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2
한편 파랑이 ‘지각이다!’를 외치며 바다에 뛰어들 시점.
세계는 조금씩 변화의 파동을 맞이하고 있었다.
[ 잠수 <- 앞으로 쳐다도 안 볼거면 개추 ㅋㅋㅋㅋ ] [89]
[ 갈레쿠스 움짤 모음 2 ] [31]
[ 헌터협회 이새끼들 범부아니냐? ] [12]
[ 라텍스 여성용이라매 개씨1팔새끼야 ] [34]
[ 유파랑 진짜 존나예쁘다 ] [21]
[ 유파랑 다음 방송일정 떴냐???? ] [44]
[ 잠수 <- 앞으로 쳐다도 안 볼거면 개추 ㅋㅋㅋㅋ ]
[ 작성자: 니알라 ]
(파랑의 방송 캡쳐 움짤. 화면이 확 밝아지며 갈레쿠스의 눈이 보인다.)
(파랑의 방송 캡쳐 움짤. 미친 듯이 발광하는 갈레쿠스가 보인다.)
이딴 게 고블린이랑 오크 사이 ㅋㅋㅋㅋㅋ 어메이징 심해네 진짜
앞으로 절대 안들어가고 성실하게 땅에서만 살거면 개추 ㅋㅋ
일단 나부터~
– 개추
– 개추~
– 아 짤 깜빡이좀
– 개추
– ㄹㅇㅋㅋㅋㅋ 집에 있던 잠수장비 그냥 싹 다 팔았다
– 걍 표층에서만 잠수하면 되는데? 심해 들어가지도 못하는 새끼가 호들갑은 ㅋㅋㅋㅋ
ㄴ 아니 걍 저런 것들이 물만 사이에 두고 내 아래에 있다는 게 무서운건데
ㄴ 그건 진짜 무섭긴 함 ㅇㅇ;;
[ 헌터협회 이새끼들 범부아니냐? ]
[ 작성자: 이용규 ]
아니 전세계 헌터 총괄한다고 하는 놈들이
(파랑이 갈레쿠스를 사냥하는 움짤)
이런 애를 가지고 ‘B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라이 걍 관둬라
– 아니 근데 해저계들 전투력을 어케 측정하는데?
ㄴ 제작계열도 S급 시험 따로 쳐주는데 해저계는 안 될 게 뭐임
ㄴ ㄹㅇㅋㅋㅋ 걍 물속에서 시험 보면 되겠구만
ㄴ 이가라시 나츠코 <- 이새낀 걍 무능함 ㅋㅋㅋ
ㄴ 뭔ㅋㅋㅋ 협회장 된 지 한 달도 안 된 애를 왜 깜? 깔거면 전 협회장을 까야지 ㅉㅉ
– 얘네 S급 위로는 한사코 등급 안 만드는 것도 개열받음. S급을 줄이던가 아니면 윗등급을 만들던가. 와이번도 간신히 때려잡는 애랑 드래곤이랑 1ㄷ2 뜨는 애를 왜 같은 급으로 묶는 거임?
ㄴ ㄹㅇ
– 내가 헌터협회 직원은 아닌데 유파랑 능력 보면 지상에서의 전투력은 좀 부족할지 몰라도 해저에서의 전투력을 고려하면 S급 헌터의 전투능력을 아득히 상회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직군이라 내부적으로 S급 승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ㄴ?
ㄴ이새끼뭐임?
ㄴ?
[ 유파랑 다음 방송일정 떴냐???? ]
[ 작성자: ㅇㅇ ]
(갈레쿠스의 알을 조물조물하는 움짤. 안쪽의 역겨운 내부가 아주 명불허전이다.)
– 아 ㅅ발아
– 아
– 완장!!!!!!!
– 이러면 재밌냐?
– 이런 ㅅ끼들은 통매음으로 신고도 안 되고 진짜 개빡치네
– 나만 볼 수 없지 바로 개추
“아.”
신유나가 거기까지 보곤 핸드폰을 급히 껐다.
“으으….”
아직까지도 갈레쿠스 알의 역겨운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른다.
유파랑 헌터는 어떻게 그런 걸 보고 멀쩡한건지.
정신에 뭐가 있나?
이런 걸 잊는 데는 역시 작업만한 게 없다. 유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작업실로 향했다.
집안이 꽤나 휑하다. 이사 갈 준비가 거의 끝나가는 탓이다.
어디로? 포항으로.
아예 파랑의 마을에 살림을 차려버리기로 한 그녀다. 이미 파랑과도 합의가 된 사항이다.
다만 S급 그것도 제작계 헌터다 보니 짐 빼는 데에만 며칠이 족히 걸린다.
유나가 집을 나와 계단을 한 층 내려갔다.
서울에 위치한 4층짜리 건물. 4층은 거주 공간 1~3층은 전부 작업 공간으로 쓰고 있다.
“으음….”
작업실에 들어선 유나가 주위를 쓰윽 둘러봤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 아주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자동차 비행기 대포 수리 중인 잠수함까지.
이걸 전부 옮기려면 돈을 아주 물쓰듯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옮기기로 했다. 돈은 그녀에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 작업물들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으니까.
유나는 수많은 기계들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있는 기계에게로 향했다. 현재 작업 중인 물건이었다.
앞과 뒤에 각각 네 개씩 달린 프로펠러 두꺼운 철판 투박한 카메라 유선형의 몸체.
무인 잠수정.
그녀는 심해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직접 들어가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걸 알았지만 무인 잠수정이라면 괜찮을 것이다.
유나는 심해를 탐구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는 그녀에게 있어서 마약이었다.
분명 이 무인 잠수정으로 유파랑 헌터도 도울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한 그녀다.
폭탄을 매달아 자폭시킨다던가 어뢰를 장착한다거나 하면 될 것이다.
서프라이즈를 위해 당연히 파랑에게는 비밀로…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잠수정을 완성한 후 파랑에게 검토를 받은 뒤 내려보낼 예정이다.
깡 깡 깡.
기리릭 기릭.
철커덩 철컹.
유나가 공구를 들고 작업에 착수했다.
#
한편 김포의 한 가정집.
“돼 됐다…!”
한 중년 남성이 컴퓨터 앞에 앉아 감격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됐다!!! 됐다고!!! 으하하하하!!!”
거대 언론사 [ 서브가넷 ] 소속 기자 이형진.
그는 방금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유파랑 헌터의 답장을 받은 참이다.
분명 물 속에서 인터뷰가 가능하다고 보낸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는 곧장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달칵.
“여보세요? 아빠?”
“시아야! 됐다!! 유파랑 헌터와 인터뷰 이 아비가 따냈단 말이다!!!”
“저 정말요?!”
“그래! 다 네 덕이다. 우리 장한 딸….”
그가 유파랑 헌터에게 ‘수중 인터뷰’를 제안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대학생이면서 동시에 C급의 해저계 헌터를 겸직하고 있는 딸 덕분이었다.
아버지가 전해준 기쁜 소식을 들은 딸 이시아는 꿈만 같은 기분이었다.
우상 유파랑 헌터를 직접 만날 수 있다니. 긴장돼서 잠도 못 잘 것 같았다.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전하곤 전화를 끊었다.
물론 인터뷰 자체는 아버지가 짜 준 대본대로 해야겠으나 인터뷰 시작 전이나 종료 후에는 잠깐의 사담도 나눌 수 있겠지.
그녀의 자취방 안에는 온통 괴어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괴어라기엔 아직은 사진이 있는 것이 갈레쿠스 뿐이지만.
시아가 책장에 꽂힌 책 하나를 빼들었다.
그녀가 잠수해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 모아놓은 것이다. 각종 물고기와 산호 가끔은 상어의 사진들도.
물고기 덕후이지만 파랑과는 다르게 심해로 잠수할 능력은 없어 표층의 물고기들만 열심히 관찰해온 그녀다.
이번 기회에 유파랑 헌터와 인연이 닿는다면 심해어에 관한 얘기를 마구마구 수집해야지.
괴어층의 신비한 현상과 물건들도 덤으로.
그녀가 황홀한 꿈에 젖어 앨범을 꼬옥 품에 안았다.
#
그리고 이번엔 태평양 상공.
섬조차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위에 수송기 다섯 대가 나타났다.
“목표 지점 도착했습니다.”
앞자리에 앉은 조종사의 보고에 뒤에 자리하고 있던 남자가 답했다.
“투하해.”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수송기의 배 부분이 열리더니 무언가가 우수수수 바다로 떨어진다.
금화 보석 낮은 급의 아티팩트 장비 등등.
다섯 대의 수송기에 가득가득 들어차 있던 보물들이 바다로 풍덩풍덩 수장된다.
이제 해류를 타고 저 보물들이 각국의 해안가로 도달할 것이다.
“투하 완료했습니다.”
“복귀하지.”
“예.”
그때 남자의 품속에 있던 무전기가 돌연 치직거렸다.
치직- 치직- 띠릭.
“보고해.”
“어부가 상어에게 물렸습니다.”
“…뭐?”
“그 그것이.”
일순간 기내의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손실은?”
“아홉입니다.”
“상어 옆에 다른 물고기도 있었나?”
“…예.”
“어떤 놈들이야.”
“…아직 파악 중입니다.”
“파악 중이야?”
“…그것이 순식간에 기습당하는 바람에”
“후우….”
기내의 누구도 숨조차 쉬지 않고 있었다.
“작전 계획안 짠 놈 지휘 맡은 놈 비롯해서 관련자 명단 싹 다 정리한 다음 세 시간 내로 나한테 보내.”
“…알겠습니다.”
“유가족들한테는 적당히 둘러대고 보상금 지급하고.”
“예.”
띠릭. 무전이 끊어졌다.
그리고 무표정이던 남자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으드드득 으지지직!!
주먹을 꽉 쥐자 들고 있던 무전기가 바스라졌다.
“커헉-컥-”
그의 살기에 영향을 받은 조종사가 돌연 숨이 막힌 듯이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자가 기세를 거뒀다.
“아 미안하군. 내가 자네 생각을 못 했어.”
“아닙니다.”
“상관이 부하를 잘 챙기지 못하면 등에 칼을 맞는 법이지. 받게.”
그러더니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조종사에게 건넸다.
지폐로 꽉꽉 들어차 있는 돈가방이다.
“아니 이런 건 받을 수 없습니다.”
“받아.”
“그렇지만….”
“받아.”
“…죄송합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조종사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 돈가방에 든 금액은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함임을.
이 자리에서 방금 들은 상어니 어부니 하는 걸 다른 곳에 발설했다간 그의 목은 남아나지 않을 것임을.
당최 상어가 무엇일까 하고 내심 고민 중이던 조종사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재빨리 그것을 영영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
그리고 서울.
헌터 협회 아시아 총괄지부 지부장실.
우웅-
책상 위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의자에 앉은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잠시 서류를 처리하다 말고 그것을 보았다.
[ 최장혁 ]
최 과장이다.
아시아 총괄지부장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 포항의 만년 과장이라.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그래 장혁이.”
“예. 지부장님.”
“선우라고 부르라니까.”
“그래 선우야.”
물론 그들도 이것이 부자연스러운 장면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관계를 연기하는 중이기도 하고.
“그래서 무슨 일이야?”
“응. 덕분에 한 숨 돌렸다. 고맙다.”
유파랑에게 잘 전달했다.
“고맙긴 뭘. 친구 딸이 결혼한다는데 이 정도는 당연하지.”
잘 했다.
“그래서 식은 언제 올리기로 했냐?”
“다음 주 일요일 8월 4일 오후 두 시다.”
“그래. 꼭 갈게.”
“그래 바쁠 텐데 시간 뺏어서 미안하다. 이만 끊을게.”
“오냐. 나중에 술이나 한 잔 하자.”
뚝.
웃음기가 감돌던 지부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철판처럼 차가워진다.
아시아 총괄지부장 서선우가 조용히 앞을 노려보았다.
#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이 사건들의 원흉. 유파랑.
“아으 추워….”
그녀가 알래스카 웨일즈에 위치한 워프 게이트에서 모습을 뿅 하고 드러냈다.
“왜 하필 북극해야 진짜….”
푸엥취. 재채기를 한 번 한 그녀가 후다닥 달려 바다로 퐁당 뛰어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는 내일 저녁 7시 30분에 올라갑니다.
별은하님께서 보내주신 후원 정말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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