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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hapter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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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79

휴가라는 말을 들은 여섯 형수님─ 말할 때마다 어지러운 호칭을 가진 여섯 명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

획기적인 답을 들은 것처럼 눈이 동그랗게 변한 사람 안타깝고 서글픈 기색이 역력한 사람이 있는 반면 내 말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처럼 사색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그 와중에 형의 부하라는 분은 입술을 꾹 깨물며 어깨를 들썩이더라· 아마 웃음을 참는 것 같은데·

‘안 되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닌 형과 같이 일하는 사람의 반응이 저러니 대충 알 것 같다· 형이 생일 선물로 휴가를 받는 건 요원하다는 것을·

하긴 없거나 안 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아니겠나· 쉽게 가질 수 있었으면 선물 후보에 오르지도 않았을 거다·

“사실 연인들과 생일을 함께 보내는 것 자체로도 선물 같습니다· 애초에 지금도 휴가를 써서 온 거고요·”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조심스레 덧붙였다· 솔직히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사색에 빠진 마종공을 보니 꼭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본능이 맹렬하게 경고했다·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가면 조만간 마종공이 황실에 공개 청원을 올릴 거라고· 심지어 그 청원이 예비 남편에게 휴가 좀 달라는 기상천외한 청원일 거라고· 그런 소문이 사교계에 퍼지면 땅에 얼굴을 붙이고 사는 형을 볼 것 같았다·

‘나라면 혀 깨문다·’

아니 혀만 깨무는 게 아니라 기절할 때까지 숨을 참을 수 있다·

압도적 연상인 예비 아내가 한참이나 연하인 예비 남편의 휴식을 보장하라고 황실에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 상상만 해도 두렵고 아찔하다· 마종공이 형을 아가라고 부르던데 그런 일을 겪으면 기둥서방을 넘어서 진정한 아가가 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좋아하려나?’

하지만 잠깐 확신을 잃고 말았다· 나라면 두렵고 아찔하지만 어쩌면 형은 간절히 바라지 않을까? 오명과 치욕을 감수하더라도 휴가를 가지고 싶지 않을까?

물론 그 슬픈 추측은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마음 속으로만 간직했다· 만약 형이 괜찮더라도 내가 그 광경을 볼 자신이 없으니까· 휴식을 위해 마종공의 아기로 전락하는 형이라니 꿈에 나올까 두려운 괴담이다· 

‘어차피 결혼하면 많이 쉴 텐데·’

그렇기에 애써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을 뻗었다· 그래 제국에는 결혼 휴가와 출산 휴가라는 것이 있다· 부인도 여섯이니 결혼 휴가도 여섯 배 출산 휴가도 여섯 배다· 자식을 많이 낳으면 여섯 배보다 많을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 산 물건을 주는 건 어떻습니까? 형을 생각하며 제일 먼저 떠올린 선물이라는 거니 제법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니 이상한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기 전에 황급히 선물 논쟁을 마무리 지었다· 전부 주는 것도 꺼려지고 휴가를 주는 것도 불가능하면 이게 무난하지·

원래 직감적으로 고른 첫 번째가 가장 좋은 법이다· 괜히 생각이 길어지면 이상한 결과만 나와·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답이었는지 형수 포위망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고민에 빠진 것 같은 마종공을 보니 불안감이 몰려왔지만 내가 할 도리는 다 했다고 믿는다· 무슨 일이 생기면 형이 알아서 하겠지· 힘없는 학생은 할 수 있는 게 없어· 난 몰라·

‘이런·’

그리고 안절부절 못하며 복도를 헤매는 세라를 보자마자 형에 대한 생각을 밀어냈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방에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세라가 먼저 나를 찾게 만들었다·

민망하다· 혹시나 하는 사태를 대비해서 세라 곁에 붙어 있으려고 했다· 심지어 나만 의지하겠다던 세라에게 당당히 그러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놓고 이리 방치해버리다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세라·”

“아 에리히·”

내 목소리에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세라가 미소를 지으며 반겨줬다·

“여기 있었구나· 방에 없길래 어디 갔나 했어·”

“미안해· 찾는 사람이 있어서 잠깐 다녀왔어·”

“후후 괜찮아· 나도 방금 어머니하고 헤어졌는걸?”

그렇게 말하는 세라의 손은 누가 봐도 떠는 중이었고 호흡마저 묘하게 가팔랐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동요했다는 의미·

당연하다· 아무리 괜찮은 척을 해도 세라 입장에서는 일생 첫 외출 첫 모험이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낯설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겠지· 세상과의 접촉이 극단적으로 적었던 세라 입장에서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나를 믿고 나를 의지하고 성에 온 것일 텐데 정작 의지 대상이 사라졌다· 세라가 받은 충격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터· 내가 방에 없으면 그냥 기다려도 충분한 것을 이렇게 찾아다닐 정도가 아닌가·

“그래도 레이디를 바람맞히다니 나쁜 기사님이네·”

   장난스런 세라의 말에 쓴웃음이 나왔다· 분명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걸 보니 더욱 미안했다·

“그러면 만회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그렇기에 슬쩍 손을 내밀었고 세라가 내 손에 오른손을 얹자마자 손등에 입맞춤을 했다·

예전부터 세라는 기사와 레이디처럼 행동하는 걸 좋아했다· 화가 났을 때도 우울할 때도 이러면 기분이 풀렸었지·

“이번만 특별히 기회를 드린 거예요·”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도 기분이 풀린 것 같았다· 어느새 손의 떨림이 가라 앉았으니까·

“감사합니다 레이디·”

솔직히 성인이 되고도 이러는 게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세라가 좋아하는데 어쩌겠나· 이 정도는 당연히 맞춰줘야지·

게다가 이제 와서 싫다고 하기에는 벌써 10년 가까이 이러고 있었고·

   ***

   회개합니다· 가주를 보고 감히 보물 고블린이라고 생각한 불효를 어머니를 보고 무지개를 멘 것 같다고 생각한 불효를 회개합니다·

그러니 에넨 이 새끼야 보고 있다면 좀 용서해줘· 사람을 세상에 둘도 없을 유니크 등급 몬스터로 만들면 어쩌자는 거야·

‘무지개 보물 고블린·’

설마 내가 둘을 합한 완전체가 될 줄은 몰랐다· 아니 자식이 부모를 닮는 건 맞기는 한데 이런 것도 닮을 필요는 없지 않나·

“카 칼· 어때요? 마음에 드나요···?”

어느새 다가온 생일 아침부터 시작된 생일 축하 연회 연회 시작과 동시에 쏟아진 선물─ 이라는 이름의 폭격· 멍하니 알록달록 포장된 폭격의 부산물을 보니 옆에서 마르게타가 조심스레 물었다·

“사 사실 가장 좋은 걸로 하나만 고르려고 했는데 다 칼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마치 변명을 하는 것처럼 덧붙인 마르게타의 모습에 작게 헛웃음이 나왔다· 근처에서 민망한 듯 시선을 돌리는 사람들을 보니 마르게타뿐만이 아니라 여섯 명 전원이 폭주한 것 같다·

“분명 하나만 고르라고 했었는데·”

에리히가 상자 더미를 보고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대표로 나에게 설명 중인 마르게타가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대단하네· 이게 그나마 조언을 구한 결과야? 조언조차 구하지 않았다면 대체 어떤 걸 주려고 했을까·

‘가게를 안 준 게 다행인가·’

그래 공작가의 재력을 생각하면 가게로 폭격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일 수도 있다· 여차하면 땅문서로 싸대기를 맞을 뻔했는데 선물 상자 정도야 아기자기한 애교나 마찬가지지·

고맙다 에리히· 네가 내 멘탈을 구한 거야·

“정말 마음에 듭니다· 저에게는 과분할 정도로요·”

아무튼 고개를 숙인 마르게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보편적인 상식과 궤를 달리하는 양이라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나를 생각해서 준비한 선물 아닌가· 오히려 좋아하면 좋아할 일이지 싫어할 이유는 없다· 선물이 많다고 싫어할 정도의 사람이면 인성이 얼마나 꼬인 걸까·

“오늘 하루는 선물을 확인하느라 즐거울 것 같습니다·”

과장이 아닌 진심이다· 단순히 포장지를 까서 상자를 여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꼬박 소비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솔직히 하루도 부족할 것 같기는 한데· 

물론 이 역시 좋아하면 좋아할 일이지 싫어할 일은 아니다· 원래 가챠는 결과를 확인하는 것보다 누르는 그 순간이 더 두근거리는 법이고 선물의 양을 보니 가챠가 복사되어 있는 수준이다· 너무 기쁘다···

‘포장지 색도 다 다르네·’

자세히 보니 포장지 색깔도 여섯 종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철저하네 이러면 누가 준 선물인지도 알 수 있겠어·

“고맙습니다· 평생 받을 선물을 오늘 다 받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마음만 받겠습니다·”

감사한 말은 마음으로만 받았다· 매년 이렇게 받으면 창고를 10층 건물로 지어야 할 테니· 화려한 이벤트는 일생의 한 번으로 족하다·

내 단호한 차단에 어색하게 미소 지은 마르게타는 슬쩍 자리를 비켰다· 놀랍게도 아직 선물을 줄 사람들이 남아 있으니까·

“우리가 준비한 것도 저 중에 있을 것 같구나·”

마르게타에 이어 다가온 어머니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상자 하나를 건넸다·

그 와중에 웃기 힘든 말씀을 하셔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짜 가주와 어머니가 무슨 선물을 준비했든 저 선물더미 중에 같은 게 있을 것 같아·

“같은 게 있어도 이걸 사용하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단다· 늙은 우리가 고른 것보다는 젊은 아이들이 고른 게 더 좋겠지·”

그건 조금 경솔한 발언이다· 그랬다가 마종공 선물과 겹치면 그 어색함을 어떻게 견디려고·

   그 뒤로도 에리히 세라 집사장 시녀장 시종장 등등·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무수히 많은 축하와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들을 다 합해도 마르게타 혼자 준비한 것보다 적다는 게 놀랍지만·

아무튼 연회가 끝난 뒤 홀로 방에 박혀서 하나하나 선물을 확인했고─

“이 시발·”

에리히의 선물을 보자마자 육성으로 욕이 나오고 말았다·

“형한테 꼭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했어· 최대한 좋은 걸로 샀으니까 잘 쓰고·”

 

   머리를 긁적이며 작은 상자를 건네던 에리히· 꼭 필요할 것 같다고 하길래 만년필 정도를 생각했었는데·

‘라꾸라꾸···’

상자를 열자 보인 건 판타지 버전 라꾸라꾸였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야구공 크기에서 사람 하나가 눕기에 충분한 크기로 변하는 마법의 정수· 이미 부장실 구석과 당직실에 고이 보관되어 있는 공무원 필수 용품·

라꾸라꾸를 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이 새끼 하필 준비해도 이런 걸 준비했어·

‘···동아리실에 둘까·’

그래도 에리히 말처럼 필요하고 유용한 물건인 건 사실이다· 그러니 이미 온갖 곳에 던져뒀지·

그래··· 이건 동아리실에 두자· 동아리실 구석에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망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칼의 생일을 다룬 회차가 올라온 오늘 마침 이 작가도 생일입니다·

저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오늘은 휴재를 할까 하다가 독자님들께 조회수라는 선물을 받기 위해 특별히 정상 연재를 했습니다!

늘 감사하십시오 reader·

이번 회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SharkOrc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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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ivil Servant in Rofan, 로판 속 공무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reincarnated into the world of a novel I’d only read the free chapters. Thankfully, the blood flowing in the body of the person I’d possessed was blue. “The prominence of our family comes from the blessing bestowed upon us by the royal family throughout the generations.” Maybe this is the price to pay for that. But I got a father who seems overly loyal to the Emperor. And because of that, I was forced to become a Civil Servant. While everyone else enjoys romance, I’m just spending my days as a Civil Ser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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