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4화
그 시선을 느낀 게이런즈가 다이어드 공작에게 다가왔다·
다이어드 공작이 입을 열었다·
“강행 돌파를 하려고 합니다· 탑주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게이런즈가 미소를 지었다·
가능한 금탑을 빨리 사라지게 하는 건 그도 바라는 바다·
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걸 바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군을 이끌고 가기 어려워 보이는데 소수 정예로 치려고 합니까?”
후방에서 덮쳐오는 다크 포그를 보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을 정확히 판단, 다이어드 공작의 생각을 짚어 냈다·
“그렇습니다·”
다이어드 공작이 수긍했다· 정확한 판단력, 역시 8클래스 마법사란 생각이 들었다·
게이런즈가 그런 다이어드 공작의 생각을 알아채고는 나직이 웃으며 말하려던 찰나, 충만한 신성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다크 포그를 막기 위해 3명의 대신관이 힘을 합친 것이다·
그들은 신성력을 한껏 끌어올리며 동시에 다크 포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아앗!
새하얀 신성력이 뿜어지며 반투명한 결계가 생겨나며 십만에 이르는 성군을 모두 감쌌다·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여기는 저분들에게 맡겨도 되겠군요·”
게이런즈의 말에 다이어드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은십자 기사단장 코로네 백작과 홀리 윙 기사단장 레이델 백작에게 말했다·
“대신관님 세 분을 모시고 금탑으로 들어간다·”
“예!”
힘차게 대답하는 그들을 이끌고 다이어드 공작이 앞장섰다·
그리고 그 뒤를 성기사들이 따랐으며, 게이런즈가 한쪽에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의 걸음은 다크 포그가 자욱하게 낀 곳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다이어드 공작은 어두운 다크 포그를 보며 조용히 워 해머를 꺼내 들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이질적인 기운을 제압하는 해머이자 신이 만들어 낸 최고의 물건이라 불리는 3대 성물 중 하나, 사람들은 사마를 멸하는 신성한 해머라 부르는 세인트 해머가 바로 그것이다·
세인트 해머를 쥐고 신성력을 불어넣자 해머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우우웅!
다이어드 공작의 신성력과 공명하면서 은은한 기운이 주변을 압도해 나갔다·
세인트 해머에 한껏 힘이 모여들자 다이어드 공작이 양손으로 해머를 쥐고는 천천히 머리 위로 들었다·
그리고 일격에 모든 것을 부숴 버릴 듯한 기세로 힘껏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하압!”
부우웅!
대기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세인트 해머가 무시무시한 중량감으로 휘둘러졌다·
신성력을 한껏 머금은 세인트 해머는 그대로 전방의 바닥에 충돌하였다·
쩌적! 쩌저적―!
그러자 일어나는 어마어마한 균열·
순간 대기가 요동치는 듯한 현상이 발생하며 세인트 해머에 서려 있던 신성력이 폭발하듯 뿜어졌다·
파아앗!
대지가 갈라지는가·
신성력은 전방에 가로막은 모든 것을 갈라 버리는 듯한 인상을 주며 다크 포그를 단번에 갈라 버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풍경!
잘 정돈되어 그 어떤 도시보다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골든 벨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다이어드 공작의 일격에 의해 다크 포그가 단번에 갈라진 것이다·
다크 포그를 갈라 버린 다이어드 공작이 세인트 해머를 쥐며 외쳤다·
“다크 포그를 갈랐다· 곧장 나를 따르라!”
그러면서 다이어드 공작은 금탑이 있는 곳을 향했다· 그리고 대신관들과 성기사들도 그 뒤를 따랐다·
“호오····”
게이런즈 또한 그들의 뒤를 따르며 눈을 빛냈다·
8클래스 마법으로나 제거할 수 있을 것 같던 다크 포그를 다이어드 공작은 비교적 손쉽게 갈라 버린 것이다·
“사마를 멸하는 해머라··· 세인트 해머라 부르지? 정말 대단하군· 과연 전설로 전해지는 물건 중 하나야· 정말 대단해·”
게이런즈는 신성력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며 이질적인 기운, 다시 말해 다크 포그를 단번에 제거해 버리는 광경에 적지 않게 놀란 것이다·
“저런 힘을 지니고 있다면 금탑을 지우는 건 더욱 쉬운 일이겠군· 후후!”
그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며 빠르게 성기사들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 * *
다크 포그가 펼쳐져 있는 범위는 무척 넓었다·
“음! 정말 대단하군, 금탑주·”
다이어드 공작은 저번에 왔을 때보다 다크 포그가 더욱 넓은 범위에 펼쳐져 있음을 알고 신음을 흘렸다·
만약 자신들이 시간을 주고 금탑에 쳐들어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골든 벨리 전역에 다크 포그가 전개되었다 봐도 헛된 생각은 아닐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골든 벨리 안으로 진입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미 엘과 한 번 만났던 다이어드 공작은 그의 여린 용모 속에 숨겨진 엄청난 능력에 등골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정말 위험하다· 금탑주의 능력은 상상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아르디모스 대신관님이 올바른 판단을 한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약 20여 분을 걷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이어드 공작은 뒤를 힐끗 돌아보고는 성기사들이 바짝 뒤따라오고 있음을 알아차리고는 천천히 다크 포그 범위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막 다이어드 공작이 다크 포그를 벗어났을 때, 젊은 청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타나!”
쏴아아아!
그와 함께 느껴지는 엄청난 기운!
화들짝 놀란 다이어드 공작이 시선을 측면으로 옮기니, 거대한 활을 들고 있던 골든 나이트가 시위를 있는 힘껏 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기존의 화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황금 화살이 쏘아졌다·
골든 나이트의 기술 중 하나인 골드 피닉스(Gold Phoenix)였다·
골드 피닉스는 막 다크 포그를 빠져나온 그들의 허점을 멋지게 파고들어 그들을 향해 쏘아졌다·
“크윽!”
다이어드 공작은 멋지게 허점을 비집고 쏘아지는 골드 피닉스를 보며 신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재빨리 해머를 뽑아 들어 힘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골드 피닉스는 그럴 여유도 주지 않았다·
해머에 충분한 힘이 서리기도 전에, 그들에게 바짝 접근한 것이다!
이대로 골드 피닉스에 적중당한다면 분명 큰 피해를 입을 터·
그렇게 된다면 성녀를 모셔 오는 임무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 상황을 본 게이런즈가 두 눈에 빛을 냈다·
금탑을 제거하는 데 차질을 빚는다면 그 또한 상황이 좋지 않게 된다·
그러한 일은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블링크!”
파앗!
성국 일행 뒤에 있던 게이런즈의 신형이 공간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가 나타난 곳은 다이어드 공작의 앞이었다·
다이어드 공작은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게이런즈가 나타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러자 게이런즈가 다이어드 공작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번만은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와 함께 게이런즈가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는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메모라이즈를 해놓았던 마법을 전개했다·
그 자신이 전개할 수 있는 최강의 8클래스 방어 마법을 말이다·
“세이지 실드!”
마법을 전개하자 게이런즈 앞에 투명한 반원형 방어 마법이 생겨났다·
게이런즈가 전개한 마법을 본 다이어드 공작이 두 눈을 부릅떴다·
“세이지 실드!”
8클래스 방어 마법 세이지 실드!
성국의 교황이 전개하는 가이아의 가호와 동급으로 인정받는 세이지 실드·
그것은 현존하는 방어 마법 중에서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어 마땅한 방어 마법이다·
그 마법이 지금 전방에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세이지 실드는 빠르게 접근하는 골드 피닉스와 충돌했다·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
골드 피닉스의 강렬한 관통력과 세이지 실드의 막강한 견고함이 서로 겨루면서 강렬한 충격파가 주변을 향해 퍼져 나갔다·
그리고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자웅을 겨루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과 같다·
“큭!”
골드 피닉스에게서 전해져 오는 강렬한 충격파에 게이런즈가 신음을 흘렸다·
당연한 일이다· 세이지 실드가 현존하는 최강의 방어 마법이라지만 골드 피닉스는 이미 세이지 실드와 동급으로 인정받는 가이아의 가호마저 부숴 버린 전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게이런즈가 교황보다 훨씬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상대의 힘을 상쇄시킬 줄 알아서 이 정도나마 버틴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이지 실드는 애초에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인 듯한 상황·
게이런즈는 예상보다 강력한 골드 피닉스의 힘에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언제라도 몸을 뺄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었다·
그때, 게이런즈의 귀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피하십시오!”
뒤에서 들려온 다이어드 공작의 목소리에 게이런즈는 한순간 망설임도 없이 블링크를 전개하여 몸을 뒤로 뺐다·
파캉!
게이런즈가 몸을 빼자 주인을 잃은 세이지 실드는 단번에 부서졌다·
그리고 다시 골드 피닉스가 전방을 향해 전진하려던 찰나!
다이어드 공작이 세인트 해머를 골드 피닉스를 향해 휘둘렀다·
부앙!
대기를 찢는 파공음이 들려오고, 신성력을 충만하게 머금은 세인트 해머는 단번에 골드 피닉스를 반으로 갈라 버렸다·
골드 피닉스가 완전히 반으로 갈라지자 다이어드 공작은 세인트 해머를 늘어뜨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위험했군·”
빈말이 아니라 정말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