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 28화
무척 유명한 사건이다· 엘이 공식적으로 대륙에 첫 등장을 알린 사건이며, 당시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동급 마법사 2명을 상대로 물리친 사건은 아직도 믿기 힘들다는 말이 나을 정도다·
게다가 나이트 골렘이 그랜드 마스터와 자웅을 겨룰 수 있다는 것 또한 알려지지 않았던가· 그렇게 유명한 사건을 교황이 모를 리 없다·
“그것을 내가 모를 리 없잖소, 탑주·”
교황은 그것을 모를 리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게이런즈가 이야기가 쉽게 되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야기가 쉬워지겠군요· 당시 그 사건 때 황제 폐하께서 금탑주의 마법에 공격을 당하셨다고 합니다· 당시 마법에 적중당하여 중상을 입으셨다고 하니 황제 위에 오르신 지금 과거의 일을 청산하려는 것입니다· 단지 원하는 게 있다면 금탑주의 신병과 그의 어머니를 저희 제국에 넘기는 것입니다·”
교황이 고개를 갸웃했다·
“금탑주는 그렇다고 쳐도 그의 어머니는 어째서?”
“금탑주의 어머니가 다름 아닌 아인하트 후작가의 영애입니다· 그걸 따지고 보면 금탑주는 블리어드 제국의 피가 반쯤 섞였다고 볼 수 있기에 이번에 황제 폐하께서 이렇게 파격적인 제안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구려·”
게이런즈의 말을 듣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블리어드 제국의 황제라도 충분히 이런 제의를 할 만했다·
하지만 금탑주의 신병을 넘기라는 것은 교황으로서 조금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금탑주는 성국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힌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를 잡아들여 일벌백계를 해야 다시는 성국에 대항하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블리어드 제국의 제안을 거절하자니 이만큼 확실한 전력을 얻기 힘들다·
이리저리 고민하던 교황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 혼자 결정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교황이 게이런즈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나 혼자 결정내리기 어려운 일인 것 같소· 며칠 동안 이곳에 머물러 준다면 대신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소만?”
“알겠습니다, 예하·”
게이런즈도 교황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었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고맙소· 그럼 며칠 동안 푹 쉬도록 하시오·”
게이런즈에게 감사와 인사를 건넨 교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비우는 교황의 모습을 지켜보던 게이런즈의 눈가에 웃음이 스며들었다·
저렇게 말을 해도 결국 제의를 받아들일 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알카이드 황제의 제의를 들은 교황은 곧장 대신관을 소집했다·
12대신관 중 금탑에 사로잡혀 있는 볼레크 대신관을 제외한 11명의 대신관이 회의장에 모였고, 대신관이 모두 모이자 교황이 입을 열었다·
“모두 말을 들어 봤을 거라 생각하오· 무척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금탑주의 신병을 요구하는 저들의 제안 때문에 그대들의 의견을 듣고자 이렇게 소집령을 내린 것이 오· 그대들의 의견을 기탄없이 말해 보시오·”
그러자 아르디모스 대신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예하?”
“그래, 말해 보시오, 아르디모스 대신관·”
교황의 승낙이 떨어지자 아르디모스 대신관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예, 우선 블리어드 제국의 제안은 본 성국에 있어 무척 매력적인 제안이 틀림없습니다· 블리어드 제국이 힘을 빌려 주기만 한다면 금탑을 토벌하기가 한층 더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걸 덥석 받아들이면 자칫 저희들이 쉽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음!”
아르디모스 대신관의 말에 교황이 신음을 흘렸다·
확실히, 매력적이고 좋은 제안이라 하여 덥석 받아들이면 성국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르디모스 대신관이 말을 이어 나갔다·
“게다가 금탑주는 본 성국에 지대한 피해를 입힌 인물입니다· 성녀님의 신병을 마땅히 저희들에게 양도해야 함에 있어 그는 그것을 거부하였고, 도리어 성국을 공격해 왔습니다· 때문에 그의 처리는 반드시 저희 성국에서 해야 합니다·”
아르디모스 대신관의 말에 교황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르디모스 대신관의 말을 듣자하니 블리어드 제국의 도움을 거절하자는 쪽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교황이 자신의 의문을 꺼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이오? 블리어드 제국의 도움을 거절하자는 것이오?”
아르디모스 대신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예하· 금탑주를 저희가 처리하면서 저희의 체면을 세우는 방법이 있어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급격히 밝아지는 교황의 얼굴·
“호오? 그게 정말이오?”
“예, 물론입니다·”
교황의 말을 긍정한 아르디모스 대신관이 자신이 생각한 바를 설명하였다·
“우선 블리어드 제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때 조건을 내거셔야 합니다· 저들의 의견을 순순히 수용하는 것이 아닌, 성국으로서 꼭 주장해야 할 것을 주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교황 예하께서는 제의를 수락할 때 조건을 거는 쪽으로 하셔야 합니다·”
“조건? 금탑주의 신병을 우리가 처리하겠다는 것 말인가? 하지만 블리어드 제국에서는 그것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만·”
부정적인 교황의 말에 아르디모스 대신관이 웃음을 지었다· 그 또한 블리어드 제국이 금탑주의 신병을 양도받는 것에 대해 거절할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겠지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금탑주의 신병을 원하는 것은 알카이드 황제의 개인적 원한 때문입니다· 두 초인을 저희에게 파견하는 만큼 성과가 있어야겠지요· 제 생각입니다만 알카이드 황제가 원하는 것은 아마도 골든 나이트라 불리는 나이트 골렘의 제작 방법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골든 나이트····”
아그디모스 대신관의 말에 교황의 표정이 굳었다· 골든 나이트에게 겪었던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단 한 발의 화살로 성국 전체를 압도하던 그 위용· 그런 걸 양산할 수만 있다면 대륙 통일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블리어드 제국이 그 제작 비법을 손에 넣는다면 큰일이다·
교황이 답을 구하듯 아르디모스 대신관을 바라보자 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분명 블리어드 제국이 그 비법을 손에 넣는다면 모르겠지만··· 전쟁에 있어 실수는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격전 중에 다이어드 공작님이 실·수·로 금탑주를 죽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지요·”
교황의 안색이 급격히 밝아졌다·
“오호··· 그런 방법이 있었군·”
확실히 전쟁에서 생포하고자 해도 죽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하물며 금탑주 같이 강한 자를 실·수·로 죽이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르디모스 대신관이 계속 말하였다·
“우선 블리어드 제국에게 말하길, 금탑주의 신병은 나중이라도 좋으니 목숨을 붙여서 꼭 넘겨받고 싶다, 라고 하시면 될 것입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골든 나이트의 제작 비법일 테니 말입니다· 물론, 그렇게 말해 놓고 싸움 도중에 금탑주를 죽인다면 모든 일은 해결됩니다· 성국에 반항한 자의 최후를 알려 줄 수도 있고, 설사 블리어드 제국이 항의를 한다 해도 약간의 보상과 사과를 한다면 끝날 일입니다· 그들이 그 비법을 손에 넣는 것보다 약간의 보상이 대륙을 위해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교황이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였다·
“그런 수가 있군! 과연 아르디모스 대신관이네· 하지만 최우선적인 과제는 금탑주를 꼭 죽여야 한다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흐음····”
죽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금탑주가 지닌 골든 나이트의 제작 비법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교황이었다·
만약 골든 나이트와 같은 골렘이 성국에 여러 기가 있다면 대륙 전역에 가이아 여신님의 가르침을 전파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에 불과한 것·
성국이 못 갖느니 블리어드 제국에 못 갖게 하는 것이 성국에게, 그리고 대륙에게 유리한 일이다·
교황이 시선을 주변으로 옮기며 입을 열었다·
“다른 의견은 없는가?”
다른 대신관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칼리오 대신관이 일어서면서 다른 대신관들의 뜻을 전해 주었다·
“저희들 모두 아르디모스 대신관의 의견이 타당하다 여기고 있습니다·”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교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해도 이 방법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 듯했다·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약속이야 쉽지만 그것을 행하는 법은 어려우니 말이네·”
“세상은 그런 법입니다, 예하·”
아르디모스 대신관의 말에 교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로서는 그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말이네· 결정이 났으니 이야기를 해 봐야겠군·”
그렇게 성국의 입장이 결정 났다·
하지만 교황은 결정이 났다고 하여 곧장 게이런즈를 부르지 않았다·
성국의 의견이 이토록 빨리 통일이 된 걸 상대에게 보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약 3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게이런즈를 불러들였다·
“삼 일 만에 뵙습니다, 예하· 결정은 내리셨는지요·”
게이런즈가 교황을 보자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하지만 그의 안색에는 교황이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긍정적인 대답이 흘러나왔다·
“본 성국은 블리어드 제국의 제의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바이네· 하지만 조건이 있네·”
무조건 받아들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교황은 조건을 내세웠다·
게이런즈의 안색이 변했다· 설마하니 성국이 조건을 내세울지 몰랐던 것이다·
“조건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흐음·”
교황이 조건을 내걸자 게이런즈가 생각에 잠겼다·
사실 알카이드 황제는 게이런즈에게 교황이 조건을 걸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그때 어느 정도 허용 범위를 말해 주었으니 그대로 하면 된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게이런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예하· 말씀해 보십시오· 제 선에서 가능한 것이라면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탑주 본 성국의 요구는 이러하오· 금탑주의 신병은 본 성국으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바, 우선 블리어드 제국에 금탑주의 신병을 양도하되 나중에 우리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하는 바요·”
“···금탑주의 신병을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