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81
화르르륵–!!
치솟는 불길이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글지글 들끓는 기운은 보기만 해도 뜨거웠고·
달이 떠있던 밤은 어느덧 낮이 되어 있었다·
화르륵·
요동치는 불꽃을 보며 손을 휘저었다·
콰르르르르르르–!!!
들려오는 소리가 마치 마물의 울음소리 같다·
짙게 깔린 불꽃은 손짓 한 번에 움직임을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콰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파동을 일으키며 내가 회수되기 시작했다·
청염이 몸으로 돌아온다·
쏟아지듯 파고들어 심장에 기운을 쌓아가고· 그렇게 쌓이는 기운은 지녔던 내기의 반절 가량이었다·
“···후····”
모든 불꽃을 회수한 직후 나직하게 한숨을 내뱉었다·
주변에 가득 찬 열기를 치워내듯 풍압을 일으킨다·
후우욱–!!
몇 번 더 열기를 치워낸 다음· 주변을 둘러보듯 시선을 돌렸다·
이후 즉시 헛웃음을 지어야 했다·
‘개판이네 이거·’
불꽃의 여파인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타들어 간 나무는 물론이고 검게 그을린 자국들이 군데군데 가득하다·
당연히 불꽃을 쏘아댔으니 저 꼴이 나는 게 당연한가 싶으면서도·
‘···이만큼 조절 못 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
나로선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화공에 어느 정도 숙달하게 되면 원하는 부분에만 피해를 줄 수 있게 된다·
전생이야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다 죽이고 다녔다지만 이번 생은 그러지 못했던 만큼· 불꽃을 조절하는 건 도가 텄다고 생각했거늘·
‘더럽게 어려워졌네·’
지난밤· 나는 변화를 겪은 탓인가 불꽃을 조절하지 못했다·
쏘아대는 족족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튀어 나갔고·
강한건 물론이고 조절도 하지 못했기에 잘못했다간 산을 다 태워 먹을 뻔했다·
급히 회수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진짜 산 하나쯤 불태웠겠지·
그 뒤로는 정면보다는 허공으로 쏴서 조절을 시도하긴 했으나····
‘끝내 다 해결하진 못했어·’
밤을 꼬박 세서 이것저것 실험해 봤는데· 결론은 하나였다·
‘하루 이틀로는 안 돼·’
이걸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거라는 것이다·
‘화력이 너무 늘었어·’
어젯밤 뭐라고 했었지?
화력이 는 것 같으니 바라건대 삼 할 정도는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던가·
‘삼 할은 무슨·’
삼 할 정도가 아니다·
이 정도면 곱절이었다·
‘원래 쓰던 불꽃의 화력보다 배는 늘어났어·’
하물며 화력뿐이 아니고 내기를 사용해 강화하는 힘 또한 늘어나 있었다·
그 탓에 여전히 힘 조절이 힘든 상황이다·
화력이 늘었다는 건 한 번에 담아 터트릴 수 있는 한계치가 늘었다는 것이다·
원래 모아서 폭발시킬 수 있는 최대가 열 이었다면·
지금은 스물은 넘었다고 할까·
이는 파괴력이 늘어난 것이니 어떻게 보면 강해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여기서 문제는····’
갑작스레 증가한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화력은 대폭 상승했지만 정작 기운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나는 지닌 내기량이 많은지라 애당초 화력이 높다·
그 상황에서 화력은 배가 늘었는데 기운은 그대로다? 이건 마냥 좋아할 문제는 아니었다·
‘기운의 필요성이 더 늘었다는 거니까·’
이만큼만 되어도 어디 가서 기운으로 질 수 없는 정도·
아마 내가 알기로 나보다 내기량이 많은 이는 손에 꼽겠지·
분명 그러할 텐데····
‘화력을 감당하기 부족해·’
나는 지난 밤 쏘아대던 불꽃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힘은 정말 늘었다·
나조차 놀랄 만큼의 힘이다·
하나 그걸 감당할 만큼의 기운이 부족하다·
‘이걸 좋다고 봐야 하나·’
어쨌든 힘의 천장이 늘었으니 기연이라면 기연인데·
이걸 제대로 써먹기 위해선 앞으로 익숙해지기 전까지 수련의 양을 늘리는 건 물론·
‘기운을 더 수급할 방법을 찾아야겠어·’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 기운의 그릇을 넓혀야 했다·
어찌 됐든 좋다· 좋게 생각해야 한다·
‘강해지긴 강해졌잖아·’
엄연히 기연이다·
하루하루 시간이 촉박한 것을 떠올리면 적어도 다른 것보단 나았다·
‘기운만 챙겨도 상당한 이점이라는 뜻이니까·’
말 그대로 화력을 감당할 기운만 챙긴다면····
‘삼존(三尊)급에 비빌 수 있지 않을까?’
응용이나 숙련도를 떠나· 오로지 화력만큼은 그들을 웃돌지 모를 일이다·
아니 필히 그래야 했다·
닿고자 하는 곳은 그들보다 높은 만큼· 나는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적어도 천존은 넘어야 하잖아·’
삼존중에서 화력을 따지자면 가장 강할 인물이 그다·
저번 마물과의 전투에서 확실히 실감했다·
‘화력에서 진다·’
허공을 가득 메우던 먹구름·
그 안에서 뿜어지던 벼락·
재해라 불릴 만큼 맹렬하고 공포를 자아냈다·
개인적으로 삼존중 가장 약한이를 뽑자면 천존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삼존은 삼존이다 이거지·’
천존의 진면목을 본 이상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 재해·
인간의 육신으로 하늘에 닿은 자들·
나는 그들에게 닿아야 했다·
‘지금 기연으로는 어디까지 닿았을까·’
원래 십대고수의 중반 급은 됐을 텐데·
지금이라면····
‘그래도 상위는 되겠군·’
매화선이나 검제와 비교하긴 어려우나 그 아랫급에 지진 않을 것이다·
상황을 맞춘다면· 그 둘 도 어떻게 해볼 수는 있겠지·
화력으로 밀어붙여 초반에 승기를 거머쥔다면 할 수 있다·
물론·
‘장기전이면 어려워
기운이 먼저 빠지게 되면 목이 베이리라·
객관적인 평가가 그랬다·
다만·
‘이건 무인으로서 싸울 때의 얘기고·’
무인이 아닌 인외로서 판단하자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내겐 무공뿐이 아니라 지닌 게 많았으니까·
‘아마 다 쓴다면 지지는 않겠지·’
이긴다면 애매하지만 지지는 않는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흐음·”
기운을 차분히 갈무리하며 한 곳을 쳐다봤다·
내가 가진 모든 것·
이는 지금껏 쌓아 올린 무공은 물론· 용이 되면 얻어낸 것들을 뜻한다·
아직 연구를 반복하고 있는 주술도 그렇고·
더 나아가 정확히는·
‘권능·’
용이 되며 얻어낸 권능·
지금껏 용언이나 탐·
거기에 더불어 망을 잡아내며 얻어낸 바람·
실상 전투에 특출나게 도움되는 것들은 아니었던 반면·
나는 지난번 백급 마물과의 전투에서 또 하나의 권능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얻어낸 이번 권능은·
‘괜찮은 힘이야·’
내가 봐도 상당히 좋은 힘이라 자부했다·
이제야 좀 전투에 쓸만한 걸 얻은 것 같았다·
‘이것도 제대로 써봐야 하는데·’
원래였다면 진즉 확인해 봤어야 하지만·
달라진 몸상태를 파악하느라 밤을 통째로 써버렸다·
“흠····”
지금이라도 써볼까·
그리 생각하며 손을 까딱인다·
솔직히 써보고 싶기는 했다·
하나·
“쯧····”
아쉽게도 참아야 했다·
‘여기선 위험해·’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해도· 얻어낸 권능은 쉬이 쓰기 버겁다·
제대로 들어먹을 지도 확신이 안 가는 데다가·
‘슬슬 움직여야 해·’
조금 있으면 진행해야 할 일정이 있는 만큼· 더 시간을 쓸 수 없었다·
애당초 진즉 갔어야 했는데 화력을 확인한다고 너무 오래 끌었다·
“이건 다음에 써보는 걸로·”
아쉽지만 참자·
속으로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슬슬 내려가야 했다·
‘그러고 보니 이놈은 잘 갔으려나?’
직전까지 주변에 있던 똘똘이가 떠오른다·
밤새 이러고 있으니 알아서 가겠다고 내려가던데· 이놈 길은 알고 있던가?
잠깐 걱정이 스치기는 하다만·
‘알아서 하겠지·’
진짜 애도 아니고 뽈뽈 잘만 날아다니던 놈이니 어련히 할 것이다·
솔직히 불안하긴 한데· 이걸 신경쓰기엔 할 일이 좀 많았다·
‘일단 가자·’
더 있으면 늦는다·
이를 떠올리며 급히 걸음을 옮긴다·
목적지는 무림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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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충 반식경 정도를 날아 무림맹에 도착했다·
보통이면 그보다 반은 일찍 도착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늦어버렸다·
‘이거야 원···· 조금만 힘을 줘도 튀어 나가니· 주체가 안 되네·’
발에 힘을 살짝만 줘도 속도가 붙는다·
잘못했다간 건물에 들이박을까 싶어 간신히 조절하며 와야 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무림맹·
문 앞에 당도하자마자 누군가 나타나 날 찾았다·
“···성왕을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건지 맹의 인원이 예를 갖춘다·
이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저 빌어먹을 호칭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네·’
성왕이란 말이 어지간히 거슬린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괜찮으시면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안 괜찮으면 안 가도 됩니까?”
“예···?”
“농담입니다· 가시죠·”
“···”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아 농이라도 쳐볼까 했는데 무인의 표정이 즉시 썩는 걸 보고 곧장 회수했다·
그 뒤로 안내를 따라 맹에 입성했다·
요즘 자주 왔더니 어느덧 익숙해진 배경이다·
그걸 하나하나 보면서 가고 있을 즈음·
“대주께서 직전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앞에 가던 이가 문득 내게 말을 꺼내든다·
그걸 듣고 시선을 보냈다·
“그래요?”
“예· 성왕께서 조금 일찍 도착할 거라 예상해 미리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바쁠텐데 굳이 그러셨답니까?”
“아무래도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말을 듣고 눈을 살짝 좁혔다·
뭔가 걸리적거리는 어투였다·
좁힌 눈으로 사내를 살폈다·
앞으로만 걷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착각인가·
처음은 그리 생각하며 넘어갔다·
“···예 뭐·”
한데·
“아무래도 저희 대주께서 선배 된 입장이신지라· 기다리고 계신 것이 마냥 편하지는 않으신 것 같습니다·”
“···”
“혹 불편한 기색을 보이신들· 후배인 성왕께서 조금은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계속 들리는 말에 착각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벌써 귀찮게 하네·’
손가락을 들어 볼을 긁적거렸다·
‘시작부터 기싸움인가·’
늦은 걸 걸고 넘어지는 건 물론·
선배니 후배니· 은근슬쩍 말 속에 끼워 넣는 꼴이 우습잖다·
도착 시간이 예상보다 늦긴 했지만 마냥 늦은 건 아니다·
따지자면 지각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근데 이 새끼가 늦었다고 자꾸 꼽을 주네·’
고개를 까딱이며 무인을 살폈다·
등짝에 그려진 문양이나 팔뚝에 완장을 쳐다보니 어느 소속인지 금방 가늠할 수 있었다·
눈에 하나씩 담아내며 무인에게 말했다·
“근데요?”
“예?”
내 말에 사내가 멈칫하며 뒤를 돌아본다· 표정엔 잘못 들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연히 잘못 들은 건 아니었고 제대로 들었을 것이다·
“누가 기다리라고 했어요?”
“그게 무슨····”
“누가 보면 내가 제발 기다리고 있어 달라고 요청한 줄 알겠네·”
무인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날 쳐다본다· 내 반응이 심상치 않아서 그런가· 감정이 흐트러지자 놈의 속내가 어렴풋 엿보였다·
“내가 늦었으면 입이라도 닥치겠는데· 늦은 것도 아니고 제대로 도착했구만· 왜 자꾸 꼽을 주는 겁니까?”
“꼽이라니요· 저는 성왕께 어찌 그런····”
“이게 꼽이지 그럼 뭐야· 대단히 예의를 갖추신 말뽄새인가? 난 아닌 것 같은데·”
피식 웃으며 말해주니 무인의 표정에 균열이 생긴다·
“오늘이 괜찮다고 하길래 내가 그럼 그렇게 해주겠다고 배려해준 거 모릅니까? 근데 선배니 후배니 왜 쓸데없이 지랄을 떠십니까·”
일정을 맞추다보니 오늘이 가장 편하다고 했고· 나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길래 맞춰준 상황이었다·
그걸 이 사내는 모를까? 아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는데도 이러는 거겠지·
심지어·
“아저씨·”
“아 아저씨?”
“아저씨 내가 누군지 몰라요?”
“···성왕이십니다·”
“아니지· 그냥 성왕이 아니죠·”
방긋 웃으며 사내의 어깨를 툭툭 털어주며 말했다·
“대주 하려고 온 거니까· 내가 당신보다 상관이잖아· 아닌가?”
“···”
“맞을 텐데· 내가 아무리 봐도····”
위아래로 대놓고 훑듯 쳐다본 다음·
“당신이 나보다 상관은 아닌 것 같은데?”
“···”
하찮다는 목소리를 담아 말해주었다·
“···끄득·”
그걸 듣자마자 사내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자존심이 제대로 긁힌 모양이지만 나는 하나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이건 아저씨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누가 시켜서 그랬든 나한테 쓸데없는 기 싸움 걸지 마요·”
말하면서 기운을 내뿜거나 힘을 주진 않았다·
원래는 했을 텐데· 지금 했다간 조절이 안 돼서 상대가 죽을 수도 있었다·
“내 성질머리가 마냥 좋진 않아서· 잘못하다간 어디 하나 못쓰게 될지 몰라요· 몸 성하게 사셔야지·”
진심을 담아 조언한 말이다· 나랑 이런 식으로 엮인 놈들중 아직 숨 쉬고 있는 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죄다 죽여놓아서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러니 쓸데없는 객기는 부리지 말라· 그런 의미로 말해준 것이건만·
“이···!”
조언을 들은 사내는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투기를 들어냈다·
좋지 않다·
일정은 제대로 시작도 안 했는데 송장 하나 치우게 생겼다·
아 물론·
‘그게 막 꺼려지진 않지만·’
나로선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일이었다·
사내가 점점 손을 올려 제 검을 붙잡으려 한다·
그걸 가만히 쳐다봤다·
‘잡아·’
검을 잡아라·
‘그리고 뽑아·’
그리고 뽑아라·
첫날부터 확실히 깽판 치고 시작할 거면 그 정도면 명분이면 됐다·
그걸 기대하며 사내를 쳐다보고 있을 즈음·
철걱·
사내가 끝내 검을 움켜잡았고·
그걸 보며 내가 입꼬리를 들어 올리려던 찰나·
“부대주·”
“···!”
‘쯧·’
아쉽게도 바라던 광경을 나오지 않았다·
방해꾼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닌가· 찾아온 건 아니고· 급히 뛰어왔다고 해야 하나·’
어차피 다 지켜보고 있었을 테니· 사고 터지기 전에 끼어들었다고 보는 게 맞겠지·
나타난 인물은 잔뜩 굳은 인상으로 사내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대 대주님·”
“지금 뭐 하고 있는 것이오·”
“그 그것이····”
“어차피 보고 있었으면서 뭘 물어 본데·”
당황한 사내를 틈타 내가 말을 섞었다·
그걸 듣고 인물이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겨 왔다·
“아 죄송· 혼잣말입니다·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왔네요·”
머쓱하며 해명해 보지만 당연히 인물의 표정은 풀리지 않는다·
“성왕·”
날 부르는 목소리에 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일청검 선배 님·”
인물은 다름아닌 청룡대주 일청검이었고·
금일 일정을 위해 만나기로 했던 장본인이었다·
동시에·
“부하 교육을 좀 좆 같이 하셨네요?”
내가 이번 무림맹에 들어가 죽일 ‘네 명’ 중 한 놈이기도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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