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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Chapter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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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9

한가로운 주말 오후.

내일부터 시험 주간이라 한창 공부해야 할 시간이었지만 그 전에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었기에 잠시 밖에 외출하게 되었다.

목적지는 내가 후원하는 고아원이었다.

   뤼팽의 모습으로 안에 들어가면서 마주치는 한 꼬마 아이.

몇 번이나 마주쳐 얼굴을 익혔던 주황 머리의 소녀 주디였다.

“오랜만이구나.”

   “왜 이렇게 늦게 와요!”

나를 보자마자 버럭 화를 내는 주디.

“음. 내가 오늘 오겠다고 얘기했었니?”

   “아니요?”

   “그럼 왜 늦었다고 하는 거니?”

   “그날 이후로 한 번도 안 왔잖아요!”

아 그런 뜻이었나.

딱히 건방지다기보단 오히려 귀여운 투정처럼 들렸기에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며 대충 대답해주었다.

“그래. 앞으로는 자주 들르마.”

   “···흥. 딱히 그런 뜻은 아니었거든요.”

그럼 뭐 어쩌라는 건데.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아주 까탈스럽네.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 원장과 얘기를 나누려던 찰나였다.

   때마침 닫혀있던 원장실 문이 열리며 밖으로 나오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어라?’

나도 모르게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흠. 이건 또 신기한 일이로군.]

태평하게 감상을 늘어놓는 여신님과 달리 내 머릿속은 제대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어깨 길이의 밝은 금발과 선명하게 빛나는 에메랄드 눈동자.

   새초롬한 눈매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내가 알던 누군가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 이상의 자세한 얼굴은 확인하기가 어려웠는데 눈 아랫부분의 얼굴은 붉은 머플러로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체형이나 외형뿐 아니라 분위기나 느낌조차 동일 인물이라 생각될 정도로 비슷했다.

하지만 이쪽을 바라보는 상대의 눈빛에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무심한 태도로 나를 지나쳐 고아원 밖으로 멀어져갔다.

“샤론 양?”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레 이름을 불러보았다.

   지금의 내가 뤼팽이란 사실을 잊지 않고 면식만 익힌 장학금 신청인으로서.

하지만 그녀는 뒤를 돌아보긴커녕 조금의 멈춤도 없이 그대로 떠나버렸다.

“아 이사님. 오랜만입니다.”

원장이 멍하니 서 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인사해왔다.

   이미 사라지고 아무도 남지 않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 원장에게 물었다.

“방금 그분은 누구십니까?”

   “네? 아 그 아이 말이군요.”

서로 알고 있는 듯이 편하게 그녀를 지칭하는 원장.

“저희 고아원에서 살았던 친구입니다. 지금은 다 커서 독립했지만요.”

심지어 이 고아원에서 자랐었다니.

   하지만 이 얘기만 듣고 샤론이 아니라고 확정 짓기엔 그녀에 대한 과거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친구면서 그것도 모르냐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친해진 기간이라 해봤자 기껏해야 이제 겨우 2달 남짓인데다 원체 말수가 없는 편이라 본인 얘기를 들려주지 않았으니.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줄리엣입니다.”

   “···그렇군요.”

생긴 건 매우 닮았으나 역시 샤론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가 맞았다면 처음 얼굴을 마주쳤을 때나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을 보였겠지.

게다가 외모가 닮은 것과 별개로 어딘가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고 해야 하나. 전부 똑같은데 딱 하나의 퍼즐 조각이 바뀐 느낌에 가까웠다.

“그녀에게 자매나 가족이 있습니까?”

   “있다면 고아원에 들어오지도 않았겠죠. 녀석은 쭉 혼자였으니까요.”

줄리엣이라고 했나.

   일단 그녀가 샤론과 다른 인물임은 거의 확실해 보였다.

중요한 건 다른 가능성 한 가지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샤론이 아닌 셜록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말이다.

“그녀는 독립한 이후엔 무슨 일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까?”

   “저 그런 게 왜 궁금하시죠···?”

   “별다른 이유는 아니고 어디서 한번 뵌 적이 있는 거 같아서요. 혹시 아는 사람인가 싶어서 여쭤보는 것뿐입니다.”

다행히 내 자연스러운 변명에 별 의심 없이 납득한 듯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잖아? 진짜 어디서 본 적도 있고 아는 사람인가 궁금해서 묻는 것도 사실이니까.

“글쎄요. 사실 저도 그 아이의 근황은 정확히 모릅니다.”

   “방금 얘기 나누신 거 아니었습니까?”

   “네. 매우 오랜만에 다시 만난 거였죠. 그런데 본인이 어떻게 지내는지 말해주고 싶지 않은 것 같더군요.”

   “흠···.”

그렇게 말하니 더 의심 가는데.

   고아원에서 독립한 뒤 남들한텐 밝히지 않은 채 정체를 숨기며 탐정으로 살아간다.

어색하긴커녕 너무나 자연스러운 인과관계이지 않은가?

일단 머릿속에 줄리엣이란 이름을 똑똑히 외워두기로 했다.

   만에 하나 샤론이 아니라 그녀가 셜록이라면···. 그때도 어떻게 할지 확실히 정해야겠지.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방문하신 겁니까?”

   “아 잠시 정신이 팔려있느라 깜빡했군요. 잠시 들어가서 얘기 좀 나눠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요. 편하게 들어오세요.”

원장의 환대를 받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얼굴을 마주하는 횟수가 늘어나니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친근하게 대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저번에 제가 했던 말씀 혹시 기억하십니까?”

   “네.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하셨지요.”

   “정확합니다. 그리고 그런 시스템의 첫 시작을 이곳에서 함께 하길 원합니다.”

   “예. 그 말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나 혼자서 단기간에 만들기엔 너무나 큰 규모였기에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상류층의 커넥션이 필수적이었다.

그 전제조건을 카지노에서 만난 길버트를 통해 완성할 수 있었다. 물론 그에 대한 대가라고 할지 재단의 방향성에서 귀족들을 양육시키는 컨설팅도 부탁받게 되었지만.

나로서야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는 고마운 제안이었다. 어쨌든 상류층과 접점이 많이 생기면 언젠가 그걸 써먹을 날이 오게 될 테니까.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 합니다.”

   “아···. 그렇군요.”

   “물론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한 계단씩 밟아나갈 겁니다.”

호로록 차를 마시며 원장의 표정을 살폈다.

   약간 떨떠름하면서도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이곳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떤 걸···?”

   “혹시 오늘 특별한 일정이 있습니까?”

   “저 말씀이십니까?”

   “고아원 전체로 말입니다.”

내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었는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짓는 원장.

“전체라면···. 일단 없긴 한데···.”

   “잘 됐군요. 그럼 다 같이 소풍이나 가시죠.”

   “소 소풍이요?”

   “네. 아이들 전부 데리고 병원에 소풍이나 가지요. 겸사겸사 검진도 받아보고.”

 

   ***

 

   “소풍?”

주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소풍이라니. 그것도 고아원 전체가 한꺼번에.

   드물다 못해 처음이나 다름없는 이례적인 상황에 아이들은 모두 당황했다.

심지어 나들이 장소는 다름 아닌.

“병원에 간다고요?”

   “왜요?”

   “저희 안 아픈데!”

   “병원 싫어! 주사 맞기 싫어! 으아앙···!!”

병원. 어찌 보면 아이들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특히 아픈 사람도 없는데 병원에 간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원장 역시 비슷한 생각이긴 했다. 모두 건강한데 왜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후원자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오늘 하루 고아원은 일정에도 없던 소풍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꽤 번듯하게 세워진 병원이었다.

   병원 입구에서 나온 갈색 머리에 의사 가운을 입은 여인이 그들을 환영해주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의 진찰을 맡게 된 조앤 왓슨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의사 선생님이라 불러 주세요.”

적어도 주디의 눈에는 상당히 예쁘게 생긴 미인이었다.

   자신도 언젠가 커서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뒤이어 그녀는 키다리 후원자와 정답게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말 애들을 다 끌고 오셨네요.”

   “이미 허락은 받았잖나.”

   “물론 그렇긴 한데. 차라리 제가 직접 그쪽으로 가는 편이 낫지 않아요?”

   “병원에 와서 진찰받는 게 훨씬 정확할 테니까. 아닌가?”

   “그래요. 저야 고객님이 원하시는 대로 맞춰드릴 뿐이죠. 그만큼 돈을 받았으니까.”

너무나 솔직한 대답에 뤼팽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돈을 들고 설마 또 카지노에 가려는 건 아니겠지?”

   “네? 뭐 그런 당연한 걸 묻는대. 당연히 밤에 가서 신나게 놀아야죠. 뤼팽 씨도 와서 같이 놀죠.”

   “미안하지만 정중히 사양하지. 저녁에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요즘 바쁘신가 보네요. 카지노에 얼굴도 자주 안 비치고. 재단 일 때문이에요?”

   “그런 셈이지.”

무슨 얘기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주디는 왜인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히 둘이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자면 누가 보더라도 여자가 남자에게 관심이 있어 보이는 느낌을 풀풀 풍겼으니까.

주디는 괜히 퉁명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보았다.

“응? 무슨 일이니?”

그 시선을 느낀 건지 이쪽을 바라보며 묻는 여의사.

   덕분에 옆에 있던 뤼팽도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

화들짝 놀란 소녀는 즉시 시선을 땅 밑으로 떨구며 모른 체했다.

소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벌써 99화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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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Became the Academy Romantic Phantom Thief

Score 8
Status: Ongoing
Every night, ordinary extras at the academy act as phantom thieves while hiding their ident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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