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맹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처소·
가을을 알려주듯 살짝 물든 단풍과 어여쁜 비늘을 지닌 잉어가 있는 호수·
비싼 값을 지불해 지은 저택 아래 한 노인이 침음을 흘렸다·
허공에 쌓인 아득한 기운·
그걸 잇고자 만들어지는 선율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그 지독한 광경을 노인은 모두 선명히 보고 있었다·
‘···가주·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게요·’
저건 분명 주술의 힘이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도록 준비한 체계적이고 계산적인 영역·
심지어 사용하기 위한 제물로 무엇이 들어갔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을 정도였다·
섬뜩하다·
무슨 짓을 벌이고자 저런 걸 만들어 냈단 말인가·
‘···’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노인, 신의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현으로 내려가봐야 할까?
신의의 육신은 일반인에 가깝다·
하여, 거리가 있기에 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고통과 비명이 느껴진다·
누군가가 상처받아 울부짖을 것이며 그들의 고통은 신의에게도 고통이었다·
내려가야 한다·
다 늙은 몸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과 망설임은 사치였다·
성씨를 버린 순간부터 알고 있지 않았나·
‘나는 의원이다·’
삶이 한탄스러워 항상 도망치고 있으나·
신의는 그 신념을 잊은 적 없다·
늙은 육신에 연명을 거듭하나 앞에 일을 저버리면서까지 살 일은 아니다·
그리 생각하며 당장이라도 발끝이 현으로 향하지만·
-어르신, 잊지 말아주십시오·
“···”
우뚝·
새벽에 들었던 말이 신의의 발을 묶었다·
-오늘, 무슨 일이 벌어져도 눈을 감고 귀를 닫아주십시오· 그렇게 처소에 잠시만 계셔주십시오·
자신을 수업이란 명목으로 고생시키던 망할 놈이 했던 말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더냐·
-분명, 어르신은 어떻게든 나서려 하실 겁니다· 그걸 좀 참아달라는 말입니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구나· 알아먹게 말해야 이 늙은이가 알아먹지 않겠느냐·
-···
망할 녀석은 잠시 고민하는 듯 보였다·
고민하는 표정이 어지간히 무섭다·
안타깝게도 신의는 성형 쪽엔 능력이 없는지라 저건 못 고쳐줄 일이었다·
아무튼·
잠시 고민하던 녀석은 이내 설득하려는 듯 말을 꺼내 드는데·
-그냥 저 믿고 가만히 계셔주세요· 이거 안 통하면 협박해야 하니까 그냥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
진짜 미친 새낀 줄 알았다·
부탁을 안 들어주면 협박을 하겠다니, 대체 저런 말은 어떤 정신머리여야 할 수 있는 걸까·
어처구니가 없는데 무서운건 저 놈은 진짜 협박할 거라는 것이었다·
실로 당당한 미친놈이 아닐 수 없다·
-···내 살다살다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예 저도 저 같은 놈이 처음이긴 합니다·
-시답잖은 농은 그만하고· 그래서, 뭐 어쩌라는 게냐·
웃긴 건 저리 열받게 말하면서도 이상하게 저놈 말은 듣게 된다는 것이다·
하는 말이 뭣 같아 그렇지 꺼낸 말을 어긴 적은 없었고· 돌고 돌아 본인이 손해를 봐도 남을 괴롭게 만들지는 않는 놈이었다·
문제라고 한다면···· 그 모든 결말이 자신이 망가져 다른 걸 고쳐내는 쪽이라는 걸까·
이른바 희생이다·
제 몸을 희생해 다른 걸 막아내는 놈·
성자(聖子)라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만, 순간이나마 그 단어가 스쳐지나간다·
신의는 본인도 약간 미친 게 아닐까 싶었다·
-···단순합니다· 그냥 무슨 일이 터져도 오늘은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시면 됩니다·
-대체 무슨 일이 터진다고 그러는 게냐·
-그냥 그렇게만 알아두시고· 나가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다짐하라는 듯 내뱉는 말에 신의는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저놈이 저리 강경하게 말하는 거면, 분명 심상찮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뜻이었다·
-웃긴 놈이로고·
신의가 헛웃음을 짓는다·
-큰일이 터지면 당장 짐 싸서 도망쳐야 하는데· 그냥 여기 있으라는 건 이 늙은이 보고 죽으라는 말인····
-도망 안 치실 게 뻔하여 하는 말입니다·
-···
녀석의 눈은 단호했다·
-어르신은 그 노쇠한 몸으로 분명 나서실 게 뻔하고· 그렇게 되면 제가 귀찮아집니다· 그러니까· 그냥 여기 좀 계십시오·
-허···! 이놈이 정녕·
다소 선을 넘은 말에 신의가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려 하지만·
-제발요·
녀석은 그의 눈을 보며 말을 잇는다·
-아무일도 없을 겁니다· 제가 무슨 수를 써서든 그렇게 만들 거니까요·
-····
간절함이 느껴진다·
흐릿하지만 분명 그건 간절함이었다·
그걸 봐서일까·
이해가 안 가는 한 편·
신의가 내놓은 대답은 끝내 그러겠다는 긍정이었다·
다른 게 아니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겠다·
간절함이 느껴지던 눈과 그렇게 만들던 분위기를 떠나·
그 아해가 내뱉은 말을 믿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한데·
“이건···· 아니지 않느냐·”
저건 아니지 않은가·
뿌옇게 차오른 먹구름에 완성이 코앞에 닿은 주술진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저 정도의 주술을 만들기 위한 매개체는 무엇이며, 또 저것이 완성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아마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지리라·
신의는 감히 그리 예상하고 있었다·
분명 그러할진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게냐·”
그 아해는 도대체 어떤 생각인 걸까·
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건가·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는 말이거늘·
어이없게도 그 뭣도 없는 말 하나가 신의의 발을 묶고 있었다·
“···”
갑갑하다· 가슴이 조여온다· 호흡이 가빠지는 게 느껴졌다·
가야한다· 이건 부탁이고 뭐고 가야 했다·
그렇게 생각한 신의가 끝내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계세요·”
“···!”
누군가 신의를 멈춰 세웠다·
급히 고개를 돌리니,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여인이 그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네가 어찌 나온 게냐·”
청백발의 새하얀 피부·
그 핏줄답게 날카로운 눈매를 지녔으나 피곤함이 물씬 풍겨 날섬이 조금은 사그라져 보인다·
걸어 다니는 매혹·
꽃을 담아 만든 것 같은 이목구비를 지닌 여인이다·
여인은 알 수 없는 무복을 손에 움켜잡고 있었는데·
신의가 망할 놈이라 부르는 녀석의 옷이었다·
그녀를 본 신의의 인상이 즉시 찌푸려진다·
“환자는 마음대로 나오지 말라 했거늘· 죄다 이 늙은이의 말은 들어 먹질 않는구나·”
“···”
신의의 호통에도 여인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저 여인은 원래 그랬다·
그 누구의 말에도 감흥을 느끼지 않는다·
딱 한 사람을 제외하면 말이다·
뚜벅·
여인은 말을 무시하고 걸어 나와서 들고 있던 옷으로 코에 가져다 대더니 몇 번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대체 뭐 하는 꼴이지?
신의가 일순 당황하지만, 몇 번 냄새를 맡고선 이젠 겉옷으로 입기까지 해버린다·
“지금 뭐 하는 짓인····”
“···자려고 했는데····”
스르릉·
말을 이어가며 여인이 대뜸 검을 뽑아든다·
“···”
그 모습에 노인이 입을 다물었다·
맹하던 여인은 검을 잡자 분위기가 달라진다·
별 꼴을 다 보며 살아온 신의조차 입을 다물 지경이었다·
“냄새가 너무 나서···· 못···자겠어요·”
“···뭔····”
“그러···니까· 다녀올게요···· 여기···계세요·”
“아니· 어딜 간다는 게냐· 나 또한····”
“계세요·”
“···!”
여인의 눈이 신의를 향한다·
그 눈에 신의의 몸이 잠시 떨렸다· 졸린 눈매가 사라지고 차가운 형상으로 변해있었다·
거기에 놀라 잠깐 멈칫했다· 그때였다·
여인이 살랑거리며 움직인다·
놀란 신의가 급히 잡으려 하나· 허공에 힘없이 손을 휘적일 뿐이었다·
이미 여인은 그곳에 없었다·
파직-!
짧은 빛이 터지고 본디 있던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허허?”
어이없는 상황에 신의가 허탈하게 웃을 때 툭-! 이번엔 그의 어깨에 손이 하나 얹어졌다·
이건 또 뭐지?
“내 어떻게든 잡아두려 했는데· 꼴에 혈육이라 그런가 나를 참 많이 닮은 것 같구만·”
어깨를 잡은 이는 방금 떠난 여인과 같은 청백발을 지닌 중년인이다· 특이한 건 외팔이라는 점이었다·
이번에도 신의가 아는 얼굴이었다·
“···자네?”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게 다 조카겸 제자 교육을 잘못 시킨 제 탓이지요·”
뭐가 재밌는지 실실 웃는 꼴이 마음에 안 든다·
잘난 얼굴을 막 쓰기론 이놈이 제일인 것 같았다·
“하니, 그 벌을 벗삼아 잡아오겠습니다· 어르신· 잠시만 기다리고 계시지요·”
응?
“···뭐라? 잠깐!”
쉬익-!
설마하니 그 말이 무섭게 사내의 모습도 눈앞에서 증발한다·
순식간에 자신이 맡던 환자 두 명이 탈출을 감행했다·
“···”
그런 두 연놈을 보던 노인이 인상을 가득 찌푸린다·
“···저 망할 남궁 놈들이·”
조용히 속삭인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
허공을 날아가길 한참·
발끝이 끝내 지면에 맞닿는다·
-쿵!
-챙! 챙!
곳곳에서 날선 소리가 들려오는 한편·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그곳에 도착해서야 청년·
구양천이 뒤를 돌아봤다·
“쿨럭·”
그곳엔 연신 헛기침을 내뱉는 노인이 있었다·
필두마였다·
“허억···헉·”
그를 보며 구양천이 말한다·
[꼴이 말이 아니로구나·]
“···”
땀으로 가득한 꼴이 처량하기 짝이 없다·
그걸 노인 또한 알고 있는지 다소 어색한 표정을 내지었다·
“···교···주께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 많이 못났었지· 하나 나름 재밌는 모습이었다·]
“···황보 가주가 갑자기 나타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나타난 건 물론· 그의 무위 또한 예상 밖의 일이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힘이었다·
[흐음·]
뭔가 못마땅한 기색이 느껴졌다·
그걸 보며 노인이 급히 말을 덧붙인다·
“하, 하나· 계획에 문제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계획이었던 만큼· 거기에 차질만 없으면 된다·
그런 의도로 한 말이었다·
이는 구양천 또한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래, 그것에만 문제가 없으면 되지·]
스윽·
가면 쓴 얼굴이 허공을 향한다·
먹구름은 처음보다 훨씬 검게 변해있었고 이어지던 선은 거의 끝에 맞닿아 있었다·
[저게 네놈이 말한 그것인가·]
“맞습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여섯 개의 매개체를 이용해 발동시킨 술식입니다·”
말하면서도 그는 상대의 눈치를 살핀다·
반응이 없다·
설명을 더 이어보라는 신호였다·
“선이 다 이어지게 되면···· 일전에 설명해 드렸던 재앙이 터져 나올 것입니다·”
[그렇군· 아, 그렇지· 천라 대주·]
“예· 교주·”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말씀하시지요·”
[저 술식은, 네놈이 없어도 발동되는 건가?]
“그건···· 어떤···?”
[대답·]
미묘한 물음에 잠시 멈칫하지만, 노인은 우선 대답을 이어간다·
“이미 발동시킨 술식인지라, 매개체를 찾아 부수지 않는 한 멈추지 않을 겁니다·”
[매개체는 당연히 숨겨 놓았겠지?]
“예· 아무리 풍룡대주가 나선다고 한들···· 금일 안으로 찾아 해제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좋구나·]
설명을 듣고서 웃었다·
풍룡대주는 나서야 하루다· 그게 아니라면 족히 며칠은 걸린다는 뜻이니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더불어·
가면 안에 있는 자색 시선이 필두마를 향한다·
[참으로 다행이야·]
“교주···?”
무슨 시선일까· 왜인지 모르게 필두마의 등에 소름이 끼친다·
의아한 느낌에 그가 의문을 떠올리려는데·
툭·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에 필두마가 고개를 돌리자 누군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황색 옷을 입고 얼굴을 다 가린 인물이다·
“이런!”
적인가? 필두마가 급히 둔기를 잡아 몸을 일으킨다·
상대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만큼 강자라는 뜻이다·
이에 관해 놀라긴 했으나 다행히 걱정은 없다·
어차피 자신의 곁엔 절대자인 삼존 중 한 명인 패존이 있····
쿠왁-!
“···컥···!?”
핏물을 토하며 필두마가 눈을 떨었다·
고개를 내려 무언가를 쳐다본다·
가슴이었다·
제 가슴을 뚫고 손이 빠져나와 있었다·
삐그덕거리며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자신을 기습한 이를 쳐다봤다·
“···교···주···?”
주르륵·
의문이 가득한 눈동자였다·
그러자, 손이 천천히 가면을 향해 뻗어간다·
덜컥·
손에 잡힌 가면이 서서히 벗겨진다·
금이 간 가면이 이내 완전히 벗겨지고· 그 안에 있는 얼굴이 필두마를 맞이했다·
“···어···?”
노인의 얼굴에 놀람이 스민다·
빛나던 자색 눈동자는 그대로였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렸다·
아니, 어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네···놈···은····”
자신이 천마라 생각한 이의 정체가, 필두마 또한 아는 인물의 얼굴이라는 것이다·
“소···염···”
“미안·”
푸슉!
“···끄····”
털썩·
가슴에서 손이 빠져나가며 필두마가 힘 없이 쓰러졌다·
데구르르· 그의 옆으로 뭔가가 굴러온다·
가슴에서 뽑혀나간 필두마의 심장이었다·
아직 힘이 있다는 듯 두근거리는 심장·
“···끄···어····”
필두마가 간절히 이를 붙잡으려 하지만·
콱-!
발이 날아들어 심장을 짓밟았다·
“조금 더 써먹으려 했는데·”
무감한 목소리가 필두마 귀에 휘감기고·
“아쉽게도 이제 당신은 필요가 없거든·”
그건 필두마가 듣는 마지막 목소리가 되었다·
제갈가의 부흥을 꿈꾸던 노인은 힘 없이 숨을 거뒀다·
차게 식어가는 육신을 두고 구양천은 걸음을 옮긴다·
뿌드드득–!!
걸어감과 동시에 육체에서 거친 소리가 들리며 변화가 생겼다·
거대한 육체가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
차분히 나아간 걸음의 끝은 직전에 나타난 황보가의 인물 앞이었다·
그는 어느새 무릎을 꿇고 구양천을 맞이하고 있었다·
“상황은 어때·”
그걸 보며 아무렇지 않게 구양천이 물었다·
그러자·
“교주님의 말씀대로 민간인 구출에 집중하며 사살은 가능한 금하고 있습니다·”
스륵·
인물이 말하며 복면을 벗어낸다· 인물의 정체는 나히였다·
나히는 황보세가의 옷을 입고 움직이고 있었다·
“최대한 중심 쪽에 사람이 없게 만들어·”
“명심하겠습니다·”
구양천이 입고 있던 무복을 벗어 나히에게 건넨다·
나히는 익숙하게 이를 받아들이며 필두마의 시신을 쳐다봤다·
“저건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이미 죽어버린 몸뚱이·
안 보이게 치워야 하는지 묻는 말이었지만·
“황보 가주에게 따로 말해놨으니, 그가 처리할 거야· 인원을 시켜 지정한 위치에 던져놔·”
“알겠습니다·”
필두마는 주변 어느 산골에서 죽은 채 발견될 것이다· 아니, 발견되어야 했다·
정신을 차린 황보가주가 놈을 찾아 나섰고· 발견 직후 투쟁을 벌이다 사망하게 되는 얘기로 말이다·
이후 기감을 넓혀 상황을 파악했다·
여기저기서 투쟁의 여파가 느껴진다·
‘생각보다 많네·’
습격에 대항하는 이들·
그건 황보가의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화산파도 있고· 몇몇 무인들도 있군·’
비루하게 무너질 줄 알았거늘, 선의를 지닌 이들이 예상보다 많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짜증 내야 하나·
잘 모를 기분이었다·
상황 파악을 끝낸 다음, 즉시 나히에게 명한다·
“인원을 더 충당해·”
“부대에 연락을 넣겠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철야살수대· 그쪽도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움직여·”
팟-!
구양천의 말에 나히가 종적을 감췄다·
시간이 촉박하다·
하늘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었다·
“···”
이제부터 어찌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라 고민하는 건 아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맞는가에 관한 고민이었다·
하여 잠시 고민을 해보지만·
“···해야지· 뭘 어떻게 해·”
이 또한 정답이 정해진 고민이었다·
“가자·”
품에 가면을 집어넣었다·
이 정도면 짧게라도 인식을 시켜주었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 악인이 있다고·
그걸 맹에 보여주었다· 충분치는 않으나 만족할 만큼은 됐다·
이건 난세(亂世)다·
비록 만들어진 난세라고 하나, 이것은 난세였다·
난세를 불러일으킬 존재·
비명과 절망을 품은 무언가·
그에 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그건 그것대로 두고· 다른 일을 해야 할 때였다·
-흐아아아····
-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아빠···! 아빠 어딨어요···!! 아빠아아아!
난세가 찾아오면 따라서 영웅이 나타나고는 한다·
악인이 난세를 만들었으니·
이번엔 그 난세 위로 영웅 또한 나설 차례였다·
“···”
올라오는 역함을 꾸깃꾸깃 접어서 삼키고 발에 힘을 주어 날아올랐다·
“인생 진짜·”
방금 악당이 되어봤으니·
“좆 같네·”
이번에는 영웅이 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