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 13화
그가 8클래스 마법사 게이런즈를 꺾고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선 것이다·
“엘리!”
“주인님!”
“주군!”
엘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삽시간에 반전되었다·
“자, 그럼 일을 마저 처리해 볼까·”
자신을 부르는 이들에게 가볍게 웃음을 지어 보인 엘은 양손에 마나를 집중했다·
우웅!
그와 함께 그의 양손에 황금 화살이 생겨났다·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제6장 룬 블레이드(Rune Blade)
전황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각각의 상대를 찾아 대치하고 있을 때, 다이어드 공작은 골든 나이트를 마주하고 있었다·
‘큭, 역시 대단한 나이트 골렘이다· 빈틈을 찾을 수가 없어·’
속으로 신음을 흘리며 다이어드 공작은 한층 기세를 끌어올렸다·
얼핏 보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세지만 골든 나이트와 다이어드 공작은 현재 한창 대결에 들어가 있다·
파방! 팡!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 이미 모든 기운을 통제할 수 있는 두 존재의 공간 장악이 펼쳐지면서 서로의 힘을 밀어 내기 위해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주르륵·
한 치의 밀림도 보이지 않는 골든 나이트를 보며 다이어드 공작이 식은땀을 흘렸다·
이윽고 그는 깨달았다·
골든 나이트는 인간이 아닌 기계 같은 존재였기에 실수가 없다는 것을· 그것은 지금 이 힘 싸움이 무의미하다는 걸 뜻한다·
‘약간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먼저 움직여 볼까·’
한 수 뒤치고 들어가는 상황이 되겠지만 다이어드 공작은 여유만만이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3대 성물 중 하나인 세인트 해머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모든 기운을 멸하는 세인트 해머·
그거라면 골든 나이트는 자신에게 감히 근접전을 펼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시간을 계속 끈다면 게이런즈가 먼저 금탑주를 생포할 가능성이 높았다·
교황에게 금탑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그로서는 최대한 빨리 골든 나이트를 무력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마음을 굳히는 순간, 몸도 절로 움직였다·
다이어드의 공작의 손이 움직이는 순간, 어느새 세인트 해머의 파괴적인 기운이 골든 나이트를 향해 덮쳐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사에 불과한 것· 골든 나이트는 여유롭게 그 공격을 피하며 골든 소드를 휘둘렀다·
그러자 3개의 오러 서클이 생겨나며 다이어드 공작에게 쏘아졌다·
일전에 그를 붙잡아 둔 원거리전을 하려는 셈이었던 것이다·
그걸 다이어드 공작이 모를 리 없다·
“놈! 이번에는 전같이 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노성을 터뜨리며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부앙!
세인트 해머가 살인적인 힘을 담고 휘둘러지며 힘을 뿜어냈다·
파사사!
사마를 멸하는 힘과 오러 서클이 충돌하자 오러 서클은 힘없이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린 다이어드 공작이 빠른 속도로 골든 나이트에게 접근했다·
저번에는 미처 흥분하여 골든 나이트를 잡지 못했지만 지금은 잡을 수 있다· 골든 나이트가 미리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축복 마법을 건 것이다·
파앗!
무시무시한 속도로 접근하는 다이어드 공작·
그가 앞으로 나서자 역시나, 골든 나이트는 뒤로 몸을 날렸다·
그와 함께 골든 소드를 휘두르며 오러 스톰을 전개했다· 날카로운 오러의 폭풍이 할퀴듯 다이어드 공작을 옥죄어 왔다·
“큭!”
살갗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오러 폭풍에 다이어드 공작이 신음을 흘리며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샤앗!
사마를 멸하는 신성한 해머는 오러 스톰을 손쉽게 흩어 버렸다·
하지만 골든 나이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골든 나이트는 빠르게 물러서면서 연신 오러 서클과 오러 스톰을 전개하며 다이어드 공작을 견제했다·
1차례 겨룬 적이 있기에 다이어드 공작을 어떻게 공략할 지 잘 알고 있는 골든 나이트였기에, 그것의 움직임은 전보다 훨씬 원활하고 능숙했다·
날카로운 기세를 품은 오러 서클과 오러 스톰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것이어서 다이어드 공작은 축복 마법을 걸고서도 고전을 해야 했다·
“제기랄!”
급기야 다이어드 공작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명색이 대륙 10대 그랜드 마스터인 자신이 제대로 공격조차 못하다니!
드넓은 수억의 인구 중 우뚝 선 10명의 검의 절대자 중 1명이 바로 자신이다·
본인 스스로가 대륙 10대 그랜드 마스터에게 결코 뒤쳐진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세인트 해머가 있는 이상 그랜드 마스터 중 최강이라 불리는 엘리아 대공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런 자신이, 지금 무슨 모습을 보이는 것이란 말인가?
추태도 이런 추태가 없다· 성물을 지니고서도 이런 고전이라니·
골든 나이트를 뒤쫓던 다이어드 공작이 멈춰 섰다·
그는 억눌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숨지도 쫓지도 않겠다· 나는 성물의 주인이자 대륙 십대 그랜드 마스터인 다이어드 공작이다·”
고오오!
자리에 멈춰 선 다이어드 공작에게서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이질적 기운이 발산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검은 기운이었다·
무엇보다 순수한 칠흑 같은 어둠·
마치 마계에서 흘러나오는 다크 오러처럼 음습하고 어두운 기운은 무척 섬뜩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 기운을 골든 나이트도 느꼈기 때문일까·
골든 나이트는 뒤로 물러나던 것을 멈추고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그와 함께 골든 나이트에게서도 강렬한 마나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쿠우우우!
푸른 마나가 엄청난 압력과 함께 물결치듯 주변을 장악해 나갔다·
마나 장악! 그랜드 마스터만이 펼칠 수 있는 기술을 골든 나이트가 구사하는 것이다·
한껏 자신의 힘을 끌어올린 두 존재가 자신의 무기를 동시에 내질렀다·
칠흑같이 검은 기운이 세인트 해머를 휘감으며 악귀 형상을 띠었다·
골든 소드에는 푸른 마나가 마치 온천수처럼 용솟음 치고 있었다·
수십 수백 개의 사념으로 구성한 골든 나이트의 에고· 그 사념 속에 포함된 과거 어느 기사의 공격을 골든 나이트가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펼치는 기술은 과거 다크 나이트라 불렸던 초인, 지플릭스의 크래쉬 붐이라는 기술이다·
마계의 힘을 받아들여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던 그는 다크 오러의 파괴적인 힘을 절대적으로 활용하여 모든 것을 파괴, 폭발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그의 압도적인 힘에 당대 그를 상대할 초인 셋이 나서서야 간신히 제압할 수 있었고, 그 하나의 힘으로 왕국 셋이 날아갔다고 할 정도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힘을 지니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다·
그런데 지금 그 공격을 골든 나이트가 구사하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멸하는 세인트 해머의 힘이 집약되어 있다지만 과거 대륙을 뒤집어 놓은 검사의 기술이 결코 만만할 리 없었다·
마침내 모든 힘을 축적한 그들이 공격을 펼쳤다·
다이어드 공작이 힘차게 외치며 세인트 해머를 휘둘렀다·
“하앗! 세인트 크래쉬!”
“크래쉬· 붐·”
두 공격 모두 파괴를 지향하는 패도적인 공격!
쩌저적!
검은 기운과 푸른 기운이 뿜어지는 순간 그들이 뿜어내는 프레셔에 의해 주변 땅이 갈라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윽고 두 공격이 정 가운데에서 충돌했다·
모든 것을 멸하는 힘! 세인트 해머!
그리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과거 정점에 오른 최강의 기술 크래쉬 붐!
···!
두 공격이 충돌하는 순간 주변 지대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해졌다·
잠시 후, 공간 자체가 요동치더니, 이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모든 것을 파괴하는 두 공격!
신성력 외에 이질적인 기운을 소멸시키는 세인트 해머의 힘으로도 크래쉬 붐의 파괴력을 제거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 것이고 말이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이들의 충돌은 무시무시했다·
그들의 힘이 충돌한 지점을 중심으로 지름 30여m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난 것이다·
이는 결코 8클래스 마법에 뒤처지는 위력이 아니었다· 범위는 작을지언정 그 범위에 속하게 되면 8클래스 마법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방금 전 공격이 내포하고 있었다·
“····”
“····”
서로의 공격을 이겨 내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하자 둘은 마치 눈싸움을 하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장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골든 나이트는 방금 전 다이어드 공작이 펼친 공격으로 그가 여태껏 상대한 적들 중 최강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것이고, 다이어드 공작도 골든 나이트의 힘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방금 전 공격을 처음 만난 순간 펼쳤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오싹함이 일었다·
‘하지만 난 지지 않는다· 여신님의 의지를 잇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따르기 위해 질 수 없다·’
적이 강한 만큼 두려움도 들었지만, 그에 비례하여 강렬한 투지도 들끓었다·
그가 언제 이런 실력과 맞서 보았겠는가·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자들은 흔히 검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다이어드 공작이 더 잘 알고 있다·
마법 학문이 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의 길 또한 끝이 없다·
그랜드 마스터란 어디까지나 극에 이르기 위한 단계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뿐이지 결코 극에 다다른 건 아니란 것이다·
때문에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이들은 한 발짝 더 나가기 위해 더욱 정진하기 마련이고, 그걸 위해서는 동급의 실력자와 검을 맞대 보는 것이 최고다·