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85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85

고작 하루 사이 청장의 이마에는 주름살이 선명해졌다.

   그는 다크서클이 무겁게 내려앉은 퀭한 눈빛으로 가젯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문사는 찾았나?”

   “아니요. 적어도 런던 내의 신문사는 아닌 듯합니다.”

   “미쳐버리겠군.”

그녀는 덤덤하게 자신의 추측을 제시했다.

“어쩌면 저희가 헛짚는 중인 걸지도 모릅니다. 신문사에 제보한 게 아니라 범인이 혼자 벌인 자작극일지도요.”

   “그래.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군. 그러면 왜 범인이 그런 자작극을 벌이는지 짐작이 가나?”

   “아니요. 아직 거기까지는···.”

말을 채 끝나기도 전에 청장이 싹뚝 얘기를 끊어버렸다.

“그게 문제야. 범인의 의도를 모르면 우리가 휘둘릴 수밖에 없어. 결국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기삿거리에 목마른 신문사와 손을 잡고 벌인 짓이라고 생각해야지.”

   “······.”

확실히 청장의 말이 옳았다. 행동에는 언제나 근거가 뒷받침된다.

   아무렇게나 추측하는 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에 맞는 타당한 근거가 존재하느냐는 거였다.

이 편지의 내용이 신문사의 소행이라 판단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특종을 무능한 경찰을 농락하면서 퍼뜨린다? 당연히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법한 뜨거운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으니.

“우체국에서는 뭐라고 하던가?”

   “모르겠답니다. 자기네들은 그 시간대에 경찰서에 들른 집배원이 아무도 없다고.”

   “환장하겠군. 분명 편지는 받았는데 막상 전한 배달부는 없다니.”

가젯은 망설였다.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가능성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기에.

괴도 레이븐. 녀석의 소행이 아닐까?

   여러모로 의심할 만한 정황은 존재했다. 특히 방금 얘기한 집배원 역시 괴도가 변장한 채로 편지를 전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말이 된다.

게다가 놈은 이전부터 상식에 어긋나는 기행을 자주 벌여왔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가젯은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그런 정황은 어디까지나 사건의 수사관으로서 쌓아온 경험과 직감에 따른 것이었다. 즉 논리적인 물증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리고 마음에 밟히는 것은 역시 공주 인질극의 내용. 아무리 녀석이라 해도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굳이 집어넣을 이유가 있을까? 본인에게 유리한 내용만 넣어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복잡한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어지럽히며 결국 입을 굳게 다물도록 만들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런던 내의 신문사는 다 조사했다고 했나. 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끝도 없겠지. 어차피 우리가 찾아내기 전에 발행되는 게 빠를 테니.”

고작 하루 만에 이만큼 조사한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더 정확히는 인력을 갈아 넣어 성공한 착취였지만.

“일단 신문사 조사는 중단해. 대신 용의자들로 시선을 돌린다.”

   “···현실적으로 조사 가능한 사람은 1명뿐입니다.”

정보를 퍼트릴 수 있는 용의자는 총 다섯 명.

괴도 공주 집행자 형사 그리고 탐정.

   그중에서 사실상 조사가 가능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그래. 셜록이라 했던가. 우선은 너한테 맡기마.”

   “네. 알겠습니다.”

가젯은 머릿속으로 금발 소녀를 떠올렸다.

어쩌면 이번 일로 그녀와의 사이가 영영 틀어질지도 모르겠군.

   여태까지 함께 해왔던 수사를 떠올리며 착잡한 마음을 애써 다스렸다.

그녀는 탐정을 만나러 홈스 사무실로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경찰서의 정문을 나서는 순간 부하 형사가 허겁지겁 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그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가젯이 물었다.

“뭔데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와?”

   “팀장님! 편 편지가···!”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손에 들려있는 익숙한 편지 봉투를 발견한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수업 내용이 자꾸만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집중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딴생각에 빠지게 되네.

   지금쯤이면 아마 편지를 읽었겠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제법 당황하고 있지 않을까?

아직 안심하기엔 일러도 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었다.

   아마 상대도 쉽사리 움직이긴 힘들 것이다.

“따라서 마력을 컨트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탁에서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잠시 감상하다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얘는 잘 듣고 있나?

“···너 괜찮아?”

   “뭐가.”

아니 몰골이 말이 아닌데.

새빨갛게 충혈된 눈과 짙게 내려온 다크서클.

   억지로 눈을 부릅뜨고 있으나 몇 초마다 꾸벅이는 고개.

누가 보더라도 억지로 깨어있는 모습. 까딱 잘못해서 잠깐만 눈꺼풀을 닫으면 그대로 꿈나라로 빠질 게 분명해 보였다.

매일 수업 시간에 자던 애가 억지로 깨어있으려니 힘들긴 하겠지.

   그런데도 억지로 수업을 들으며 노트에 필기하려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나도 저런 모습을 본받아야 하는데.

그래. 어차피 지금은 내 손을 떠났으니 수업에나 집중하자.

“혹시 쉬는 시간에 필기한 거···. 아.”

필기한 내용 좀 보여달라고 부탁하려다 멈칫하고 말았다.

   결국 수마에 져버린 레이첼이 고개를 숙인 채 졸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근새근 졸면서 애써 필기한 노트에 현대 미술을 창작하고 있다는 것.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선 줄기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나는 그 예술의 혼이 불타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필기는 율리아한테 보여달라고 하자.

잠시 후 찾아온 쉬는 시간.

   레이첼은 아예 대놓고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그래. 차라리 쉬는 시간에 푹 자고 피로를 푸는 편이 나을지도.

아까 생각했던 대로 율리아에게 필기 노트를 보여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그녀의 자리로 다가갔다.

그런데 어째선지 평소와 달라 보이는 모습.

   특히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이 무언가 고민이 있어 보이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까 평소엔 항상 먼저 와서 말을 걸던 율리아가 오늘은 유독 조용했었지.

혹시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조심스레 옆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율리아?”

   “···아. 크로구나. 무슨 일이야?”

   “혹시 방금 수업 필기했으면 좀 보여줄 수 있나 해서.”

내 부탁에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 멍하니 있느라 필기를 못 했네.”

   “미안해할 필요 없어. 나도 똑같으니까 부탁한 거고.”

비어있는 옆자리에 자연스레 앉으면서 물었다.

“그런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어? 오늘따라 표정이 어두워 보이는데.”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컨디션이 좀 안 좋은 것 같아.”

단지 그런 것뿐이라기엔 역시 뭔가 숨기고 있는 눈치지만.

   너무 집요하게 물어봤자 역효과만 날 뿐이니 일단 지금은 넘어가기로 했다.

“알았어. 대신 무슨 고민 있으면 말해주는 거다?”

   “···저번 미술관 때처럼?”

뜻밖의 얘기에 나는 잠시 율리아를 바라보았다.

꽤 시간이 지나긴 했어도 아직 새록새록 떠올랐다. 미술관에서 우연히 율리아와 만나서 단둘이 얘기를 나누던 순간이.

“응. 그때처럼.”

그녀는 내 대답을 듣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지금 당장은 고민이 없어서 안 되겠네. 나중에 생기면 꼭 얘기해줄게!”

   “물론 언제든지. 크로 상담소는 항상 열려 있으니까.”

   “···크로는 다 좋은데 농담이 너무 재미없는 거 같아.”

어쩜 그런 잔인한 말을. 딱히 웃기려고 한 말도 아니었는데 상처받아버렸다.

[매우 공감하는 말이다. 역시 뭘 좀 아는군.]

‘여신님도 실망이에요.’

[후후. 물론 농담이니라.]

두 사람 다 아주 나를 놀리는데 재미를 들렸구나.

아무튼 그 후로는 율리아와 가볍게 잡담을 주고받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면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역시 뭔가 있는 거 같긴 한데.

   한번 자세히 파고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단 내 목숨부터 건사한 다음의 이야기지만.

 

   ***

 

   “그게 무슨 뜻이냐.”

   “말 그대로입니다.”

가젯은 굳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것을 받아 천천히 읽어간 청장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게 대체···.”

그 역시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머릿속엔 혼란만이 가득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군.”

   “그거참 신기하네요. 마침 저도 똑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데 말이죠.”

가젯 역시 비슷한 감상이었다.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그녀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편지 내용.

사실 편지에 쓰인 글 자체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뀐 점이라 해봤자 제일 마지막 줄에 추가된 짤막한 문장 한 줄이 전부.

문제는 그 문장 하나가 이전의 모든 것을 뒤엎어버릴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겠지.

“정보를 제공해준 그레이스에게 감사를 표함.”

이 편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되는 건가?

분명 괴도의 소식을 풀지 말라고 한 것이 그레이스였는데 정보를 제공해준 것도 그레이스라니.

단순한 변덕? 그런 거라면 굳이 이렇게 할 필요도 없이 청장한테 직통으로 전하면 그만이었다.

그렇다면 이 편지의 내용 자체가 가짜인 건가?

“가짜일 때가 더 문제다. 누군가 대놓고 그레이스의 이름을 사칭했다는 거니. 어떤 식으로든 그냥 넘어가진 않겠지. 그 분노가 우리한테까지 미칠 수도 있고.”

청장의 말을 들으며 가젯은 편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지막 문장과 함께 찍혀있는 인장의 문양.

그것은 다름 아닌 그레이스 가문의 상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금도 레이첼은 자고 있답니당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