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57
무릎을 맞고 뒤로 계천문주가 넘어간다·
이에 다음 일격을 더 넣고자 주먹을 말아쥐지만·
“쯧·”
공격을 이어가려던 구양천이 문득 거리를 벌렸다·
얼굴 옆으로 검이 스친다·
맞는 와중에도 반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거참 단단하네·’
그렇게 맞아놓고도 반격이 들어온다· 어지간한 재생력이었다·
‘이 정도면 팔을 뜯어야겠어·’
그래도 재생할까? 예상하기로는 아니다 하면 신체를 아예 빼버리는 게 맞았다·
다만·
쉬이익·
날아드는 공세가 조금씩 심해지고 있었다·
‘이것 봐라?’
계속해서 피해를 주고 있음에도 계천문주는 쓰러지지 않았고· 그걸 보며 구양천은 생각했다·
의지가 뛰어난 건가· 아니면 육체가 조금씩 적응하고 있는 건가·
그도 아니라면·
‘내가 지친 건가?’
몸에 피로감을 느끼며 자각한다·
부어버린 혈도에 과한 힘을 붓고 있으니 점점 지치는 속도가 과해졌다·
‘흠·’
좋지 않네· 오래 싸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제압하기는 힘들겠어·’
불꽃을 쓸 수 있었다면 달랐겠지만 지금은 그러기는 무리다·
그냥 어떻게든 죽여야 했다·
[크르르·]
계천문주가 힘을 주기 시작한다· 점점 동작이 격해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당장을 견디겠다는 마음이 느껴진다·
상대 쪽도 무리하는 듯한데· 그걸 보며 구양천이 호흡을 살짝 고른다·
‘지원군을 기다리는 모양이군·’
아무래도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기야· 이 넓은 지하에 다른 인물이 없겠을까·
‘보이는 대로 다 죽이고 오긴 했지만····’
분명 더 있겠지· 당연한 말이었다· 만일 지금 지원군이 온다면 어떨까·
‘그건 좀 위험하겠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그랬다·
남궁비아는 휴식을 해야했고· 위설아가 있으니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싸움은 불리한 쪽으로 갈 것이다·
단지 구양천은 그걸 뻔히 알면서도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지원군?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해봐·’
올 수 있는 놈이 있다면 말이다·
그쪽은 이미 수를 써놨다·
그러니까 지금은 앞에 있는 싸움에만 집중하면 된다·
“스으으으-·”
숨을 깊게 마시며 허리를 틀었다·
두근-! 심장에 있던 기운이 몸에 퍼진다· 고통이 미간이 찌푸려진다·
투아파천무·
강렬한 일격에 곧장 계천문주를 파고든다· 놈이 급하게 양손을 들어 막지만·
쿠구구구구구—!!!
주먹은 놈의 양손에 닿아 폭발하고· 녀석이 뒤로 밀려난다·
[크으으-!!]
발끝으로 충격을 흡수한 계천문주가 간신히 멈춘다·
그걸 보며 구양천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생각보다 약했다·
분명 제대로 기운을 담았는데도 충격이 예상보다 적었다·
몸이 지친 것은 맞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이거 설마····’
뭐가 문제일까· 잠깐 생각하다 구양천이 이번엔 미간을 좁힌다·
‘내기가 문젠가?’
마기가 아니라 내기·
방금 투아파천무를 쓰기 위해 잠시 마기를 줄였다· 혹 그게 문제일까?
‘음·’
확신은 아니다· 조금 더 시험 해봐야 했다·
지면을 밟고 계천문주에게 파고들려····
툭-!
‘음?’
했으나 이번엔 땅이 문제다·
‘이런·’
지면이 뭔가 이상했다· 당연히 부서질 거라 예상하고 동작을 취했는데 지면은 흔들림도 없다·
아까와는 다르다·
다행히 동작이 꼬이진 않았지만 신경 쓰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검이 날아든다· 자세를 숙이며 검을 피해냈다·
그대로 복부에 주먹을 쑤셔 넣었다·
[크윽!]
제대로 들어갔다· 주먹을 맞은 계천문주의 몸이 붕 떠오른다·
하지만····
쉬이익-!!!
이번에도 녀석은 반격을 해왔다· 검에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허공을 떠돌았다·
‘···그렇군·’
그걸 보고서야 구양천이 확신한다· 이건 아무래도·
‘내기가 안 먹히는 건가·’
내기 그 자체가 문제인 것 같았다· 깨달은 즉시 마기를 덧씌운다·
그대로 놈의 왼쪽 어깨를 강하게 쳤다·
[크으윽!]
이번엔 아까와는 다르다·
고통에 찌푸린 얼굴도 타격감도 전혀 상반되어 있었다·
예상대로였다·
‘마기는 먹히고 내기는 덜 먹힌다·’
아예 안 먹히는 건 아니어도 상당히 반감되어 들어가는 듯하다·
‘그리고·’
콰직·
발로 지면을 내리쳐봤다·
아까와 달리 이번엔 부서진다·
‘이 공간도 그런 건가?’
어떤 원리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기가 문제인 건 맞는 모양·
‘쯧·’
참으로 귀찮은 공간이었다· 그래도 알았으면 됐다·
구양천은 즉시 기운을 모두 해제하고 마기로 채워 넣었다·
육탄전이 다시 시작됐다· 육탄전이라 말하긴 해도 상황은 같다·
폭력이다·
쾅!
검을 내지르면 피하고 빈틈에 주먹을 꽂는다·
거리를 벌리려고 하면 따라잡아 팼고· 반격하려고 하면 그걸 막고 또 팼다·
부순다· 육체를 전부 부수기 위해 힘을 더했다·
쾅-! 쾅쾅-! 쾅-!!
들리기엔 주먹으로 패는 것 같지 않은 묵직함이다·
그만큼 강하고 난폭한 방식이라는 뜻인데·
‘엿 같은 거·’
정작 공격을 퍼 붙는 구양천의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솔직히 조금 힘들었다·
‘점점 속도가 따라붙는다·’
계속 공격해서 부숴도 아무는 속도가 빠르다·
단순한 공격밖에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이 정도면 화력을 강하게 써야 하는데 화공을 쓸 수 없으니 투아파천무뿐인데·
‘근데 이걸로는 부족해·’
마기는 어느 무공에도 섞일 수 있으니 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투아파천무로는 부족했다· 반동도 거센 무공인데 혈도가 감당할지도 미지수·
이렇게 되면 할 수 있는 건 결국 버티며 계속 공격하는 것뿐이다·
[···크···흐흐·]
앞에서 갑자기 웃음 소리가 들렸다·
그 모습에 구양천이 주먹을 움직이면서 물었다·
“뭘 쪼개· 뒤질라고·”
[크흐흐···우스워서 그렇다·]
스르릉-! 검이 움직였다
구양천이 급히 고개를 젖힌다· 검날이 한 끗 차이로 지나간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거늘···· 이제 좀 알겠구나·]
구양천이 높게 도약하며 거리를 크게 벌렸다·
[네놈· 지쳤지?]
“···”
계천문주가 뱉은 말에 구양천이 소리 없이 숨을 골랐다·
[점점 주먹이 약해지는구나· 여전히 천둥 같기는 하나 직전에 혜성과 같던 힘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들켰네· 구양천이 아쉽다는 듯 끝내 피식 웃었다·
[또한 네놈의 주력이라던 화공도 쓰지 않는 걸로 보아····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거겠지·]
노인네가 눈치가 빠르다· 구양천이 어깨를 살짝 풀며 입술 끝을 살짝 깨물었다·
그래 슬슬 눈치챌 때가 되긴 했었다·
[역시···하늘은 내 편이었어·]
“늙은이· 개소리도 거기까지 하면 추한 거로 안 끝나·”
거칠어진 숨을 숨긴다·
내기는 얼마나 남았지? 대략 열에 이할 정도 남은 것 같다·
주력인 화공이 묶인 탓인가? 쓸데없는 힘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곤란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그걸 알지만 구양천은 티를 내지 않았다·
“그게 뭐· 그래서 어쩌라고·”
불꽃을 내지 못한다·
놈의 육체는 점점 강해지듯 장기전으로 가면 밀릴지 모른다·
근데·
그래서?
“그렇다고 네놈이 이길 일은 없어·”
[발악이라도 하려는 게냐? 너도 저 계집들도 이곳을 찾아선 안 됐다·]
“지랄·”
숨은 다 골랐다·
문제는 호흡을 안정시킬 시간에 저놈도 더 회복했음이겠지·
기운이 떨어진 것만 어떻게 채우면 가능할 것 같은데···· 어찌 해야 할까· 구양천은 말을 뱉으면서도 연신 생각을 돌렸다·
“뭣 같은 짓 꾸미는 거 뻔히 아는데 그냥 모른척 해주는 것도 정도가 있어·”
[하·]
계천문주가 헛웃음을 터트린다·
[이미 알고 있었다고?]
“글쎄 뭐 전부까진 아니고· 그쪽에 더러운 냄새가 난다는 것은 좀 알겠더라고· 욕망으로 덕지덕지 붙어있는 냄새던데·”
[모욕하지 마라···!]
계천문주가 버럭 화를 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네놈이 감히···! 이건 모두 하늘을 위한 일이니라·]
“꼭 이상한 종교에 빠진 병신들이 그런 말을 하긴 하더라·”
하늘을 위하긴 개뿔이 그 양반들이 뭘 원하는지 지들이 뭘 안다고 그러는 걸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저 몸뚱이만 보면 시답잖은 건 아닐 것 같기는 해·’
어느새 처음과 전혀 달라진 계천문주·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몰라도 저 상태가 됐다면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었다·
그런 구양천의 반응에도 계천문주는 분노를 담아 입에 뱉을 뿐이다·
[너희는 모른다· 우리가 꿈꾸는 낙원도· 그걸 위해 준비한 보물도 말이야·]
“당연히 그걸 알 리가 있····”
듣기도 싫어 넘겨버리려던 찰나·
“낙원?”
구양천은 계천문주의 입에서 묘한 단어를 잡아냈다·
‘낙원이라고?’
낙원· 보기에는 그저 아름다운 단어거늘 구양천의 머릿속에선 잔뜩 가시가 돋친 말이 되었다·
언젠가 혈마가 했던 말과 겹친다·
‘그놈도 낙원을 꿈꾼다고 했던 것 같은데·’
순전히 우연일까? 뭔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가득 느껴진다·
[조금 있으면 장로들이 올 것이다· 하면 네놈도 끝이겠지· 절대 보내주지 않을 것이다·]
희망을 봤는지 다시 의기 양양해진 계천문주· 구양천은 그를 보며 물었다·
“···지금 그 머저리 같은 몸도· 대단한 하늘께서 해주신 건가?”
살짝 떠보려 물은 말인데 계천문주는 그 즉시 걸려 들었다·
[하···· 여의주의 위대함을 보고서도 그리 말하다니· 아직도 현실을 깨닫지 못했나?]
‘여의주?’
여의···주(珠)인가?
문주의 말에 구양천이 미간을 일그렸다· 어째서인지 뭔가 알 것 같았다·
그리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계천문주에게 보였다·
[뭐 하는···어?]
보여준 물건은 다름 아닌 구슬· 크기는 검지만 한 정도의 새하얀 구슬이었다·
구양천이 꺼내든 물건에 계천문주가 눈을 키운다·
[네놈이···그걸 어찌!]
“이게 당신이 말한 여의주라는 건가?”
아마 여길 처음 도착해 덩치 큰 노인네를 죽였을 때· 그때 얻은 물건이다·
그걸 상냥하게 보여주자 계천문주의 눈에 더없이 불길이 솟아오른다·
[네놈–! 그걸 어디서 얻었나 묻지 않았느냐!]
어지간히 분노했는지 계천문주가 구양천에게 달려든다·
그 모습이 광기에 젖어있어 참으로 무서웠지만·
“음····”
구양천은 그런 상황에서도 가만히 구슬을 쳐다보고 있었다·
당장은 보고 있어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먹기는 좀 그렇겠지?’
놈이 말한 게 이게 맞는 것 같기는 해도 뭔지도 모를 물건이다·
그런 위험한 걸 지금 섭취하는 건 도박수였다·
당장은 집어넣고 싸움부터 해결하자· 그리 생각을 끝내는데·
[머 멈춰라!]
뭔가를 봤는지 계천문주가 다급히 소리를 내지르고·
“뭘 멈추라는-꿀꺽···?”
제멋대로 움직인 목울대에 그대로 구양천이 굳었다·
“어?”
시선을 데굴데굴 굴려 손을 쳐다본다·
방금까지 잡고 있던 구슬이 없다·
손으로 가슴을 쓸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런 미친·”
무언가 들어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구슬을 먹어버렸다· 제 의지는 아니었다·
뭣 같은 사태에 구양천이 어이없어하던 찰나·
두근-!
심장 박동과 함께 변화가 시작됐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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