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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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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아버지의 등장에 율리아는 몸을 흠칫했다.

그녀에게 향해지는 날카로운 시선.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무표정 속에서 그는 딸에게 얘기했다.

“요새 뜸하더구나.”

   “아···. 시험 준비하느라 바빠서요.”

   “나는 상관없지만 네 엄마가 자주 걱정하는 듯하니 가끔 편지라도 보내거라.”

   “네. 그럴게요.”

딱딱하게 들리는 부녀의 대화에 길버트는 웃음기 섞인 어투로 지적했다.

“형수님이 걱정은 무슨. 오히려 형님이야말로 매일 딸내미한테 연락이 없다면서···.”

   “조용히 해라. 길버트.”

   “어우. 무서우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좀 마시오.”

평소와 다름없이 티격태격하는 우애 좋은 두 형제.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봐온 흔한 장면이었기에 이젠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율리아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기운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혹시 행사가 시작될 때까지 방에서 좀 쉬어도 괜찮을까요?”

   “그래. 나중에 시작하기 전에 부를 테니 쉬고 있어라. 가기 전에 엄마한테 한번 들리는 거 잊지 말고.”

   “네.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율리아. 그 뒤로 길버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율리아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본데?”

   “역시 독립해서 혼자 사니까 그런 거다. 역시 당장 지금이라도 다시 본가로···.”

   “그건 그냥 형님이 적적해서 그러는 거잖소.”

   “허튼소리.”

그녀는 방에 들어가 쉬기 전에 아버지의 부탁대로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

똑똑.

굳게 닫혀있는 안방을 노크하자 곧 안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고치는 중년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20대 처녀라고 해도 믿을 만큼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그녀가 바로 율리아의 모친인 오필리아 그레이스였다.

“저 왔어요. 엄마.”

   “어머! 우리 딸 벌써 도착했었구나!”

딸의 모습을 보자마자 반가운 표정으로 일어나 끌어안아 주는 오필리아.

“어때? 아카데미는 좀 괜찮고?”

   “벌써 그 질문만 3번째에요. 잘 지내고 있어요.”

   “다행이네. 여기까지 오느라 많이 피곤하지? 배는 고프지 않아?”

   “하하···. 괜찮아요.”

참고로 그녀의 자취방에서 본가까지의 거리는 기차를 타면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잔뜩 질문으로 가장된 걱정과 잔소리 세례에 휩쓸리던 율리아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슬쩍 뒷걸음질 쳤다.

“엄마. 저 잠깐 방에서 쉬어도 되죠···?”

   “물론이지. 여긴 너의 집이니까 누구 허락받지 말고 편하게 쉬렴.”

   “네 고마워요.”

가까스로 모든 관문을 통과하고 나서야 겨우 혼자가 된 율리아.

그녀는 자신의 유년 생활을 함께 해왔던 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뒤에야 속에 줄곧 담아두었던 무거운 한숨을 뱉어낼 수 있었다.

“힘들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혼잣말에 그녀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가장 편안해야 할 집에 돌아왔는데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

아마도 그건 자신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 방 안에서만큼은 숨을 쉴 수 있었다.

   바깥과 완전히 단절된 세상.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마련된 공간.

여기엔 아무도 없다.

   자신에게 기대하는 사람도 자신의 비밀을 알아차릴 사람도 없다.

“···어?”

그때 갑자기 느껴진 감각에 그녀는 아무것도 없는 벽을 가만히 응시했다.

   한동안 허공에 고정되어있던 시선은 이윽고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방금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던 거 같은데.

   역시 기분 탓이겠지. 애초에 문 너머도 아니고 벽에 뭐가 있을 리가.

율리아는 스스로 허탈한 쓴웃음을 머금으며 홀로 중얼거렸다.

“나 스트레스 많이 받나 보네.”

다른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오늘을 무사히 넘겨 다시 원래대로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만을 바랄 뿐.

아무 걱정도 없이 친구들과 함께 떠들고 웃던 나날로.

“아가씨.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

“다른 분들은 전부 오셨어요?”

   “네. 다들 식당에 계십니다.”

   “알겠어요.”

다 왔다는 건 백부님도 도착하셨다는 거겠지.

마음 같아선 그냥 이 방에 틀어박혀 있고 싶었지만 그렇게 해봤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으니 율리아는 방을 나서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레이스 가문의 가족 모임이 마침내 시작될 시간이었다.

 

   ***

 

   “휴···.”

율리아가 방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꼼짝없이 들키는 줄 알았네.

벽 속에서 빠져나와 찌뿌둥한 몸을 풀고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단 무사히 그레이스 저택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모임이 시작하기 전까지 정보나 얻을 셈으로 곳곳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율리아의 방을 살짝 구경하고 있었는데.

율리아의 감이 상당히 예리했던 덕분에 식은땀을 흘리고 말았다.

그나저나 잠깐만 지켜봤는데도 확실히 느껴졌다. 그녀가 평소와 달리 여유가 없고 정신적으로 몰려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이유가 정확히 뭔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사소한 문제는 아닌 듯했다.

   자세한 건 더 살펴봐야 알 것 같고 일단 나도 조심스레 식당으로 이동할 생각이다.

과연 내가 생각한 대로 잘 흘러갈 수 있을까?

뭐 어차피 고민만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으니 결국 직접 부딪쳐 보는 수밖에.

다시 몸을 숨긴 채로 조심스레 1층으로 내려갔다.

   아래로 향하자마자 느껴지는 여러 기척과 말소리.

나는 천장의 위에서 조그만 틈으로 식당을 내려다보았다.

긴 연회장 같은 식탁에 빼곡히 둘러앉은 검은 머리의 향연.

   그레이스 가문을 구별하는 대표적인 혈통적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흑발이다.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직계에 가까울수록 흑발은 짙고 뚜렷하다.

   율리아 역시 새까맣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순수한 흑발을 지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 가운데서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을 꼽으라면 가장 앞쪽에 앉아있는 중년 사내였다.

그가 바로 율리아의 아버지인 헨리 그레이스 백작. 또한 그 옆에 있는 우아한 여성이 부인인 오필리아 그레이스.

아까 처음 저택에 잠입할 때도 슬쩍 봤었지만 역시 귀족이란 신분에 걸맞은 기품이 절절히 풍겼다.

율리아도 그들의 바로 옆에 앉아있었다.

   직계일수록 상석에 가까운 자리이며 멀어질수록 피가 옅어지는 방계의 자리.

참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직관적인 서열순이군.

모든 자리가 채워질 때까지 유일하게 주인이 없는 빈자리가 남아 있었다.

   바로 식탁의 상석이었다.

이번 모임을 주최한 주인공이자 이 위대한 가문을 이끄는 가주.

   리처드 그레이스는 최후의 순간에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등장했다.

또각또각.

그가 등장한 뒤부터 침묵이 고요히 내려앉은 식당엔 규칙적인 구두 소리만이 이어졌다.

고결한 흑색 머리에 날카롭게 벼려진 눈동자.

   검은 코트를 휘날리며 천천히 여유로운 태도로 자리에 앉는 그레이스 경.

그는 식탁에 앉은 혈연을 쭉 둘러본 후 덤덤히 입을 열었다.

“다들 오랜만이로군. 이렇게 한자리에 모두가 모이는 게 얼마 만인지. 먼저 그간 잘 지냈는지 안부부터 묻고 싶구나.”

‘쓸데없이 목소리도 좋네요.’

만화에선 확인할 방법이 없었으나 리처드의 목소리는 딱 예상했던 대로였다.

[확실히. 카리스마가 있는 아이로군.]

‘···아이라고 하니까 좀 이상한데요?’

[여신인 내게 하계의 인간은 모두 코흘리개 아이일 뿐이란다.]

하긴 그 말대로다. 지난번 호수의 여인을 만났을 때 차원이 다른 스케일을 여실히 느끼게 되었달까. 아무리 국가의 영웅에 가장 권력 있는 귀족이라 할지라도 결국 신에게 비하면 한낱 인간에 불과하단 거겠지.

모두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넨 가주가 제일 먼저 개인적으로 관심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동생이자 가주 대리였다.

“내가 없는 동안 우리 가문을 잘 이끌어줘서 고맙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형제지간임에도 경어를 사용하는 헨리 백작.

   모두가 보는 공식적인 자리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둘의 사이가 생각보다 막역하진 않다는 뜻처럼 보이기도 했다.

“모두 내가 보낸 편지는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번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건지도 충분히 이해했으리라고 믿는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며 말투도 훨씬 딱딱해졌다.

혹여나 자신에게 불똥이 튀기지는 않을까 모두 불안에 젖은 눈동자로 상석을 쳐다보았다. 가문 내에서 영웅이 얼마나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미리 말해두겠다. 이번 일로 가족과 괜한 불신이 생기길 원하지 않는다. 또한 어차피 지난 일로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것도 좋은 그림은 아니겠지. 직계든 방계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고결한 그레이스 같은 핏줄과 역사를 공유하는 한 가족이 아니더냐.”

그는 일부러 한 박자 쉬며 모두의 집중을 끌어모은 다음 차분한 목소리로 이곳에 있을 범인에게 제안했다.

“그러니까 부디 지금. 본인의 행동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평화롭게 해결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부 고발은 잘못이 아니다. 그 과정이 조금 미흡했을 뿐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한 짓이지.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나와도 된다.”

그럼에도 스스로 자신이 한 짓이라며 자백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하다. 그건 지금 천장에 숨어서 몰래 지켜보는 내가 꾸민 짓이니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쥐 죽은 듯 조용해진 식당에서 가주는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고개는 누군가에게 향해 있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내 유일한 조카여.”

율리아 그레이스에게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우리 귀여운 조카한테 용돈이나 줘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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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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