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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apter 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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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92

하늘은 점점 노을이 내려와 주홍빛으로 물들어 간다·

가을바람을 따라 휘날리는 단풍잎과 특유의 향기가 스며있다·

살랑거린다·

딱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날씨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풍요로워지는 날씨·

내 기분과 달리 지금의 계절과 날이 그러했다·

“···”

정신이 잠깐이라도 멍해질까 즉시 인상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또 이 느낌이다·

손으로 미간을 짚었다· 

안 그래도 심하던 게 얼굴을 보자 더 심해진 느낌이다·

‘뭐지·’

대체 뭘까·

경지가 오른 그날부터· 정확히는 당소열과 있었던 사건· 그때부터 이상해졌다·

머릿속에 계속 누군가 떠올랐다·

얼굴도 목소리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거늘 이상하게 자꾸만 떠오른다·

그리고 바로 어제·

하남으로 도착하기 직전 나는 내가 보고싶어하는 얼굴이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너 뭐야·”

천마(天魔)·

나는 그녀가 보고 싶었다·

“너 대체 뭐냐고·”

“···?”

내 물음에 천마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았다·

당연하다· 당사자인 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그녀라고 이해가 갈까싶다만·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는 그녀라면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전생과 달리 현생은 무언가 달라졌다고는 해도 그녀는 천마다·

내가 아는 그 천마라면 이런 게 가능해도 이상할 게 아니었다·

“무슨 말?”

“시치미 떼지 마·”

으르렁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나한테 분명 뭔가 했을 텐데?”

“몰라·”

“모른다고?”

콱·

손을 뻗어 천마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대로 살짝 끌어오니 천마가 힘 없이 내 쪽으로 당겨진다·

“네가 모를 리 없-·”

가까이서 시선을 마주했다· 

천마는 처음과 똑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자색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별이 뜬 밤하늘을 담은 듯 화려하고 찬란했다·

다른 마인들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빛깔을 지닌 온전한 자색·

원본임을 알려주듯 그 형태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였다·

나도 모르게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이·

“미친·”

그걸 인식하자마자 손을 놓고 거리를 벌렸다·

“···미친거야·”

미친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고서여 이렇게 될 리 없었다·

내가 저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언가를 당하지 않는 이상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돌아버린 건가?’

뭔가 뇌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아니면 천마의 얼굴이 위설아와 같아서· 그래서 이렇게 되는 건가·

그렇다면 신빙성이 있겠지만·

‘아니야·’

그건 아니었다· 그럴 거면 전생부터 이상했어야지·

이건 뭔가 잘못됐다· 눈을 잔뜩 좁힌 채 천마를 노려봤다·

“왜 그래?”

천마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날 보며 고개를 연신 갸웃거린다· 

그 모습이 되레 마음에 안 들었다·

‘대체 왜·’

나는 저게 보고 싶었던 거지·

어째서 근래들어 이렇게 된 걸까·

또한·

“···너는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

저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지· 방금 들은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렸다·

-보고 싶었어·

위설아와 같지만 훨씬 낮은 목소리로 뱉던 말이 스친다·

짜증이 올라왔다·

“네년이 뭔데·”

아득히 가라앉혀 놨던 감정을 끌고 올라왔다·

“네년이 뭔데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일그러진 눈으로 그대로 천마를 쏘아봤다·

그녀는 그렇게 해서도 여전히 무표정했다·

“보고 싶어하면 안 돼?”

그저 의문을 내뱉을 따름이다·

평온하고 또한 담담했다·

“안 돼·”

“왜?”

“너는 그러면 안 돼·”

“왜?”

반문의 반복이다·

이유를 뱉자면 수두룩이 말할 수 있겠으나 그걸 일일이 뱉는 것도 짜증났다·

“적어도 너는 그러면 안 돼·”

“···”

그때가 되어서야 천마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한쪽 눈썹이 미세하게 찡그려진 게 보였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고·

“모르겠어·”

천마는 잠깐 생각을 정리 했다는 듯 내게 말했다·

“그래도 보고 싶었어·”

“···”

뿌득-·

손을 말아쥐었다· 화르륵-! 피어오른 불꽃으로 만든 염옥성창을 움켜잡고선 성창의 끝을 천마의 목에 들이밀었다·

“나는 네년을 혐오해·”

“···”

“죽는 순간까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렇다·”

어찌 좋게 볼 수 있을까·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고 전생과 많은 이들이 바뀌었어도·

적어도 천마는 아니었다·

“내 마지막 선은 지금 너를 보면서도 간신히 살려두는 거야·”

처음에는 죽일 수 없어서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천마가 얌전히 있는 상황이라면 구태여 건들지 않고 있을 뿐· 어차피 언젠가는 죽여야 했다·

“내게 무얼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쓸데없는 짓이다·”

“···”

천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언제나와 같은 밤하늘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목에 닿은 성창에도· 피우고 있는 열기에도 그녀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살기가 없어서일까? 내가 정말 죽일 거라 생각하지 않아서?

으득·

이를 깨물었다· 정녕 그리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는 걸 보여줘야 했다·

잡고 있던 성창을 움켜잡고 힘을 준다·

근접한 거리에서 타격을 주려 했는데·

“···”

어째서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 미친 새끼야· 빨리 안 움직여?’

타의가 아니다· 온전히 내 의지로 멈춰 있었다·

뇌는 어떻게든 움직이라고 재촉하는데 몸은 굳었다·

마치 절대 천마를 공격해선 안 될 것 같은 본능이 사무쳤다·

그걸 견디며 강제로 성창을 밀어 넣으려 하지만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씨발·”

결국 욕을 뱉으며 손을 치웠다· 성창이 회수되며 열기가 잔디를 휩쓸었다·

콰아아아아–!!

풍압이 잔디를 거칠게 밀어냈다·

남은 잔열은 손바닥에 남아 있었고 그 손으로 얼굴을 쓸어 올렸다·

“후우우····”

아무리 봐도 좋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속에서 들끓는 욕을 목 끝까지 참고 있을 즈음·

“내가 미워?”

천마가 내게 말을 물어왔다·

“아까 말했을 텐데· 혐오한다고·”

“들었어·”

근데 왜 묻는 거지?

의문이 떠오르는데·

“근데· 밉다고는 안 했잖아·”

천마의 말에 미간을 좁혀야 했다·

“뭐?”

“밉다고는 안 했어·”

“그건 뭔 개 같은····”

밉다고 한 것과 혐오스럽다 한 게 다르다는 건가·

말 같잖은 장난이었다·

“내가 미워?”

천마는 내게 다시 물었고· 나는 헛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

그래 밉다· 죽을 만큼 밉다·

그리 뱉으려 하지만 이번엔 입이 지랄이었다·

혐오한다고는 해놓고 밉다고는 왜 못할까· 

손이든 입이든 쌍으로 지랄하는 꼴이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건 아까보단 낫다는 점이다·

“···래 밉다· 죽이고 싶을 만큼·”

“···”

억지로 밀어 넣으니 말이 터져 나온다·

말을 듣고 천마의 눈이 살짝 커졌다·

동시에 내 심장에 미세한 진동이 오갔다· 불쾌하다· 말을 뱉고 있는데 너무도 불쾌했다·

정확히는 말을 뱉고 있는 나 자신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해야 할 말을 했을 뿐인데 어찌 이런 기분이 느껴지는 걸까·

“···네년 진짜 나한테 뭘····”

천마에게 말하려다 문득 몸이 굳는다·

그녀의 표정이 이상했다·

계속 쳐다보던 눈을 아래로 깔고 하얀 손으로는 주먹을 쥔 채 선홍빛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다·

저 모습은 누구봐도····

‘상처받은 것 같잖아·’

천마가 상처를 받아?

그 어떤 순간에도 웃기만 하던 괴이한 존재가 고작 밉다는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웃기지 마·’

그럴 리 없었다·

천마가 이런 것에 상처받을 리 없다·

그렇게 확신하려 하지만·

속이 쓰라렸다·

위설아와 똑같이 생긴 탓인가· 

그래 그 탓일 것이다·

“그 표정은 뭐지?”

“···그 정도로 미워?”

“그래·”

“···왜?”

“이유까지 말해줘야 하나? 아까 네년이 내게 그랬지·”

천마의 눈동자에 담긴 건 알 수 없는 간절함이었고· 

그걸 무시하며 뱉는 나는 누군가 속을 손톱으로 긁는 것 같았다·

“그냥 보고 싶은 거라고· 나 또한 그렇다·”

그걸 참아내며 말했다·

“그저 네가 싫을 뿐이야·”

“···”

저번 생과는 다를 것이라고· 이번 생은 다른 삶으로 살 것이라고·

그리 생각하며 넘어간 이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너는 아니야·’

그들을 그렇게 본다고 천마까지 똑같이 볼 수는 없었다·

내게 그녀는 그런 존재였다·

“···”

천마는 내 말을 듣고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뒤로 한참 침묵이 지속되던 중·

“그럼····”

천마가 참고 있던 말을 묻듯 내게 말했다·

“···왜 나한테 왔어?”

“···”

그리 밉고 싫다면 왜 왔느냐·

천마의 물음에 이번엔 내가 입을 다물어야 했다·

이건 내가 더 궁금한 말이었다·

‘왜지·’

왜일까·

나는 왜 지금 천마를 보러 왔을까·

미 부인의 서찰 건이나 아버지의 일· 그리고 마교와 관련된 것들로 머리가 지독히 아플 때였다·

하물며 애들까지 내팽개치고 온 시점에 천마를 찾아올 이유는 없었다·

근데도 지금 나는 이곳에 서 있다·

혐오하고 미워하며 또 죽여야 하는 여인이 보고 싶어서·

‘왜?’

계속해서 되묻는다·

찾아오는 순간까지도 그랬다·

왜 나는 천마를 보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을까·

죽이려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건만·

나는 어째서····

‘···’

스스로 답할 수 없는 물음이었다· 아니 정답은 알고 있었으나 그걸 인정하기 싫을 따름이다·

-보고 싶었어·

천마가 그리 뱉을 때· 속에서 느껴지던 흔들림·

나는 그때의 감정이 싫었다·

느껴선 안 될 감정이었기 때문이다·

꾸우욱·

말아쥔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어찌나 강하게 쥐었는지 바들바들 떨릴 지경이었다·

“···”

천마는 그렇게 떨리는 내 주먹을 잠시 쳐다보다 다시금 날 바라봤다·

“···그렇구나·”

물음에 대답은 꺼내지 않았지만 내 행동에서 대답을 떠올린 걸까·

그녀의 얼굴에 측은함이 내렸다·

걸리적거린다·

지금 짓는 저 표정도· 

신경 쓰지 않으면 모를 것 같은 목소리의 차이도·

한없이 속에서 갈구하는 감정들도 전부 싫었다·

작은 어깨가 보인다· 

얇고 가는 어깨는 한 손으로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걸 봐서 일까·

나도 모르게 손이 뻗어졌다·

화들짝 놀라며 손을 멈췄다· 한데·

꽉-!

“···!”

갑자기 천마가 내 손목을 움켜잡는다·

“뭔···!”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행동에 내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기이이잉-!!

내 손을 움켜잡은 천마가 다른 손에 기운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검은 기운이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딱 보자마자 위험함이 느껴졌다· 뭉친 강도와 기운의 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정통으로 맞으면 위험한 수준·

‘이런 미친·’

밉다고 했다고 죽이려는 건가? 급히 나도 기운을 끌어올렸다· 

반격을 시도하듯 불꽃을 뿜는데·

화악-!

천마가 날 끌어안는다·

치이익-!

열이 오른 불꽃이 천마의 몸에 맞닿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내 옆으로 뻗어낸 손· 

그곳에서 모아놓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

검은 기운이 정면을 휩쓸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이었다· 왜 갑자기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놀란 눈으로 천마를 쳐다보는데·

그녀의 시선은 내게 향해 있지 않았다·

방금 기운을 쏘아낸 정면 저 먼 곳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고 심지어 일그러뜨린 얼굴에는 적의가 가득했다·

“이게 뭐 하는····”

천마에게 말을 꺼내려고 하지만·

오싹-!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즉시 고개를 틀어 같은 곳을 쳐다봤다·

그 순간·

저 멀리 누군가 걸어오고 있음이 보였다·

뒷짐을 진채 느긋하게 걸어오는 인물·

두근-! 두근-!

그를 보며 심장이 날뛰기 시작했다·

쿵-! 쿵쿵–!!

순식간에 격해진 심장과 속에서 올라오는 토악질·

제멋대로 엉키는 호흡을 느끼며 상대를 노려봤다·

‘어째서 저 놈이·’

나타난 존재는 나도 아는 인물이다·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지만 본능이 그의 정체를 알려주고 있었고·

 그게 아니어도 저 붉은 눈을 하는 이상 모를 수가 없었다·

“끌끌·”

마른 웃음소리가 귀를 침범했다·

당장 귀가 썩을 것 같았다·

“인사가 다소 격하구나·”

“···”

말을 들은 천마가 몸을 일으킨다·

기이이잉-·

손에는 다시금 마기가 뭉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적의다·

“이런····”

그 모습에 붉은 눈을 가진 인물· 장성연···아니 혈마(血魔)가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예절이 아쉬울 따름이야·”

놈이 가까워질수록 내 몸의 피는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혈마····”

한데·

“반갑다·”

어째서인지 혈마는 내가 아닌 천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천마에게 말했다·

“나의 딸아·”

“···!”

그 말과 함께 사방에서 엄청난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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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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