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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apt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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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00

세상에 바람은 여전히 불지 않았다·

조금씩 해가 뜨고 있었고 그토록 아름답던 극광과 하늘에 떠오른 자홍색 물결은 빛을 품어가며 종적을 감췄다·

점차 밝아지는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저걸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분명 밤이 개이고 머물던 별이 자리를 떴으나·

그와 별개로 이 세상은 낮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극광과 별이 사라진 게 아니다· 오히려 하늘에 스몄다·

시간으로 따지면 새벽에서 정오로 향하고 있을 무렵인데 이곳의 하늘은 밤이 그렇듯 중원과 달랐다·

‘하늘도 자홍색일 줄이야····’

얼핏 봐선 노을이 진 것 같기도 하다만 그와는 태생적으로 다른 색이었다·

세상 처음 보는 하늘이다·

그걸 가만히 쳐다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이곳이 이상한 것이야 오자마자 알아차렸고 하늘까지 괴상하다 한들 그걸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당장 눈앞에 더 이상한 게 있었기 때문이다·

넓은 등짝을 보며 말했다·

“노야·”

“음?”

내 부름에 앞서가던 인물이 뒤를 돌아본다· 

살짝 물든 연홍빛 안구와 날카로운 눈 자글자글한 주름을 지닌 노인이다·

화산의 가장 존경받은 영웅· 화산선검 신철·

회귀 이후 내 몸에 멋대로 들어와 연신 잔소리와 꼽을 주던 양반이었다·

그때는 혼의 상태로 말만 들렸는데· 지금은 온전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어디 가는 겁니까?”

정처 없기 걷기를 벌써 한 시진째다· 

등판만 보고 따라가는 게 답답해 말을 물으니 신 노야가 똥 씹은 표정을 짓고는 말한다·

“거 성격 급한 것 좀 고치라고 내내 말하지 않았더냐· 얼마나 걸었다고 칭얼거려 칭얼거리긴· 하여튼 성질은 더러워서·”

“목적지도 말 안 해주고 가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노야셨으면 이미 욕이란 욕은 다 했을 거면서 왜 나한테만 지랄-·”

쾅-!

“끄억!”

정수리에 느껴진 충격에 그대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지랄? 지이이라랄?”

“끄으으으···!”

두개골이 그대로 깨지는 줄 알았-·

콰앙-!!

“끄어억!”

한 대 더 맞았다· 

그대로 비틀거리듯 주저앉았다· 아득한 아픔에 호흡까지 뒤틀린다· 바들바들 떨리는 눈으로 신 노야를 노려봤다·

“왜 두 대를···!”

“누가 한 대만 때린다고 했더냐? 왜? 마음에 안 들면 한 대 더 때려줘?”

빌어먹을·

형체만 생긴 게 아니라 심지어 날 만질수도 있었다·

“폭력은 나쁜 겁니다····”

“지랄·”

말을 뱉은 노야가 낄낄 웃음을 흘린다·

“어우 속 시원해·”

목소리가 상당히 개운해 보였다· 사람 열 받게·

“언젠가 꼭 패보고 싶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누가 누구보고 성질이 더럽다는···· 농담입니다·”

다시 손을 들길래 급히 말을 이었다· 망할 노인네 곧장 손부터 드는 건 무슨 개 같은 경우인지 모르겠다·

‘늙었으면 좀 곱게 늙던가·’

젊을 때 얼마나 성질이 더러웠을지 예상이 가는 일이다· 나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눈깔이 이상한데?”

“제 눈은 원래 그렇습니다·”

“하긴 그렇긴 하지·”

“···시발?”

“뭐 이 새끼야?”

염병· 째려보는 눈에 그대로 수그렸다·

어처구니가 없다· 동시에 못내 감탄했다·

‘못 피했어·’

꿀밤을 날릴 때 못 피했다· 분명 팔이 들리는 것까진 봤는데 눈치챘을 땐 이미 고통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괴물 같은 노인네·’

덤덤히 소 새끼를 상대하던 것도 그렇고· 하늘에 떠있던 심검의 질도 그렇고·

저 양반 진짜 인간이 맞나 싶더라·

‘이건 그때랑 많이 다르잖아·’

영풍의 심상· 그 안에 있던 다른 세계의 신 노야·

그 양반과 싸울때는 희망이 보였다· 그러니까 수를 써서 이기기라도 했던 건데·

‘이건 답이 안 보이는데?’

그때보다 못해도 배는 강해진 상태거늘 지금의 신 노야를 보고 있자니 끝없는 어둠을 보는 것만 같았다·

닿을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아니다·

못 닿는다·

그런 생각이 절로 스쳤다·

그때·

“쯧쯧·”

날 보던 신 노야가 혀를 찼다·

“못 본 사이 못나진 건 얼굴만이 아닌 모양이지?”

“···!”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쪽팔림이 올라온다· 이를 까득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흥·”

콧방귀를 뀐 노야가 다시 걸음을 옮기고· 그걸 따라 걸으며 말을 돌리듯 다시 물었다·

“그래서· 진짜 안 알려주실 겁니까?”

“아· 고놈 참· 내 말하지 않았더냐· 그냥 얌전히 따라오라고 말이다·”

“목적지를 말 안 해줄 거면 적어도 다른 말이라도 좀 해주시던지요·”

하염없이 걷고 있던중 아무것도 묻지 않은 게 아니다·

이곳은 어디냐· 어찌 그런 모습으로 이곳에 있던 거냐· 방금 싸운 소 새끼는 뭐고· 그놈은 어찌 노야를 알고 있는 거냐·

등등등·

묻고 싶었던 걸 물었지만· 그때마다 노야의 대답은 똑같았다·

“가서 말해주마·”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 얘기해 주겠다는 말·

처음과 똑같은 대답에 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뭐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다·”

지친다는 듯 뱉는 말에 노야가 대답을 내놓는다·

“자칫하면 들을지도 모른다· 이곳의 눈과 귀는 어디에도 있으니까·”

“그게 무슨?”

“그렇게 갑갑하면 떠나도 된다· 구태여 잡지는 않을 터이니·”

“예?”

가도 안 잡겠다고? 노야의 말에 눈을 키웠다·

“제가 지금 가면 어디로 가라는 건데요?”

“모르지 나야· 네놈이 두어 살짜리 애새끼도 아니고 내가 그걸 신경 쓸 필요는 없잖느냐·”

이 말인즉슨· 꼬우면 그냥 닥치고 따라오라는 소리였다·

“어쩔테냐·”

노야는 살짝 뒤를 돌며 물었고·

“···”

나로선 좆 같게도 대답할 수 있는 게 하나뿐이었다·

******************

그 뒤로도 한참을 걸었다· 서로 꺼내는 말은 그 이상 없었다·

물어도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할 말이 없을뿐더러 둘 다 잘 지냈냐는둥 그런 말을 나눌 성격이 아니었던 탓이다·

그렇게 얼마를 더 걸었을까·

“거의 다 왔군·”

신 노야가 말을 내뱉었다·

그 말에 눈을 키운 채 앞을 바라보지만·

“···뭐가 다 왔다는 건데요?”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과 같은 허허벌판뿐이다·

여기에 뭐가 있다는 걸까· 그런 생각이 싹트던 찰나·

“이쯤이었던가?”

노야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뭐지···?

‘뭐가 있다는 거야?’

마치 무언가 있다는 것 같은 행동을 하길래 시선에 힘을 줬다·

여전히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럼에도 뭘 찾겠다고 한참을 돌고 있으니·

‘음?’

아주아주 미세하게 뭔가가 보인다·

그게 뭔지 모르겠는데 있기는 했다·

‘혹시·’

저걸 찾는 건가 싶어 한 걸음 내딛고선 손을 뻗었다·

웅-!

아니나 다를까 손끝에 감각이 느껴졌다·

“노야 이겁니까?”

“음?”

노야가 내 손끝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린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았다·

“음···? 이걸 어찌····”

“그냥 보였습니다·”

“···보였다고? 보이면 안 되는데? 이걸 애송이 네가 어찌 볼 수 있단 말이냐·”

“음·”

한껏 궁금해하면서 묻는다· 눈은 상당히 진중했다· 반응처럼 정말 내가 보이면 안 되는 일 같았다·

그래서 말해줬다·

“도착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허·”

아까의 말에 반격하듯 똑같이 꺼내드니 신 노야가 헛숨을 터트린다·

맞을까? 이정도면 한 두 대 맞아도 괜찮았다·

그런 마음으로 몸을 준비하지만·

“고얀 놈·”

신 노야는 날 때리기보다 피식 웃는 것이 끝이었다·

그리고선 얇고 마른 손을 들어 공간에 뻗어낸다· 신 노야가 손을 듬과 동시에 손끝에서 매화잎이 흘러나왔다·

사락·

허공에서 춤을 추듯 사뿐히 잎새가 날아들었고 내가 느끼는 이질감에 닿자·

또록·

어디선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에 변화가 일어났다·

화아아아아·

“···미친?”

벌어진 광경에 욕을 뱉었다·

갑자기 공간이 물결치더니 찢어지며 구멍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신 노야가 오가기 딱 좋은 크기의 입구다·

뜬금없이 뚫린 구멍이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들어가자·”

신 노야가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잠깐 멈칫하고 있는데· 옆에 한마디도 안 하고 따라오던 천마가 나보다 먼저 공간에 들어간다·

그걸 보고서야 따라가듯 공간으로 들어갔다·

쉬릭-!

내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입구처럼 보이던 것이 사라진다·

“이건····”

그렇게 내부를 확인한 순간·

“이게 뭐야·”

펼쳐진 세상에 당황했다· 이건 또 다른 세상이었다· 방금은 허허벌판의 가끔 잡초만 보일 정도였거늘 이곳은 숲속이었다·

처음 도착했던 곳도 숲이었지만 그와는 다르다·

훨씬 익숙했다·

하늘이 푸른색인 것도 그렇고 느껴지는 공기조차 익숙하다·

문제는·

‘무겁다·’

공간이 바뀌자마자 몸이 무거워졌다· 

정확히는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해야 할까?

‘바깥이 너무 가벼웠어·’

공기에 떠다니는 기운 탓에 몸이 상당히 가볍고 좋았는데 이곳은 따지면 중원과 비슷했다·

짹-! 짹짹! 찌르륵!

들리지 않던 새소리와 벌레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직전에 있던 곳이 너무나 이질적이었다면 이곳은 반대로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노야···· 여긴·”

“다행히 괜찮았던 것 같군·”

“예?”

“흠·”

노야가 안도하듯 숨을 고르더니 날 쳐다보며 물었다·

“따라오거라·”

말하며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한다·

아까와 같았기에 우선 같이 걷고 있는데·

“뭐부터 물었었지···· 아 그래· 아까 그놈에 관한 얘기부터였나·”

“···!”

오랜 침묵을 끝으로 말해주려는 듯 노야가 내게 갑자기 설명을 내놓았다·

정말 여기 오자마자 해주려고 했던 걸까?

뜬금없긴 했지만 어쨌든 들을 수 있으니 집중했다·

“놈은 두령이다· 보고 알았겠지만 무식하고 난폭한 놈이지·”

“···예·”

정말 보자마자 느낀 첫인상이다· 무식하고 거칠다·

놈이 지닌 느낌 그 자체다·

‘이상한 놈이었지·’

심지어 말까지 해서 얼마나 놀랐던지· 녀석을 떠올리며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애송아·”

신 노야가 내게 말했다·

“예 노야·”

“묻겠다· 너는 놈이 무엇으로 보였느냐·”

“무엇으로 보였냐니요? 그야 당연히·”

마물·

그 단어를 뱉으려다 나도 모르게 입을 닫아야 했다·

마물이라· 

그걸 마물이라고 칭해도 되나? 온갖 고민이 싹텄다·

그런 날 본 신 노야가 고개를 돌리며 말을 잇는다·

와중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틀린 건 아니다· 너로선· 그리고 나로선 놈들을 마물이라 불러도 크게 차이는 없을 테니까·”

“그 말씀은···· 마물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겁니까?”

“오·”

내 말에 노야가 작게 감탄했다·

“못 본 사이에 머리를 좀 쓸 줄 알게 된 모양이로다·”

“···”

차라리 욕을 해라 이 인간아·

차마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이를 갈았다·

“아니라고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답은 아니다·”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맞으면 맞는 건지· 그렇게도 볼 수 있다는 건 너무 애매한 대답이다·

“음 아 그래· 이렇게 설명하면 되겠구나·”

설명을 듣다 문득 인상을 찌푸렸다· 

저 너머로 무언가 보였다·

“본디 마물이 되었을 뻔한 놈들· 그리 부르는 게 맞겠다·”

“될뻔한?”

“그래 될뻔한 놈들· 두령이란 놈은 그런 놈 중에서도 유달리 강한 개체다 오죽 강하면 그녀의 눈에 띄어 권능까지 받게 됐으니까·”

멈칫·

노야의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 ‘권능’ 그 단어가 유달리 귀에 거슬렸다·

“권능이요···?”

“그래 놈에게는 권능이라는 게 있다· 제 입으로 불사라 칭하긴 한다만···· 내가 볼 때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좀 귀찮은 정도랄까·”

“···”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네 눈을 보니 지금 이런 것보다 다른 걸 듣고 싶은 모양인데· 맞느냐?”

“···맞습니다·”

천마와 내가 있는 이 장소는 어디인가·

대뜸 떨어진 곳이 뭐 하는 곳일까· 노야의 말처럼 여러 궁금한 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드디어 말해주려나 싶어 기대를 해보지만·

“그걸 설명하는 데 필요한 일이니 집중해서 듣거라·”

아쉽게도 아니었다·

“방금 말했지· 두령은 마물이 되었을지 모를 놈이라고·”

“···예·”

“애송아· 하면 네가 보는 마물이란 무엇이더냐·”

“예?”

이게 무슨 물음인가 싶어 노야를 쳐다봤다·

노야는 고개를 돌려 날 보고 있었고· 그 눈은 진지했다·

장난을 치려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바로 대답을 내어줬다·

“마경문을 열고 오는 괴물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답이다·”

“···”

맞춰서 좋다고 해야 하나? 오히려 기분 나쁜데?

‘이 당연한 걸 뭣 하러···?’

인상을 쓰고 노야를 쳐다보고 있으니· 곧장 말이 이어진다·

“하면 그 마물이란 놈들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거야 당연히· 마경문 너머지 않습니까·”

“그 또한 맞다· 하나 좀 더 파고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더냐·”

“달라진다고요?”

“애초에 마경문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 안에 뭐가 있길래 마물을 배출하는 걸까· 이에 관한 얘기다·”

“···”

눈이 좁혀졌다·

마경문과 마물·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얘기였다· 애당초 내가 태어날 때부터 마경문은 존재했고· 그 안에서 나오는 마물을 사냥한다는 건 상식이었다·

근데 그것이 어찌 연결된 것이냐고 한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말했듯 깊게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여 눈만 좁히고 있던 찰나·

“마물이란 말이다·”

노야가 말했다·

“이미 멸망해 버린 세상의 존재들이다·”

“···!”

“주인을 잃고 뒤바뀐 주인에 의해 소멸해 버린 존재들· 그들이 마물이다·”

“그건·”

“주인을 잃은 세상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며 지녔던 생명체를 전부 지워버린다· 하면 그 지워진 생명체는 어디로 갈까·”

그의 눈을 쳐다봤다·

“정답은 그렇더구나·”

말을 뱉는 노야의 눈은 너무나 쓰리고 차가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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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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