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2)
40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2)[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6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인생에서 이렇게 공부 열심히 한 적이 있었을까?
수능 공부도 이렇게 열심히는 안 한 것 같다.
당연하다. 수능 점수가 낮다고 죽이진 않으니까!
*
이은솔(교사) : 언어 – 43211 53422 15323 12432
김묵성(교사) : 국사 – 52452 12431 11123 14123
*
언어와 국사는 답이 올라왔다. 이제 나머지를 내가 죽어라 풀 차례다.
시험지를 펼쳤다.
1번. 두 방정식 P(x) = 0 Q(x) = 0의 서로 다른 실근의 개수는 7개 9개이고 집합 A = {(xy) -P(x)Q(y) =0 이고 Q(x)P(y) = 0 x와 y는 실수} 는 무한집합이다. —–
아. 1번부터 극혐이구나.
진짜 이런 식의 대응 말고 답이 없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향은 아닌 것 같은데…
모르겠다. 다른 방법이 떠오르질 않으니 당장은 문제라도 풀어서 살아남는 수밖에.
…
50분이 지났다. 겨우 10분 미만을 남기고서야 답을 올릴 수 있었다.
한가인(학생) : 수학 – 21223 53121 45121 33315
김아리(학생) : 13번 답 1 아니고 3.
한가인(학생) : 16번 헷갈림 3 맞음?
김아리(학생) : 3 맞는 듯
나 혼자 푸는 건 아니었구나.
조금은 위안이 됐다.
머리 터지도록 시험을 풀어가던 중 영어 시험에서 문제가 생겼다.
한가인(학생) : 영어 – 23111 45231 13522 3 – 삑.
‘대화량’을 전부 소진했다!
그나마 16번까진 불러 준 상태.
뒤에 4 문제는… 각자 다들 알아서 잘 풀기만 바란다.
*
“와… 진짜 형 수고하셨어요!”
“오빠 고마워요.”
“가인씨 없으면 우리 다 구교사에서 만났을 것 같네요”
“수고~ 근데 영어 11번 답 틀린것 같아”
다 고맙다고 말하는 와중에 아리가 한마디 얹어서 미묘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이 이상한 호텔에서 살기만 하면 그만이지.
어떻게 작전 회의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시험이 끝나고 만나서 한두마디 나누기가 무섭게 기숙사로 들어가라는 종이 울렸다.
이 피곤한 기숙학교 ‘입시 명문 호텔고’는 생활 관리도 매우 엄격해서 시험이 끝나면 그냥 바로 방에 가서 공부하는 것 말고는 허용되지 않았다.
*
조용하다.
이 정도로 ‘혼자’ 남은 게 얼마만일까.
생각해 보면 묵성 할아버지와 아리가 합류하기 전엔 저녁 식사 먹고 나면 이렇게 105호에서 각자 갇혔었지. 그래서 한 시간에 한 번씩 나와서 만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묵성 할아버지의 ‘대화창’이 열린 이후로는 저녁 후에 각자 방에 박혀서도 틈틈이 한두마디씩 하다 보니 고립된 느낌이 사라졌다.
혼자 앉아서 생각했다.
정말 다른 방법이 없나?
이 악물고 수능 대비 문제나 풀면서 하루하루 버티기?
이런 건 결국 임시 방편일 뿐이다.
현재까지 파악한 위험 요소는 ‘구교사’.
무작정 ‘구교사’로 가는걸 피하기만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공포의 저택’에서 은솔누나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모두가 살려고만 하면 아무것도 모른 채로 다 같이 죽는다.누군가는 위험한 장소로 가서 죽더라도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호텔은 희생을 요구한다.
하지만… 대체 누가 희생해야 하는가.
밤이 깊어간다. 고통스러운 고민으로 뒤척이며 밤을 지새웠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7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아침이 되자마자 대화창이 난리가 났다.
이은솔(교사) : 이 똥멍청이들!!!!
한가인(학생) : 뭐지? 설마 엄청 틀림?
김묵성(교사) : 차라리 그랬으면 다행
이은솔(교사) : 엄청 잘풀었지. 푼건 가인이? 아리?
한가인(학생) : 둘 다요.
이은솔(교사) : 근데 이 멍청이들아. 답을 베낄 때 한두 개는 틀리게 베껴야지!
김묵성(교사) : 어떻게… 아리만 좀 다르고 4명이 틀린 문제까지 전부 똑같냐
이은솔(교사) : 영어 16번 부터는 다르긴 하더라… 다 틀려서 문제지.
망했다. 설마 적당히 틀리게 베끼는 것 조차도 못했을 줄이야…
그런건 말 안해도 당연히 알아서 할줄 알았다.
박승엽(학생) : 헉
이은솔(교사) : 헉이 아니고 망했어
한가인(학생) : 어떻게됨?
김묵성(교사) : 컨닝이라고 난리가 남. 나랑 은솔양이 최대한 억지써서 증거가 없다고 우김. 그래서 어설프게 덮었지만 오늘 시험은 서술형임.
어이쿠.서술형.
이제 진짜 x됐다. 딱대화창을 통한 컨닝을 저격한 듯한 변화.
대화창은 서로 길게 대화하기 시작하면 3분도 안 돼서 대화량이 전부 소진된다.
당연히 서술형 문제는 한두 문제도 제대로 못쓰겠지.
유송이(학생) : 오히려 잘됨. 이렇게 계속 버틸 수 없음. 구교사로 누군가 가 봐야함.
이은솔(교사) : 누군가 가야 하는건 맞지만‘한 번에 한 명씩’가야함. 지금은 시험보면 엘/박/유 3명이 한 번에 위기. 희생 과함.
김아리(학생) : 생각이 있음! 대화창 컨닝 불가 ‘다양한 관점’ 가능. 교사들이 컨닝페이퍼 준비. 시험때 송이에게 몰래 전달. 송이가 ‘다양한 관점’으로 우리에게 전달.
김묵성(교사) : 말세로다. 참으로 컨닝의 절정 고수들이 따로 없구나
이은솔(교사) : 노인은 활자낭비 stop. 컨닝페이퍼 준비하겠음. 송이 가능?
유송이(학생) : 팔찌는 사람이 섞여있을 때 원하는 사람 타겟팅 어려움.
한가인(학생) : 송이가 타겟팅 편하게 전원 책상 위치 조절. 시험 도중에도 송이와 본인 사이에 막는 게 없게끔 위치 잡는 연습할 것.
엘레나(학생) : 중간에 물건 떨어트리는 채 하면서 송이에 접근하는 것도 괜찮을 듯
김묵성(교사) : 다들 대체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는고? 어찌 이리 –
이은솔(교사) :SHUT THE MOUTH
차진철(교사) : 나도 시험감독 참여함
그렇게 우리는 교사까지 포함된슈퍼 컨닝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첫 수업부터 사고가 터졌다.
*
“박승엽! 오늘도 집중 못해? 대체 눈이 어디로 가는 거냐? 수업 듣긴 하냐? 나와서 이거 풀어봐!”
수학 시간.
결국 승엽이는 혼이 나간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축복이고 뭐고 없는 상태. 당연히 수학문제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거 안 되겠구만. 나가서 징계 받아!”
수학교사의 입에서 징계 받으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교실 밖에서 덩치 큰 남성이 들어와서 승엽이를 끌어냈다.
새삼스럽지만 대체 이런 학교가 세상에 어디 있다는 건지.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던 순간 승엽이가 대화창을 띄웠다.
박승엽(학생) : 이럴 것 같았음. 혼자 가는 상황이라 잘됨. 가서 확인해 보겠음.
김묵성(교사) : 좋은 마음가짐. 걱정 말 것. 혹시 죽더라도 쉬다 보면 밖에서 다 같이 만날 것.
한가인(학생) : 이따가 보자!
엘레나(학생) : 이따 봐!
다들 억지로라도 나가서 보자며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차갑게 생각하자면 승엽이의 말이 맞다.
다 같이 보는 시험에서 문제가 생겨서 단체로 구교사로 가서 쓸리는것보다는…
이렇게 한 명씩 가서 뭐가 문제인지 차근차근 밝히는 게 나을 테니까.
*
모두가 눈으로는 수업에 집중하는 체 하면서 정신은 승엽이의 ‘보고’에 집중했다.
박승엽(학생) : 아직 별거 없음. 구교사 가는 중.
…
박승엽(학생) : 많이 낡은 건물. 창문에서 이상한 빛.
…
박승엽(학생) : 건물 안쪽. 조용함. 날 데려가던 남자 사라짐.
…
박승엽(학생) : 이상한 소리. 노래? 들어가 보겠음.
…
박승엽(학생) : 너무 신비하고 아름다운-
…
…
보고가 끊어졌다.
대체 뭘까?
낡은 건물. 이상한 빛. 노랫소리.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 정도로는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은솔(교사) : 전혀 모르겠음.
김아리(학생) : 들어가자마자 제압된 듯. 좀 더 ‘전투력’이 있는 사람 진입 필요
맞는 말.
이번의 승엽이처럼 들어가자마자 제압돼 버리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누군가 – ‘전투력’이 있는 자가 진입해야 한다.
그렇게 모두가 의문에 잠겼을 때.
승엽이가 귀환했다.
*
“대체 뭐야? 보고도 안하길래 당연히 무슨 일 생긴줄 알았는데?”
“에이 형. 제가 보고할래도 할게 없었어요. 그냥 들어가니까 선생님 계시고 혼 좀 나고 돌아왔어요. 공부 좀 해라 미래가 어쩌고 뭐 그런 잔소리요.”
“무슨 노랫소리 들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냥 선생님 콧노래였어요.”
“승엽아 그래서 어디 아픈데는 없어?”
“네. 엘레나 누나까지 제가 걱정시켜드린 것 같네요.”
“어머! 멀쩡히 돌아와서 다행이라 생각해.”
“다행이네. 그나저나 이러면 원점인가요?”
이상하다.
잠깐의 대화 였지만 너무 이상하다. 이상한 빛 노랫소리 신비함 아름다움
이런 게 모두 그렇게 사소한 문제였다고?
말없이 앉아 있던 송이가 일어섰다.
“승엽아. 잠깐 나 좀 봐봐”
“네?”
툭.
“이제부터 다들 제 말 안 들리는체 하세요. ‘이것’이 내 말을 못듣게 했으니까.”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거 승엽이 아니예요. 설명하긴 어렵지만 ‘관점’이 달라요. 감각이 인간과 달라.”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바로 상태창을 켰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7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동료 위치정보(*)
박승엽 : 구교사 지하]
상태창이 말하는 승엽이의 위치는 구교사 지하.
그렇다면 눈앞의 ‘이것’은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