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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hapter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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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36

에리히의 말에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금방 진정했다· 그래 에리히는 아직 아카데미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새싹이다· 기존의 진리를 배우기도 벅찬 입장에서 파격적인 신-진리를 습득하는 건 무리가 있을 터·

그러니 미쳤다는 말을 하는 건 당연하다·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것과 다른 진리가 눈 앞에서 펼쳐졌으니 어찌 당황하지 않겠나·

“언젠가는 너도 내 말을 이해할 거다·”

그렇기에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

수파리· 지식을 익히고 익힌 지식을 깨트려서 자신만의 진리를 찾아 떠난다· 그것이 배움이다·

그 마음을 담아 에리히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직 17살인 에리히가 갈 길은 길고도 길다·

“배운 것에 너무 얽매이지 않을 때가 올 테니·”

“형은 배운 적도 없잖아·”

이 시발·

훅 치고 들어오는 강력한 명치 공격에 다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거기서 비겁하게 치트키를·

“그리고 첫 부인이 한 명인 건 배우는 게 아니라 상식 아닌가·”

게다가 굉장히 딱하다는 얼굴로 보기에 도저히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반박해야 한다·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한계를 정해서는 안된다· 그 상식에 얽매이는 것은 인간의 발전을 방해하는─

“부인 될 사람들은 무슨 봉변인지·”

“뭐?”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울컥하고 말았다· 마치 내 독단에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 같은 말투였으니까·

내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 나를 좋다고 해주는 사람들에게 내 기준을 강요할 리가 없지 않나· 그래서 미리 말을 꺼냈다· 모두가 첫 번째 부인이 되면 전부 행복할 거라고·

비록 직접 말을 꺼낸 건 마르게타 뿐이지만 마르게타에게 전해들었을 루이제와 이리나도 싫다고 하지 않았다·

‘강요가 아니다·’

이제 마종공과 1과장에게도 말하면 전원의 동의를 받는 거다· 절대 내 독단이 아니다· 강요도 아니다·

“···다들 괜찮다고 한 거야· 아직은 낯설어하는 것 같지만 싫다고는 안 했어·”

“싫다고 어떻게 말해· 그랬다가 결혼은 없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 말에 도로 입이 닫혔다· 만약 그런 이유라면 내 독단이 맞─

아니 아니다· 나는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말하려고 노력했다· 만약 내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볍게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를 위해 노력했다·

“정말 싫었다면 거절했겠지·”

“태연하게 미친 소리를 하는 미친 놈 앞에서?”

‘아니·’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미친 놈이라고 하는 거 아니냐· 그래도 내가 네 형인데·

“괜히 싫다고 하면 자기는 빼는 게 아닐까 싶고 심지어 잘못 말했다가 형이 더 이상해지면 어쩔까 걱정되고·”

한숨을 푹 내쉰 에리히는 근처 의자를 끌고 오더니 앉았다·

그 모습이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보고가 오래 걸리게 돼서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는 공무원 같았다·

“루이제가 형이 조금 아픈 것 같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나를 걱정하는 건 알았지만 설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 상냥한 루이제가 아프다는 말까지 꺼낸 거면 대체·

“오죽하면 나한테까지 도와달라고 했겠어·”

다시 한숨을 내쉰 에리히가 머리를 거칠게 긁었다· 그러고 다시 한숨 이번에는 마른 세수 또 다시 한숨·

도대체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했다·

“형·”

“···응·”

“미쳤어?”

결국 아까 했던 말이 되풀이됐다·

“전부 첫 번째 말은 좋지· 말은 좋은데···”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뱉은 에리히는 미약한 피곤에 찌든 얼굴로 말했다·

“그거 다르게 말하면 전부 마지막이라는 거 아냐?”

생각지도 못한 지적이다· 그게 그렇게도 되나···?

확실히 자기 위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면 공동 1등이지만 아래에도 아무도 없으면 공동 꼴등 같기도 하다·

“게다가 주인공이어야 할 신부가 여럿이잖아· 일생에 한 번인 결혼식에서 관심을 나눠 가져야 돼?”

매서운 지적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치명적인 문제라는 걸 알았다·

그걸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아니 어쩌면 알면서도 고의로 외면하고 있었나?

“심지어 결혼식 중에 반지를 끼워주는 것도 입맞춤을 하는 것도 손을 잡고 퇴장하는 것도··· 결국 순서가 정해지는 일이잖아·”

“····”

“순서가 정해지는 건 어쩔 수 없어· 그걸 형이 억지로 부정하는 거고·”

거기까지 말한 에리히는 의자에 눕듯이 등을 기댔다· 자기가 할 말은 이걸로 끝이라는 것처럼·

그러면서 시선은 여전히 나에게 꽂혔다· 그 시선 속에 ‘이렇게 말했는데도 부정하면 넌 개새끼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면 기분 탓일까·

그리고 그 시선에 다시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다· 말은 쉽지 말로는 누구나 간단하게 훈계하지·

“그럴 수도 있겠네·”

이번에는 내 입에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래 에리히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아직 이 시대에는 모두가 첫 번째라는 방법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마르게타 루이제 이리나· 전부 그 방법이 싫으면서도 애써 나한테 어울려주는 걸 수도 있다·

그런데 그래서?

“그러면 어쩌라고·”

내가 괜히 이런 방법을 떠올렸겠냐· 도저히 나를 좋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순번을 매길 수가 공녀와 공작을 1번과 2번으로 나누는 것이 미칠 것 같아서 이러는 거 아니냐고·

“귀족의 결혼은 정치의 연장이라는 거 알잖아·”

마르게타에게 호감이 있다· 이 부족한 놈을 좋아해준 것이 고맙다· 첫 부인으로 부족하기는커녕 너무 과분한 사람이다·

하지만 마종공이 개입했다· 물론 마종공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있고 저번 제도에서의 일 이후로 진지하게 관계를 고려 중이다· 아니 이미 그 너머를 생각 중이다·

인간 마르게타 인간 마종공은 좋다· 그러나 그 뒤에는 바렌티 공작가 카토반 공작가가 있다·

“둘 중 누군가를 택하면 반대 공작가는 뒤로 밀려· 현직 감찰부장이 두 공작가 중에서 하나를 택하는 꼴이 된다고·”

미칠 노릇이다· 그래도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권리를 누리는 자가 짊어진 의무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일으킬 여파를 신경 쓰는 것· 그것이 귀족의 도리다·

내가 택한 헤카테를 떠나보낸 순간부터 더 이상 내가 먼저 누군가를 고를 수 없게 된 순간부터· 그 의무와 도리는 내가 어깨에 올라왔다·

“그러니 이게 최선이야·”

미쳤다는 말을 들어도 분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다· 두 공작가 사이에 우열이 생기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 이 방법을 택했다· 최대한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그리고 내 각오가 에리히에게도 닿았는지 당장이라도 미친 놈이라고 말하려던 에리히의 입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이 형의 마음이 동생에게도─

“미칠만 했네·”

아니구나·

침묵 끝에 튀어나온 비수에 마음이 아팠다·

“형·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이거보다 더 간단히 생각하라고···?”

본능적으로 진지하게 되물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공동 결혼식보다 더 간단하고 화끈한 방법이 있나?

“부인 순서는 보통 결혼 순서잖아·”

“그렇지·”

그래서 내가 동시 결혼이니 뭐니 떠드는 거고·

“결혼은 고백을 통한 결과물이고·”

“그렇지?”

갑자기 그 얘기는 왜 나오나 싶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냥 고백 받은 순서대로 결혼하는 게 맞지 않아?”

?

“아카데미도 입학한 순서대로 졸업하는데 결혼도 고백한 순서대로 하는 거지·”

???

‘그게 무슨·’

정신이 나갈 것 같다· 고백 결혼 같은 인륜지대사를 아카데미 입학 졸업에 비교해도 되는 건가?

아니 그런데 딱히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진짜 어차피 정해지는 순번이면 고백 순이 맞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데···”

잠시 입을 다문 에리히는 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근처에 아무도 없는 걸 알면서도 저러는 걸 보면 심상치 않은 말을 할 조짐·

“공녀님이 뒤로 밀리면 철혈공 각하가 화내지만 마종공 각하가 뒤로 밀리면 마종공 각하를 설득할 수 있잖아·”

‘오·’

그 말을 듣자마자 멍하니 에리히를 쳐다봤다·

너 천재냐?

   ***

   홀로 사색에 잠긴 형을 뒤로 하고 동아리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복도를 어슬렁거리던 루이제에게는 잠시 형을 혼자 두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말을 걸면 어긋날 수도 있으니·

‘간단한 문제였는데·’

작게 한숨을 내쉬며 건물 밖으로 나갔다· 형과 대화를 해보니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형의 고민이 간단하다는 건 아니다· 형의 광기를 치료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옆에서 말해줄 사람만 있었어도·’

그냥 형이 미쳤을 때 ‘너 미친 것 같아요·’ 라고 해줄 사람만 있었어도 해결될 문제였다· 지금만 해도 툭하고 찌르니 알아서 복구됐으니까·

사실 형도 알고 있었다· 본인이 미쳤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나아갈 방향이 없어서 현실 도피를 하고 싶어서 무작정 달린 거다·

그런데 그걸 막기는커녕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사람밖에 없으니 이 사달이 난 거지·

‘어쩔 수 없나?’

하긴·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쳤다고 소리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물론 소리칠 수 있는 동생은 있다· 기껏 루이제를 홀렸으면 행복하게 해줘야지 결혼 전부터 예비 아내를 걱정시키고 말이야·

그래도 괜찮게 풀려서 다행이다· 형 표정을 보니까 앞으로 공동 결혼 운운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에리히! 어디 갔다가 이제 오나!”

그리고 부원들끼리 축구를 하던 경기장으로 돌아오자 류티스가 격하게 손을 흔들며 반겨줬다·

“화장실· 아까 간다고 했잖아·”

“그랬나?”

“저는 못 들었습니다·”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타니안· 분명 저 놈은 내 옆에 있었는데·

이 새끼들 진짜 아무도 관심이 없었네·

“뭐 그래도 딱 맞게 왔군·”

아무래도 좋다는 듯 웃음을 흘린 류티스는 공을 나에게 던졌다·

일단 던져서 받기는 받았는데 뭔가 이상했다· 웬 꿰맨 자국이 있는 누더기 같은 공· 그 와중에 바람은 제대로 들어가서 빵빵하다·

“다시 족구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3대 3으로!”

“3대 3?”

사람이 다섯인데 무슨 소리야· 한 명은 공기 친구냐·

그런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봤는데 이 자리에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 서있었다·

‘···빌라르 경?’

저 사람이 왜 여기에···?

멍하니 바라보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빌라르 경은 조금 씁쓸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숫자가 맞아야 라테르가 패배를 인정할 것 같아서 말이지·”

나와 빌라르 경의 시선 교환을 눈치 챘는지 류티스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확실히 라테르는 놀랍게도 자신이 최약체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숫자가 맞지 않아 공정한 대결이 아니었다느니 이런 비정상적인 게임으로 실력을 가늠할 수 없다느니 등· 평소의 라테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추함 그 자체였다·

그래서 류티스는 3대 3을 맞추기 위해 빌라르 경을 불러온 것이다·

‘미친 놈·’

족구 한 번 하자고 왕실 기사단 기사를 불러?

‘재밌겠네·’

미친 새끼 그래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경기장에 들어갔다· 아까까지 미세하게 남아있던 형에 대한 걱정이 깔끔히 사라졌다·

그래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달라지지 않으면 애초에 내 능력 밖인 거고· 그리고 난 형이 멀쩡해질 거라고 믿는다·

“깔끔히 3판 2선승제로 간다·”

“보통 깔끔이면 단판 아닌가·”

서서히 자리를 잡는 부원들과 빌라르 경을 보며 각오를 다졌다·

우리들의 족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

   나는 미쳤었다·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진짜 미쳐도 단단히 미쳤었다·

‘시발·’

부끄러움에 얼굴을 감싸안았다· 마르게타 앞에서 2과장 앞에서 에리히 앞에서 당당히 말한 머저리 같은 논리를 떠올리니 죽고 싶었다·

심지어 그 말을 듣고도 따뜻하게 대해준 마르게타와 루이제 이리나를 생각하니 더욱 죽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좋네요· 고마워요·”

내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말했던 마르게타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다시 뇌 내에서 울려 퍼졌다· 동시에 내 손발도 오그라들었다·

본능적으로 창문 밖을 쳐다봤다· 머리부터 떨어지면 기억이 사라지지 않을까?

‘환장하겠네·’

그래도 기억 상실로 도망치는 건 비겁한 짓이다· 이미 광기에 몸을 맡겨 비겁하게 행동해놓고 두 번이나 그럴 수는 없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통신구를 꺼냈다· 당장 수습할 일이 있으니·

– 부장님?

“어 나다·”

긴장한 표정의 2과장을 보자 괜히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내가 이 새끼 앞에서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있었나·

“그 예전에 했던 말인데···”

– 아 예·

그리고 내 앞에서 이렇게 굳은 2과장은 또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다른 사람한테 말했냐?”

– 그 예· 장관님에게는 말했습니다·”

“그 외에는?”

– 없습니다·

딱 예상한 수준 그리고 수습할 수 있는 범위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다행이다· 장관만 아는 거면 다행이야· 저게 다른 과장들 귀에 들어갔으면 진짜 돌이킬 수 없었다·

– ···부장님·

하지만 너무 이른 안도였다·

– 정신이 좀 드십니까?

방금 질문과 한숨으로 무언가 눈치챘는지 딱딱하게 굳었던 2과장의 표정이 급속도로 웃음에 물들었다·

“아니 야─”

– 야 3과장! 내가 개쩌는 얘기 들려준다!

그리고 말릴 시간도 없이 2과장은 통신구를 내던지고 사라졌다·

미친 부장 얘기를 하는 건 쉽지 않지만 제정신을 차린 부장의 흑역사를 말하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시발·”

죽고 싶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독자님들 중에 수능을 보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혹시 계신다면 좋은 결과 그것도 원하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하겠습니다! ]

팩트로 팰 사람이 있었다면 금방 진압됐을 인스턴트 3분 광기·

그리고 수십 화만의 출현이 숫자 채우기 멤버인 빌라르 경· 그래도 사고가 터진 건 아니니 행복하시죠···?

이번 회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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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ivil Servant in Rofan, 로판 속 공무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reincarnated into the world of a novel I’d only read the free chapters. Thankfully, the blood flowing in the body of the person I’d possessed was blue. “The prominence of our family comes from the blessing bestowed upon us by the royal family throughout the generations.” Maybe this is the price to pay for that. But I got a father who seems overly loyal to the Emperor. And because of that, I was forced to become a Civil Servant. While everyone else enjoys romance, I’m just spending my days as a Civil Ser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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