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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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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오늘은 토요일.

   즉 그레이스 가문의 소집일이었다.

편지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아마도 그레이스라는 성을 사용하는 가문의 일원은 모두 참석하는 듯했다.

소집 이유는 이번 사건의 범인 색출. 친목 도모는 그걸 위한 핑곗거리에 불과하리라.

모임 장소는 그레이스 본가.

   중세 시대가 아니라 다스리는 영지만 없을 뿐 사실상 성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수준이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확인한 정보이며 더 자세한 내막을 알기 위해선 그 현장에 직접 잠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나는 오늘 그레이스의 본가에 잠입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고민 중이다.

크게 둘로 나누자면 변장과 위장 중에서 고를 수 있겠지.

단순 효과로만 따지면 당연히 변장이 훨씬 좋다. 직접 자유롭게 공간을 돌아다니며 얘기도 나눌 수 있으니까. 문제는 변장을 들키기라도 하는 사실엔 굉장히 골치 아파진다는 걸까.

반면 위장은 몸을 숨겨야 하다 보니 이동에 제약이 많이 생긴다. 사람의 옆에 가까이 갈 수도 없고 가문의 일원처럼 연기해서 정보를 직접 캐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신 그만큼 리스크는 적은 편이니 더 안전할 수는 있으리라.

“여신님은 둘 중 어느 방법이 좋다고 생각하세요?”

[안 들킬 자신만 있다면 변장이 좋다는 뜻 아니냐?]

“물론 그렇긴 한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단 말이죠.”

만약 공개적인 행사였으면 나도 망설임 없이 변장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모임은 비공개적인 가족 모임이란 게 문제다.

   즉 참여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고 모두가 서로 잘 아는 사이다.

아무리 가문의 일원이 많다고 해도 아무도 모르는 가짜 그레이스가 툭 등장하면 당연히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실존 인물을 연기하자니 그것도 문제였다. 이번 모임은 모두가 빠짐없이 참석하는 자리니 누구로 변장한단 말인가.

그러려면 사전에 목표를 정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고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는데 그것도 사실 리스크가 너무 컸다.

“특히 상대가 한창 예민한 상태인 거 같으니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해요.”

분명 며칠 전의 특종 기사는 성공적인 유효타긴 했다. 문제는 그 효과가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탓에 상대가 단단히 열받은 느낌이란 거겠지.

따라서 지금은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안전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지금 이러는 것도 전부 율리아를 위해서인데 막상 괜히 내가 나섰다 잘못이라도 했다간 오히려 더 힘들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위장으로.”

[물어본 의미가 없지 않으냐?]

“아니에요. 도움이 됐는걸요? 아마도.”

[뒤에 말만 없었으면 완벽했겠구나.]

그나저나 큰일이네. 당장 다음 주부터 시험 시작인데.

   공부는커녕 남의 집 가족 행사에 몰래 들어갈 꿍꿍이나 꾸미고 있다니.

이렇게 표현하니까 진짜 범죄자가 된 기분이다.

   그것도 뭔가 되게 하찮고 좀스러운 잡범 스케일로.

그래도 나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괴도인데 말이야.

“···잠깐.”

시답잖은 생각 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 한 가지.

흠. 이거 생각보다 괜찮을지도?

 

   ***

 

   율리아는 집을 나서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저물며 땅거미가 내려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소녀의 일상은 어느새 잔뜩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걱정에 시달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자신의 돌아갈 공간이던 아늑한 집이 이제는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하필 이런 타이밍에 백부님께서 소집해버리니 이쯤 되면 최근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누군가 뒤에서 꾸며낸 음모가 아닐까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녀는 잠시 편지의 내용을 되새겼다.

   얼마 전에 발행된 특종 기사의 정보 출처가 다름 아닌 우리 가문의 일원 중 한 명이라는 내용. 심지어 가주의 허락도 받지 않은 독단 행동이었기에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했었나.

확실히 그냥 넘길 일은 아니었다. 아예 익명으로 정보를 제공했거나 아니면 차라리 이름까지 밝히고 완전히 공개했다면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의 이름은 숨기고 가문만 밝힌다?

   이건 사실상 가주의 주관하에 가문 차원에서 주도한 일이라고 보여질 여지가 있었다.

실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모양새가 그렇게 비친다는 거다.

당연히 가주인 백부님이 이런 상황을 그냥 넘어갈 리 만무했다. 한번 이런 일이 일어난 이상 얼마든지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누가 범인일까···?’

적어도 그녀가 아는 친척 가운데선 그런 짓을 벌일 사람은 없었다.

   이 상황은 과장 보태 가주를 향한 도전이나 다름없었으니.

물론 브리타니아의 영웅인 그레이스 경에게 도전할 간 큰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차라리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누군가 실수로 벌인 짓일 확률이 높겠지.

아마도 자신이 잘 모르는 방계 출신 중 한 명이지 않을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누군지 모를 그 친척 때문에 괜한 불똥이 율리아 자신에게 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그녀 본인도 지금 떳떳하진 않았으니까.

   만약 자신이 했던 일이 이번 모임에서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그땐 정말 되돌릴 수가 없다.

어쩌면 이미 백부께선 전부 조사하여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최악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율리아는 괜히 목덜미가 오싹했다.

‘아니야. 모르실 거야.’

정확히는 몰라야 하는 거지만 그녀는 애써 그렇게 되뇌며 불안감을 밀어내 버렸다.

“하아···.”

그렇게 율리아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그레이스 본가에 도착했다.

분명 최근에 방문했었는데도 왜 이렇게 오랜만이고 낯설게 느껴지는지.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경외심과 압도감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성을 바라보며 그녀는 무거운 한숨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가씨. 오랜만입니다.”

익숙한 얼굴의 집사가 자연스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학업은 좀 어떠신지요? 친구는 많이 사귀었습니까?”

   “얼마 전에 왔을 때도 전부 대답해드렸잖아요.”

그녀가 어릴 때부터 줄곧 봐왔던 탓에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막역한 사이였던지라 둘 사이엔 조금의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얼마나 도착했어요?”

   “아직 거의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백작님께 인사를 드리는 건 어떻습니까?”

   “음···.”

그녀의 아버지인 헨리 백작은 가주인 리처드 공작의 동생이며 실질적으로 가문의 내정을 총괄하는 가주 대리이기도 했다. 의원으로서 국정을 보느라 바쁜 형을 대신해 본가에서 가주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어차피 나중에 뵐 텐데 굳이···.”

   “그래도 자녀가 먼저 인사하러 온다면 부모는 기쁘겠지요.”

   “···네. 그렇겠죠. 역시 인사하러 가는 게 맞겠죠?”

괜히 떳떳하지 못한 마음에 피하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건 말이 안 됐다. 차라리 꾀병을 부리며 아예 본가에 내려오지 않았다면 모를까. 사실 그것도 후환이 두려워서 하지 못한 거지만.

결국 율리아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숙부 즉 작은 삼촌인 길버트와 마주쳤다.

   근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툭 튀어나온 배. 전장에서 은퇴한 후유증인지 급격하게 무너진 몸매가 그의 위엄을 완전히 깎아 먹고 있었다.

“오. 우리 귀여운 조카가 아니더냐?”

   “오랜만이에요. 삼촌.”

둘의 사이는 꽤 가까웠다. 어릴 때부터 워낙 조카를 귀여워했던 탓에 그녀 역시 본가에 자주 놀러 오는 삼촌을 많이 따랐으니까.

같은 삼촌임에도 거의 만나지도 못하고 소문으로만 얘기를 듣고 자라 불편한 사이인 백부와는 천지 차이였다.

“아카데미 생활은 좀 어떠냐? 남자친구는 사귀었고?”

   “에이. 남자친구라니요.”

문득 머릿속에 누군가 떠올랐으나 율리아는 곧바로 고개를 내저으며 부정했다.

“어허. 원래 그 나이 때 최대한 즐겨야 하는 거다. 나중에 가면 정략혼이니 뭐니 힘들어질 테니까.”

   “저희 아버지는 제가 원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했어요.”

   “흠. 그래? 하긴 둘째 형님 성격이면 그럴 만도 하지.”

자타공인 딸바보인 헨리 백작을 떠올린 길버트는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한번 지난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즐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즐기란 말이지.”

   “네. 알겠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하세요.”

   “잔소리라니.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란다. 안 그래도 너랑 비슷한 또래 중에 소개해주고 싶은 녀석들이 있는데 말이다. 혹시 케이틀린 하인즈라고···.”

갑자기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얘기는 누군가의 등장으로 중단되었다.

“길버트. 내 딸아이가 귀찮아하지 않나. 그런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해라.”

   “일벌레가 집무실에서 내려오다니. 금쪽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내려왔소?”

   “시끄럽다.”

계단을 여유롭게 내려오는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

   그가 바로 그레이스 가문의 기둥이라 불리는 헨리 그레이스 백작.

위대한 영웅 그레이스 경의 동생이자 율리아의 아버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엣지러너 볼까하는데 재밌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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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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