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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apter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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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2

“어째 자주 뵙는 것 같군요·”

고요한 방·

은은히 풍기는 나무 향 틈에 다소 독한 차향이 스민 곳·

주인의 성격을 알려주듯 착실히 정돈된 방안 속 한 노인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방을 닮은 고요한 눈·

무표정한 듯 얼핏 담긴 감정은 인간성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그걸 느끼며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이러다 정들 것 같아요·”

“···”

내 말에 노인의 수염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성왕· 아니 성룡대주·”

뒤바뀐 호칭이 속을 불편하게 간지럽혔다·

“예· 어르신·”

“이제는 묵 책사라 부르십시오·”

“묵 책사님·”

지금 나는 맹에 돌아온 희대의 책사 묵연과 마주하고 있었다·

정리된 책상 속 수북한 서찰들·

그 틈새로 어렴풋 보이는 영단 비스무리한 무언가·

‘저거 소림 거 같은데·’

대환단이나 소환단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소림에서 제작하는 하위 영단인 것 같았다·

하위라고 해도 그 값은 절대 무시 못 할 비싼 물건인데·

그걸 저렇게 산처럼 쌓아놓은 건가?

보아하니 하나도 안 먹은 게 보인다만·

어쨌든 맹측에서 상당히 묵연을 신경 쓰고 있음은 알 수 있었다·

“성왕·”

“예·”

그런 물건들 틈에서 묵연이 내게 말을 내뱉는다·

“금일 성룡대원을 뽑는 시험에 이 늙은이가 구태여 참여하지 않았음은 모두 성왕이 바란 뜻이었다 생각합니다· 주관을 하겠다고 요청했으니 굳이 가지 않는 게 맞다 판단했습니다만· 제 판단이 혹 틀렸었는지요·”

“아닙니다·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면 이제 여쭙겠습니다·”

툭·

묵연이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찻잔을 내려놓는다·

그 틈에 내 시선은 찻물을 살폈고· 코로 향기를 조금 더 깊게 맡았다·

“어째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요·”

“···”

“철룡대주와 지원자가 대련을 벌인 것은 들었습니다· 철룡대주는 시험 과정이 의문스러워 직접 확인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 하던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이 부분은 좀 더 자세히 철룡대주와 면담을 해보겠습니다· 다음으로·”

사락·

묵연이 탁상 위에 있던 서찰 한 장을 집어든다·

저건 내가 직접 적어 올린 이른바 경위서(經緯書)였다·

“금룡대주를 기습 및 폭행한 건에 대한 부분입니다·”

“···”

이는 내가 현재 묵연과 면담을 하고 있는 이유기도 했다·

“현재 금룡대주는 정신을 잃은 상황인지라 양쪽 입장은 확인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그 탓에 볼 수 있는 건 상황을 목격했다는 금룡대의 부대주의 말과 성룡대주의 경위서 뿐이지요· 하여 여쭙습니다·”

묵연의 눈빛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그걸 보며 나도 모르게 목울대가 움직인다· 분명 내기 한 점 없을 노인네인데 표정이 바뀌었다고 이리 느낌이 다르다니·

“어찌 그러셨습니까·”

묵직한 눈으로 묻는 말에 호흡을 정돈했다· 

“왜 그랬는지는 충분히 적어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은 전부 적었다·

금룡대주를 두들겨 팬 직후 아니나 다를까 곧장 수호대와 다른 무인들이 도착했고· 피떡이 된 쌍의환검과 날 보던 이들의 시선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잔뜩 경계한 눈빛들·

내가 혹시 폭주라도 일으킬까 긴장한 몸짓까지·

쌍의환검은 화경급 무인이고 맹 내에서도 상당한 강자다·

그런 이가 내게 두들겨 맞고 정신을 잃었다는 건 내가 마음먹고 폭주하면 막을 존재가 몇 없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 탓에 모두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기에·

‘여기 잡아가십쇼·’

나는 오히려 두 팔을 내밀어 포박을 요청했다·

어차피 이리될 줄도 알았으니 별로 난동을 피울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성룡대주·”

“예 묵 책사님·”

“그 말씀은 금룡대주는 검무희와 철룡대주의 대련에서 검무희가 사술을 썼다고 거짓 주장을 하려 했고· 철룡대주와 성룡대주간의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다는 가짜 소문을 퍼트리려 했다· 이 말씀이 맞다는 뜻이며·”

사락· 

서찰 한 장이 뒤로 넘겨진다·

“그걸 듣고서 감정을 참지 못 해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정리다·

하도 대충 써서 부가 설명을 해야 할까 싶었는데 묵연은 필요한 부분만 콕콕 짚어 판단을 끝내버렸다·

다만·

“말씀은 적힌 대로 다 확인했습니다만· 증거는 부족하군요·”

이 경위서는 오로지 내 입장에서 적어 낸 것일 뿐·

묵연의 말마따나 신빙성은 빈약하다·

거기에·

“이는 대주가 다른 대주의 습격을 받아 쓰러진 사건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해자의 입장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묵연은 들고 있던 서찰을 다시금 탁상에 내려놓더니·

“어찌 그러셨습니까·”

처음과 같은 질문을 내게 걸어왔다·

“···묵 책사님· 아까도 말씀드렸듯·”

“경위서에 관한 물음이 아닙니다·”

“하면?”

“성룡대주· 대주께선 어찌 저와 대면하고 있는지 알고 계시는지요·”

“그거야 묵 책사께서 부르셨으니까요·”

“맞습니다· 수호대의 진압부· 혹은 맹 내부의 있는 진압부가 아니라 이곳에서 족쇄 없이 대화하는 건 순전히 제 권한을 이용한 일이었습니다·”

당당하게 권력을 남용했다·

그리 언급하는 묵연의 모습은 뻔뻔하다기보단 단단하게 보였다·

“본디 이런 면담도 제가 아닌 수호대측에서 직접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만· 정말 여쭙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의 말이 문제가 되어 폭행했다···· 저는 이 부분이 이상하게 여겨집니다·”

“못 믿으시겠으면 금제라도 거시지요? 그렇다고 해도 제 말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맹에서 대주에게 금제를 거는 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요?”

그런 게 있었나·

되게 쓸데없는 조항이라 생각했다· 그걸 왜 안 걸어?

‘그거 하나 걸어두면 배신자 찾기가 얼마나 쉬운데· 쯧쯧·’

이러니 내부의 구더기들이 차고 넘치지·

“그럼 말은 못 믿겠고···· 증거도 없고· 어쩌고 싶으신 겁니까?”

“아 못 믿는 얘기는 아닙니다·”

“예?”

“계속 말씀드리지만 의문일 뿐이지요· 어찌 성룡대주께선 이런 선택을 내렸을까···· 하는 그런 거 말입니다·”

“이해가 잘 안 가는 말씀이네요· 제 선택에 관한 것도 경위서에 전부-·”

“제가 본 대주께선 이리 감정적이신 분은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움찔· 묵연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하나 곧장 말을 덧붙여야 했다·

“책사님께서 사람을 잘못 보셨네요· 저 굉장히 불같은 사람입니다·”

“예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뭐요···?

“대주께선 활활 타오르는 불꽃입니다· 앞에 있는 건 무엇이든 다 치워버릴 법한 강력한 불 말입니다· 하오나·”

묵연이 날 보는 시선은 여전히 무겁고 덤덤하다· 나는 그게 더 부담스러웠다·

“타오를 때를 아는 불꽃이지요·”

“신기한 말이네요· 타오를 때를 아는 불꽃이 무슨 불꽃입니까·”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불꽃은 재앙이다·

스스로 죽이고 타오르고를 고를 수 없기에 재해고 재앙이라 불리는 것이거늘·

타오를 때를 아는 불꽃? 너무나 모순적인 말이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입니다· 자신이 불타야 할 때를 아는 불꽃이라니 얼마나 무섭습니까·”

“···그래서· 묵 책사께서 보시기에 제가 그렇게 무서운 놈이다· 이 말씀이십니까?”

“글쎄요· 거기까진 확신이 가질 않으나·”

바스락· 묵연이 앞에 놓인 영단 하나를 잡아 껍질을 벗겨낸다·

그대로 입 속에 넣고 우물거리는데· 향긋한 향기가 순간 주변에 퍼져나갔다·

“무서워지려고 하거든 얼마든 무서워질 사람· 그리고· 절대 생각 없이 일을 그르칠 이는 아닌· 제가 보는 성룡대주께선 그렇습니다·”

“그냥 철 없이 나대는 놈한테 과분한 평가를 하십니다·”

“그렇다면 제 실수겠지요· 하나 제가 보는 대주는 그렇고· 그런 대주께서 아무런 생각 없이 일을 이리 만드실 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래서 궁금했던 겁니다· 맹 내부에서 대주와 마찰을 벌일 시 찾아올 문제들은 성룡대주께선 생각지 않을 리 없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내뱉는다고 하나 묵연의 목소리엔 확신이 그득하다·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무언가 반응하기가 참 애매했다·

“···과대평가도 이런 과대평가가 없네요· 사람을 뭘로 보시는 겁니까?”

그냥 열받아서 팬 걸 가지고 무수한 의미 부여가 들어가는 것 같다·

묵연의 말마따나 그렇다·

처음엔 실상 취조실에 처박혀 수호대와 면담을 할 거라 예상했었다·

아 물론 당연히····

‘거기서 수를 써서 여기까지 올 생각이긴 했는데·’

곧장 취조실을 안 가고 묵연이 있는 위치까지 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책사님의 뜻을 알겠으나 하신 말씀대로 제가 그리 생각이 깊지는 않습니다·”

“그렇습니까? 그건 참 아쉽네요·”

“···”

전혀 믿지 않는 말투였다·

옘병할·

대체 왜 나한테 저 지랄인 걸까·

보통 내게 다가오는 부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뭘 하든 마음에 안 든다고 시비터는 인간·’

직전에 맞은 쌍의환검이나 도왕 등 어디 하나 모자란 놈들이 대부분 그랬다·

이게 아니면·

‘뭘 한 것도 아닌데 이상한 기대를 하는 인간·’

쓸데없이 과대평가를 반복하는 놈들도 있었고· 앞에 있는 묵연은 이쪽 과인 것 같다·

따지자면 더 귀찮은 쪽에 속했다·

나를 과대평가를 하고 있으니 방심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인간들은 그게 맞는지 스스로도 확신 못 하기에 제 기대를 확인하고자 무수한 수를 쓰고는 했다·

귀찮아도 이렇게 귀찮은 양반들이 없다·

그건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뜻이 없으시다 하시니 알겠습니다· 상황에 관한 이야기도· 결국 장본인인 금룡대주와 부대주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 처분을 정할 예정입니다·”

믿지 않는 눈이라도 말은 그와 다르다·

낮아진 눈동자 속 오로지 나를 담아냈다·

“다만· 설령 성룡대주께서 말씀하신 이유가 맞다고 해도· 이는 염연히 규율에 어긋난 폭행에 불과하니· 이 부분은 알아두세요·”

“인지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선 직위 박탈까지 갈 수 있는 일이나···· 대주께서 아시듯 현 무림맹에선 성룡대주가 필요한 상황인바· 아마 거기까지 가진 않을 겁니다·”

“예·”

묵연에 말마따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저지른 것도 없잖아 있었다·

“구태여 제가 밀고 가고자 하는 게 있다면· 대주께서 자리에 앉기 위해 내거셨던 조건 중·”

스윽·

묵연이 말을 뱉으며 서찰을 내쪽으로 건네준다· 받아보니 예전에 적어둔 계약서였다·

“맹의 검대 중 두 곳의 지원권을 받아간다· 라는 부분은 수정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신지요·”

“···하하·”그걸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사고친 부분 탓에 조건을 들먹이는 것· 그게 어이가 없어서일까? 아니었다·

‘이 노인네가···?’

되레 대단해서다· 감탄이 섞인 웃음이란 뜻이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 말에 묵연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다음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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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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