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11화
그녀는 엘이 특별히 순철과 매직 메탈을 섞어 만든 매직 소드 프로스를 치켜들며 오러 블레이드도 견뎌낼 수 있는 디유 레임을 전개했다·
그녀의 애검 프로스는 엘이 특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법검이기에 다른 매직 소드가 불가능했던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을 흩어 버리는 것이 가능했다·
까앙!
프로스에 맺힌 푸른 마나와 성기사의 새하얀 신성력이 부딪쳤다·
“아니?”
카이나와 충돌한 성기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분명 마스터에 이른 실력자가 아닌데도 마스터에 든 자신의 해머를 여유 있게 받아 낸 카이나의 모습에 놀란 것이다·
그런 성기사의 모습에 카이나는 투구에 가리지 않은 입을 살짝 말아 올렸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실력을 뒷받침해 주는 장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엘의 방침으로 그녀는 소드 마스터에 필적하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효과를 지금 여기서 발휘하고 있었다·
땅!
카이나가 성기사의 워 해머를 튕겨 내며 오히려 성기사를 몰아쳤다·
특별한 스승 없이 여러 가지 검술을 익힌 그녀는 기초가 부실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누구도 정형화 된 틀로 가르치지 않은 만큼 그녀만의 독창적인 모습도 소유하고 있었다·
“이런····”
상대의 독특한 검술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성기사는 삽시간에 수세에 몰렸고, 수세에 빠진 동료를 돕기 위해 다른 성기사가 카이나를 공격해 들어왔다·
그로 인해 두 명의 마스터를 상대하게 된 카이나는 삽시간에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런 카이나의 모습을 본 모스가 외쳤다·
“모두 카이나 아가씨를 돕자!”
그 말과 함께 12명의 매직 나이트가 뛰쳐나갔다·
성기사의 장점은 방어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단점은 온화한 신성력을 바탕으로 공격하기에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때문에 마스터급 성기사들의 공격은 오러 블레이드보다 약하다·
그것은 오러 블레이드의 충격을 분산시키기 힘든 매직 나이트들에게 있어 최고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받는 충격이 적다면 그만큼 성기사들을 몰아붙일 수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매직 나이트가 합세하자, 3기의 골렘도 나섰다·
그리고 삽시간에 싸움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우선 전력 면에 있어 열세를 면치 못하는 금탑 측은 트롤 킹을 중심으로 싸웠다·
준그랜드 마스터의 힘을 지니고 있는 트롤 킹은 압도적인 힘으로 전장을 지배해 나갔다·
하지만 성기사들도 만만치 않았다·
트롤 킹의 압도적인 힘을 대신관들의 신성 마법으로 상쇄시켰으며, 그 틈을 비집고 성기사들이 연신 공략에 나섰다·
그렇게 서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한 싸움을 벌일 무렵, 돌연 칼리오 대신관이 이질적 기운을 느끼고는 외쳤다·
“모두 피하시게!”
“···!”
칼리오 대신관의 말에 성기사들은 두말없이 곧장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그 순간 푸른 마력탄이 성기사들이 피한 장소에 쏘아졌다·
콰앙!
삽시간에 주변 지형을 바꿔 버리는 어마어마한 위력!
이 정도 위력이라면 능히 6클래스 공격 마법과 맞먹는다·
성기사들의 시선이 마력탄이 날아온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실피르가 다소 특이한 형태의 막대를 들고 있었다·
“아쉽군요·”
그녀는 그것의 끝을 성기사들에게 조준한 채 고개를 살짝 저으며 아쉬움을 표했다·
제아무리 성기사들의 항마력이 높다고 하지만 6클래스 마법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높은 항마력 덕분에 죽지는 않겠지만 전투 불능의 상태에는 빠져들 수 있었다·
더군다나 방금 전 위력이라면 한 번의 공격에 여러 명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만한 위력이었다·
때문에 성기사들은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성기사들을 향해 실피르는 최악의 소리를 했다·
“이제부터 연사로 갈 테니 잘 막아 보세요·”
우웅!
그 말과 함께 실피르가 조준하고 있는 막대에서 푸른 마나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막대한 양의 마나가 응집되는 것이 느껴졌으며, 약 10여 초의 시간이 흐르자 실피르의 막대 끝에 뭉친 마나가 그대로 쏘아졌다·
그런데 돌연 실피르가 조준을 바꾸었기에 마력탄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곳은 마스터급 성기사들을 뒷받침하던 익스퍼트급 성기사들이 밀집된 곳이었다·
갑자기 마력탄이 날아오자 그들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
콰앙!
“큭!”
하지만 마력탄의 속도가 워낙 빨랐다·
반 정도 되는 성기사들은 몸을 뺄 수 있었지만 나머지 반에 해당하는 성기사들은 그대로 마력탄의 폭발에 휘말린 것이다·
워낙 항마력이 높기에 죽은 이는 없었다·
하지만 꽤 심한 상처를 입어 전투를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
칼리오 대신관은 방금 전 마력탄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최소 6클래스의 위력을 지니고 있는 마력탄을 불과 10여 초 만에 전개했다·
실피르가 들고 있는 막대는 보건데 아티팩트일 것이 분명할 터·
만약 그녀가 그것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절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전개가 아닐 수 없었다·
칼리오 대신관이 시선을 옮겨 실피르가 지닌 막대 끝을 자세하게 살폈다·
우선 일반 스태프보다는 다소 짧은 형태였다·
특이하게 반대쪽 끝부분은 컵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고, 마나를 응집하던 부분은 뾰족했다·
그리고 그리 면적이 넓지 않은 막대 곳곳에는 복잡한 룬어가 얽혀 있었다·
순도 높은 매직 메탈을 다수 사용한 것으로 보아 어마어마한 돈과 노력이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의 정체가 궁금하셨나 보네요·”
실피르가 막대를 보며 슬며시 웃음을 흘렸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그동안 절치부심하여 만든 역작이다·
이 정체를 확인한다면 엘조차 놀랄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라고 그녀는 자신했다·
그녀는 막대를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것을 이름 붙이길, 매직 스틱(Magic Stick)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제 모든 마법의 정화가 깃든 것이죠·”
그러면서 실피르는 매직 스틱이라 불린 막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 *
실피르의 현재 경지는 6클래스 마스터다· 그런 그녀는 카시아스 왕국에 살 때부터 엘에게 캐스팅 시간을 줄이는 마법 공식과 단전호흡, 그리고 갖가지 재주들을 알게 모르게 익혔다·
매직 스틱도 그중 하나다·
엘은 실피르와 이야기를 하면서 우연히 지구의 총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일정한 마나를 공급하는 장치와 마나를 응집하는 것· 그리고 그 마나를 빠르게 쏘아 보낼 수 있는 추진력을 갖추면 그 누구도 무시 못 할 대단한 아티팩트가 만들어질 거라 했다·
그리고 실피르는 엘의 말에서 힌트를 얻게 되었다·
우선 마나를 공급하는 장치에는 매직 스톤이 있다·
엘에게 매직 스톤을 만들 수 있는 매직 실(Magic Seal)을 얻었기에 매직 스톤을 만드는 건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게다가 마나를 응집하는 것은 축적진과 비슷한 개념이어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영역이었다·
마지막으로 추진력은 바람을 압축하는 원소계 마법에 존재했기에 모든 조건은 갖추어진 셈이었다·
그렇게 연구에 빠진 지가 2년여·
금탑이 그레이 오크의 침공을 막아냈을 때 그녀의 역작, 매직 스틱은 완성되어 있었다·
그것도 매직 스톤이 있는 한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희대의 무기가 말이다·
우선 매직 스틱 위에 존재하는 홈에 매직 스톤을 끼워 넣는다·
그렇게 되면 매직 스틱에 새겨진 마나 흡수진이 매직 스톤의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하고, 전도 현상을 이용하여 반대편으로 향하게 한다·
그리고 응집진에 의해 끝 부분에 뭉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매직 스톤에 모든 마나를 흡수하면 전개어를 외쳐 마력탄을 방출한다·
여기에는 에어 블래스트 마법이 걸려 있어 전개될 시 마력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조준된 장소에 쏘아지게 된다·
매직 스톤 하나에 저장할 수 있는 마나의 양은 6클래스 마법 한 번을 전개하는 마나의 양과 비슷했기에 마력탄은 6클래스 마법과 비슷한 위력을 발휘한다·
매직 스틱이 매직 스톤에서 마나를 모두 흡수하는 시간은 10초 정도·
즉, 매직 스톤만 있다면 실피르는 10초마다 6클래스 마법과 맞먹는 마력탄을 무한정 발사할 수 있는 것이다·
매직 스톤이야 길가에 굴러다니는 괜찮은 모양의 돌만 있으면 무한정 생산해 낼 수 있으니 공급에 문제는 없다· 즉, 마력탄을 사용할 매직 스톤은 무한하다는 말이다·
그것은 매직 스틱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공포로 다가드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아····”
상념에서 빠져나온 실피르가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좀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며 말했다·
“이대로 물러서시길 권장하는 바예요· 방금 전 공격은 무한정 가능하거든요·”
“····”
실피르의 말에 칼리오 대신관을 비롯하여 성기사들의 안색이 바뀌었다·
6클래스 위력의 마력탄을 무한정 전개할 수 있다니· 그것은 다른 의미의 악몽이라 할 수 있었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마력탄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가뜩이나 상대하기 어려운 트롤 킹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를 앞에 두고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그 누구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