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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apter 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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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94

따뜻했다·

등 뒤를 누군가 부드럽게 껴안고 있는 느낌·

포근하고 안락하다· 

아주 어릴 적 느껴본 그리운 감각이었다·

설마···?

눈을 키운 채 말을 뱉으려 하지만·

 

“어····”

[쉬잇·]

간드러진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고 입에도 감촉이 느껴졌다· 

그걸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잠깐만· 얌전히 있어주렴·]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손길이 머리카락을 스친다·

손은 부드럽게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몸이 딱딱히 굳는다·

[착하다·]

“···”

속에서 무언가 몽글몽글 올라온다·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 속·

“만계·”

혈마가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말한다·

 

“급하긴 하셨나 보오· 무저갱이 아니라 당신께서 직접 나타나시다니·”

혈마의 말에 목소리가 대답한다·

[그 아이는 많이 바빠· 시킨 일이 많았거든·]

“하· 당신의 흔적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더 있단 말이오?”

흔적· 그 말에 귀가 쫑긋했다·

[지키다니·]

목소리가 웃었다·

[우리 아들은 내가 지키고 말고 할 만큼 약하지 않단다·]

말을 듣고 주먹을 말아쥐었다·

역시나· 이 목소리의 주인은····

‘어머니····’

어머니가 맞는 모양이었다·

저번 신룡관에서도 느꼈었지만 어머니는 분명 살아 있었다·

“참으로 모순적이군·”

어머니의 말을 들은 혈마가 미간을 찌푸린다·

“지켜줄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 치곤 지금 행동은 앞뒤가 안 맞지 않소·”

[부모는 원래 그런 거야· 게다가·]

사아아아·

내 몸 주변으로 바람이 분다·

동시에 자홍빛 기운이 몸을 둘러싸기 시작한다· 상쾌한 꽃 향기가 코를 파고들었다·

[네가 나서면 그때부터는 애들 싸움이 아니라 어른 싸움이잖니·]

“···”

[···용제(龍帝)· 아니 진작 이름을 잃은 주인아·]

우우웅–!! 목소리가 하늘을 짓누른다·

[자꾸 선을 넘지 말거라· 이러면 내가 너를 혼내야 하잖니·]

산뜻한 경고였다·

경고를 들은 혈마가 눈에 힘을 준다·

 

“···같잖군·”

끼기기긱—! 

그의 손에 기운이 뭉쳐 들기 시작했다· 

아까와 같았으나· 처음보다 배는 더 심해 보였다·

“선? 우리에게 애당초 그런 게 어디 있었소·”

말을 뱉는 혈마의 눈에는 진득한 경멸이 스며 있었다·

“전부 명령대로 놀아나는 장기 말일 뿐이거늘· 이는 그대도 마찬가지오·”

하늘에 붉은 기운이 뭉쳐간다·

“맡겨진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해 벌을 받는 이가 주제를 좀 모르는 것 같소·”

벌을 받고 있다· 혈마의 말에 눈을 키웠다·

“그대가 아무리 지고하다고는 하나· 헌신조차 똑바로 하지 못한채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까·”

우웅·

하늘에 핏빛 바다가 창궐했다·

“어디 한 번 해보시오·”

혈마가 입술을 비죽이며 광대한 기운을 바닥으로 쏟아낸다·

[어머·]

점점 다가오는 기운은 어마어마했다· 

보기만 해도 저릿하다· 저걸 어떻게 막아야 하는 걸까·

어머니는 저런 것 조차 손쉽게 막을 수 있는 존재일까·

그런 의문이 떠오르는데·

[이게 안 통하네?]

“···예?”

당황스러운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래도 좀 통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똑똑하네·]

“그게 무슨···?”

이게 무슨 말이람· 

당황스러운 눈으로 눈을 돌린다·

[으으으음····]

연신 고민하는 목소리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이미 하늘에선 기운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를 악물며 몸에 기운을 끌어올린다·

화르르륵—!!

아까 백염으로 혈마의 힘을 막았던 걸 떠올린다·

그걸 이용해 이번에도 막아보려 하지만·

[안돼·]

불꽃으로 변한 손등이 붙잡힌다·

[그건 쓰면 안 돼·]

“···하지만·”

[걱정하지 마렴·]

또 다시 머리칼에 감촉이 느껴졌다·

[엄마가 다 알아서 할게·]

“···”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불꽃을 재워버렸다·

과거에도 그랬다·

아주 멀고 먼 과거·

내가 어린 시절 무슨 일이 벌어지면 항상 어머니가 하던 말이었다·

-걱정 마 아들· 엄마가 다 알아서 할게·

방긋 웃으며 해주던 말과 목소리가 떠오른다· 무언가 차오를 것 같았다·

거칠어지는 호흡을 간신히 달랬다·

그 순간·

후우웅-!!

몸에 둘려있던 자홍빛 기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콰가가가가—!!!

쏟아지는 기운으로 바람이 몰아친다· 

이후 벌어진 광경에 내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진다·

그리 지독하던 기운이 자홍빛에 잡아먹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하-!”

이를 본 혈마가 소리를 내뱉는다·

“미쳤군·”

그의 얼굴엔 다시금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정녕 미쳐버렸소? 고작 이런 일을 위해 업을 어기겠다는 게요·”

[음? 왜?]

혈마의 말에 어머니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했다·

[너도 어겼는데· 나는 어기면 안 돼?]

“아니·”

혈마가 고개를 저었다· 막혀가는 자신의 기운을 보면서도 오히려 좋다는 표정이었다·

“고작 지금을 위해 아껴둔 패를 쓴다는 게 우스워서 그렇소· 이렇게 되면 날 막을 방법이 없을 텐데?”

[너는 여전히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목소리의 꽃이 묻어있다· 

느끼는 감상은 그랬다·

[나는 너를 막을 생각이 없었어· 그저 우리 아이들을 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사아아아아–!!!

붉은빛을 먹어 치운 기운이 날아들어 혈마에게 향한다·

혈마는 기운을 보면서도 도망치지 않았다·

 

[우리 아들은 네 생각보다 훨씬 대단해· 그러니까 긴장하렴·]

“하하·”

혈마가 지독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든지·”

동시에 혈마의 시선이 내 옆· 숨을 헐떡이는 천마를 쳐다본다·

“오늘은 방해가 있어 아쉽지만 다음에는 꼭 데리러 오마·”

“···꺼져·”

천마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걸 들은 혈마가 말을 덧붙인다·

“오늘로써 더 이상 다음은 없다·”

쉬이이이이이—!!!

기운이 형태를 바꾼다·

짐승의 형태였다· 

무슨 짐승이지? 알 것 같은데 애매해서 확신이 안 갔다·

입을 쩍 벌린 짐승이 혈마를 잡아 삼킨다·

콰아아–!!

그대로 기운이 폭발을 일으켰다· 엄청난 풍압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기운이 마치 꽃가루처럼 허공에 흩날렸다·

마치 가을에 내린 봄과 같았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기운이 어떻게 저리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화산의 매화검법과 닮았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원초적이었다·

정말로 꽃이다·

기운이 아니라 진정 꽃이 휘날리는 것 같았다·

“···”

상황을 떠나 아름다운 모습에 시선이 뺏긴다·

매혹당하는 느낌이었다·

휘날리는 꽃잎을 정신 놓고 바라보고 있을 즈음·

스으으으-!

기운이 내 앞으로 몰려든다·

한곳에 뭉치고 뭉쳐 점점 인간과 같은 형태로 변해간다·

완전하지는 않았다· 정말 꽃잎으로 형태만 만든 느낌이었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고 형태도 흐릿했지만 나는 그걸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가만히 그걸 보고 있으니 형태가 손을 들어 흔든다· 마치 인사하는 것 같았다·

[안녕· 우리 아들·]

목소리까지 들려오지 그대로 가슴이 쿵 하고 가라앉았다·

꽃잎이 손을 뻗어온다· 

그대로 내 뺨을 감싼다·

[잘 컸네· 아주 멋있어·]

“···어머니·”

[어머나?]

내 말에 꽃잎이 흔들린다·

[호칭이 너무 멀다 얘· 옛날에는 엄마라고 불렀으면서· 이제는 어른이다 이거야?]

“···”

어쩐지 신이 난 것 같은 목소리였다·

그걸 보면서도 쉬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날 보며 어머니가 말했다·

[어른인가···· 맞네 어른이지·]

다소 잔잔해진 목소리였다·

[많이 힘들었지?]

숨이 흔들린다· 속이 흔들린 건지· 아니면···· 나 자체가 흔들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 크게 흔들렸다·

[고생 많았어·]

“아····”

[엄마가 미안해· 아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못 지켜줬네·]

눈앞이 흐리다· 참고 싶은데 쉽지가 않았다·

안된다·

나이를 몇 살이나 처먹었는데 이러면 안 됐다·

분명 안되는데·

[나쁜 엄마라 미안해· 옆에 있어줬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어·]

꽃잎의 손길이 뺨과 머리를 스치고·

[정말 고생 많았어·]

따스한 목소리가 귀를 침범하니· 끝내 참지 못했다·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에요·”

와중에도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멈추질 않는다·

[미안해·]

들려온 사과에 간신히 입술을 깨물었다·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게 아니었다·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다시 보게 된다면 묻고 싶었던 게 많았으나· 하나도 묻지 못하고 있었다·

입이 쉬이 열리지 않았다·

[아들·]

“···예·”

울음을 억지로 멈추며 대답했다·

목소리는 다행히 떨리지 않았다·

[조금 더 아들을 보고 싶은데 엄마가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어·]

그 말에 눈을 번쩍 떴다·

“그게 무슨····”

[그래서 미리 미안해· 아 자꾸 사과만 하게 되네· 이게 아닌데·]

멋쩍다는 듯 웃는다· 

그러자 꽃잎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또 가시는 겁니까·”

이대로 다시 사라지는 걸까 그걸 묻자·

[음···비슷하긴 한데····]

어머니는 뭔가 이상한 대답을 내놓는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조금 애매하네·]

“예···?”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어·]

어머니가 급하게 말을 덧붙인다·

[이건 엄마도 예상 못 한 일이란다· 그 나무랑 약속한 것도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냥 아들이 너무 잘나서 생긴 일이라 생각해주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데요···?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아들·]

“예·”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 기억해·]

“···”

화아아아-·

퍼지기 시작한 꽃잎의 움직임이 묘했기 때문이다·

서서히 시야를 뒤덮기 시작한 잎 사이·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절대 나를 찾으면 안 돼·]

“예?”

만개하듯 꽃잎이 휘날렸다· 

문제는·

‘어···?’

꽃잎이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날 뒤덮었다·

뭐야 이거·

갑작스러운 상황에 의문을 표하던 찰나·

뚝-!

갑자기 정신이 점멸했다·

**************

거대한 왕좌 위 한 여인이 누워있었다·

너무나 길어 바닥에 흐를 만큼 긴 백발을 지니고 있었고· 주변은 알 수 없는 하얀 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공간 속에서·

“으음····”

여인이 감고 있던 눈을 뜬다·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어딘가 불편한지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그 순간 그녀의 앞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이시여·]

나타난 존재를 보며 여인이 나른한 표정을 짓는다·

[괜찮으십니까·]

“···”

여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내부에 차 있던 거대한 털 뭉치들이 꿈틀거린다·

한껏 불편한 표정을 한 여인은 존재를 보며 말했다·

“무언가 꿈을 꾼 것 같은데····”

애써 떠올리려 해도 흐릿하기만 했다·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었겠지·

그렇게 판단하며 여인이 몸을 일으켰다·

그걸 본 존재가 여인에게 말한다·

[주인이시여· 무저갱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그 말에 여인의 솟은 귀가 쫑긋했다· 그녀의 귀는 마치 짐승의 형태와 닮아 있었다·

잠이 순식간에 달아난다· 방금까지 고민하던 것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른하게 뜨고 있던 눈가에 힘이 들어가고· 

잔잔하던 동공이 세로로 가늘게 찢어진다·

“놈은 어디에 있지?”

[서쪽 칠령산입니다·]

“가자꾸나·”

매끈한 다리가 움직이고 발끝이 바닥에 닿는다· 

그 순간 뒤에 있던 털 뭉치가 빠르게 움직이며 크기를 줄여갔다·

쿠구구궁–!! 내부를 거칠게 휩쓸며 여인에게 빨려 들어가듯 모양을 갖춰간다·

그렇게 완성된 형태는 놀랍게도 꼬리였다·

하얀색으로 나열된 일곱 개의 꼬리·

꼬리로 바닥을 쓸며 사뿐히 여인이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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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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