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13
신 노야와 거북이를 따라 걸어갔다·
대체 어디까지 가나 싶었는데 그리 멀리 이동하지는 않았다·
외벽의 밖·
우리가 처음 이 공간으로 들어왔던 위치· 바로 거기였다·
푸른 나무가 잔뜩 있는 평범한 숲 길·
그 길을 따라 잠깐 걷다 멈춘 중간 지점이다·
그곳에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뭐가 있지는 않은데?’
딱히 다른 곳과 차이가 보이지 않는데 왜 굳이 멈춰 선걸까·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렇게 잠깐 둘러보고 있으니·
“어때 보이나·”
신 노야가 허공에 시선을 고정한 거북이를 보며 물었다·
그 말에 거북이가 지팡이를 뻗어 허공을 휘적인다· 그 순간·
우우웅—!!!
허공에 마치 물결이 이르며 진동이 생긴다·
그걸 보며 눈을 키웠다·
‘뭐야·’
저곳에 뭔가 있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는데 거북이가 행동을 취하자마자 느껴진다·
저게 뭐지? 시선을 좁히며 집중하듯 바라봤다·
“흐음·”
거북이가 침음을 흘리며 지팡이를 몇 번더 휘적이고는 다시 회수해 지면에 콕 찍었다·
“개판이로군····”
한숨 섞인 말이었다·
“장문인 내 분명 조심히 사용하라 했을 텐데? 이번에도 내 말을 귓등으로 안 들은 모양이야·”
거북이가 불편한 어투로 신 노야에게 말했다·
“아주 조심히 다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아니····”
그 말에 신 노야가 억울하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이번엔 내가 한 것도 아닌데 바로 나부터 의심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음?”
그 말에 거북이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게 무슨 말이지? 자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그래· 분명 막을 자주 부숴먹은 건 내가 맞네만···! 이건 내가 한 게 아니란 말일세·”
이후 신 노야가 손으로 날 가리켰다·
“이번에는 저놈이 열었단 말이네·”
“예?”
그 말에 내가 놀란 듯 반응했다·
저요?
“저 녀석이?”
거북이가 시선을 돌려 날 쳐다본다·
“···제가 뭘 했다는 겁니까?”
갑자기 내 탓이라고? 당황해서 되묻자 신 노야가 말을 덧붙인다·
“저번에 이곳으로 들어올 때 네가 입구를 만지지 않았느냐·”
“···뭔···아?”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뒤늦게 떠오른다· 확실히 그런 적이 있긴 했다·
신 노야가 뭔가 찾고 있길래 이상한 부분을 느끼고 만졌던 것 같았다·
“고작 그걸로 내가 뭘 했다는 겁니까?”
그거 조금 했다고 뭔가 문제가 생겼다면 그게 이상한 일 아닌가·
이를 말하며 인상을 찌푸리는데·
“···흐음·”
거북이는 뭔가 납득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결국 장문인 탓이 맞다는 거군·”
“뭣···? 그게 왜 내 탓이더냐·”
“그대가 불러온 게 아닌가· 그럼 자네 탓이지·”
“지랄하고 있네· 거북이 새끼가 말은 느린데 뜻을 개떡같이 하는구나·”
“뭬야···? 이 미친 것이 지금·”
진짜 지랄들을 하고 있다·
왜 갑자기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하는지 의문이었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구나·
심지어 그냥 뒀다간 끝이 날 것 같지 않아 급히 끼어들어야 했다·
“저기 그만 좀 싸우시고···· 여기 온 이유가 있지 않으셨습니까?”
“···”
내 말에 다투던 늙은이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잊고 있던 걸 깨달은 것 같았다·
“그래 일 하러 와놓고 말이 더럽게 많구나· 시킨 것부터 하게나·”
와중에도 신 노야는 제 성질을 잊지 않았는지 한마디를 덧붙이지만 거북이는 신경쓰지 않고 다시 지팡이를 들었다·
물론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거북이는 대답을 행동으로 대신했다·
기이이이잉—!!
지팡이에서 무언가 빛이 뿜어진다· 그걸 보자마자 내 몸이 바짝 굳었다·
두근-!
또 다· 심장이 멋대로 날뛰었다·
아까 거북이에게 쫓겨 났을 때 느꼈던 감각과 동일했다·
고통인가? 아니다· 고통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게 단순히 고통이었다면····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테니까·’
당장이라도 시선을 피하거나 자리를 피하고 싶었을 텐데·
두근-! 두근-!
날뛰는 심장 위로 시선에 힘이 들어간다·
마치 조금도 놓치지 않고 봐야 한다는 본능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때·
“라···으라····”
거북이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기감이 높아진 상태임에도 작게 들릴 만큼 미세했다·
뭐라고 하는 걸까·
그게 궁금해 귀를 기울일까 싶었으나·
“후·”
거북이의 한숨과 함께 말이 끊어졌다· 그리 길지 않았다·
그 순간·
후아아아아—!!!
“···!”
지팡이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지더니 사방을 감싸기 시작한다· 그 빛은 너무나 색이 많아 마치 홍(虹)색과 같았다·
거기에 놀라운 것은 색뿐이 아니다·
‘···엄청나·’
뿜어지는 빛을 보며 감탄이 나온다·
힘이 들어간 눈은 멋대로 심안을 시전했다·
심안으로 본 홍색의 빛은 어마어마한 줄기들로 가득했는데·
‘어떻게 이루어진 거지?’
그 무수한 줄기는 감히 판단하기도 힘들 만큼 촘촘하고 아름다웠다·
두근-! 두근-!
심장이 더 거세게 뛰어간다· 이 느낌은 대체 뭐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알 수 있는 건 있었다·
‘저건 주술이다·’
아까의 일로도 어렴풋이 알았지만 저걸 보고 나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건 주술이다·
그것도 처음 보는 아주 월등한 경지의 주술·
‘제갈가의 놈들이나 신의가 알려주던 것들과는 달라·’
북해 또한 물론이다·
내가 알아보려 했던 주술과는 판이한 무언가였다·
더 보고 싶다· 더 알고 싶다·
거기까지 떠올리고서야 나는 이 이상한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지식을 탐하고 싶다·’
학구열이라고 할까?
나는 저 주술에 관해 파헤치고 싶었다·
하나·
사아아아아아—····
한껏 펼쳐지던 빛은 금방 사그라들었고·
그걸 보자마자 격한 아쉬움이 몸을 점령했다·
아직이었다·
아직·
‘더 봐야 해·’
더 보고 싶었다· 저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찌리릿·
눈에 진통이 온다·
심안 때문인가? 심안으로 저 많은 정보를 담고자 하니 고통이 오는 건가·
상관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저걸 봐야 했-·
“거기까지 하거라·”
퉁·
“큭!?”
뜬금없는 통증에 이마를 감싸 쥐었다· 뭔가 싶어 쳐다보니 거북이가 지팡이로 내 이마를 찌르듯 민 것이었다·
찌릿찌릿한 이마를 만지며 거북이를 쳐다봤다·
“어떤 감정인지는 극히 이해하나 과욕이다·”
“···”
거북이는 내가 무얼 하고 있었는지 아는 것 같았다·
“거북이····”
깡-!
“윽!?”
이번엔 지팡이가 정수리를 때렸다·
이상한 건 분명 손으로 막았는데 관통해서 정수리를 때렸다·
“저 노인네만으로도 족하거늘 어찌 네놈까지 나를 거북이라 부르는 것이냐· 건방지고로·”
신 노야가 거북이라 하길래 그래도 되는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부르지 말거라·”
“예···?”
“이미 지녔던 이름은 버린 지 오래요· 얻었던 것은 잃은 지 더 오래이니· 부르지 말라·”
“그럼 그냥 거북이라 부르거라·”
“···장문인····”
“부르고 싶다는데 어찌 부를지도 안 알려줄 거면 마음대로 부르면 되느니라·”
“···”
거북이가 눈으로 신 노야를 욕하지만 그는 부정을 내뱉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하라는 뜻일까?
아니면 어차피 부를일 없을 테니 신경쓰지 않는다는 걸까·
알 수 없었다·
거북이는 금방 귀찮고 피곤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지팡이를 대충 휘적이며 등을 돌렸다·
“일은 다 끝났으니 이만 가겠네·”
“벌써? 대충 한 거 아니고?”
노야의 말에 거북이가 째려보듯 쳐다본다·
“저번보다 훨씬 세밀하게 해놨으니 석 달은 문제 없을 걸세· 물론 자네가 또 쓸데없는 짓만 안 한다면 말이야·”
“음···· 그럼 조금 있으면 또 고쳐야 한다는 건가?”
“미친 겐가?”
“농일세 농·”
신 노야가 낄낄 웃으며 말했고· 거북이는 이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만 가 보겠-·”
“아 잠깐·”
노야가 다시 가려는 거북이를 멈춰 세운다· 그 말에 거북이의 수염이 바르르 떨렸다·
“또 뭐·”
“가기 전에 하나만 더 해주고 가게나·”
“부탁은 이걸로 끝일 텐데? 더는 받아줄 생각이 없-·”
“매실차 한 달 추가·”
“일단 들어나 보지·”
다소 탐욕적인 대화였다·
거북이의 말에 신 노야가 픽 웃으며 나와 천마 쪽을 가리켰다·
“저것들에게 ‘그것’ 좀 해주게나·”
그것?
신 노야의 말에 거북이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쳐다본다·
“장문인·”
“응?”
“내가 방금 쓸데없는 짓은 안 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것 같은데·”
“에이· 그게 무슨 말인가· 내가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거북이의 말에 노야가 손을 휙휙 저었다· 마치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이다·
“그냥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일세·”
“···”
“필요한 처사라는 걸 자네도 알 것 같네만? 거 시큰둥하게 굴지 말고 빨리 좀 해주게· 서로 바쁜데 후딱 끝내면 좋지 않은가·”
“망할 놈 같으니····”
“뭐라고?”
“망할 놈이라고 했네·”
“못 들은 척하려고 한 건데····”
신 노야가 머쓱하게 코를 긁는다·
그걸 보고 있는데 속이 참 꼬셨다·
‘당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아·’
뭐만 하면 갈구더니만 꼴 좋았다·
“애송아· 눈깔이 이상하구나·”
“제 눈은 원래 이렇습니다·”
“아닌데···· 평소보다 훨씬 엿 같은데···?”
“누가 누구보고 눈으로 지적하는 거래?”
“뭐 인마?”
“눈이 잘생기셨다는 칭찬입니다·”
눈깔 사납기는 나못지 않은 양반이 어이가 없다·
하여튼 눈치는 더럽게 빨라가지고·
“아 하여튼 빨리 해주게· 나 떼쓰는 꼴 보고 싶은 겐가?”
“다 늙어서 떼를 쓰긴 뭘 쓴다는 거야· 써서 뭐· 바닥에서 난동이라도 피우려고?”
“그럼 난동 피워야지· 자네 처소에서·”
“···”
거북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썩어 들어갔다·
반대로 나는 노야의 말을 듣고 감탄했다·
‘이야·’
땡깡 부리는 수준이 괴이하기 짝이 없다·
어쩜 저리 협박도 제 성질머리처럼 하는 걸까·
존경스럽다· 이건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저건 진짜 배울만한데?
그걸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다음에 써먹어야겠다·’
진심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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