로 떠오르는 한 여인의 모습.

붉은 드레스를 입고 아름답게 꾸민 금발 생머리의 소녀.

   카지노에 잠입했었던 셜록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VIP 초대권을 가지고 있었지.

   아마 셜록이 원래 들고 있던 거라기보다는 수사 요청을 하면서 임시로 받아낸 게 아닐까 싶지만 그거야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었다.

“샬럿이라···. 당장 떠오르진 않는군. 혹시 나중에라도 떠오르면 알려주겠네.”

   “네. 딱히 지금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까요. 모처럼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훌쩍 떠나서는 한 번도 못 마주쳤거든요.”

뭔가 아쉬움이 짙은 어투였다. 저번에 봤을 때도 유독 셜록을 좋아하는 느낌이 있긴 했었지.

우리는 자리에 편하게 앉아서 잡담을 떠들기 시작했다.

“길버트 님과 처음 만난 게 재작년이었나? 퇴역 군인인데 다리에 상처가 심각했었죠.”

   “지금도 영 상태가 안 좋아. 그나마 우리 주치의 덕에 일상생활엔 지장은 없지만.”

그랬구나. 왜인지 아까 걸을 때 자세가 묘하게 부자연스럽다 했더니.

   다리 저는 것을 일부러 숨기려 하니 전체적인 자세가 뒤틀어지는 모양이다.

“정말로 다행이지. 그녀를 만나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앉은뱅이 신세였을 거야.”

   “너무 쾌차하신 덕에 2년 만에 배불뚝이 아저씨가 되어버렸지만요.”

   “하하! 몸은 전쟁에서 실컷 갈고닦았으니 남은 여생은 편히 쉬어야지 않겠나.”

두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친해 보였다. VIP 휴게실을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소박한 그녀가 서슴지 않고 민감할 수도 있는 주제로 농담을 던진 걸 보면.

   애초에 길버트 자체가 율리아처럼 신분과 관계없이 소탈한 느낌이기도 했고.

그야말로 지금 내게 있어 최적의 원조자였다.

   출생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내게 흥미를 지니며 선뜻 도와줄 수 있는 사람.

심지어 파고 들어가면 조앤과 율리아로 이어져 병원 아카데미와도 맞닿을 수 있다.

크로라는 정체를 숨기고 뤼팽으로 어떻게 아카데미와 연관되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잘만 흘러가면 걱정할 필요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 일사천리로 해결될 수도 있어 보인다.

일단 그와 내적 친밀감을 쌓기 위해 가벼운 잡담을 이어나가던 도중 길버트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이제 슬슬 말해주지 않겠나.”

   “어떤 거를 말씀이지요?”

   “내게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아닌가?”

   “······.”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너무 정확히 정곡을 찔려서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나름 잘 숨기고 있다 자부했는데 완벽히 간파하고 있었다는 건가?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이번엔 내가 제대로 당해버렸다.

이게 대귀족으로서 가진 직관이라는 건가.

   아니면 군인으로 생사를 넘나들며 쌓아온 직감이든.

이렇게 된 이상 굳이 뭐라 변명해봤자 큰 소용은 없을 것이다.

   차라리 솔직하게 본 목적을 털어놓는 편이 좋을지도.

“제게는 꿈이 하나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꿈 하나쯤 품고 사는 법이지.”

나는 품속에 있던 명함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아 조용히 읽어내리는 길버트.

“뤼팽 재단이라.”

   “아버지로부터 이어져 내린 저의 꿈이죠.”

   “내가 이곳을 지원해주길 바라는 건가?”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

“자본이 부족한 건 아닙니다. 아까 보셨듯 돈을 마련하는 건 쉬우니까요. 제게 필요한 건 연결입니다.”

   “연결?”

   “그렇습니다. 사회로의 연결. 영향력을 널리 흩뿌릴 수 있는 단단히 내리박힌 뿌리와도 같은 연결이 필요합니다.”

   “재밌군. 이 꿈을 통해 자네가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게 뭔가?”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했다.

“세계 평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세계 평화를 꿈꾸는 낭만 괴도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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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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