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26화
돌격하라는 쿠리언의 명령에 그레이 오크들이 일제히 골든 벨리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물경 3만에 이르는 그레이 오크들이 달려드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쿠리언이 제일 앞장서서 돌격하면서, 그는 순간 앞을 가로막은 골든 나이트롤 보며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그러자 골든 나이트도 골든 소드를 휘두르며 쿠리언의 공격에 맞서 나갔다·
콰광!
골든 나이트와 쿠리언 간에 대결이 펼쳐지면서 주변에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적에게 최대한 피해를 입히라는 명령을 받은 골든 나이트는 의도적으로 강력한 공격을 살짝 빗나가게 퍼부어 댔다·
당연히 쿠리언은 그 공격을 여유 있게 피했고, 쿠리언이 피하자 그 뒤에서 돌격하던 그레이 오크들이 그대로 골든 나이트의 공격을 감당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살아 있는 그레이 오크들은 많았다· 그들은 쿠리언이 골든 나이트롤 붙잡고 늘어지는 사이 골든 벨리에 도착했으며, 거대한 건물들이 눈앞에 보이자 글레이브를 치켜들고 마구잡이로 부수기 시작했다·
쾅! 우지끈!
그레이 오크들의 난동으로 화려한 성세를 이룩하던 골든 벨리 건물들이 무너져 가기 시작했다·
그런 오크들의 난동을 한쪽에 서서 바라보던 모스가 중얼거렸다·
“도대체 탑주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 건지····”
본래라면 그들 매직 나이트가 저 그레이 오크들을 상대해야 옳았다· 하지만 엘은 돌연 그들에게 그레이 오크들을 상대하지 말고 뒤로 물러나라는 명령을 받았다·
눈앞에 적을 당면한 마당에 물러날 수 없다고 그들은 생각했지만 엘의 명령이었기에 반신반의하며 물러났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골든 벨리를 부수고 있는 그레이 오크들의 난동이었다·
자신들이 살아오던 터전· 그것을 지금 그레이 오크들이 부수고 있는 것이다·
실피르와 카이나가 앞서 주민들을 대피시켰기에 인명 피해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건물들은 대부분 흔적도 없이 부서져 나갔다·
“크윽!”
그런 오크들의 난동을 보면서 매직 나이트들은 신음을 흘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앞으로 나가 그레이 오크들을 베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엘의 명령으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매직 나이트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터전이 유린되어 가는 모습에 주먹을 확 쥐었다·
“크륵! 크아아!”
그 시간에도 그레이 오크들은 골든 벨리를 파괴하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파괴적인 본능· 그것은 다크 소울이 존재하는 레베탄 고원에서 살아온 그레이 오크들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본능을 오래간만에 마음껏 표출할 수 있으니 그레이 오크들로서는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벌써 상당량의 건물들을 부수고 저 금색 탑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말을 안 해도 저곳이 이곳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터·
그레이 오크들은 건물을 부수면서 빠르게 금탑을 향해 다가고 있었다·
“크륵?”
그러던 중 어떤 그레이 오크가 거대한 건물을 발견했다·
족히 수만에 이르는 숫자를 수용할 수 있을 듯한 건물·
혼자서는 부수기 힘들 정도로 커 보이는 거대한 건물을 보며 그레이 오크는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레이 오크가 막 건물을 향해 글레이브를 휘두르려 할 때, 갑자기 건물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팔이었다·
그 팔은 달려들던 그레이 오크의 목을 그대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힘을 주자 그레이 오크의 목이 마치 젓가락처럼 힘없이 부러졌다·
“크르륵?”
자신의 동료가 당하자 그레이 오크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건물을 향했다·
그러자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의 덩치보다 몇 배 더 커 보이는 괴물을 말이다·
그 괴물의 이마에 박힌 보석은 섬뜩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8미터에 이르는 키와 보는 이를 단번에 압도하는 어마어마한 덩치· 그리고 섬뜩하게 빛나는 이마의 보석·
그것은 다름 아닌 트롤 킹이었다·
엘은 트롤 킹을 사로잡아서 곧장 자신의 부하로 만들기 위해 정신 마법을 트롤 킹에게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몬스터라지만 트롤 킹은 그 정신의 벽이 워낙 단단하여 엘의 정신 마법을 번번이 튕겨 내기 일쑤였고, 엘은 그런 트롤 킹의 정신의 벽을 허물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마침내 트롤 킹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였고, 오늘날까지 정신 마법을 걸고 또 걸어 마침내 자신의 부하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트롤 킹의 무위는 대단하다· 엘이 준 그랜드 마스터라 칭할 만큼 트롤 킹의 힘은 강력했고, 실제로 소드 마스터 최상급이 와도 트롤 킹을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트롤 킹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트롤 킹은 한 가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은 바로 이마에 박힌 보석이 발휘하는 능력이다· 이 세상 모든 트롤들을 지배하는 트롤 킹의 권능· 그것은 살아 있는 모든 트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거대한 건물에는 물경 4만에 이르는 트롤들이 있다·
정신 마법으로 정신이 파괴되었지만 엄연히 육체는 살아 있는 식물 트롤들이 말이다·
죽지 않았기에, 정신은 파괴되었을지언정 위협이 되는 강력한 육체는 살아 있었기에 트롤 킹은 이곳에서 피를 공급하던 트롤들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어어어!”
트롤 킹이 자신의 권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마에 박힌 보석이 섬뜩한 빛을 발하자 피를 공급하던 트롤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이 파괴된 트롤들 그들에게는 최소한의 생각을 할 그런 것도 없었으며, 남은 것이라고는 육신에 깃든 파괴적인 본능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레이 오크들을 위협하기에는 충분했다·
트롤 킹이 트롤들에게 포효했다·
“그어어어!”
그러자 트롤들이 제각각 준비된 몽둥이를 든 채 그레이 오크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둘이 뭉치면 트롤을 잡는다고 알려진 그레이 오크· 하지만 지금은 그 상황이 달랐다·
거대한 건물에서 꾸역꾸역 나오는 트롤들의 숫자가 자신들의 숫자를 초월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그것들은 몽둥이를 든 채 그레이 오크들에게 맹렬한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크르륵!”
트롤들의 숫자와 기세에 겁을 먹은 그레이 오크들은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용맹한 그들은 이내 무기를 고쳐 쥐고는 트롤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애당초 승패는 정해진 법·
그레이 오크보다 2배는 강한 트롤들의 숫자가 그들을 능가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게다가 정신이 파괴된 트롤들은 트롤 킹의 명령에 의해 죽음도 불사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냥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인형이라고 보면 옳았다·
퍼벅! 퍽!
“크륵! 크르륵!”
트롤들의 몽둥이찜질에 하나둘씩 목숨을 잃어 가며 그레이 오크들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형세가 급격히 불리해지자 그레이 오크들은 점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으며, 이윽고 쿠리언이 있는 곳까지 물러나게 되었다·
“크륵! 뭔···가 !”
골든 나이트롤 상대로 힘겹게 싸우던 쿠리언은 갑자기 부하들이 뒤로 물러나자 의아한 기색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쿠리언은 볼 수 있었다· 8미터의 거대한 덩치를 지닌 트롤 킹을 말이다·
트롤 킹을 보자 쿠리언이 신음을 흘렸다·
“크륵! 어째··· 서 트롤의 지배자가 여기에 있··· 단 말인··· 가!”
트롤의 지배자·
이것은 트롤들이 레베탄 고원을 떠나기 전 트롤 킹을 부르던 호칭이다·
레베탄 고원에서 가장 강한 축에 들던 몬스터는 사이클롭스도 아니고 트윈 헤드 오우거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트롤 킹이었다·
그런 트롤 킹을 여기에서 보게 되다니·
쿠리언 자신 또한 한때 트롤 킹과 겨루다가 형편없이 패한 적이 있었기에 본능적인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쿠리언은 그레이 오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크륵! 트롤의 지배자··· 가 있는 이··· 상 이길 수 없다· 모두··· 후퇴! 크륵!”
“크륵! 크륵!”
그런 쿠리언의 명령을 바랐는지 그레이 오크들이 빠르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침입자들을 그대로 보낼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허공에서 그레이 오크들을 바라보던 엘은 소리치며 양손을 뻗었다·
“그럴 수는 없지· 썬더 스트라이크!”
파직! 파지직!
엘의 외침과 함께 그의 양손에 어린 뇌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면을 향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순간 세상이 금빛으로 물든 듯한 착각을 주었다·
꽈르릉! 꽝!
뇌신의 저주를 연상시키는 엄청난 위력의 뇌전이 연이어 지면을 강타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그레이 오크들은 뇌전에 그대로 타 죽기 시작했다·
“크륵! 크르륵!”
역겨운 냄새와 함께 죽어 나가는 그레이 오크들·
원소 마법 중 가장 살상력이 큰 뇌전계 마법이었기에 그만큼 죽는 그레이 오크도 많았다·
수십 번의 뇌전이 내리꽂히자 얼추 5천에 이르는 그레이 오크들이 반항조차 못한 채 그대로 타 죽었다· 게다가 3천에 가까운 그레이 오크들은 큰 화상을 입어 제대로 운신조차 못 하고 있었다·
“큭!”
참혹한 모습에 엘이 인상을 찡그렸으나 이내 평정심을 회복하며 골든 나이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타나! 적들을 그냥 보내지 마라! 특히 우두머리를 사로잡아 내게 데려와라!”
골든 나이트에게서 새파란 안광이 흘러나왔다·
– 알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