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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apter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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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07

짝-! 짜악-!

“야· 야· 정신 차려봐·”

정신을 잃은 구봉을 붙잡고 뺨을 때렸다· 벌써 열 번은 때린 것 같은데 녀석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었다·

“아오· 귀찮게 진짜·”

살짝(?) 과하게 팼는지 영 상태가 안 좋았다· 

다행히 호흡이 얕게라도 있고 심장도 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죽은 건 아니었다·

하물며 재생도 하고 있다·

얼굴이 많이 뭉개지긴 했지만 이 속도라면 금방 회복 될 것 같았다·

문제는·

“야 좀 일어나라고·”

이 녀석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점이겠지·

“거 기세등등하게 나대더니 왜 깨어나질 못하는 건데·”

짜악-!

다시 뺨을 때리지만 여전히 녀석은 얌전히 있을 뿐이다·

“아오 씨발···· 보통 이러면 깨던데·”

어떻게 하지? 뺨으로 안 통하면 기를 밀어 넣어 깨게 해볼까?

‘그건 좀 위험해·’

보통은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타격을 많이 입은 상탠지라 자칫 잘못했다간 기혈이 다 뒤엉킬 상황이다·

그러니 현재로선 깨길 기다리는 것 말고 할 게 없다는 의미였다·

“근데 이러다 누가 보면 내 입장이 좀 곤란해지는····”

“뭐 하는 게냐·”

“···”

녀석의 멱살을 잡은 채로 시선을 돌렸다· 

신 노야가 어느새 옆에 다가와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하아····”

짙은 한숨 소리에 머쓱하게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

방으로 들어왔다·

얌전히 탁상에 앉아 있으니 아까와 같은 향긋한 향이 퍼져온다·

직전에 마신 매실차· 아마 그 향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내 앞에 차가 하나 툭 하고 올려진다·

신 노야가 가져온 차였다·

차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데· 앞에 앉은 신 노야가 내게 곧장 말한다·

“어찌 그 잠깐 안 본 사이 사고를 치는 게냐·”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저쪽이 먼저 시비 걸었습니다·”

“그래 그렇겠지· 네놈이 성질이 더러워도 먼저 물지는 않으니 구봉 녀석이 먼저 무언가를 했겠지·”

“한데····”

“그렇다고 애를 저렇게 만들면 어쩌자는 게냐·”

“···”

멋쩍게 볼을 긁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죽이려는 건 아니었을 테고· 무얼 한 게냐·”

“···그냥 그···· 처음에는 적당히 봐줄 생각이었는데·”

아마 문제였다면 첫 일격이 문제였을 거다·

“···때려보니까·”

“때려보니까·”

“생각보다 단단하기도 했고· 재생도 빠르더라구요·”

“···그래서?”

“그래서 그····”

큼큼· 헛기침을 살짝 뱉으며 시선을 피한 채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잘 걸렸다 싶어서·”

“화풀이로 써먹었다?”

“조금 더 비무에 진심을 담았다고 해주시죠·”

“화풀이했네?”

“···”

“미친놈이더냐?”

노야가 어처구니없다는 말투로 내게 쏘아붙인다· 그걸 듣고 나도 못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니 그러게 대뜸 사라지시는 게 어디 있습니까· 계셨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요·”

“이놈 보게? 그걸 왜 내 탓을 하는 게냐· 옘병을 떤 건 네놈인데·”

“서로 잘잘못이 없잖아 있다 이거죠·”

“···미친 데다가 뻔뻔하기까지 하구나·”

노야가 징그럽다는 듯 쳐다본다· 정말 경멸이 한가득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물론 내 쪽도 마찬가지다·

“···그건 그렇고·”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노야에게 물었다·

“그놈은 괜찮답니까···?”

구봉에 관해 뭇자 노야가 짧게 혀를 찼다·

“왜? 패놓고 보니 신경 쓰이느냐?”

“그 정도는 아니구요· 그래도 노야 쪽 사람이라고 하니까요·”

“걱정 말거라· 느껴봐서 알겠지만 심히 튼튼한 녀석이니 못해도 내일까진 정신을 차릴 게다· 네놈의 이상한 배려 덕에 급소는 한 군대도 맞지 않았으니 몸에 이상도 딱히 없겠지·”

“다행이네요·”

내 말에 노야가 날 가만히 쳐다본다· 연홍빛 시선이 못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저 시선이 무얼 의미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애송아 저번에도 말했지만·”

“예· 걱정마십쇼· 한 번 팬걸로 악감정은 없어졌으니까요·”

“···”

구봉을 너무 미워하진 말아달라· 못내 신 노야가 바라는 게 그것이겠지·

은연중 느껴지는 바람이 선명한 걸 보니 구봉이란 놈을 어지간히 아끼긴 하는 모양이었다·

“저도 나중에 미안했다고 좀 전해주십쇼·”

왜냐고는 묻지 않을 것이다·

나름 뻔한 일이었으니까·

‘백오십 년이랬나·’

노야가 시간이 뒤틀린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나와 보낸 시간은 고작 해봐야 사오 년인 걸 따지자면 노야가 다른 이들과 보낸 시간은 무척이나 차이가 나겠지·

심지어 이곳이 화산파라는 이름을 지녔다는 건·

‘노야의 애정이란 의미야·’

느끼고 품었음의 가치가 다르기에 나 또한 그의 뜻을 존중하고 있었다·

질투? 우습지도 않다· 그런 건 느끼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감정보단 앞에 놓인 일들을 확인할 때였다·

“그래서 뭡니까 그놈은?”

구봉에 관해 물었다· 

몸이 괜찮냐는 상투적인 걱정이 아니라 말 그대로 뭐 하는 놈이냐는 뜻이었다·

“저번에 만난 소 새끼도 그렇고· 밤에 무언가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맞습니까?”

밤이 되자마자 구봉 놈이 변화던 걸 기억한다·

인간의 모습에 짐승의 개성이 살짝 들어있던 것에 반해· 변한 모습은 그와 전혀 달랐다·

‘거의 짐승에 가까운 형태·’

거기에 배는 강해진 힘과 속도까지·

조금 당황한 나머지 그냥 박살을 내버렸지만 이는 달리 말해 지속적으로 살필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는 의미기도 했다·

“음·”

내 물음에 노야가 잠시 호흡을 고른다·

“낮에 했던 말 기억하느냐·”

“예·”

잊으려 해도 너무 강렬해서 잊혀지지가 않았다·

“하면 야월에 관해서도 기억하더냐·”

“기억하고 있습니다·”

만계에 오기 위한 조건 중·

이곳에 본디 있던 이들이자 만계의 주인과 같이 야월에 속할 것·

그게 조건이었는데·

“구봉이 바로 그 야월이다·”

노야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야월에 속해야 만계에 올 수 있다고 하니 당연히 그런 거겠지 싶었거늘·

“그중에서도 순혈이지·”

순혈· 그 단어에 절로 귀가 집중됐다·

“그건 뭐가 다릅니까···?”

다른 곳에서 넘어와 야월이 된 것과· 애당초 여기서 태어난 놈들은 다르다는 걸까?

“크게는 다르지 않다만 차이가 있기는 하다·”

“무슨 차입니까?”

“순혈은 밤이 되면 극도로 높은 재생력과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원래도 높은 편인데 밤이 되면 그 수준이 달라진다·”

“음·”

납득가는 말이다·

‘재생력이 굉장하긴 했지·’

팔을 분질러도 금방 재생하는 게 신기했는데· 밤 때는 더 뛰어나다는 건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 보기도 전에 패서 끝내버렸다·

“아· 그래서 그 소 새끼도···?”

두령이란 놈도 그래서 계속 죽지 않았던 건가 싶었는데·

“아니·”

노야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녀석은 순혈이 아니라 그런 힘은 없다· 그건 순전히 만계로부터 받은 권능이겠지·”

“···권능?”

“그래 아까 말한 순혈과 아닌 놈들의 가장 큰 차이가 이것이다· 녀석들은 밤이 된다고 해도 이런 특성이 없다· 다만·”

쪼르르륵·

노야가 제 빈 잔에 매실차를 채워 넣는다· 아까보다 진한 향이 퍼져나갔다·

“부여받은 권능이 있거든···· 해가 뜨기 전까지 그걸 써먹을 수 있게 되는 거지·”

“그래서 녀석이····”

“불사라고 했던가· 놈의 힘이 그것이다·”

“···”

불사라니 참 단순하고 명확한 설명이었다·

“야월····”

달이 떠오른 밤에 강해지는 놈들·

말 그대로의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구봉의 귀와 꼬리를 떠올리며 나 또한 차를 한모금 삼켰다·

그 모습이 어머니가 지녔던 형태와 닮아 있었다·

“···”

어머니인가·

떠올리기 무섭게 다시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망각이라고 했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사실일까· 그럼 도대체 어찌 내 몸에 남아있던 걸까·

의문은 여전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갈피가 안 잡히고 있는 시점인데·

“애송아·”

그 틈으로 노야가 날 부른다·

“···예?”

“됐으니까 이제 말을 좀 나눠보자꾸나·”

“말이요?”

무슨 말일까· 

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와 아직 듣지 못한 설명인가? 

하기야 완전히 듣지 못하기는 했지·

그걸 떠올리며 귀를 쫑긋 세우는데·

“어떻게 지냈느냐·”

노야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내 예상과 달리 한참이나 쌩뚱맞은 말이었다·

“예···?”

어떻게 지냈냐고? 

갑자기?

순간 당황을 머금는데 노야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덧붙여 왔다·

“구봉이 녀석이 그 상태가 되어서도 묵사발이 났다는 건 네 녀석이 강해졌다는 의미겠지· 딱 봐도 알겠다·”

그 말에 멋쩍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확실히 노야가 사라지기 전과 지금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기는 했다·

“별거 압니다· 그냥····”

“열심히 살았더구나· 고생이 많았어·”

“···”

열심히 살았다· 

고생이 많았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탁상 아래로 손을 말아쥐었다· 참으로 껄끄러운 감정이 느껴졌다·

“옆에서 지켜보며 꼽을 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쉽구나· 낄낄· 아 네놈 놀리는 맛이 참 좋았는데 말이야·”

“···이 상황에도 그게 중요하십니까? 저 못 놀렸다는 게?”

“그럼 중요하지· 그러니 못 놀린 만큼 내가 없는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이나 좀 해보거라·”

“···”

안 그래도 복잡하고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말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고 있었다·

그걸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그냥 별 건 아니었구요· 노야가 사라지고 난 다음부터····”

신기하게도 내 입은 스스럼없이 노야에게 말을 꺼냈다·

꺼내자면 정말 긴 얘기일 텐데· 이상하게도 말이 흘러나온다·

편안했다·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조잘조잘 천천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들을 정리도 하지 않은 채 쏟아낸다·

그렇게 하염없이 꺼내 들었고· 

노야는 이야기를 들으며 쉼 없이 비어가는 내 잔에 말없이 조용히 매실차를 계속 따라주었다·

밤이 지나 해가 뜰 때까지 계속해서·

***********

건물의 벽 밖·

흑발을 지닌 여인이 들판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떠오른 달 두 개는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아름답다고 하면 그런 것 같았고 단순히 신기하다고 하면 그 또한 그랬지만·

“으으음·”

하늘을 보던 여인에겐 그런 감정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어째서인지 모를 익숙함· 마치 처음 본 게 아닌 것 같다는 이질감·

이곳의 하늘은 여인에게 그런 감상을 주고 있었다·

“아닌데·”

분명 본적도 온적도 없는 곳인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그게 못내 이상하긴 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이런 감각이 여인에겐 한두 번이 아녔기 때문이다·

느낀 적 없는 걸 느껴봤고·

본 적 없는 걸 익숙하게 보는 것·

여인에겐 이미 수백 번은 있던 일인지라 이마저 놀라울 건 아니었지만·

“으으음·”

오늘따라 뭔가 유달리 강하달까?

굳이 홀로 나와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 이유도 이 탓이다·

이곳 자체가 익숙한 건 아니어도 뭔가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음····”

그래서 계속 이리저리 쳐다보고 있는데· 그럴수록 여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귀찮아·”

슬슬 귀찮았다· 온종일 이러고 있는 것도·

그의 곁에서 떠나 있는 것도·

여인에겐 다 귀찮고 싫을 따름이었다·

“돌아갈까·”

이만하면 됐다· 

여인이 자신과 타협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일으켰다·

그때·

사아아아아아-!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여인이 고개를 돌린다·

울창한 나무들로 빽빽하게 막혀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을 보곤 여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시에 은은하게 빛나던 자색 눈동자에 빛이 휘감긴다·

“누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여인이 말을 물은 순간·

파삭·

나무들 틈에서 누군가 살포시 모습을 드러냈다·

“···”

그걸 보고 여인이 눈썹을 찡그렸다·

먼저 보인 건 축 늘어진 개의 귀와 복슬복슬한 꼬리였고 긴 갈색 머리칼에 알 수 없는 검은 가면을 쓴 인물이었다·

“···”

시선을 마주하고 몇 초가 더 흐른다· 

이에 여인이 말없이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팟-!

지켜보던 가면의 존재가 순식간에 종적을 감췄다·

여인은 그걸 구태여 따라가지 않았다·

따라가려면 따라갈 수 있을까? 

그것도 알 수 없기는 했으나·

“귀찮아·”

우울한 기분이 정수리 끝까지 오른 터라 굳이 가고 싶지 않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안 가고 싶어·’

따라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그게 여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스륵-! 이내 여인이 등을 돌리고 걸음을 옮긴다·

목적지는 당연히 그가 있는 곳이었지만·

“음·”

못내 가끔씩 뒤를 돌아보고는 했다·

방금 마주친 존재가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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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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