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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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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0

예상치 못한 이변이었다.

물론 주인공은 처음부터 강한 완성형 캐릭터는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강해지는 성장형 소년 만화 주인공이니까.

다만 그럼에도 레이어드는 이 세계의 주인공이다.

   즉 그만한 특별함을 가지고 있으며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레이어드는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

   강한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긴 사람이 강하다는 어떻게 보면 주인공 보정과도 같이 들리는 얘기.

하지만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 주인공이 작중에서 제대로 등장도 안 하는 엑스트라에게 졌다니.

대체 어떻게 이긴 거지? 하필 내가 온 시점에 대련이 끝나버려 전투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조금의 단서라도 얻기 위해 뒤늦게 상황을 살펴보았다.

   일단 두 사람의 몰골은 생각보다 멀끔했다. 당장 지금 나는 레이첼의 불길에 제대로 그을려 검댕이 묻어있는 상태인데 말이다.

즉 전투가 의외로 치열하지 않았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기색도 상당히 멀쩡해 보였다. 레이어드의 숨이 약간 거친 걸 빼면 체력이 한계에 내몰렸다던가 마력 탈진 등의 증상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살짝 의아했다.

   내가 예상했던 상황과는 정반대였으니까.

만약 두 사람이 치열하게 호각으로 맞붙었다면 둘 다 지금보다 상태가 훨씬 안 좋았을 것이다.

반대로 어느 한쪽의 압도적인 승리가 나왔다면 반대로 승자는 말끔하고 패자는 심각했으리라.

그렇다면 둘 다 멀쩡하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반적으로는 양쪽 모두 진심을 다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즉 대충 싸우다 적당히 끝내야 지금 같은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즉시 고개를 내저으며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둘의 성격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자부한다.

딱히 열혈로 불타오른다거나 전투 자체를 즐거이 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러나 둘 다 승부욕과 자존심이 상당히 높아 누구한테 지는 것은 못 참는 성격이다.

특히 아까 쉬는 시간 때의 묘한 대치를 생각해보면 이번 대련에 대충 임하거나 봐줄 리는 절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건지···.’

갑자기 괴도가 아니라 탐정이 되어 사건을 추리하고 있다니.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방금의 정보들을 토대로 다른 추측을 내려보자면.

   치열하게 싸울 새도 없이 전투가 급작스럽게 끝났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앞서 생각했던 ‘압도적인 승리’ 시나리오와 비슷하게 들리긴 해도 엄밀히 따지면 전혀 다른 상황이다.

압도적인 승리란 상대가 사력을 다해 덤볐는데도 실력 차이가 극심해 절대 뒤집을 수 없는 차이가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급작스러운 전투 종료’는 그와 다르다.

   말하자면 천재지변 사고와도 같은 느낌이다. 가볍게 툭 던진 견제용 잽이 운 좋게 럭키 펀치로 먹혀들어 상대가 녹다운해버린 셈이다.

100번 싸우면 1번 일어날까 말까 한 우연이 맞물린 구도.

“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물론 아직 확정 짓기엔 증거가 부족하지만. 그건 지금부터 알아가면 될 일이다.

자유 대련 시간인 만큼 굳이 대련에 참여하지 않고 쉬고 있던 아이들도 있었다.

   그 중에선 분명 방금의 대련을 지켜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까부터 여기에 쭉 있었던 이 여자애라던가.

다만 나는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한동안 망설였다.

학기가 시작된 지 몇 달이 흘렀으나 이 아이와 얘기를 나눠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애초에 맨날 어울리던 조원 녀석들과 레이어드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모르는 사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이대로 모른 채 넘어가고 싶지는 않아서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달리아.”

   “어? 너는···.”

이름을 부르자 즉시 뒤돌아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여자애.

이 친구로 말하자면 모두와 두루두루 사이좋게 지내면서 적당히 존재감 없는 조연 캐릭터라 볼 수 있겠다. 보통 작중에선 율리아와 붙어 다니는 모습으로 자주 얼굴을 비친달까.

“네가 먼저 말을 걸다니 무슨 일이야?”

   “앞에 두 사람이 대련하는 걸 지켜본 것 같길래.”

   “아···. 그러고 보니까 너는 저 둘이랑 친했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본론을 물어보았다.

“어땠어?”

   “응? 대련 말이야?”

   “응. 나는 방금 와서 못 봤거든.”

   “음···. 기대한 거랑 달리 싱겁게 끝났다고 해야 하나.”

오. 일단 내가 예상했던 추리와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엔 이르니 더 자세히 들어보도록 하자.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냥 둘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야?”

   “쟤네는 그런 거 세세하게 설명해줄 성격이 아니거든.”

   “하긴 그렇긴 하겠네.”

그나저나 얘도 친화력 하나는 대단하네.

   친하게 지내지도 않던 어색한 사이의 남자애가 다짜고짜 말을 거는데도 이렇게 스스럼없이 받아줄 줄이야.

잠시 방금 있던 대련을 회상하는지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달리아.

“처음에는 레이어드가 밀어붙였어. 사실 대련이 끝나기 직전까지 계속 우위를 점했지.”

   “그런데 샤론이 이겼다고?”

솔직히 나도 당연히 레이어드가 이길 거라 예상했었다.

   내가 확인하려는 것도 그 와중에 샤론이 과연 개성 마법을 사용할지 정도였을 뿐 설마 그녀가 이기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샤론이 계속 밀리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눈이 번뜩였거든?”

   “그리고?”

   “그러고 나니까 갑자기 이겼어.”

   “···뭐?”

중간 과정이 너무 많이 생략된 거 같은데.

하지만 몇 번이나 더 집요하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나도 정확하겐 몰라. 그냥 눈이 반짝하자마자 샤론이 레이어드를 제압했다니까?”

   “음···.”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모르겠네.

어쩌면 나와 레이첼의 대련 구도와 비슷하게 흘러갔던 걸지도 모르겠다.

화려함에 눈길을 끄는 화염 마법 덕에 겉으로 보기엔 레이첼이 시종일관 압도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련을 빠르게 끝내겠다는 결단과 함께 내가 사용했던 비장의 수로 승패는 순식간에 결정지어졌다.

마찬가지로 샤론도 계속해서 힘을 아끼고 있다 마지막에 터뜨렸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눈을 번뜩였다는 묘사가 왜인지 중요하게 느껴졌다.

   돌이켜 생각하면 하수도에서 셜록과 맞붙었을 때 역시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던 에메랄드 눈동자가 생생하게 떠오르니까.

하지만 눈을 번뜩였다는 표현은 단순히 기세가 달라졌다는 비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 점을 확실하게 구분 짓기 위해 떠나려고 하던 다리아를 붙잡았다.

“이제 됐지? 그럼 나도 슬슬 대련이나 하러 간다?”

   “잠깐만. 가지 말고 조금만 더 나랑 어울려줘.”

   “응···? 나야 상관없긴 한데···.”

좋아. 이것만 확실히 알면 뚜렷한 증거를 얻을 수도 있다.

“아까 눈이 번뜩였다고 했잖아. 그게 정확히···.”

그때 대련을 마치고 이쪽으로 걸어오던 샤론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잠시 나와 옆에 있던 다리아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좀 비켜줄래?”

   “아 미안.”

본의 아니게 동선을 가로막는 모양새가 되어 옆으로 비켜주었다.

   그럼에도 바로 이동하지 않고 잠시 멈춰서 나를 바라보는 샤론.

“···뭔가 할 말이라도 있어?”

그 시선이 괜히 뻘쭘해 말을 걸자 대번에 무시하며 나를 스쳐 지나가 버렸다.

뭐지?

   샤론이 원래 도도한 성격이긴 해도 오늘따라 유독 쌀쌀맞은 느낌인데.

내가 어리둥절한 상태로 샤론의 뒷모습을 힐끗거리자 옆에 있던 다리아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미안. 괜히 나 때문에···.”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어라. 너 생각보다 눈치가 없구나?”

내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휴. 이 한심한 녀석 같으니라고.]

‘이젠 여신님까지 합세하는 거예요?’

[그냥 한번 해본 소리란다. 너무 귀담아듣지 말거라.]

아니 본인이 말해놓고 그러는 건 또 무슨 경우야.

   갑자기 연이어 쏟아지는 영문 모를 헛소리들에 어지러움을 느끼던 와중.

다리아가 한숨을 내쉬면서 말뜻을 설명해주었다.

“질투하는 거잖아.”

   “···엑?”

   “엑? 이 아니야. 관심 있는 애가 다른 이성이랑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신경 쓰이고 기분 나쁜 게 당연한 거라고.”

혹여 누가 이 얘기를 듣고 있을까 주변을 살핀 다음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격렬히 부정했다.

“그런 거 아니야! 괜히 샤론이 들었으면 어쩌려고 그래?”

   “어쩌긴. 지금 네 반응에 더 상처받았겠지.”

   “그런 게 아니라니까? 대체 왜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건데.”

다리아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서 내게 오히려 반대로 되물었다.

“너야말로 왜 당연하다는 듯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거야? 여자의 마음은 같은 여자가 더 잘 알아. 좋아하는 건 아니더라도 너한테 관심 있는 건 분명하다니까.”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

그 차갑고 무뚝뚝한 샤론이.

   나한테 관심이 있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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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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