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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hapter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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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1

슬슬 킬라나스 공작의 허리가 90도를 넘어 120도에 도달하려던 순간 라테르의 적절한 개입으로 인해 킬라나스 공작의 허리는 다시 꼿꼿하게 설 수 있었다·

“킬라나스 공작· 나도 마도의 길을 걷는 후학으로서 공작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제 친우들을 소개해 주고 싶군요·”

“아 실례했습니다 저하· 소신이 기쁨에 눈이 멀어 무례한 짓을 했군요·”

그 와중에 진짜로 정신이 나갔단 것인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기하다· 사실 나는 마법과 연이 없어서 다른 마법사들이 트릭시를 찬양해도 막연한 감정밖에 들지 않았으나 일국의 공작마저 저러는 걸 보면 확실히 하늘 위의 하늘을 보는 것 같았다· 상황이 즉위하기 전의 제국이 개판이었어도 망하지 않고 버틴 건 트릭시 덕분이 아니었을까?

“저하께서 신세를 지는 분에게 이제야 인사를 드리는 구려· 무례를 진심으로 사과드리오 타일글레헨 백작·”

“고개를 들어주십시오 각하· 사과를 들을 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킬라나스 공작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무례를 사과하다니· 킬라나스 공작이 이상한 용무를 들고 찾아온 것도 아니고 나를 귀찮게 한 것도 아닌데 무슨 무례를 저질렀겠는가· 평범한 손님으로 왔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매너 넘치고 예의 바른 행동이다·

“게다가 저 역시 무인으로서 명성을 드높인 첫째 장인어른을 뵈면 가슴이 뛰고는 합니다· 공작 각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백작의 마음씨에 더욱 고개를 들지 못하겠군· 감사하오·”

다행히 내 진심이 닿았는지 킬라나스 공작도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였다·

정중한 행동이지만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다· 작위도 나이도 나보다 위인 사람이 이러니 위아래도 없는 견공자제가 된 기분이야·

그래도 사과 인사를 받지 않으면 도리어 공작이 난감해할 테니 참았다·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유벤의 거물과 어색한 사이가 될 수는 없으니·

   홀연히 나타난 킬라나스 공작은 라테르와 함께 박람회 원정을 떠났다· 물론 마법사의 본능 덕분에 트릭시를 두고 쉽게 발이 떨어지지는 않았겠으나─

“며칠은 아카데미에 머물며 트릭시와 대화라도 나누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제국과 유벤을 대표하는 대마법사의 토론은 대륙의 마법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테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로서 기대가 될 정도입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보다 영광인 일은 없겠소만···”

“저는 괜찮습니다· 제국과 유벤의 거리가 멀기에 평소 유벤의 마법은 접하게 어려웠지요·”

그 말에 누구보다 평온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부스 운영 시간이 끝나면 생산적인 논의를 나누자고 했으니 그 전까지 알아서 얌전히 시간을 보낼 것이다·

“공작도 트릭시 앞에서는 그냥 마법사구나·”

멀어져 가는 킬라나스 공작과 라테르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물론 제국 공작을 왕국 공작보다 높게 취급하기는 하나 트릭시는 공작이 아닌 남작이었어도 킬라나스 공작의 그랜절을 받았을 거다· 작위를 초월하는 권위라니 멋지기도 하지·

“엘프의 피가 흘러서 가능한 일이지· 나에게 존경을 표한 마법사들도 나와 같은 수명을 가졌다면 내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 거란다·”

내 중얼거림을 들은 트릭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딱히 설득력이 있는 겸손은 아니었다·

수명이 길다고 전부 트릭시 같은 대마법사가 될 수 있다면 이 대륙은 인간의 대륙이 아닌 엘프의 대륙이었을 것이다· 아펠스가 세계수에 불을 지르기는커녕 황궁이 불지옥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전 스승님보다 10배를 더 살아도 스승님처럼 될 자신이 없는데요·”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지 쿠키를 들고 온 리제는 살포시 웃으며 반박했다· 

그래 트릭시의 능력은 단순히 수명의 결과물이 아니다· 마법 명가인 카토반 공작가의 피 마법 특화 종족인 엘프의 피 마지막으로 트릭시 개인의 재능이 결합되어 탄생한 희대의 경지다· 오래 산다고 도달할 경지가 아니다·

“후후 그런 말은 하지 말렴· 내 뒤를 이을 수 있는 마법사는 제자인 너뿐이잖니·”

그리고 트릭시도 자신을 띄워주는 말이 기꺼웠는지 리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생각해 보면 리제는 원작 주인공에다 트릭시의 유일한 제자잖아· 정말 다음 시대의 마종은 리제가 될 수도 있─

‘트릭시도 발전하겠구나·’

애석하게도 리제가 지금의 트릭시 수준으로 발전하는 동안 트릭시라고 가만히 있으라는 법은 없다·

문득 궁금해진다· 약 300 400년은 더 살 트릭시가 꾸준히 마법을 갈고닦으면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를지· 공간 절단이나 시간의 포효 같은 걸 써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맞아요· 스승을 이을 수 있는 건 언제나 제자였죠·”

홀로 고민에 빠진 사이 의자에 앉아있던 마르가 조심스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만 도로 가라앉혔다· 본능적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지 직접 움직이면 어떡해·’ 라는 목 끝까지 치솟았으니까· 졸지에 마르를 움직이는 것도 불가능한 중환자 취급할 뻔했다· 

“어 언니! 필요한 게 있으면 움직이지 마시고 저한테 말해주세요!”

정작 내가 참은 말을 리제가 대신 해줬지만·

그런데 이거 당사자가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는 입장이 되니 조금 민망했다·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걷기만 했는데도 기겁하다니· 남들이 보는 내가 저런 모습이라는 거 아니야·

고마워 리제· 거울 치료 확실하네·

“첫눈이가 작은 엄마들하고 같이 있고 싶다고 해서·”

농담 섞인 마르의 말에 허둥지둥 마르에게 달려가던 리제가 흠칫했다·

크라시우스 가문의 기념비적인 첫 아이가 자기들과 같이 있고 싶다는데 어쩌겠나· 차마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명분이다·

“아 첫눈이가 리제 엄마가 만든 쿠키가 먹고 싶다는─”

“여기요!”

황급히 내 앞에 있던 접시를 낚아채 마르에게 바친 리제의 얼굴에는 미묘한 흥분과 기쁨이 가득했다· 첫눈이에게 자기가 만든 쿠키를 먹일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운 모양·

‘보기 좋네·’

순식간에 먹던 걸 빼앗긴 꼴이 되었지만 서운하지는 않았다· 리제 입장에서 첫눈이는 남편의 아이지 자신의 친자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기 자식처럼 여기며 움직이는데 어찌 기쁘지 않을까·

사실 부인이 여섯인 것처럼 자식들도 여섯 파벌로 갈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적어도 지금 모습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

‘···가문 내에 파벌이 여섯·’

잠깐 상상만 했는데도 정신이 아찔하다· 아내들끼리 견제하고 자식들이 서로 다투는 가문이라니· 그 어느 곳보다도 평화롭고 따스해야 할 집이 지옥으로 변모하는 꼴이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황금공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다· 나보다 부인이 두 배로 많은 양반이면서도 아무 잡음 없이 가문을 이끌어가는 능력자· 부인 처가가 서로 견제하기는커녕 자신을 중심으로 뭉치게 한 영웅·

심지어 황금공은 가신보다 자식이 더 많다는 흉흉한 전설마저 나도는 사람이다· 기회가 되면 황금공한테 좋은 가장이 되는 조언이라도 받아야겠어·

‘응?’

그런 다짐을 하며 마르가 들고 있는 쿠키를 하나 가져가려던 찰나 위화감이 느껴졌다·

“저기 마르? 아인테르는 어디 갔어?”

익숙한 금발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킬라나스 공작이 라테르랑 떠날 때만 해도 있었는데?

“방금 전에 다른 부스를 구경하겠다며 나가셨어요·”

“아·”

예상외의 답변이라 잠깐 흠칫했다· 이미 다른 부원들도 흩어진 상황이니 아인테르에게도 놀다 오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알아서 자유를 찾아 떠날 줄은 몰랐다·

아니 그냥 부스에 남은 사람이 나와 연인들밖에 없어서 눈치껏 빠진 건가? 아인테르가 상대적으로 정상인인 걸 고려하면 가능성 높은 가설이다·

“괜히 부원들을 쫓아낸 기분이네· 우리보다 잘 놀고 있을 텐데·”

휑한 부스를 둘러보니 같이 월세를 내는 자취방에 여친을 초대하고 룸메이트를 쫓아낸 놈이 된 기분이다· 의도한 건 아닌데 개새끼도 이런 개새끼가 없어·

“쫓아낸 거 맞지 않니?”

“오해야·”

트릭시가 건넨 농담에 진심을 담아 항변하자 마르와 리제도 쿡쿡 웃음을 흘렸다·

서럽다· 이 남편의 무고를 믿어줄 아내가 아무도 없다니·

   다른 부원들이 자의적 타의적인 이유로 자리를 비웠으나 우리마저 부스를 떠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손님이 없다고 해도 조기에 문을 닫는 건 좀 그렇잖아· 어차피 자기들이 1등이라고 막 나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덕분에 박람회 구경 대신 부스에만 머물기로 했지만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답답하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마지막 박람회를 오라버니랑 언니들하고 보내니 좋네요· 내년에 손님으로 올 수도 있지만 이런 경험은 못 하잖아요·”

리제가 히히 웃으며 그런 말을 할 정도로·

그 마음을 대충 알 것 같기에 리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확실히 리제의 말처럼 이번 박람회야말로 우리가 다 같이 모여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정이다· 내년부터 우리는 아카데미 외부인이니까·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익숙한 경험도 색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지·”

트릭시도 리제의 마음을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마지막 수학여행도 기대해도 될 거란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아카데미 일정상 동아리 박람회 다음 빅-이벤트가 수학여행이기는 한데 그게 왜 트릭시 입에서 나오는 거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무언가 알고 있어서 하는 말 같은데·

“아 맞아요· 저도 얼마 전에 후배한테 들었어요·”

심지어 마르도 손뼉을 치며 무언가 알고 있는 기색을 보였다·

뭐지· 아카데미 졸업생도 알고 있는 걸 현직 아카데미 감찰관이 모른다고?

“이번 수학여행지는 세르베트 공작령이었죠?”

···?

“개인적으로는 울켄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세르베트도 좋은 곳이죠·”

“아마 울켄은 내년에 갈 것 같더구나·”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가는 마르와 트릭시를 보다가 리제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행히 리제는 처음 듣는 이야기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회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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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ivil Servant in Romance Fantasy

Civil Servant in Rofan, 로판 속 공무원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reincarnated into the world of a novel I’d only read the free chapters. Thankfully, the blood flowing in the body of the person I’d possessed was blue. “The prominence of our family comes from the blessing bestowed upon us by the royal family throughout the generations.” Maybe this is the price to pay for that. But I got a father who seems overly loyal to the Emperor. And because of that, I was forced to become a Civil Servant. While everyone else enjoys romance, I’m just spending my days as a Civil Serv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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