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96
성룡대가 대원을 뽑는다·
며칠 전 성왕이 무림맹의 대주가 됐다는 소식과 함께 들려온 정보였다·
성왕이 이끌 것이라는 사파전담부대·
대부분 마물에 대항하기 위해 창설된 다른 검대와 달리 대인전에 중심을 둔 부대라고 했다·
마물의 등장 이후 ‘공식’적으로는 사라졌던 대인전담부대 그걸 무림맹은 성왕을 필두로 창설하겠다 발표였다·
이는 사파와의 전쟁을 염두해둔 부분이라는 걸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적급 마물 이후 깨졌던 평화의 시대다·
어떻게든 겉모습에 칠하고 칠해 모습을 감췄으나 이번 사건으로 그마저 불가피해진 상황·
백급 마물의 등장·
거기에 마교라 자칭하는 신종 단체가 알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키고 있었으니 사람들의 불안은 극에 달해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사파에 대항하기 위한 부대를 만들었다고 하니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편이었달까·
아 물론····
‘이건 내 영향이 크다만·’
발로 뛴 게 많아서 그런가 근래 내 입지가 상당히 높아져 있었고 덕분에 성왕이 무언가를 한다고 하니 좋게 봐주는 이들이 존재했다·
시대의 희망이라나 뭐라나·
듣기 만해도 부담스러운 호칭이다· 심지어 얼굴도 팔렸는지 이제 원래 모습으로는 하남에서 돌아다니기도 힘들었다·
실상 면사를 쓰거나 신체를 변형해서 다니면 그만인 일이기는 했으나·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고·’
원래부터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만큼 그냥 안 나가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듯 내 입지는 상당히 커진 시점이었다·
좀 과하게 말해서 똥을 싸고 좋게 봐주는 상태라는 뜻이다·
무엇을 해도 뭔가 뜻이 있으리라 봐주며 지나가기만 해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본다고 할까·
‘···전생의 신검이 이랬을까?’
그 정도는 절대 아니겠지만 얼추 비슷한 느낌이었다·
전생에 나타나기만 해도 재앙 취급· 혹은 세상 무서운 놈 취급을 받았는데·
이번 생엔 영웅 취급인가·
그런 차이를 확연히 느끼고 있으면서도·
‘···쯧·’
그걸 즐기거나 좋게 보지는 않았다·
애당초 내가 이렇게 하고자 만든 판이었고· 이런 걸 즐기려고 만든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질감을 느낄 따름이다·
아무튼·
그런 성왕이 만든 사파전담부대·
이른바 성룡대(星龍隊)가 창설을 선언하고 당장 어제 무림맹은 파격적인 선언을 터트렸다·
바로 성룡대의 대원을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도 뽑겠다는 소식이었다·
본디 맹의 검대란 소속된 무림맹의 무인들이 전담하는 게 맞거늘·
성룡대는 놀랍게도 외부 무인을 차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전부 외부인은 아니다·
맹의 인원도 엄연히 포함될 것이라 말하긴 했지만·
‘어찌 됐든 외부 인력을 데려오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무림맹으로선 정말 파격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무림맹은 전통을 중요시하는 집단이다·
스스로 정파의 중심이자 구심점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 지키는 규율의 시작이 이것이다·
어떤 단체를 만들든 맹 내부 인원으로 만들 것·
이는 무림맹 뿐 아니라 다른 단체에서도 기본적으로 행하는 일이거늘·
그걸 지키며 살아오던 맹에서 대주는 물론 포함된 인원까지 외부에서 데려오겠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이례적인 일과 더불어 새롭게 창설된 검대가 품은 뜻이 있기 때문인지 내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들었다·
사락-·
인원을 살피며 앞에 놓인 서찰을 확인한다· 참가한 지원자들의 정보가 대략적으로 적힌 서찰이었다·
총인원은 백 명하고도 셋·
고작 하루 만에 모인 인원치고 상당한 수다·
‘하남에 모인 세가와 문파도 거의 철수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무투제를 위해 찾았던 명가와 명문·
그들은 애도식이 끝난 다음 대부분이 자신이 있을 땅으로 떠났고·
지금 하남에 남아 있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남에 남은 세가는 여섯이고 문파는 다섯·’
대다수가 떠났음에도 저만큼의 인원이라는 건 신기한 일이다·
성룡대의 가치를 그토록 높게 보는 걸까?
그렇다면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시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설명해 드렸듯 뽑는 인원은 총 열 분입니다·”
모여든 이들에게 맹의 무인이 설명을 시작했다·
그걸 들으며 나 또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
외부에서 충원되는 인원은 열·
그 외에는 맹 내부에서 데려오는 사람 열·
그리하여 성룡대가 가지게 되는 인원은 스물 다섯이다·
설명을 스물로 해놓고 왜 합치면 스물 다섯인가 하면 다섯은 내가 따로 묵연과 얘기해 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총 스물다섯·
얼핏 보기엔 많아 보이나 다른 검대와 비교하면 소수정예다·
정보부인 비룡대는 소속 인원만 여든이 넘고· 비교적 적다는 적룡대는 마흔이 넘는다·
근데 스물 다섯이라니· 상당히 적은 숫자였다·
툭·
툭툭툭·
탁상을 두들기는 소리에 옆에 있는 쌍의환검이 내 쪽을 힐끔 쳐다본다·
‘음·’
그 시선을 느끼면서도 내 눈은 오로지 서찰만을 보고 있었다·
다 좋다·
인원이야 적으면 적을수록 괜찮았다·
그러니까 여기까진 뭐 예상했던 방안이라는 말이다·
근데·
‘···뭔데·’
살짝 문제가 있었으다·
‘이것들이 왜 있는 거지·’
서찰 속 어딘가 익숙한 이름들이 가득히 보인다는 것이다·
있으면 안 될만한 이름들·
그런 이름들이 몇몇 엿보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 이름을 여기서 안 보려고 내가 무슨 짓을 했었는데·
여기서 이 이름들이 보이면 안 됐다·
‘하·’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한껏 의구심이 들던 찰나·
“···협·”
‘도대체 얘네가 어떻게 알고····’
“대협-!”
“···!”
앞에서 들린 큰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확인하니 계속 설명해주던 무인이다· 계속 날 부르고 있던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듣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 괜찮으십니까?”
“아 예···· 잠깐 딴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설명이 끝나 보고드리고자 했습니다·”
말을 듣고 뒤를 보니 확실히 무인들이 이쪽만을 보고 있었다·
“듣기로 시험에 관련된 부분은···직접 주관해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맞습니다·”
손으로 헛기침을 몇 번 반복했다·
무인의 말마따나 시험에 관련된 건 오로지 내 주관·
묵연에게도 미리 말했듯 이 부분은 알아서 할 거라고 미리 말해둔 상황이다·
즉·
내 꼴리는 대로 뽑겠다고 선언해 뒀음과 다르지 않았고 그걸 위한 시험도 내가 알아서 보겠다는 뜻이다·
‘스읍····’
상황이 좀 걸리긴 했지만 우선은 진행해야 했다·
나는 좁게 뜬 눈으로 앞에 모인 인원을 보며 말했다·
“모여 주셔서 감사하구요· 시간 아까우니 소개는 넘기겠습니다·”
내 말에 주변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설명 소개조차 안 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동시에 긴장감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시험이라 하니 무언가 할 것이라 예상한 것 같았다·
‘그런 거 아닌데 말이야·’
비무대까지 내어준 걸 보면 지원자들은 물론이고 무림맹측에서도 당연히 대련을 시킬 거라 생각한 것 같았다·
보통 이런 시험은 대련이나 힘자랑이 기본이니 당연한 예상이지만·
미안하지만 그럴 생각은 쥐뿔도 없었다·
사락·
서찰을 몇 장 넘겼다· 그러다 문득·
‘좋네·’
마침 딱 적당한 인물을 발견했다·
“거기·”
즉시 손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
지목당한 사내는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저 저 말입니까?”
“예· 그쪽이요· 비무대 위로 올라가 주시겠습니까·”
“···”
뜬금없는 요구지만 사내는 별다른 말없이 앞으로 걸어 나온다·
마냥 크지 않은 키와 마른 근육
발달 상태를 보면 검수임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또한 내가 아는 인물이기도 했다·
살짝 아는 척을 하자 사내의 눈이 커진다·
“기억하고 계셨군요····”
“짧게 본 것도 아닌데· 당연히 기억합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예 전혀 문제 없습니다·”
“잘됐네요·”
사내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별호가 아마·
‘열투전검이었나?’
그리 유명한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예전 백급 마물과의 싸움에 있었던 무인이었다·
그렇게 뜬금없이 불려 나온 열투전검· 그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지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살짝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불러서 죄송하구요· 다름이 아니라 부탁드릴 게 좀 있어서요·”
“아 아닙니다· 부탁이라니 하시면· 어떤···?”
“끝날 때까지· 잠시 거기 서 계셔 주십시오·”
“예?”
“좀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거든요· 마침 딱 적당해서요·”
기준·
애매모호한 단어의 오히려 의문이 깊어진다·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 나는 그런 사내를 보며 말을 덧붙였다·
“아· 참고로 그쪽은 합격입니다·”
“에? 예···? 갑자기 그게 무슨···?”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앞줄 왼쪽부터 한 명씩 올라오세요·”
반응도 제대로 못 하는 열투전검을 뒤로하고 한 명씩 비무대 위로 불러내 옆에 세웠다·
그 다음부터는·
“탈락 탈락 탈락· 음···합격· 아 그 뒤에 세 분은 탈락입니다· 굳이 안 나오셔도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탈락자와 합격자를 정해갔다·
올라오고 몇 초 지나지 않아 결정됐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시험을 당하는 이들은 하나 같이 어처구니없는 표정들이다·
당연히 그렇겠지· 내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데 말이야·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미 묵연과는 얘기가 된 부분이었으니까·
이 뒤로도 열 명을 더 잘라낸 직후·
“예· 탈락이구요···· 다음···은·”
천천히 비무대로 올라오는 인물을 보며 잠시 말끝을 흐렸다·
‘이런·’
결국 차례가 왔다·
아까 내가 말한 문제중 한 명이다·
뚜벅·
사뿐한 발소리·
그 소리와 동시에 주변에 웅성거림도 사라진다·
비무대 위로 올라오는 여인·
그녀가 만드는 침묵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옷깃이 살랑이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머리칼이 거슬리는지 손으로 쓸어올린다·
안에 담긴 푸른 눈이 반짝였다·
“···허어····”
“···헉····”
얕게 들리는 감탄사·
침묵을 깬 반응이라곤 오로지 그것뿐이다·
비무대에 오르기까지 대략 열 걸음·
고작 열 번을 걸어 올라오는 데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별것 없는 걸음걸이건만 그 행동에 망할 새끼들은 쳐다보기 바빴다·
그걸 보며 미간을 찌푸려야 했다·
‘제발 어디 돌아다닐 거면 면사 좀 끼고 다니라니까·’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쟤는 왜 날이 갈수록 예뻐지는 건지 모르겠다·
기어이 여인이 비무대에 오르고·
아까부터 서 있던 열투전검이 식은땀을 흘린다·
지친 건 아닌 것 같고· 당연히 옆에 여인 때문인 것 같았다·
나 또한 뒷목을 쓰다듬으며 백발의 여인·
무리에 끼어 있던 남궁비아를 쳐다봤다·
“···”
“···”
눈이 마주친다·
남궁비아는 특유의 푸른눈으로 날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을 보면서 주변 반응까지 살폈다·
아무것도 못 하고 탈락해 이를 갈던 놈들도· 앞서 다가올 시험에 긴장하던 놈들도 죄다 남궁비아를 쳐다보기 바쁘다·
그걸 보고 있자니 아주 좆 같은 기분이다·
“하아·”
다 눈깔을 뽑아버릴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선 그냥 뽑아버리고 싶은데 참아야 하는 게 더 빡친다·
‘쯧·’
속으로 혀를 차며 다시 남궁비아를 쳐다봤다·
예쁘지만 심히 무심한 눈동자다·
얼핏 봐선 감정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하도 보다 보니 지금에 이르러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저건 무언가를 바라는 눈이다·
내게 무언가를 바라고서 쳐다보는 눈·
나는 그녀가 무얼 바라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애초에 여길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왔다는 것부터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안돼·’
당연히 들어줄 생각은 없다·
미쳤다고 이걸 들어주겠는가·
그걸 떠올리며 말을 뱉으려는데·
“···탈-·”
콰앙–!!
갑자기 옆에서 괴음이 들려왔다·
탁상을 내려쳐서 난 소리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얼굴이 잔뜩 붉어진 쌍의환검이 있었다·
“이게····”
하여 뭐 하는 짓인가 싶어 쌍의환검을 쳐다보는데·
“이게 지금 대체 뭐 하자는 것이오-!”
놈은 분노에 찼는지 아득바득 이를 갈며 고성을 내질렀다·
이 새끼는 또 뭐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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