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14화
그에 카이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실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그건 로드멜 백작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피는 행위였다·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변한 로드멜 백작이 노호성을 터트렸다·
“날 지금 놀리는 것이냐!”
분노에 가득 찬 로드멜 백작의 검에 밀렸지만, 그래도 카이나가 어느 정도 버텨 나가며 로웰린에게 빈틈을 파고들 시간을 주었다·
카이나가 말한 대로 오러 블레이드에 견뎌 내는 그녀의 오러는 말 그대로 실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단전호흡을 익혀 남들보다 월등히 많은 마나를 가진 그녀는 그 질이나 응집력에서도 다른 이들보다 월등하다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로웰린과 겨룰 때 오러 면에서는 더욱 강력한 위력을 보이지 않았던가· 그녀의 오러 위력은 최상급 익스퍼트인 로웰린마저도 뛰어넘는다·
그리고 그것이 오러 블레이드와 겨루면서 사실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로드멜 백작과 로웰린, 칸이나가 치열하게 공방을 펼치면서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하고 누구도 손해를 보지 못하는 팽팽한 대결이 계속 이어졌다·
그것은 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했으며, 브릴켄드 후작이 당부하던 사실을 떠올린 로드멜 백작이 한껏 인상을 찡그리며 뒤에 서 있는 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계획을 바꾼다· 지금 당장 저들을 모두 베어 버려라! 최대한 빨리 해야 할 것이다!”
스스슥!
로드멜 백작의 명령에 90명에 가까운 침입자들이 검을 겨누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루비어스 백작가 기사 10명과 견습 기사 30여 명이 경계 자세를 취했다·
숫자에서도 질에서도 월등히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백작가 기사들은 1명도 죽지 않았지만 대부분 치열한 접전을 벌인 뒤라 전신에 상처가 가득했다·
로웰린의 얼굴에 다급함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검에 더욱 힘을 주며 로드멜 백작에게 휘둘렀다·
“죽어!”
그런 그녀의 심정을 단번에 간파한 로드멜 백작이 그녀를 비웃으며 그녀의 검을 튕겨 냈다·
“훗! 입장이 바뀌었군· 너희들을 죽여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목적을 이룰 수 있지·”
그러자 로웰린과 카이나를 죽이기 위해 한 수 한 수가 득 살기를 담아 휘두르던 로드멜 백작의 검이 변했다·
행여 로웰린과 카이나가 자신의 검에 벗어나 이곳을 빠져나갈까 봐 두 여인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로드멜 백작이 비해 실력이 처지는 그녀들은 자연히 로드멜 백작의 검을 쳐 내기 바빴고, 상황이 점점 최악을 향해 달리자 로웰린은 절망했다·
“아아,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되나· 이제 시작인데·”
괴로워하는 로웰린의 모습을 보며 로드멜 백작이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
자신을 물고 늘어지던 로웰린이 괴로워하는 모습에 속이 다 시원했던 것이다·
게다가 아직 숨겨 두었던 비장의 카드가 개방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시선이 공격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향했다가 이내 입가 가득 비웃음을 띠며 로웰린에게 말했다·
“지금 이 정도로 절망하면 무척 실망이야· 왜냐하면 절망할 게 아직 많거든·”
그러면서 로드멜이 한쪽에 시선을 주자 로웰린의 시선이 자연히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는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 위치한 침입자의 검에 솟아난 푸른색 오러 블레이드를·
순간 아득해지는 기분을 맛볼 때, 로드멜 백작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허, 고작 하나를 보았다고 그러면 안 되지· 반대쪽을 봐라·”
그러자 그녀의 시선이 반대쪽을 향했다·
그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검에 솟아난 찬연한 푸른색 오러 블레이드를·
로웰린의 얼굴 가득 번져 나가는 절망감을 느끼며 로드멜 백작이 입을 열었다·
“누가 소드 마스터가 한 명이랬나? 이곳에 침입한 소드 마스터의 숫자는 모두 셋이라네· 모두 인정 없이 쓸어 버려라!”
로드멜 백작의 외침과 함께 침입자들은 거침없는 살육을 벌이기 시작했다·
“으악!”
“컥!”
한 번 공격하면 곧바로 죽임을 당하는 견습 기사들·
맞상대가 없는 소드 마스터는 그야말로 오크 속에 뛰어든 오우거처럼 무인지경으로 주변을 누벼 나갔다·
어떻게든 소드 마스터를 막아 보고자 기사들이 나섰지만 그들 또한 견습 기사와 다를 바 없었다·
이미 상당한 상처를 입은 그들은 가뜩이나 상대하기 힘든 소드 마스터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던 것이다·
또 다른 소드 마스터, 미칸 백작의 오러 블레이드에 루비어스 백작가 기사 슈그넘은 일격에 몸이 반으로 쪼개어져 죽었다·
반항조차 제대로 못하는 이들을 죽여 나가며 아드보카 백작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너무 쉽군· 이런 쉬운 임무로 큰 계획을 수행할 수 있게 되다니· 앞으로도 이런 일만 했으면 좋겠군, 하하하!”
두 소드 마스터와 80여 명의 익스퍼트 검사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절반의 숫자가 줄어든 루비어스 백작가의 기사들·
10명에 이르던 기사가 다섯밖에 남지 않고, 30에 이르던 견습 기사도 20명이 채 남지 않았다·
“아아··· 안 돼····”
로드멜 백작을 상대하던 로웰린은 아드보카 백작이 또 하나의 기사를 베어 버리려는 모습에 안 된다고 소리치려 하였다·
하지만 아드보카 백작은 잔인한 미소와 함께 기사를 그대로 베어 버렸다·
“안 돼!”
거침없는 상대의 손속에 절망하는 로웰린 속절없이 아군이 당하는 모습에 견습 기사는 물론 기사들도 전의를 잃었다·
로드멜 백작을 상대하던 로웰린과 카이나도 상당히 지친 상태· 모두가 머릿속에서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그들이 느끼기에 너무나 늦은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우리가 너무 늦었군·”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진원지를 향해 옮겨졌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아무런 갑옷도 착용하고 있지 않은, 가슴에 공통된 브로치만 하고 검을 찬 10여 명의 기사들을 말이다·
제6장 매직 나이트
갑자기 등장한 10여 명의 기사에게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그들이 마탑의 기사들임을 안 카이나의 표정이 밝아졌다·
카이나를 발견한 그들 또한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모스가 카이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죄송합니다, 주모님· 준비하는 시간과 워프 게이트 발동 시간이 걸려 지금에서야 도착했습니다· 늦은 점, 나중에 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침입자들을 몰아내고 이야기하도록 해요· 전원 매직 아머를 착용하셨나요?”
고개를 끄덕이며 모스가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럼 이들을 모두 제거해 주시기 바라요· 주인님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루비어스 백작가에 큰 타격을 입힌 이들이에요·”
모스가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리고 다른 기사들 또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주모님·”
그러고는 모스가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매직 아머를 착용하라! 매직 소드의 사용도 허가한다·”
매직 나이트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마테리얼라이즈(Materialize)!”
파아앗!
눈부신 푸른빛이 폭사되며 매직 나이트들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른빛이 사라지면서 그들의 전신에 빈틈없는 푸른색 갑옷이 착용되어 있었다·
모스가 외쳤다·
“자, 몬스터들에게만 시험하던 우리의 힘을 제대로 써 볼 때가 왔다· 모두 적들을 베어라!”
“예!”
스르릉!
매직 나이트들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든 채 곧장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기사들을 보며 미칸 백작이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크크크! 무언가 특이한 갑옷과 특이한 검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군·”
소드 마스터에 든 그의 눈에 매직 나이트의 실력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익스퍼트 상급과 중급에 이른 이들··· 의외의 전력이긴 하지만 딱히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미칸 백작이 명령을 내렸다·
“모두 자기 주제도 모르는 저들을 베어 버려라!”
“알겠습니다!”
그들은 제각기 검을 치켜들며 매직 나이트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때, 침입자들을 향해 접근하던 10여 명의 기사들의 산형이 돌연 사라졌다·
“어어?”
침입자들이 의아해하는 사이, 어느새 침입자들이 위치한 중앙에 모습을 드러낸 매직 나이트들이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으악!”
“컥!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