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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hapter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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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1

간혹 본능적 행동이 이성적 판단보다 앞설 때가 있다· 그리고 이성보다 앞선 본능은 대개 생존 본능·

그렇기에 머리를 굴리지 않고 본능에 따라 행동했다·

“죄송합니다·”

웃음기 가득한 여성이 말을 잇기 전에 선수를 쳤다· 

지금은 상황 파악보다 숙이는 게 먼저다· 괜히 우물쭈물거리면 크게 꼬인 일이 심각하게 꼬인 일로 진화할 수 있는 법· 비록 여성이 누구인지 인사도 나누지 못했지만 듣지 않아도 뻔하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모르면 그게 머저리지·

물론 말로만 하는 사과는 진정성이 없기에 빠르게 대가리를 박았다· 토종식으로는 석고대죄 물 건너 언어로는 도게자· 이런 성의는 보여야 진심이 보이지 않겠나·

“아핫! 시원시원하네!”

고개를 숙여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낄낄거리는 웃음 소리를 들으니 그럭저럭 만족한 모양이다· 그 만족이 사과에 대한 만족인지 다짜고짜 대가리를 박는 쇼를 보인 것에 대한 만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개는 들어· 힘들게 만났는데 얼굴은 보고 얘기해야지·”

“죄송─”

“됐으니까 들어·”

명령에 가까운 말에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니 ‘이 불신자 새끼야!’ 라며 다짜고짜 죽이려는 것 같지는 않다· 최소한 입을 털 시간은 주겠다는 아량이 보인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마자 보인 건 여성이 막 가죽 부대를 입에 댄 모습이었다·

‘아닌가?’

괜히 불안해진다· 호쾌한 목 넘김을 보니 술이라도 마시는 것 같은데 하필 그 모습을 보니 빙의 전에 봤던 모 사극이 떠올랐다· 대화를 하려고 고개를 들라고 한 게 아니라 목을 치려고 들라 한 건가?

두렵다· 입안에 머금은 술이 내 얼굴에 날아올까 두렵다· 죽는 것도 싫지만 술로 미스트하면서 죽는 건 더 싫어·

“크으! 너도 마실래?”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 하긴 남쪽 애들 입에는 안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런 공포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 번 술을 권한 여성은 거절당하자마자 부대를 비웠다· 제법 큰 부대였는데 한 번에 비우고 말술이구나·

아무튼 첫 만남부터 음주를 과시한 여성은 딱딱하게 굳은 나를 보더니 픽 웃음을 흘렸다·

“이미 아는 것 같지만 처음 보는 거니 인사는 할게· 너희들이 영원한 푸른 하늘이라고 부르는 존재야· 나름 하늘 신이지·”

짐작했던 동시에 아니기를 바랐던 사실이 밝혀지자 슬쩍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요정들과 투닥거리다가 만난 존재니 혹시 콘스탄티나라는 신은 아닐까─ 하고 현실 도피도 했었는데 역시 아니었다·

“신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이미 영락한 신격인데·”

노성이 아닌 웃음기 섞인 대답이었지만 오히려 죽을 맛이었다· 그 영락에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는 게 나니까·

미치겠다· 차라리 화를 내면 짐작한 재앙이니 겸허히 감당할 텐데 이건 예상도 못 한 분위기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신을 만날 거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크흐 미안해하는 거야?”

그렇게 적절한 대답을 뱉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자 영원한 푸른 하늘은 다시 웃음을 흘렸다·

“고맙기는 한데 너무 자기를 과대평가했어! 정주민이 생긴 순간부터 유목민의 신이 영락하는 건 시간문제였거든· 그냥 그 시기가 조금 당겨진 거지 딱히 네 탓은 아니야!”

그러니 어깨 펴라며 내 등을 마구 두드리는 영원한 푸른 하늘· 마치 기죽은 아들을 토닥이는 호탕한 어머니의 모습 같았다·

그래서 더 미치겠다· 왜 이런 반응이지?

‘눈 돌아간 거 아니었나?’

분명 베들러는 신이 격노해서 내 상처에 관여 중이라고 했다· 사도 살해 신전 훼손 신물 모욕을 전부 겪었으니 신 입장에서 분노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나도 영원한 푸른 하늘이 분노 상태라는 것 자체는 의심한 적이 없다·

그저 신이 실제로 있는 세계에서 불신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나 자신에게 여러 의미로 감탄했을 뿐·

‘오해였나?’

순간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영원한 푸른 하늘은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던 게 아닐까? 

그래 인간이 신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리겠나· 내 상처에 신의 기운이 짙었던 건 그냥 우연이고 카간의 독자적인 악행일 수도 있다· 갑자기 내 앞에 모습을 보인 것도 혼자 삽질하고 기도하는 나를 안타깝게 여겨 강림한 것일 수도 있다·

반성하자· 어머니 하늘의 그런 너그러운 마음도 모르─

“뭐 예상보다 너무 화려하게 당겨져서 나도 좀 빡치긴 했지만·”

아니구나·

‘좆됐네·’

당사자 입에서 ‘빡쳤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진심이다· 신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정도면 얼마나 진심인 걸까·

“내가 아낀 사도는 죽였지 기껏 신경 써서 하사한 신물은 어디 구석에 처박았지 심지어 내 신전도 박살 냈지·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어· 종교전쟁 시기에도 너 같은 애는 드물었거든·”

“죄송합니다···”

종교끼리 진심으로 싸우던 시절에도 너 같은 짓은 안 했다는 구박· 졸지에 전쟁범죄를 저지른 기분이라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됐어· 벌을 줬으면 그걸로 끝난 거지· 사실 신앙에 타격을 입은 신이 아무 징벌도 주지 않으면 만만히 보이니 보여주기식인 것도 있었는데···”

거기까지 말한 영원한 푸른 하늘은 입을 꾹 다물더니 민망하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불안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꺼내려고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데·

“내가 왜 네 몸에 있는지 궁금하지?”

“아 예·”

그 말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궁금하다·

신의 아들이라고 불리는 성자도 아무리 신실한 사제들도 신의 힘을 받는 거지 신과 몸을 공유하는 건 아니다· 신 자체가 깃든 몸이면 그 사람 자체가 신 아닐까?

그런데 나는 신앙과 관련도 없고 단순히 벌을 주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과하다· 벌을 주려고 그 사람 몸에 붙은 거면 너무 심각한 집착이지 않나·

“나 갇혔어·”

“···예?”

“갇혔다고·”

살짝 시선을 내리는 영원한 푸른 하늘 그대로 굳어버린 나·

소름 돋는 침묵이 내려 앉았다·

   얼굴이 붉어진 영원한 푸른 하늘에게서 자세한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카간에게 몸이 베였을 때 신물에 깃든 신성력이 내 상처로 전부 옮겨졌다고 한다·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잔재만 묻는 편이지만 당시 카간의 공격은 풀-파워를 담은 최후의 공격이었다는 게 문제· 덕분에 신물에 깃든 신성력도 나를 죽이기 위해 전력으로 이동했다·

물론 죽은 건 카간이었고 신물에 있어야 할 신성력이 신물을 벗어나면 알아서 사라지게 되나─

“그때 신성력을 고정시켰거든· 사도가 상처를 입혔으니 다른 피해를 줄 필요는 없고 그 상처만 오래가도 벌로는 충분하겠다 싶었어·”

   신의 개입으로 인해 가만히 두면 사라지는 신성력이 불멸의 기운으로 돌변했다· 무려 신이 직접 손을 댄 만큼 필멸자는 그 기운을 치울 수 없고 신의 기운을 치울 수 없으니 상처는 낫지를 않는 상황· 그 기막힌 상황이 3년이나 이어진 거다·

“적당히 1년 정도 지나면 거둘 생각이었는데···”

친절히 설명해주던 영원한 푸른 하늘의 입이 다시 다물어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내가 지낼 곳이 사라졌어·”

“예?”

   이상하다· 분명 설명을 해주는데 이해를 못 하겠다· 신한테도 지낼 곳이라는 개념이 있나? 약간 천상에 있거나 그런 느낌 아니야?

“신한테도 집이 있습니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반문하자 영원한 푸른 하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있어· 신성력을 담은 장소 그게 신전 겸 신의 집이야·”

그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했다·

신전이 신의 집이라면 지낼 곳이 사라졌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네가 전부 부숴서 신성력이 있는 곳은 네 몸밖에 안 남았어·”

조금 원망스럽다는 듯 째려보는 영원한 푸른 하늘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북방에서 유목민들의 구심점을 부수면서 영원한 푸른 하늘의 신전도 쓸렸고 아마 북방에 있는 유목민들은 아직까지 신전을 재건하지 못한 모양이다·

덕분에 영원한 푸른 하늘의 신성력이 담긴 곳은 이 세상에 없다· 오직 신물의 신성력을 몸에 담게 된 나만이 영원한 푸른 하늘의 힘을 지닌 자이자 담긴 곳이 되었다·

‘뭔·’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이야· 나도 난감하고 영원한 푸른 하늘도 민망한 일이잖아·

“그러면 지금까지 가만히 계시다가 갑자기 나오신 건─”

“요정들이 지금 내 힘 떼가면 나 죽어···”

그 절절한 말에 다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영원한 푸른 하늘이 숨죽이고 살다가 튀어나온 건 생사의 기로에 놓인 자의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안타깝다· 신의 죽음은 인간의 죽음과 다른 것 같지만 그래도 꺼려하는 걸 보면 썩 좋은 일은 아닐 터·

‘적당히 할 걸 그랬나·’

사정을 듣고 나니 후회된다· 딱 하나 신전을 딱 하나라도 남겼다면 영원한 푸른 하늘이 내 몸에 갇힐 이유도 없고 상처의 기운도 1년 뒤에 알아서 가져갔을 거라는 것이니· 

물론 유목민들에게 시달린 입장에서 정당방위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도 한데·

“전쟁만 터지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직접 지시하신 거 아닙니까? 사도가 앞장섰으니 당연히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건 걔가 신실해서 삼은 거고! 난 전쟁 명령 같은 거 안 내려! 안 그래도 적은 신도들이 싸우다 죽으면 곤란하단 말이야!”

“이기면 신도가 늘어나는 거 아닙니까?”

“억지로 섬기게 된 신을 잘도 믿겠다!”

이런 말까지 듣고 신을 원망하기는 좀· 신 입장에서는 신도들의 삽질에 스플래시 대미지를 입었다는 거잖아·

게다가 유목민이 정주민을 팬 역사보다 정주민이 유목민을 팬 사례가 더 많은지라 정당방위로 따지면 우리가 더 불리하기도 하고·

“저기 그래서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불렀어·”

아무튼 서러운 감정을 토한 것이 부끄러운지 헛기침을 한 영원한 푸른 하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부탁할 곳을 잘못 찾은 것 같다· 성자인 타니안이라면 모를까 검잡이한테 신적 문제를 부탁해봤자 달라질 게 있나?

“제가 사제도 아닌데 도움이 되겠습니까?”

“괜찮아· 내가 하는 말만 요정들한테 전해주면 돼·”

다행히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눈을 감았다가 뜨니 순백의 공간이 아닌 장로의 집이 보였다·

“하늘 아줌마 여기 있었어·”

“진짜야 진짜야·”

“기운 무거워· 기운 못 가져가···”

심지어 요정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순백의 공간에 있는 동안 시간이 흐른 것 같지도 않았다·

나 때문에 집이 없다느니 갇혀있다느니 짠함을 풍겼지만 신은 신이구나· 시공간도 막 초월하네·

“얘들아·”

어쨌든 제대로 돌아왔으니 부탁 받은 거나 처리하자· 괜히 부탁을 무시했다가 물러날 곳이 없는 영원한 푸른 하늘이 같이 죽자고 깽판 치면 내 몸만 곤란해진다·

“잠깐 나가자·”

“나가? 나가?”

“밖에? 왜?”

“밖에 아무 것도 없어· 엘프 아줌마 재미없게 살아·”

졸지에 저격 당한 장로가 움찔하는 것이 보였지만 애써 요정들을 토닥였다· 이건 부탁이지만 요정들에게도 나쁠 것 없는 부탁이니까·

“너네 엄마 다시 볼 수도 있어·”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엄지손가락 크기의 아이들이라도 열이 넘게 뭉치면 강하다는 걸 알았다·

“나가자! 나가자!”

“엄마 엄마 엄마!”

“진짜? 진짜 엄마? 거짓말 아니지? 아니지?”

“거짓말 나빠! 거짓말이면 울 거야!”

그걸 머리카락을 붙잡힌 채 알고 싶지는 않았다·

얘들아 옷자락을 잡아도 충분한데 머리카락 붙잡고 끌고 가는 건 너무하지 않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영원한 푸른 하늘: 불신자에게 벌을 주려고 신성력을 심어뒀죠· 그런데 심고 돌아오니 내 집이 전부 박살 난 거예요·

이번 회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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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ivil Servant in Rofan, 로판 속 공무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reincarnated into the world of a novel I’d only read the free chapters. Thankfully, the blood flowing in the body of the person I’d possessed was blue. “The prominence of our family comes from the blessing bestowed upon us by the royal family throughout the generations.” Maybe this is the price to pay for that. But I got a father who seems overly loyal to the Emperor. And because of that, I was forced to become a Civil Servant. While everyone else enjoys romance, I’m just spending my days as a Civil Ser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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