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51
“마지막으로 파악된 위치는요?”
“서쪽 숲이라고 들었는데· 확실치는 않습니다·”
당소열의 물음에 사내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대답한다·
“다른 쪽으로 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건가요?”
“예···· 항상 지정한 위치 말고 다른 쪽을 수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그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
당소열이 입술을 살짝 깨문다·
확실히 그 두 사람이라면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복귀 시간에서 얼마나 지난 거죠?”
“두 시진 가량 지났습니다·”
“늦는다는 언질은요?”
“그 또한 없었습니다·”
“···이런·”
당소열의 고운 미간이 찌푸려진다· 두 시진이면 절대 짧지 않았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눈을 좁히며 당소열이 머리를 굴린다·
위설아와 남궁비아의 경지는 낮지 않다· 그런 만큼 걱정이 덜 해야 하는 일이건만·
구양천이 복귀 시간에는 늦지 말라고 직접 뱉은 말이다·
그걸 위설아와 남궁비아가 어겼다? 어기더라도 조금만 늦어야지 이건 아니었다·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이상하게 걱정이 된다· 직감이라고 할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맺힌다·
다른 대원들도 슬슬 조사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시진이 지났으면 규율에 따라 조사를 시작해야 했다·
“부대주님···· 수색 진행할까요?”
대원의 말에 당소열이 입술을 오물거린다·
규율만 보자면 시작 해야 했다·
어쩔 수 없다· 한숨을 내쉰 당소열이 말을 내뱉는다·
“···진행 하···!”
말을 뱉던 당소열이 중간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재빨리 고개를 돌린다·
당소열뿐이 아니었다·
주변에 수색을 준비하던 인원들도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하나같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냥 보는 것도 아니다·
“···이 이게 무슨····”
“···흐···끄····”
몇 초가 흐르니 대부분의 이들이 주저앉는다· 무언가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우웨에엑!”
누군가는 바닥에 구토를 하기 시작했고· 몇몇은 정신을 잃었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는 이들도 몸을 떨기 바빴다·
그나마 서 있는 이는 당소열과 몇몇 모두 화경에 이른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식은땀이 몸을 적셔 점차 무복이 젖어가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당소열이 거칠게 호흡하며 정면을 바라본다·
전 대원의 정신이 망가진 이유· 그건 저 멀리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이었다·
당소열이 이 아득한 기운의 정체를 파악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살기다·
사방을 살기가 뒤덮고 있다·
등불이 켜져 있음에도 어두워 보이는 것도· 대원들이 저토록 공포에 질려하는 것도· 다 살기 탓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렇게 강한 살기를····’
그 강도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 이 정도 수준이 과연 인간이 뿜을 수 있는 건가 의문이 들 지경이다·
도대체 누구지? 누가 이런 살기를 내뱉는 걸까·
당소열이 간신히 품에 비수를 잡아든다· 맹 내부에서 이런 살기를 내뿜을 정도라면 적인 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하필 구 공자님이 안 계실 때에·’
누구일까· 의문이 깃드나 우선 이 살기에서 벗어나야 했다·
“후우····”
숨을 내쉬며 힘을 끌어올린다· 단숨에 기운에서 벗어나려던 찰나· 저 멀리 인영이 나타났다·
눈을 찌푸리며 살기의 주인을 확인하는데·
“···어?”
상대를 확인한 당소열이 자신도 모르게 힘을 푼다·
살기의 원흉은 자신이 잘 아는 일이었다·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는 인물·
뿜어지는 살기에 무복이 휘날리고· 무표정한 푸른 눈동자는 어째서인지 차갑기만 하다·
본래 느껴지던 감각과 너무나 달랐다·
“···구 공자님···?”
인물은 구양천이었다·
저 아득한 살기가 전부 구양천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구 공···· 아니 대 대주님····”
당소열이 당황한 듯 말일 더듬는다· 그 말에 구양천의 시선이 당소열에게 향했다·
흠칫·
눈을 마주한 당소열이 몸을 떤다· 찰나지만 호흡도 멈췄다·
‘눈이····’
아득하다·
고작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 깊고 깊은 무저갱이 느껴졌다·
한 번 빠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구멍· 바닥이 어디까지 뚫어져 있는지 인식조차 할 수 없다·
어째서 저런 눈을 하는 걸까·
원래 구양천은 저런 눈을 했던 사람인가?
당소열의 생각이 엉망으로 엉켰다·
그때·
후우우우·
몰아치던 살기가 갑자기 잦아진다·
없어진 건 아니었어도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다만 전부 괜찮아진 건 아니었다· 당소열을 제외하면 여전히 다른 이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니까·
하면 자신에게만 쏟아지는 살기가 적어진 걸까? 의문을 가질 새도 없었다·
“부대주·”
“···아! 예····”
입 밖으로 나오는 목소리가 떨렸다· 공포였다·
“상황 보고해·”
무얼 보고하라는 걸까· 생각이 잠깐 멈추지만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정찰에 나갔던 남궁 대원과 위 대원이 미 복귀 상태입니다·”
“위치와 시간은·”
“서쪽 숲이었습니다· 시간은 두···두 시진이 흘렀고·”
말하는 와중 자꾸만 더듬는다· 음성은 떨렸고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다·
하나 참아냈다·
“맹의 규율에 따라···· 현재 수색 명령을 내리려던 참이었습니다·”
“···”
당소열이 입술을 깨문다· 그러면서 시선을 살짝 피했다·
평소에 그리도 보고 싶던 눈을 지금은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꼭 다른 사람 같아서· 당소열은 그걸 견디기 버거웠다·
“그래·”
구양천이 고개를 끄덕인다·
“두 시진· 서쪽 숲·”
그리고선 보고를 되뇌듯 몇 번 반복하더니 고개를 왼쪽으로 돌린다·
“뭔가 아는 게 있나?”
뱉는 말이 묘하다· 마치 상대를 향해 말하는 것 같지만 당소열은 상대를 볼 수 없었다·
살기 탓에 기감이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대답이 없네· 내 목소리가 작은가?”
아무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구양천이 시선을 따라 몸까지 돌린다·
“당신한테 하는 말 맞아· 그러니까 대답해·”
구구구국···
“···!”
살기가 다시금 짙어진다·
“붙잡아 묻기 전에· 주둥이 열라고 이 새끼야·”
거친 말투와 함께 기압이 폭발한다· 주변 사물이 흔들리는 걸 넘어 지진이라도 난 것 같다·
쩌저적-!! 처소와 건물에 영향이 가기 시작할 무렵·
“멈추시오·”
살기를 뚫고 또 다른 이가 나타난다·
구양천이 보던 방향이었다·
당소열이 인물을 보며 눈썹을 일그린다· 나타난 인물은 일청검이었다·
청룡대주가 갑자기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성왕·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지부 내에서 살기를 이리 내뿜다니·”
일청검의 얼굴엔 당혹감이 가득하다· 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은신하고 있던 걸 알아차렸기 때문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이상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일청검을 구태여 부른 연유는 무엇일까·
“당장 멈추란 말이오!”
“다시 물을게· 뭔가 아는 게 있나?”
“대체 뭘 묻는 게요·”
일청검이 얼굴을 구긴다·
“···좌우지간 무얼 묻는지 모르겠군· 나는 그저 할 말이 있어 찾아왔을 뿐이오· 한데 당신이야 말로 이게 무슨 짓이오! 맹의 대주라는 이가 이토록 짙은 살기라니–!”
말투 속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감정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걸 듣고 구양천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래 그렇겠지· 그렇게 말해야 해· 저게 맞아···· 그럼 나도 모른 척 어울려 주는 게 맞는데····”
“···뭐?”
일청검의 말에 구양천은 어딘가 지친 얼굴로 중얼거린다·
이 또한 당소열에겐 처음이었다·
구양천의 저 정도로 지친 표정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공자님···?”
당소열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간다·
살기는 두려우나 이에 망설일 만큼 낮은 마음은 아니었다·
그렇게 구양천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아아···· 아니다 됐다···· 이제 귀찮아졌어·”
구양천은 조용히 한마디를 속삭이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사라진다·
인식하지 못했다·
어디로 간 거지? 당소열이 급히 기척을 찾는다·
짜악-!
멀지 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당소열의 얼굴이 돌아간다·
그곳엔·
“큭!?”
고개가 돌아간 채 휘청이는 일청검과 구양천이 보였다·
한껏 돌아간 고개· 일청검이 눈을 키운다·
‘방금 뭘 맞은 거지?’
뺨? 설마 자신이 뺨을 맞은 건가? 이놈에게? 뺨이 뜨겁다· 고통도 느껴진다· 이를 느끼며 일청검이 이를 악물었다·
“이놈이 감히–!”
쿠웅-!우드득-!
“쿠헉!”
이번엔 복부다·
무언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주춤하며 한걸음 물러선다· 동시에 단전에 힘을 주고 손은 검집에 보낸다·
검을 뽑아내야 했다·
한데·
‘어···?’
허리춤에서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뭐지? 일청검이 제 검이 있는 위치를 쳐다본다· 그곳엔 본디 있어야 할 검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이거 찾아?”
“···!”
목소리에 일청검이 구양천을 쳐다본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구양천의 손에 자신의 검이 잡혀 있었다· 도대체 언-·
콰앙-!
“커헉!”
구양천이 들고 있던 일청검의 검으로 그의 안면을 후려쳤다·
고개가 젖히며 핏물이 튀었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았다·
일단 거리를 벌려야 한다· 일청검이 뒤로 물러나려 하지만 발이 묶인 듯 움직이질 않는다·
이미 구양천이 일청검의 발등을 짓밟고 있었다·
그 순간·
짜악-!
“컥!”
다시 한번 고개가 돌아갔다· 아까보다 충격이 거세다·
몸에 기운이 단숨에 풀리며 다리까지 영향을 끼친다·
털썩· 일청검이 주저앉았다·
피부가 찢겨 나가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자신은 왜 쓰러져 있는 걸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다·
일청검은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툭· 쓰러진 일청검 앞에 검이 떨어진다· 그의 검이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목소리에 일청검이 시선을 올려다본다·
그곳에선 구양천이 일청검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이거· 네놈 짓인가?”
그의 표정은 처음과 똑같은 무표정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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