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09
“어디 다녀온 거냐·”
오전에서 정오로 넘어갈 즈음 뒤늦게 나타난 천마에게 물은 말인다·
“산책·”
단순한 대답에 입술을 찡그렸다·
“하루를 통째로 산책했다고?”
“응·”
“뭐 어디까지 다녀온 거야·”
“근처·”
“진짜 대답 기깔나네·”
차라리 대답하기 싫다고 하는 게 나을 지경이다·
한숨이 절로 나올 것 같으나 간신히 참았다·
‘어차피 상관도 없잖아·’
이 녀석이 어딜 갔다 오든 하물며 온전히 사라지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래 차라리 사라져 버리는 게 나을 지경일 테니 구태여 신경 쓰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쯧·”
짧게 혀를 차고 움직였다·
내가 움직이자 천마가 조용해 따라온다· 꺼지라 할까 싶다가도 애써 무시하기로 했다·
움직이며 하늘을 쳐다봤다·
자홍빛 하늘은 여전히 이질적이다· 또한·
‘음····’
해의 위치를 보며 정오라 판별하고 있기는 한데· 뭔가 느낌이 묘했다·
‘시간이 이상해·’
체감상 정오는 진작 넘었어야 했고 해도 이미 노을이 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정작 해는 여전히 화창했다·
‘착각인가?’
그저 느리게 흐른다고 느끼는 걸까 싶다만 왠지 그건 아닐 것 같았다·
‘하루가 중원과 다르다·’
그렇게 보는 게 옳으리라·
그렇다면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싶다가도···· 애당초·
‘이미 시간 자체가 다른데 그걸 신경 써서 어디다 쓰겠어·’
하나하나 캐묻기엔 내게 벌어진 상황부터가 글러 먹었다·
-합!
-합합!
아침부터 들려오던 기합 소리는 여전하다·
시간이 이만큼 흘렀어도 열의가 죽지 않았다는 걸 뜻하기도 했다·
그걸 슬쩍 쳐다보며 걸음을 계속 나아갔다·
‘무인인가·’
목검을 쥐고 강렬한 기세를 펼치는 이들· 생김새가 모두 다르지만 그들의 형태는 무인이었다·
다른 세상의 존재·
한데 중원의 무공을 쓰고 있다·
그 묘한 이질감은 뭐라 형용할 수 없었다·
선입견의 문제인가· 아니면····
‘뭔가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
목을 긁적였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애써 생각을 뒤로 미룬 채 걷는 속도를 높이려는데·
“반갑습니다·”
내 앞에 누군가 나타나 길을 막아섰다·
딱히 당황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쳐다보고 있는 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예·”
단답으로 대답하지만 여인은 짓고 있던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내 시선은 절로 그의 귀로 향했다·
구봉과 같은 이다· 역시 짐승의 귀와 꼬리를 지닌 인물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그는 늑대나 개과였고· 여인은 고양이에 가깝다는 건가·
그걸 살피며 물었다·
“누구십니까?”
“전 현 삼대제자의 교육을 맡고 있는 일대제자 설영이라 합니다·”
또 일대제자인가·
나도 모르게 눈을 좁혀버렸다· 저번에 구봉과 한바탕···· 정확히는 두들겨 패버린 것 때문에 인식이 잡힌 탓이었다·
그걸 본 설영이 다급히 손을 흔든다·
“아 저는 구봉 그 멍청한 녀석과는 다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미 들은 게 있는지 설영이 해명하듯 말을 꺼내온다·
“사제가 원래 질투가 많고 눈치가 좀 없고 그랬는데· 저는 녀석이 사고 칠 줄 알았다니까요?”
연신 공감한다는 듯 끄덕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을뻔했다·
이미 데인 게 많다는 듯한 태도가 그렇더라·
“까불게 따로 있지···· 그렇게 누워버리면 남은 일 처리는 내가 다 해야 하는데·”
“죄송하다고 해야 합니까?”
“아 귀인께 뭐라 한 건 아니구요· 그냥 그놈이 좀 답답해서요· 굳이 저렇게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진심이라는 듯 표정에는 답답함이 가득하다·
그걸 보니 딱히 내게 시비를 걸러 온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뭐라 하러 온 게 아니면 나한테 나타난 용건이 뭡니까?”
시비 걸로 온 게 아니면 한탄이나 하러 나타난 건 아닐 테니· 그래서 목적이 뭐냐·
빨리 본론에 들어가려 말을 물으니 설영의 눈이 살짝 커진다·
“얘기는 들었는데· 확실히 그렇네요·”
“무슨 얘기요?”
“도동 아재가 귀인을 보고 장문인과 닮았다고 했었거든요·”
“···그 빌어먹을 인간 누굽니까?”
어떤 새끼가 그런 험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 거지?
당장 잡아와 사지를 분질러야겠다·
“어···· 성의 문지기하고 계신 분이신데· 기억 안 나시나요?”
“아·”
그 작은 노인네를 말하는 건가? 인상착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 양반 이름이 도동이었구나·
‘다음에 보기만 해봐라·’
가만 안 둘 생각이었다·
“하하····”
내 반응에 뭔가 잘못된 걸 깨달았는지 설영이 머쓱하게 웃는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도저히 방금 말을 듣고 얼굴을 필수가 없더라·
“그래서 용건이 뭔데요·”
절로 말투에 싸가지가 빠졌다·
원래도 없었는데 그나마 있던 게 빠져버렸다·
“아니···· 그· 별건 아니옵고···구봉 사제를 상대로 가볍게 승리하셨다고 하는데·”
“예· 왜요? 그쪽이랑도 싸워줘요?”
“예? 아니요? 저는 맞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
저는 이라는 건 뭐야· 구봉 그놈은 맞는 거 좋아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였다·
“그럼 뭔····”
“아아· 그 다름이 아니라·”
설영이 내게 조심스레 말을 꺼내든다·
“마침 저희 제자들을 교육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바람이랄까? 뭔가 색다른 경험을 좀 해주고 싶어서요·”
“그래서요?”
“매일 이곳에서만 수련하다 보니· 다른 경험이란 게 없는 친구들이라···· 가능하면 귀인께서 아이들에게 신선한 세상을 좀 보여주셨으면····”
거기까지 들으니 내게 뭘 바라는지 알 수 있게 됐다·
그러니까 결국·
“제자들 앞에서 구경거리가 되라는 겁니까?”
“구경거리라기보단 무공 시범 같은 거랄까···?”
“싫습니다·”
곧장 설영을 지나쳐 걸음을 옮겼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뭔 쓸데없는 말인가·
“아아-! 잠시만요!”
설영이 그대로 따라온다·
“그래도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서 한 번만 안 될까요?”
“예· 한 번도 안 됩니다·”
“아니 그래도···· 귀인께서 넓은 아량으로 어떻게 좀····”
“제 아량은 넓지 않습니다· 좁고 또 좁아요·”
“에이이-! 그건 또 좁다고 생각해서 좁은 거지· 넓히려면 얼마든 넓어지고 그런 거거든요·”
“···”
걷던 걸 멈추고 설영을 쳐다봤다·
“윽·”
내 얼굴을 본 설영이 흠칫한다·
아마 표정에 짜증이 가득 담겨 있으리라·
“왜 자꾸 귀찮게 굴지? 싫다고 했잖습니까·”
“하하하····”
“내가 만만해요? 나 어디 가서 성격 곱다는 소리 안 듣고 사는 사람인데?”
“네· 보기에도 그래 보이긴 해요·”
“뭐?”
“노 농담입니다· 하하하하····”
뭐지 이 미친 것은?
거의 안 겪어본 성격이다·
이만큼 대했으면 꺼질 법도 한데 어지간히 끈질기다· 아 어쩌지?
‘팰까?’
그냥 패서 보내버릴까? 그런 고민이 스치는데·
“저는 맞는 거 안 좋아해요·”
귀신같이 설영이 말해왔다·
“···속마음 읽을 줄도 압니까?”
“아니요 그냥 감이었는데···· 정답이었나요?”
“눈치가 빠른 편이시네요·”
“칭찬 감사해요· 종종 듣기는 합니다·”
“근데 그럼 계속 이렇게 나오면 내가 어떻게 나올지도 알겠네?”
“···”
설영이 슬쩍 한걸음 뒤로 물러난다·
역시 말마따나 눈치가 있는 편인 것 같았다·
그래도 보아하니 쉽게 떨어질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진짜 패서 보낼 수는 없었기에 끝내 한숨을 쉬며 다른 방법을 택했다·
“아무리 부탁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허락이라도 받아오십쇼·”
“허락이요?”
“예· 그쪽이 장문인이라 부르는 노인네한테 괜찮다는 소리를 듣고 오면 제가 한번····”
“아 그건 받아왔어요·”
“···뭐?”
눈썹을 찡그렸다·
뭐라고?
“받아 왔다구요?”
“네· 장문인한테 당연히 먼저 여쭙고 왔죠·”
“···그 미친 노인네가 뭐랍니까?”
“마음대로 하라던걸요?”
“···”
손으로 자연스레 미간을 짚었다·
진짜 미친 인간 아니야·
이번에도 잠깐 다녀온다며 바쁜 티를 팍팍 내더니· 이런 건 또 언제 허락한 거지?그게 의심스러워 설영에게 말했다·
“···거짓말 아닙니까?”
그냥 날 설득하려고 대충 말하는 건 아닐까· 그리 물어보지만·
“아 말하면 분명 귀인께서 그리 말할 거라고 하시긴 했어요·”
“···”
“그럼 이렇게 대답하라고 하셨지요·”
“···뭐라고요?”
“어차피 들어와서 할 것 없이 잠자고 똥 싸고 밥만 축내는 놈인데 군말 말고 일이나 좀 해라· 이 썩을 애송아·”
“···”
“라고 전하면 하실···거라고····”
자기가 말해도 조금 강하다 싶은지 설영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옘병·’
부정할 수 없게 너무 신 노야의 말이었다·
“하아아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안 그래도 신경 쓸 게 산더미구만·
당장 중원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도 바빠 죽겠는데 대뜸 뭐? 제자 수련이나 도우라고?
‘미친 거 아니야?’
어디 나가지 말고 박혀 있으라고 해놓고 지는 쏙 빠지고·
나한테는 이런 일이나 시킨다고?
“···이 노인네가 진짜·”
열이 확 올라왔다· 그냥 엎고 나가버릴까 싶더라·
그렇게 잠깐 생각하고 있는데·
“아·”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스쳤다·
“귀인?”
“가시죠·”
“네?”
“가자구요· 그거 한다구요·”
“가 갑자기요?”
“예·”
계속 거절하다가 뜬금없이 승낙하는 나를 보고 설영이 당황한다·
하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심지어 살짝 즐거워져 웃기까지 하니 설영의 눈알이 미세하게 떨린다·
“재밌겠네요· 어디 해보죠·”
“···그···에?”
설영의 반응이 점점 이상해지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뒤졌다·’
감히 나한테 이런 일을 시켜? 점점 느껴지는 열기가 몸을 휘감았다·
아까 설영에게도 말했었지만·
‘후회하게 해주지·’내 아량은 굉장히 좁고 또한 비열했다·
*************
설영을 따라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지던 그곳이었다·
“교관님!”
설영이 나타나자마자 안에서 목검을 휘두르던 이들이 일순 멈추고 환한 얼굴을 취하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점심들은 먹었니?”
“예!”
우렁찬 소리였다·
보이는 나이대는 모두 제각각이다·
누구는 십대 초반으로 보였고· 누군가는 약관을 막 넘은 것 같기도 했다·
설영이 그들을 보며 웃음을 머금다가 이번엔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모두 인사드리렴 장문인께서 모셔 온 귀인이시다·”
“안녕하십니까-!”
입은 옷들은 다 중원 화산파에서 봤던 것 같은 무복이었다·
‘그걸 따라서 만든 건가?’
신 노야가 잊지 않은 기억을 통해 만든 것인 듯싶다·
대체 어찌 저런 것까지 구현했을까·
‘···백몇십 년을 알차게도 보내셨나 보네·’
살짝 걱정하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그럴 필요가 없던 것 같았다·
삼대제자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다 설영에게 말했다·
“그· 설···· 설 소저?”
뭐라 부를까 고민하다 내뱉으니 설영이 살짝 웃는다·
“그냥 설영이라 부르셔도 됩니다· 장문인의 손님이라고도 하셨으니까요·”
“그래 설영·”
“아니 그렇다고 말까지 놓으라는 뜻은 아니었····”
“그쪽 교관이 나한테 뭘 좀 보여달라고 해서 왔습니다· 수련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설영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서 앞으로 나아간다·
말하며 슬쩍 뒤를 쳐다봤다·
천마가 어디 갔나 보려고 했는데· 그녀는 어느새 근처 나무 그늘에 들어가 쭈그려 앉아있더라·
그걸 확인하며 다시 제자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화르르륵·
손에 청염을 휘감았다·
“우와····”
“오····”
손을 시작으로 몸에 불길을 차분히 두른다·
몸 전체에 불씨가 퍼질수록 반응들이 맑아졌다·
“이야····”
그건 설영 또한 마찬가지· 그녀도 내 불꽃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본다는 시선들이다·
내가 보기엔 그쪽들이 지닌 생김새가 더 신기한데 말이다·
반응을 살피며 피식 웃고 말을 내뱉었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이런 것들이긴 한데·”
굳이 말하자면 훨씬 더 화려하게 할 수 있지만 그건 언급하지 않았다
뚝·
불꽃이 일순 사라진다·
그러자 보던 이들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 담긴다·
더 보고 싶다는 눈치였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걱정 마 실컷 보여줄 테니까·’
불꽃을 끊은 손으로 가슴에 먼지를 털 듯 툭툭 건드렸다· 다음 말을 위해 시선을 잠깐 끌기 위함이다·
“이런 것 보단· 좀 더 효율적인 걸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효율적인 거요?”
설영의 물음에 웃으며 말했다·
“예· 어차피 수련이면· 이런 걸 보여주는 것보다···· 몸소 겪게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예···? 그 말씀은···?”
“지도 비무나 좀 해볼까요·”
“귀인 그건····”
설영이 당황스럽게 반응하던 순간·
“하····”
어디선가 헛웃음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무리중 유달리 덩치 큰 놈이었다·
놈과 눈을 마주치자 녀석이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좋다·
‘역시·’
그래 세상이 아무리 달라도 저런 놈이 꼭 껴있기 마련이고· 나는 저런 놈이 있기를 바랐다·
녀석을 보며 물었다·
“왜 웃습니까?”
내가 콕 짚어 말하자 녀석이 순간 당황한 듯 멈칫한다·
하지만 자존심이 좀 있는 놈인지 곧이어 무리를 뚫고 걸어 나왔다·
가까이 다가오니 그 체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아버지나 일장로를 넘어선 키다·
거의 곰과 같···곰인가?
‘그러고보니 귀가····’
곰의 그것과 사뭇 닮아있다·
“엇-! 사형···!”
“저놈 또 시작이네···!”
녀석이 나오자마자 삼대제자 측에서 한탄이 나온다·
보아하니 성질 불같은 놈인 것 같았다·
한데·
“죄송합니다·”
걸어 나온 녀석은 대뜸 내게 사과를 건네더라·
실패인가?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려는데·
“아무리 귀인이라 하나 말씀이 의아하여 그랬습니다·”
다행이 아니었다·
“의아하다? 뭐가요?”
“지도 비무를 할 만큼의 자격이 그다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
감탄했다· 이 새끼 이걸 대놓고 말할 줄이야·
“도웅! 너···!”
설영이 다급히 끼어들려 한다· 그걸 내가 손으로 막아냈다· 느낌을 보니·
‘이놈들 몇몇 빼고는 내가 구봉이란 놈을 박살 낸 걸 모르는구나·’
혹시나 했는데 그런 것 같았다· 알고 있다면 적어도 저런 식으로 반응하진 않을 테니까·
활짝 웃으며 도웅이라 불린 놈에게 물었다·
“자격? 내가 없어 보여?”
“있다고 보기에는····”
녀석의 시선이 내 위아래를 훑는다·
“그리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으음·”
내 얼굴이 조금(?) 사납단 소리는 듣지만 그에 비해 동안 취급이기는 했다·
그게 아니어도 애당초 어리기도 하고·
그래서 가끔 이런 취급을 받는데· 받을 때마다 참 신선하면서 재밌기도 했다·
‘내가 의도적으로 기운을 숨긴 것도 있지만·’
그거야 상대가 모를 일이니 넘어가고·
“그래서· 가르침을 주기엔 너무 약해 보인다 이 말이네?”
“그런 것까진 아닙니다만····”
“그냥 나대지 말고 불꽃이나 뿜어내라· 그 뜻이지?”
“그 그렇게 까진 말을 안 했····”
“좋아· 자격 그거 좋지·”
손목을 살짝 풀었다· 우득 소리가 유달리 크게 울린다·
“귀인···· 잠시만····”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급히 내게 다가온다·
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장문인이 허락했다면서요· 밥값 하라고· 그거 해주려고 하는 거니까 조용히 있으십쇼·”
“하지만····”
“걱정마세요· 뭔 일 안 일어날 테니까·”
“···”
설영이 내 말에 마른침을 살짝 삼키더니 뒤로 물러난다·
“자격· 그걸 뭘로 보여줄까····”
내가 잠깐 고민하다 도웅이란 놈에게 말했다·
“좋네· 그럼 내기를 할까?”
“···내기?”
“나랑 붙어서 내 옷깃이라도 한 번 스치면···· 여기 장문인한테 졸라서 네가 원하는 걸 하나 들어줄게·”
“···!”
도웅의 눈이 커진다·
신 노야를 팔자마자 다들 시선이 달라졌다·
이거 예상보다 노인네의 입지가 괜찮은 모양이었다·
“어때?”
“···그걸 당신께서 가능하단 말입니까?”
“에이· 왜 벌써 그런 걸 생각해·”
손을 능청스럽게 휘저었다·
“그런 건 나한테 닿았을 때나 고민하는 거지· 어차피 그럴 일은 없어·”
“···!”
자존심을 긁어주지 녀석의 표정이 구겨진다·
그런 얼굴을 보며 물었다·
“할 거야?”
내 물음에 녀석은 대답 대신 포권을 취한다·
“화산의 삼대제자· 도웅입니다·”
방금까지 껄렁거리던 느낌은 사라지고 제대로 된 예를 갖춘 형태였다·
그걸 묘하게 쳐다봤다· 그 태도에서 노야의 신념이 느껴진다·
“산서의 구양천·”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나도 맞춰줬다·
포권이 끝나자 도웅이 즉시 검에 손을 올렸다·
“후회하지 마십시오·”
도웅의 행동에 순식간에 삼대제자들이 멀찍이 떨어진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녀석의 몸을 살폈다·
튼실한 근육이다·
자세를 잡은 순간 근육이 반응했다· 특히 하체 쪽이 단단한 것이 근육의 질만 봐선 당덕과 비슷할 지경이다·
‘삼대제자 수준이 너무 높은데?’
중원의 삼대제자는 기껏해야 이류 높아 봐야 일류 수준이거늘·
내가 처음 봤을 때도 영풍을 제외하면 다 거기서 거기였는데·
‘이쪽은 달라도 너무 달라·’
어제 만난 구봉도 그렇고 중원보단 이쪽이 더 강한 느낌이다·
이건·
‘노야의 가르침 차이인가· 아니면····’
단순히 인간들이 아니라서일까·
그걸 떠올리며 손가락을 풀었다·
“자세를 제대로 취하십시오·”
도웅이 날 보며 말한다· 그걸 보고 웃음을 지었다·
“필요하다면·”
“···”
내 말에 도웅의 굵은 눈썹이 거칠게 꿈틀거린다· 그걸 보며 시작 전에 미리 말을 꺼냈다·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도웅이 잠깐 멈칫한다·
“어제도 방심하고 나대다가 나한테 처맞은 놈 있었으니까· 진심으로 해· 상황 잘 살피고·”
“···”
녀석은 말을 듣고 인상을 찡그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잡은 손잡이에 힘을 줄 뿐이었다·
그걸 보며 내가 설영쪽을 쳐다봤다·
뭘 바라는지 눈치챘는지 설영이 다급하게 외친다·
“아···! 비 비무·”
손이 위로 올라가고·
“시작·”
가느다란 손끝이 바닥을 향했다·
꾸욱·
그렇게·
철걱-!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려던 찰나·
콱·
“···어?”
어째서인지 검신이 세상 밖에 나오지 못했다· 무언가에 걸린 듯 움직이질 않는다·
뭐지? 도웅이 크게 당황하는데·
“말했잖아·”
“···!”
녀석이 고개를 재빨리 치켜든다·
멀찍이 있던 몸은 이미 녀석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검을 뽑지 못하도록 손으로 녀석의 검 손잡이 끝을 지그시 눌렀다·
그대로·
“어차피·”
콱-!
“컥!?”
녀석의 무릎 관절을 눌러 상체를 숙이고·
“걱정 할 필요 없다니까??”
무너지는 녀석의 얼굴에 그대로 주먹을 박아 넣었다·
쾅-!!
“꺽·”
짧은 소리와 함께 놈의 거체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쿵·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지길래 몸을 피했다·
피어오르는 먼지 속·
비무가 그렇게 끝났다·
“···”
“···에···?”
지켜보던 이들이 멍한 표정을 짓는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한 것 같았다·
불편한 고요함이 계속된다·
그러던 와중·
“···”
설영이 날 보며 경악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별일 없을 거라면서요·
잔뜩 커진 눈엔 좆 됐다는 의미가 가득하다·
그런 설영의 얼굴을 보며 나도 표정으로 대답해 줬다·
-그걸 믿냐?
“···아니!”
“자·”
설영이 발끈하려는 건 무시하고 다른 삼대제자를 보며 말했다·
“다음·”
당연히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아 물론·
안 나온다고 그냥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늦어서 죄송합니다·
허리 때문에 누워서 쓰려니 여러가지로 쉽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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